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파일] SK브로드밴드의 '망 이용대가'라는 이름의 궤변
[취재파일] SK브로드밴드의 '망 이용대가'라는 이름의 궤변
  • 최종원 기자
  • 승인 2022.10.07 10:17
  • 수정 2022.10.07 13: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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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브로드밴드 본사.
SK브로드밴드 본사.

이원욱(더불어민주당·3선) 전 국회 과학기술방송통신위원회(과방위) 위원장은 지난해 11월 넷플릭스에 대해 "망 이용대가를 부담하지 않는 것은 국내 사업자에게 역차별이다"라고 말했다. 그는 넷플릭스와 SK브로드밴드(SKB)의 관련 논쟁이 한창이던 당시 "넷플릭스가 현재 취하고 있다고 강조하는 자체 기술적 조치는 망 이용대가 이후의 문제"라고 선을 그었다. 하나의 상임위를 대표하는 과방위원장이 사실상 SKB의 편을 든 것이다.  

국회는 현재 '망 이용대가' 문제의 책임을 넷플릭스에서 찾는 모양이다. 현재 국회에선 넷플릭스 등 콘텐츠제공사업자(CP)가 통신사업자(ISP)에 망 이용대가를 지불하도록 의무화하는 7개의 법안이 발의돼 있다. 가장 최근에는 윤영찬 의원(더불어민주당)이 글로벌 빅테크 기업의 망 무임승차를 방지하기 위한 이용대가를 강제하는 '전기통신사업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발의했다.

국회와 통신업계에서 '망 이용대가' 강제 지급을 주장하는 주된 명분은 '국내 CP사와 역차별'이다. 네이버·카카오 등 국내 CP사들은 매년 수백억씩 망 이용대가를 내고 있어 국내 기업들에 역차별이라는 문제가 꾸준히 지적됐기 때문이다. 국내 CP사들이 막대한 비용을 지불하는데 넷플릭스만 내지 않는 것은 무임승차고 불합리한 게 당연하다. 그런데 국내 CP사들이 지불하는 이런 비용은 정말 '망 이용대가'일까?

SKB가 넷플릭스로부터 받겠다고 주장하는 '망 이용대가'는 국내 CP사들이 내는 비용과는 판이하다. 국내 CP사는 일반 가입자들도 내고 있는 '접속료'를 내고 있을 뿐 망 이용대가는 지불하지 않고 있다. 네이버와 카카오는 국내에 본사를 둔 만큼 인터넷 접속료를 납부한다. 반면 넷플릭스는 미국에 본사를 둔 만큼 비용을 내지 않는다. 

SKB 관계자는 이에 "접속료와 망 이용대가는 다르다"며 "접속료는 ISP와 ISP간 데이터를 주고받을 때 내는 비용이고, CP들은 전용회선 비용을 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SKB는 그럼에도 넷플릭스로 상당한 트래픽이 유발돼 망 증설과 유지에 많은 비용이 필요해 이용대가를 받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렇다면 넷플릭스의 인기가 시들해지면 받지 않아도 되는 것일까? 가령 넷플릭스 가입자 증가율이 더딘 추세인데, 상당수의 가입자들이 넷플릭스를 끊는다 해도 비용을 똑같이 내야 할까?

ISP는 통신제공업자일 뿐 그 자체로 콘텐츠제공업자는 아니다. 가입자들은 CP의 콘텐츠를 보기 위해 통신서비스에 가입하는 측면이 있다. 만약 특정 통신사에서 넷플릭스를 원활히 이용할 수 없다면 과연 책임은 넷플릭스에만 있을까.

넷플릭스. [출처=연합뉴스]
넷플릭스. [출처=연합뉴스]

인터넷망은 공공재다. 먼저 어떤 사람이든, 어떤 기업이든 차별 없이 동등하게 쓸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원칙이 '망 중립성(network neutrality)' 개념이다. 망 중립성 정책은 통신사와 같은 인터넷서비스사업자(ISP)가 특정 콘텐츠 기업(CP)이나 인터넷 기업을 차별·차단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 

통신서비스도 간접적인 공공재다. 통신서비스는 누구나 제공할 수 있는 서비스가 아니고 '전파'와 '주파수'라는 공공재를 이용해야 한다. 현재 통신용 주파수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관리하고 있다. 공공재인 주파수를 분배하는데 있어 정부의 심사를 거쳐야 하며 통신사들은 부분적인 대가할당으로 주파수를 받는다.

공공재에 해당하는 인터넷망 이용에 있어 통신사업자가 차별을 주고 비용을 가입자와 CP에게서 이중으로 받는 것은 '망 중립성'과는 먼 처사다. SKB측은 이에 대해 "망 중립성은 인위적으로 어떤 망을 차단하거나 늦게 보내는 등 차별하지 말라는 것이라 망 이용대가와는 별개의 문제"라고 해명했다. 

통신사들은 5G 서비스에 있어서도 기존 4G와 크게 다르지 않음에도 비싼 요금을 받는다는 비판을 받아왔는데, 특정 통신사에서 특정 CP 콘텐츠의 속도가 느리다는 건 통신사의 책임이 클 수 밖에 없다.

가령 KT와 LG유플러스는 SKB와 넷플릭스의 분쟁에서 한발 빠져 있다. 양사는 망 이용대가를 받아야 한다는 간접적인 입장은 있을 뿐 직접 입장을 밝히거나 SKB의 편에 선 적은 없다. LG유플러스는 넷플릭스의 한국 진출부터 직접 제휴를 맺었고, KT도 IPTV '올레tv'와 서비스 제휴를 맺었다. 이들은 제휴 과정에서 넷플릭스가 국내에 설치한 CDN을 무료로 이용하고 있어 이용대가를 받지 않는다.

넷플릭스는 자체 CDN인 오픈커넥트(CDN)가 넷플릭스의 트래픽을 95% ~ 100%까지 절감 가능하다고 밝혔다. 하지만 SKB는 이마저도 거절하고 직접적인 현물을 요구했고, 넷플릭스는 2020년 4월 SK브로드밴드를 소송을 제기한 것이다. 더 큰 문제는 '망 이용대가'는 전 세계적으로 유례가 없어 산정 기준 또한 정해지지 않았다. 넷플릭스는 SKB에 정확한 비용과 서비스 개선을 요구했으나 SKB 측은 이에 확답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진다.

소송 전후로 SKB 가입자 사이에선 넷플릭스 속도가 느리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넷플릭스 조사결과에 따르면 같은해 2월 국내 ISP 사업자별 속도지수 측정 결과 SK브로드밴드는 타사(LG유플러스 3.94Mbps, KT 3.49Mbps) 대비 2.25Mbps로 가장 느린 속도를 기록했다. 넷플릭스 이용자들은 "SK브로드밴드에서 넷플릭스를 시청하면 끊긴다"면서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SNS 등에 불편함을 호소했다. 

그런데도 국회와 익명의 통신업계 관계자들은 여전히 실체도 없는 '망 이용대가'를 외치고 있다. 전 세계 유례가 없는 법을 졸속으로 통과시킬 것인가. 통신사의 품질 낮은 서비스에 대해 면죄부라도 줘야 하는 것일까. SKB는 SK의 OTT '웨이브(wavve)'의 똑같이 해외 진출 시 망 이용대가를 내야 할 수 있다는 논리는 외면하는 것일까. 실체 없는 '망 이용대가'의 정의부터 다시 이뤄져야 할 것이다.

[위키리크스한국=최종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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