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 수낵 총리시대] 리시 수낵 영국 총리의 성공을 바라보는 인도 사람들의 여러 시각
[英 수낵 총리시대] 리시 수낵 영국 총리의 성공을 바라보는 인도 사람들의 여러 시각
  • 최석진 기자
  • 승인 2022.10.29 06:45
  • 수정 2022.10.29 06:5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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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시 수낵 영국 총리 [사진=연합]
리시 수낵 영국 총리 [사진=연합]

인도계로 알려진 리시 수낵 리시 수낵 영국 신임 총리가 최단명 총리로 사임한 리즈 트러스 전 총리에 이어 25일(현지 시각) 제57대 영국 총리로 공식 취임했다. 때를 맞춰 CNN방송은 그의 성공을 바라보는 인도 내의 여러 시각들에 대해 보도했다.

이번 주 인도계의 리시 수낵이 영국 총리에 오르면서 역사를 새로 쓰자 많은 인도 사람들은 재빨리 그의 총리 취임을 축하하고 있으며, 어떤 언론들은 그가 인도 사람이라고까지 주장하고 있다.

인도는 한때 해가 지지 않는 제국이라고 일컬어지기도 했던 영국의 식민지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국의 지배가 종식된 지 75년이 지난 지금 상당수 인도 논평가들은 변화된 시대를 긍정적으로 반기고 있다.

“인도의 아들이 제국을 딛고 일어섰다. 드디어 영국에서 역사가 돌고 돌아 제자리를 찾았다.”

인도 NDTV는 이렇게 헤드라인을 뽑았다.

“제국 시대부터 리시 라지(Rishi Raj)를 거져 이제 수낵이 10위권에 진입했다.”

<인도 타임즈(The Times Of India)>는 이렇게 탄성을 질렀다.

“한때 영국의 통치를 받던 인도계 정치인이 영국의 총리가 되었다.”

<지 뉴스(Zee News)>의 한 앵커는 이렇게 말했다.

그런가 하면 힌두교 빛의 축제인 디왈리(Diwali)에서 이 소식을 접한 사람들은 수낵 총리 등극이 시사하는 바에 다소 냉소적인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디왈리 신이 내린 또 하나의 축복! 인도계인 리시 수낵, 백인을 지배하게 되다.”

힌두어 신문 중 최대 부수를 자랑하는 <다이니크 바스카르(Dainik Bhaskar)>지는 이렇게 타전했다. 이 신문은 거의 5백만 부를 발행하고 있다.

경제 교류

일부 인도 사람들에게 수낵의 총리 등극은 인도의 부상(浮上)과 과거 식민지 종주국이었던 영국이 최근 겪고 있는 경제 위기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일련의 사건들 중 하나일 뿐이다.

유럽연합(EU)을 탈퇴한 뒤 영국은 자국 경제 부양을 위해 과거 식민지였던 인도에 계속해서 구애의 손길을 뻗치고 있다. 영국은 인도와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하기를 바라면서 다른 나라 사람들보다 인도 사람들에게 비자(visa)의 문호를 더 활짝 열어놓고 있다.

그리고 세계 5위의 경제 대국 타이틀을 인도에 넘겨준 지 불과 몇 주 만에 이제 영국은 최단기 전임 총리 리즈 트러스가 야기한 경제 대혼란을 전직 재무장관이었던 수낵이 봉합해주기를 바라고 있다.

과거 식민지 시절 영국이 인도 정치·사회의 고위직에서 식민지 사람들을 배제했던 사실을 기억하는 인도 사람들이 현재 영국의 처지를 고소하게 바라보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현상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인도의 정서를 이렇게 단층적으로 판단하면 안 된다고 주장한다. 13억 인구 인도의 많은 사람들은 현 상황을 양국 가치 증진을 축하할 상징으로 바라보고, 수낵이 양국 관계의 신기원을 여는 가교 역할을 해주기를 바라고 있다.

인도의 나렌드라 모디 총리는 이런 정서를 담아 트윗에 축하의 글을 남겼다.

“인도, 영국 양국이 역사적 관계를 현대적 파트너십으로 전환함에 있어 인도계 영국인이 가교 역할을 해주기를 다왈리 신의 이름으로 기원합니다.”

한편으로 다른 인도 사람들은 수낵의 취임을 영국 정치에서 인도계 사람들을 위한 역할이 증가하고 있는 성공의 상징으로 바라보기도 한다.

“영국이 과연 수낵을 총리로 받아들일 수 있는지 오랫동안 의문시되어 온 것도 사실입니다.”

뉴델리를 기반으로 활동하는 씽크탱크인 ‘옵저버 연구재단(Observer Research Foundation)’의 해외 정책 연구부서의 부총재인 하쉬 팬트는 이렇게 말했다.

“그리고 그가 이제 실제로 성취를 이루었다는 사실은 영국 민주주의와 남아시아 디아스포라(이산)가 영국 정치에 남긴 족적에 대한 엄청난 찬사라 할 수 있습니다.”

리시 수낵 영국 총리가 주재한 첫 내각 회의 [사진=연합뉴스]
리시 수낵 영국 총리가 주재한 첫 내각 회의 [사진=연합뉴스]

관계 증진

식민지 시절의 불평등과 착취 역사를 감안하면 영국과 인도 관계는 매우 복잡하게 얽혀있다 할 수 있다.

“어떤 사람들은 리시 수낵의 성공이 뭐가 그렇게 중요한지 느끼지 못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의 총리 취임은 제국주의 시절의 맥락과 함께 바라봐야 합니다.”

