'직원간 차별' OK금융, 인권위 시정 권고에 ‘하향평준화’로 응수...노사 대립 격화
'직원간 차별' OK금융, 인권위 시정 권고에 ‘하향평준화’로 응수...노사 대립 격화
  • 김수영 기자
  • 승인 2022.10.05 16:06
  • 수정 2022.10.05 1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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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위, 콜센터 직원 휴대폰 제출은 차별행위 시정 조치 권고
인권위 권고에 관리자까지 제출 조치..."인권 침해 확대한 것"
센터 직원들 전날부터 불복종 운동…관리자 참여는 저조한 듯
노사, 연말까지 신경전 이어질 듯…필요시 법적대응까지 검토
발언하는 사무금융노조 OK금융지부 봉선홍 지부장(첫 줄 가운데) [사진=김수영 기자]
5일 오전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 앞에서 사무금융노조 OK금융지부 노조원들이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김수영 기자]

콜센터 직원 간 차별 문제로 도마 위에 올랐던 OK금융이 국가인권위원회 결정에 '하향평준화' 식으로 대응하며 노사 갈등이 표면화되는 모양새다. 관리자급의 휴대폰 제출은 요구하지 않으면서 일반 직원들 대상으로만 휴대폰을 제출토록 한 것은 차별이라고 판단한 인권위 결정에 사측이 관리자급까지 휴대폰을 제출하는 식으로 하향평준화를 진행함에 따라 노조 측은 크게 반발하고 있다.

향후 노조는 사측의 적극적인 시정조치가 없을 경우 보다 강한 행동에 나서는 한편 법적조치를 취할 가능성까지도 염두에 두고 있다.

5일 OK금융 노조는 OK금융 본사가 위치한 대한상공회의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사측을 향해 인권위 결정에 따라 차별행위를 시정할 것을 촉구했다.

노조는 회견을 통해 “회사가 차별 시정을 위한 실질적 조치를 취하지 않고 오히려 인권 침해를 확대하는 데 맞서 지난 4일부터 휴대폰 수거와 동의서 작성을 거부하는 불복종 운동을 전개하고 있다”라며 “직원들의 기본적 인권과 노동권을 보장받을 수 있도록 총력을 기울일 것”이라고 밝혔다.

OK금융의 휴대폰 수거 문제는 2016년 무렵부터 시작됐다. 개인정보에 대한 민감도가 떨어졌던 과거에는 금융권에서 이같은 조치를 통해 데이터 유출을 방지하기도 했지만 각기 다른 방식을 도입하면서 직원 휴대폰 수거는 ‘옛일’이 됐다.

현재 주요 저축은행은 물론 금융권 대부분에서 직원 휴대폰 제출같은 경우는 없는 것으로 전해진다. 하지만 OK금융은 여전히 센터 직원들의 핸드폰을 제출토록 하면서 동의서 작성까지 요구하고 있다.

OK금융 각 센터 입구에는 이른바 ‘핸골당(핸드폰+납골당)’이라 불리는 보관함이 마련돼 있다. 현재 OK금융 직원들은 약 2200여명, 이 가운데 고객상담 등 센터업무 종사자들은 약 470여명이다. 센터 직원들은 모두 정규직으로, OK금융이 대부사업을 축소하면서 계열사·부서 이동 등을 통해 순환되고 있다.

OK금융은 센터 직원들이 소비자 주민등록번호·주소·전화번호·계좌번호·가족관계 등을 확인할 수 있는 만큼 데이터 유출을 방지하기 위해 휴대폰 제출을 불가피한 조치라는 입장이다.

인권위 결정문에 따르면 OK금융은 각 직원들의 컴퓨터 USB 포스트를 보안스티커로 봉인하고 내부 업무망과 인터넷망을 분리해 사용 중이다. 보유 중인 소비자 정보는 암호화돼있고 대량으로 이를 내려받기 위해선 관리자급의 승인이 필요하다. 각 컴퓨터에는 보안프로그램이 설치돼 있어 화면 갈무리(screenshot) 또한 불가능하다. 휴대폰이 있더라도 이를 반출하는 것은 구조적으로 어렵다는 얘기다.

