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고사태의 진실... 실화범(失火犯)이 소방수 탓하는 격 [조동근 칼럼]
레고사태의 진실... 실화범(失火犯)이 소방수 탓하는 격 [조동근 칼럼]
  • 편집국
  • 승인 2022.11.01 08:37
  • 수정 2022.10.31 0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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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천 레고랜드 코리아 리조트의 모습 [출처=연합]<br>
춘천 레고랜드 코리아 리조트의 모습 [출처=연합]

이재명 대표는 지난 26일 민주당 최고위원회의에서 김진태 강원지사의 ‘강원중도개발공사(GJC)’의 채무불이행 선언으로 대한민국의 자금 시장이 큰 혼란에 빠져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만약 이재명이 공무원들로 하여금 ‘지급하지 마라, 그냥 부도내자’고 결정을 하게 시켰으면” 직권남용으로 바로 수사했을 것이라며 검찰은 왜 김진태를 ‘수사’하지 않는지 모르겠다고 했다.

이재명의 김진태 수사 촉구는 성동격서(聲東擊西) 전략

여기서 ‘사실확인’(fact check)이 필요하다. 김진태 지사는 지난 9월 28일 레고랜드 시행사인 ‘중도개발공사’의 회생신청 계획을 발표했다. 이 대목에서 이재명 대표는 회생신청을 ‘보증채무 변제거부’로 악의적으로 해석했다. 하지만 김지사는 채무변제거부 의사를 밝힌 적이 없다. 내년 1월 29일까지 보증채무를 이행하고 이를 위해 2,050억원을 예산에 반영하겠다고 했다. 그리고 ‘파산時 보증채무전액을 강원도가 떠 안는다’는 계약서를 작성했다고 했다.

중도개발공사가 빌린 2,050억을 ‘강원도민이 대신 변제하는 것을 막기 위해, 회생신청을 했다는 것이 김지사의 설명이다. 회생신청을 하면 법원에 가서 채무조정을 통해 감액을 받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법원을 통한 채무조정’도 선택지 중의 하나라는 입장이다. 도지사로서 할 말을 한 것이다.

한편 이재명 대표는 과거 성남시장 재직 당시 ‘모라토리엄’(채무이행 유예) 선언을 한 적이 있다. 전임자 이대엽 전(前) 성남시장이 수천억원대 채무를 남겼다는 이유에서였다. 그 후 이대표는 “성남시 모라토리엄은 채무조정을 위한 정치쇼였다”고 했다.

이러한 맥락에서 보면, 김지사의 중도개발공사의 ‘2050억원 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에 대한 지급보증 철회 의사표명은 방만한 지방정부 보증채무 부담행위에 대한 경종으로 봐야 한다. 직권남용이 아닌, 지자체장의 고도의 경영(정책)판단으로 해석해야 합당하다.

이재명 대표의 ‘김진태 지사에 대한 수사 운운’은 자신을 향한 ‘검찰의 칼끝과 국민적 의혹의 시선’을 밖으로 돌리기 위한 행위로 비춰질 수밖에 없다. 전형적인 비열한 성동격서(聲東擊西) 전략이다. 그리고 자신의 모라토리움 선언은 상관없고 김지사의 회생절차 신청은 안된다는 것은 말이 안된다.

강원중도개발공사 구조조정 실기(失機)는 누구책임 인가?

김지사 반대세력은 중도개발공사를 “회생절차 track에 넣는 것”은 강원도가 당연히 대신 갚아줄 것이라는 ‘채권자의 믿음’을 저버리는 행위라고 비판하고 있다. 그리고 회생절차에 들어가면, 자산을 헐값 매각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헐값 매각을 하느니, 평소 중도개발공사를 구조조정해 도덕적 해이를 막았어야한다는 것이다. 그런 논리대로라면 ‘구조조정 실기’의 ‘책임 소재’를 따져야 한다. 김지사는 신임지사로 이미 망가질 대로 망가진 중도개발공사를 인수한 것이다. 책임소재를 따진다면 최문순 전(前)지사에게 구조조정 실기의 책임을 물어야 한다.