『제국주의와 현대 영국』의 저자 사트남 상헤라는 이렇게 트윗을 올렸다.

많은 영국인들은 독립 직후 1947년에 벌어졌던 대혼란과 뒤이어 벌어진, 유혈로 얼룩진 영토 분할 과정을 잊지 못하고 있다. 인도 대륙은 영국에서 독립한 직후 영토 분할 과정에서 5000~2백만이 사망하고 약 1500만 명이 삶의 터전을 잃어버리는 참극을 겪었었다.

팬트 부총재는, 인도계 정치인이 영국을 통치한다는 사실은 최근까지만 해도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었지만 수낵의 등극은 오늘의 양국 관계가 과거보다 21세기에 더 어울리게 형성된 한 징표라고 말했다. 그는 나아가 이런 바탕 하에서 양국은 생산적인 방향으로 관계 증진을 꾀할 수 있다고도 분석했다.

더욱 개선된 관계를 강조하는 배경에는 인도에 대한 영국의 기대가 점점 늘어나고, 브렉시트 이후 3조 달러에 달하는 인도 경제 규모에서 기회를 찾고자 하는 고려가 자리 잡고 있다.

2017년 자료에 따르면, 영국 기업들은 인도에서 약 80만 명을 고용하면서 인도의 최대 투자국 중 하나가 되고 있다. 이런 배경을 바탕으로 양국 정치인들은 수낵 집권 하에서 양국 경제 관계가 발전하기를 바란다.

예상되는 경제 성과 중 하나로 2030년까지 양국 교역을 310억 달러에서 1000억 달러로 3배 이상 끌어올리는 것을 목표로 하는 자유무역협정(FTA)이 있다.

지난 4월 보리스 존슨 당시 영국 총리가 인도를 방문했을 때 두 정상은 금년 디왈리 축제 때까지는 FTA를 맺자고 합의했었다. 그 기한은 지나가고 있지만 수낵 신임 총리 하에서 그 합의가 부활할 수 있다는 희망이 생기고 있다.

팬트 부총재는 “수낵이 계약에 서명할지 여부가 중요한 지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리고 그것은 인도-영국 관계가 얼마나 진전할지에 대한 중요한 벤치마크가 될 것입니다.”

수낵의 총리 취임이 인도 내 인도인들과 영국 내 인도인들에게 의미하는 바는?

인도의 언론들이 수낵의 사진으로 도배를 하고 있기는 하지만 인도의 속내를 판단하기는 쉽지 않다. 델리 시내는 힌두교 최대 축제인 디왈리 기간이어서 비교적 한산했다. 힌두교도는 인구 인구의 80%를 차지한다.

“인도계 정치인이 영국 최고위직에 오른 사실은 반가운 일이고, 디왈리 기간에 그런 소식이 들려서 더욱 축복이라 생각합니다.”

델리에서 만난 화학자 라제쉬는 이렇게 말했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인도와 영국 관계가 무조건 발전할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일부 인도 사람들에게 수낵의 성공 스토리는 외국 뉴스에 불과하다.

상점의 주인 아르준은 수낵의 총리 취임에 대해 “인도 사람들에게는 별다른 차이가 없습니다. 그가 인도 사람인 것도 맞지만, 그는 결국 영국 사람인 거 잖아요.”라고 말했다.

다른 사람들은 수낵이 영국 총리에 오른 것은 인도인 디아스포라의 성공을 나타내는 징표로서 중요성이 있다고 말한다. 2011년 조사된 인구센서스에 따르면 영국의 인도계 인구는 약 7%인 것으로 나타났다.

영국의 수엘라 부레버먼 내무장관도 인도계이며 사디크 칸 런던 시장은 노동자 계급에 속한 파키스탄 가족에서 태어났다.

수낵 총리의 부모는 1960년대 동아프리카에서 영국으로 이주했다. 그의 아버지는 의사였고, 어머니는 영국 남부에서 약국을 운영했다. 수낵은 자신이 이런 배경을 타고났기 때문에 더욱 대중에 봉사하는 일을 해야 한다고 말을 한다.

“저는 영국에 사는 인도인들에 주목합니다. 영국에는 분명 그런 계층이 존재합니다. 저는 철저히 영국인이고 영국은 나의 고향이고 고국이지만 저의 문화적·종교적 뿌리는 인도입니다. 제 아내도 인도 사람입니다. 저는 힌두교에 개방적이기도 합니다.”

수낵은 2015년 <비즈니스 스탠더드(Business Standard)>와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밝힌 바가 있다.

그는 2019년 의회 선서를 할 때 힌두교 경전인 ‘바가바드기타’를 손에 꼭 쥐고 나왔었다. 그는 또 그로부터 1년 뒤에는 영국 총리의 공식 거주지인 다우닝가에 디왈리 촛불을 점등하면서 새로운 역사를 세우기도 했었다.

수낵은 이제 권력의 정점에 올랐으며, 분석가들은 그것 자체가 인도인 디아스포라의 성공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건이라고 말한다.

‘옵저버 연구재단’의 팬트 부총재는 수낵의 등극은 “인도계 이민이 어떤 식으로 영국 정치에 한 획을 그었는지를 보여준다”고 말하면서 수낵이 “영국 정치에서 궤적을 남기게 될 것”이라고 예견했다.

“저는 수낵의 성공으로 비슷한 민주정치권에 사는 인도인 디아스포라들이 어느 정도 위안을 얻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는 이렇게 말했다.

“그리고 이는 지구촌에서 인도가 이룬 가장 큰 성공을 반영하는 사건이라고 생각합니다.”

[위키리키스한국, 최석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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