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여성시위] 목숨 건 투쟁을 멈추지 않겠다는 이란 여성들...히잡 착용으로 시작, 인권 전반으로 확산
[이란 여성시위] 목숨 건 투쟁을 멈추지 않겠다는 이란 여성들...히잡 착용으로 시작, 인권 전반으로 확산
  • 최정미 기자
  • 승인 2022.10.29 06:50
  • 수정 2022.10.29 06: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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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잡을 쓴 이란 여성과 이란 국기 [사진 = 연합뉴스]
히잡을 쓴 이란 여성과 이란 국기 [사진 = 연합뉴스]

수 년만에 가장 큰 규모로 이란 전역에서 일어나고 있는 최근의 시위는 지난달 22일 22세 마흐사 아미니가 히잡을 제대로 착용하지 않아 이란의 도덕 경찰에게 체포되고 구금된 가운데 의문사한 것이 기폭제가 된 것이다. 이란 경찰은 아미니의 죽음에 대한 책임을 부인하고 있다.

행동과 용모에 관한 엄격한 규율을 없앨 것을 요구하며 여성들이 앞장서고 있는 시위는 아미니의 고향인 쿠르디스탄에서 시작됐고, 이내 이란 전역에 퍼져나갔다. 이란 당국이 무자비하게 진압하면서 시위의 규모와 강도는 더 커져갔다.

이란 여성들의 목숨을 건 투쟁에 대해 독일 매체 DW가 28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지난 9월 말, 도니야 라드는 많은 이란 여성들이 꿈꿔왔던 일을 했다. 평범한 옷을 입고 편하게 카페에서 아침을 먹는 것이었다. 이 일로 그는 11일 동안 구금됐다. 

체포 이전에 도니아는 여동생과 함께 카페에 있는 모습의 사진을 온라인에 올렸다. 카페는 테헤란 남부에 있는 전통적으로 종교적 성향이 짙은 자바디예흐라는 마을에 있다. 도니아는 사진 밑에 “일하다가 아침 먹으로 잠깐 쉬었다”라고 글을 썼다. 다음날 여동생 마리암은 라드가 체포됐다고 트위터에 글을 올렸다.

21세 대학생 마리암은 DW에 “말도 안 되는 소리 같겠지만, 우리가 원하는 건 단순하고 평범한 삶이다. 내 꿈은 체포될 거라는 두려움 없이 평범한 옷을 입고 학교에 가고 친구들과 나가서 웃고 행복하게 지내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독일에 있는 이란 작가이자 운동가인 사디 아민은 DW에 “분노가 모든 사회 계층에 있는 이란 여성들을 결집시키고 있다"고 말했다.

"이란 여성들은 최소한의 기본적인 권리를 위해 싸우고 있다. 여성들이 사람들 앞에서 어떤 모습을 해야하는지를 정부가 결정한다. 40년 이상 구조적으로 여성들의 권리를 박탈해 왔다. 그러나 이란 여성들은 모든 법과 규율, 예를 들어 매일 모든 곳에서 머리에 스카프를 착용하는 것을 따른다고 해도, 마흐사 아미니처럼 체포되고 맞아 죽을 위험 속에 살고 있다.”

당국에 반대하는 이들은 보안 경찰들에게 죽임을 당할 위험을 무릅쓰고 시위를 하고 있다. 노르웨이에 본부를 두고 있는 이란 인권 단체 IHR(Iran Human Rights)에 따르면, 200명 이상의 시위자들이 사망했다.

10월 20일, 32세 여성 가잘레흐 찰라비가 자신의 고향 이란 북부 아몰에서 찍은 시위 영상이 소셜미디어에 올라왔다. 이 영상에는 밤에 광장에서 연기와 함께 불꽃 스파크가 일어나는 장면이 담겨 있었다. “두려워하지 말라, 우리 모두가 함께 있다”라는 외침이 있었으며, 보안 경찰들이 군중들을 향해 발포했다. 

그 직후, 찰라비가 총에 맞고 영상을 촬영하던 휴대폰이 떨어졌으며, 찰라비는 사망했다. 휴대폰은 충격을 받은 시위자들이 비명을 지르고 찰라비가 살아있는지를 확인하는 모습을 영상으로 고스란히 담았다. 

아민은 “여성들은 보안 경찰들의 무자비함을 알고 있다. 그럼에도 거리로 나가 시위를 하는 것이다. 이들은 정치 시스템이 계속 이렇게 유지된다면 자신들의 미래가 좋지 않을 것이라는 것을 잘 안다. 이들은 교육을 받았고, 정보에 정통하다. 자명한 불평등을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라고 말했다.

공식 집계에 따르면 이란 학생의 60%가 여성이다. 그러나 노동 시장에서의 여성의 비율은 15%에 불과하다. 이란의 여성들은 독립적이고 자기 결정권이 있는 삶을 사는 데 있어 구조적인 장애에 부딪히고 있다.

이란에서는 이슬람 율법을 기반으로 한 법이 여성들의 옷차림과 행동을 규정하고 있다. 아버지와 남편이 여성의 삶에 있어 중요한 일들을 결정한다. 당연히 성차별이 구조적으로 광범위하게 퍼져있다.  

2022년 세계경제포럼의 성 격차 보고서에서 성평등 지표에서 이란은 146개국 중에 143위를 차지했다. 무엇보다 여성의 정치 참여의 부족이 이러한 순위에 결정적인 기여를 했다고 DW는 시사했다. 독일의 경우 여성의 정치 활동 참여가 늘어 지난 보고서 때보다 한 단계 위인 10위에 올랐다고 한다.

그러나 이란에서는 권력 구조에 여성들이 들어갈 자리가 전혀 없다. 여성들은 종교 지도자도 될 수 없으며, 대통령 선거에 입후보할 수도 없다. 사법부와 여러 중요 위원회에서도 배제되고 있다. 

마리암은 “내 부모님은 내가 사촌들처럼 이민가기를 원하고 있다. 부모님들은 내가 이곳에서 순탄한 삶을 살지 못할 것이라는 것을 안다. 이민을 간 많은 이란 여성들이 성공을 하고 좋은 삶을 살고 있다. 그러나 나는 안 떠나고 싶다. 이번 기회에 이란이 바뀔지 누가 알겠는가”라고 말했다.  

[위키리크스한국 = 최정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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