하지만 최문순 전지사는 레고랜드 회생절차 신청을 채무불이행(디폴트) 선언으로 간주하고 김진태 현(現)지사의 책임이 크다고 직격했다. “정부가 채권 시장에서 최후의 보루인데, 이를 김지사가 무너뜨렸다”는 것이다. 최후의 보루가 넘어지니까 신용이 다 붕괴됐다는 것이다. 그리고 ‘자기만 살겠다는 정치적 목적’으로 지급보증 철회를 했다고 일갈했다. 

결국 최 전(前)시사는 김지사의 회생신청에 방점을 찍으며 자신의 재임 시절 중도개발공사를 제대로 관리·감독했는가라는 근본적인 질문을 피해 간 것이다. 이에 대해 조선일보는 최지사 재임시절 중도개발공사가 강원도의 관리·감독을 제대로 받지 않았다고 보도했다.(10.26 조선비즈. https://biz.chosun.com/topics/topics_social/2022/10/26/LOPFPZ7JU5AUTHJHHE5GO4UMZY) 중도개발공사는 최대주주인 강원도의 지분이 50% 미만이라는 이유를 들어 관리·감독을 안 받고 사실상 ‘민간기업’ 같은 행태를 보였다는 것이다.

경위는 다음과 같다. 2014년 5월 코스닥 상장사 ‘엔티피아’가 중도개발공사 유상증자에 참여해 주식 50만주를 확보해 2대주주가 됐다. 그 결과 강원도의 지분은 50% 이하가 됐다. 그 후 엔티피아가 우여곡절 끝에 상장폐지 됐고 중도개발공사가 엔티피아 몫으로 취득하게 된 ‘자사주’를 매각하지 않아 강원도는 지분율 50% 이상의 ‘지배주주 지위’를 갖지 못했다. 2016년말 강원도의 중도개발공사 지분은 44.02%였다.

요약하면 최문순 지사 시절 강원도의 중도개발공사에 대한 관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고, 중도개발공사의 도덕적 해이가 견제되지 않았다. 김지사 입장에서는 부실해질 대로 부실해진 중도개발공사를 구조조정 없이 그대로 갖고 갈 이유가 없는 것이다. 그래서 ‘회생신청’을 한 것이다. 사건의 본질이 이러함에도, 최문순은 김진태지사가 채무불이행 선언을 해서 채권시장이 파국에 이르렀다고 주장하고 있다.

‘호미(2050억)로 막을 걸 가래(50조원)로 막았다’는 악의적 낙인

민주당 등 반(反)김진태 세력은 김지사의 패착으로 ‘2050억원으로 막을 것을 50조원 플러스 알파의 채권시장 안정펀드로 막았다’고 낙인을 찍었다. 하지만 이는 견강부회이다. 9월 28일 레고사태 이전인 9월 16일 회사채 3년물 금리는 4.6%를 이미 넘었다. 레고사태가 회사채 금리를 끌어올린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올 하반기 들어 증권·저축은행의 대출·차환 거부가 잇따랐다. 따라서 ‘레고랜드 사태’가 ‘부동산 PF시장을 마비시켰다’는 비판은 대단히 악의적인 것이다. 채권 시장 경색은 기준금리와 환율이 급등한 탓이다. 그 뿌리는 미국 연준의 가파른 금리인상에서 비롯된 것이다.

간과해서 안 될 것은 ‘우량 사채(社債)의 비우량 사채 구축’으로 채권시장이 경색된 것이다. 한국전력은 2022년 8월말 현재 회사채 19.3조원을 신규 발행했다. 지난해 발행 규모 10.3조원의 2배를 발행한 것이다. 한전은 탈원전 등으로 올 상반기에만 14.3조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전기요금을 올릴 수 없어 한전채(韓電債)를 발행해 적자를 메꿀 수밖에 없는 구조이다. 문제는 한전채가 고금리를 보장하는 AAA등급이라는 것이다. 한전채가 쏟아지면서 AA급 이하 일반 회사채는 일반 투자자로부터 외면당할 수밖에 없다. 회사채 금리 급등을 김진태지사에게 ‘마녀 사냥식’으로 뒤집어씌워서야 되겠는가? .