금융권에서는 OK금융의 이같은 조치를 두고 이해하기 어렵다는 반응이다. 한 관계자는 “데이터 유출이 목적이라면 휴대폰만이 문제가 아닐 것”이라 말했고, 다른 관계자도 “민감정보는 센터직원들만 다루는 게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9일 오전 OK금융노조 봉선홍 지부장이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서를 접수하고 있다. [사진=김수영 기자]
지난 6월 9일 사무금융노조 OK금융지부 봉선홍 지부장이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서를 제출하고 있다. [사진=김수영 기자]

사무금융노조 OK금융지부는 지난 6월 OK금융 최윤 회장을 비롯해 OK저축은행(정길호)·아프로파이낸셜대부(심상돈)·OK캐피탈(김인환) 대표를 피진정인으로 인권위에 불합리한 차별이 있다는 내용의 진정서를 제출했다.

이에 인권위는 지난 8월 9일 “팀원인 직원들에게만 출근 시 휴대폰을 보관토록 해 소지를 제한하는 것은 직급·직책을 이유로 합리적 이유 없이 고용영역에서 불리하게 대우한 평등권 침해에 해당한다”라며 ▲직책에 따른 차별이 발생하지 않도록 휴대전화 소지를 제한하지 말 것 ▲향후 유사한 차별행위가 발생하지 않도록 재발방지 대책을 마련할 것을 주문했다.

해당 결정문이 OK금융 측에 전달된 것은 지난달 6일이다. 인권위 결정 후 노조는 대책 이행을 촉구했지만 한 달여 간 OK금융은 결정문을 받지 못했다며 조치를 미뤄왔다.

앞서 노조가 인권위에 진정서를 제출한 직후 한 노조 관계자는 인권위에 회사가 하향평준화를 할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대응방안에 대해 문의했다고 한다. 당시 인권위 관계자는 ‘여지껏 그런 회사는 없었다’는 취지로 답변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인권위 결정이 나온 뒤 OK금융은 인권위에 ‘관리자급 직원까지 휴대폰을 제출하면 차별해소가 맞느냐’는 취지로 문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회사가 조치를 마련해 발표한 것은 지난 4일로, 그동안 OK금융은 일반 직원들만 휴대폰을 제출토록 했지만 앞으로는 센터장·팀장 등 관리자급까지 모두 휴대폰을 제출토록 했다. 인권위의 결정은 ‘권고’로 사기업은 물론 국가기관에도 구속력이 미치지 않는다. 노조의 우려가 현실화된 순간이다.

현재 노조는 회사의 조치에 개탄하면서 전날(4일)부터 불복종 운동을 전개하고 있다. 여기에는 관리자급도 참여하고 있지만 센터장·팀장급 직책을 달고 있는 만큼 이들의 참여는 저조한 것으로 전해졌다.

노조는 일단 올해 연말까지를 기한으로 사측과 줄다리기를 이어갈 계획인 것으로 보인다. 이후에도 사측에서 변화가 없다면 대응 수위를 한 단계 높이고 가능할 경우 법적대응까지 고려 중이다.

사무금융노조 OK금융지부 봉선홍 지부장은 “관리자들은 직책 상 부담이 있어 아직은 고민을 좀 하는 것 같다”라며 “일단 3개월 정도 시간을 두고 회사와 계속 이야기를 진행해볼 계획”이라고 말했다.

사무금융노조 김경주 법무차장도 “일단 노사가 얘기하는 모습을 지켜보면서 법적 대응이 가능할지도 검토해볼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번 논란과 관련해 OK금융 관계자는 “당사는 차별행위가 발생하지 않도록 관련 조치방안을 마련 중에 있다”라며 “고객개인정보 보호 가치를 최우선으로 개선방안을 다각도로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위키리크스한국=김수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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