민주당 등은 최근의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위기상황을 김진태의 탓으로 돌리고 있다. 부동산 금융시장이 죽어 건설사들의 연쇄도산이 우려된다는 것이다. 단군 이래 최대라는 둔촌주공 재건축조합이 ‘차환’에 성공했다. 만기(10.28) 하루 전, 둔촌주공 PF 자산유동화(ABSTB) 차환에 성공한 것이다. 지난 10. 21 차환에 실패해 시공사업단(현대건설 등)이 대신 상환할 예정이었기에 시공단은 한시름 놓았다.

채권시장 붕괴론자의 주장대로 라면 둔촌주공 재건축조합은 자산유동화 차환에 실패해야 한다. 그럼에도 차환에 성공한 이유는 둔촌재건축의 사업성이 좋기 때문이다. 내년 1월에 5000가구 일반분양이 예정되어 있다. 정부의 채권시장안정 대책이 유효해서 차환발행에 성공한 것이 아니다. 그 이전에 사업성이 좋기 때문에 차환 발행에 성공한 것이다. 문제는 차환금리가 최대 12% 안팎으로 기존 발행 금리(3.55~4.47%)의 거의 3배라는 것이다. 미분양 위험이 없고 회사채 금리가 12% 전후 이니, 차환이 이뤄진 것이다. 이것이 ‘금융논리, 시장원리’인 것이다.

김진태 지사의 회생신청이 ‘보증의무 未이행’이고 ‘채권시장 경색의 방아쇠’였는 가? 아니다. 채권시장 붕괴론을 주장하는 것은 저의가 있다고 밖에 볼 수 없다.

국가(지자체)의 채무보증이 만능인가?

근본적인 질문을 던진다. 국가는 ‘화수분’인가? 회사채 발행과 소화를 위해 지방정부가 보증해야 하는 것이 최선인가? 2022년 현재, 13개 지자체가 26개 사업에 대해 1조7백억원의 지급보증을 서고 있다. 그 자체가 지방정부의 ‘도덕적 해이’인 것이다. 자체적으로 신용보강을 통해 채권시장에서 정상적으로 소화시켜야 한다.

참고로 강원도 재정자립도(2021년 24.81%)는 광역시·도 평균(37.87%) 이하이다. 무분별한 채무보증에 대한 경감심을 불러일으키고, 강원도민의 잠재적 부담을 줄이기 위한 ‘회생신청’이 이재명 대표 말대로 ‘수사대상’이어야 하는 가?

국가와 지자체의 지급보증이 모든 것을 해결해주는 만능열쇄가 아니다. 그렇다면 2050억원의 지급보증 이후 회사채 금리는 ‘고환율·고금리 이전의 정상상태 하’의 금리로 돌아가야 맞다. 김진태지사의 회생신청을 마녀로 몰고 간 세력이 답을 해야 한다.

최문순 전지사에 묻는다. 강원도의 중도개발공사의 2050억 채무보증은 충분한 타당성 검토를 거친 합리적인 조치였나? 레고랜드 프로젝트의 시발점인 ‘영국 머린그룹’과의 계약은 동등조건 원칙을 지켰는가? 레고랜드의 사업성을 ‘현금흐름’으로 증빙할 수 있는 가? 그렇지 않으면 레고랜드는 채산성을 맞출 수 없고 그 차이는 강원도민이 메워야 한다.

이재명 대표와 최문순 전지사는 경제문제를 정치쟁점화해 무엇을 얻고자 하는 가? 그렇다면 ‘실화범이 소방수를 공격하는 꼴’ 아닌가?

한국정치의 후진성을 다시금 드러낸 것이 아닐 수 없다.

/조동근 명지대 경제학과 명예교수, 바른사회시민회의 공동대표

조동근 명지대 경제학과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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