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 프리즘] 중국 내 곳곳으로 들불처럼 번지는 '시위 사태'에서 주목할 점들
[월드 프리즘] 중국 내 곳곳으로 들불처럼 번지는 '시위 사태'에서 주목할 점들
  • 최석진 기자
  • 승인 2022.11.30 05:21
  • 수정 2022.11.30 14:5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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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우루무치 화재 참사 추모식에서 코로나19 봉쇄 해제 요구하는 시민들 : 지난 27일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우루무치 화재 참사 추도식 도중 시민들이 코로나19 봉쇄 조치에 반대하며 시위를 하고 있다. 지난 24일 북서부 신장 우루무치의 한 고층 아파트에서 화재가 발생해 주민 10명이 숨지고 9명이 다쳤다. 당시 방역 강화 차원에서 아파트를 봉쇄하기 위해 가져다 놓았던 설치물이 진화를 막았다는 주장이 소셜미디어(SNS)에 퍼지며 봉쇄 해제를 요구하는 시위가 계속되고 있다. [사진 = 연합뉴스]
지난 27일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우루무치 화재 참사 추도식 도중 시민들이 코로나19 봉쇄 조치에 반대하며 시위를 벌이고 있다. 지난 24일 북서부 신장 우루무치의 한 고층 아파트에서 화재가 발생해 주민 10명이 숨지고 9명이 다쳤다. 당시 방역 강화 차원에서 아파트를 봉쇄하기 위해 가져다 놓았던 설치물이 진화를 막았다는 주장이 소셜미디어(SNS)에 퍼지며 봉쇄 해제를 요구하는 시위가 계속되고 있다. [사진 = 연합뉴스]

코로나 봉쇄 조치에 대한 반발로 시작된 중국의 시위가 계속되면서 민주주의 확대 등의 정치 개혁 요구와 심지어 시진핑 퇴진 목소리까지 나오고 있다고, CNN이 29일(현지 시각) 보도했다. 이 매체는 이와 함께 이번 시위 사태에서 특히 눈 여겨볼 점들을 진단했다.

상하이에서부터 베이징까지 시위들이 중국 전역에서 벌어지고 있다. 중국의 이러한 시위 모습은 점점 더 혹독한 대가를 요구하는 공산당의 코로나 정책에 대한 반발로서는 보기 드문 현상이 아닐 수 없다.

여러 주요 도시들에서 발발한 시위 규모가 커지면서 불만의 목소리 또한 시위대 일부가 민주주의와 자유를 요구하는 수준까지 번지고 있다.

여기에다 수천의 시위 군중 중 일부는 중국 지도자 시진핑 주석의 퇴진까지 요구하고 있다. 시진핑은 거의 3년 가까이 대규모 검사, 강압적 봉쇄, 강제 격리, 그리고 디지털 추적 시스템 가동 등을 포함한 강경 코로나19 전략을 총지휘하면서 중국인의 사회생활 및 경제 활동을 옥죄고 있다.

다음에서 현재 벌어지고 있는 중국의 시위 사태에 대해 주목할 점들을 정리해보았다.

지금 중국인들은 왜 데모를 하는가?

현 시위 사태는 지난주 24일 중국 서부 신장위구르 자치구의 주도인 우루무치시에서 발생한 화재 때문에 촉발되었다. 이 화재로 아파트 건물에 있던 사람들 중 최소 10명이 사망하고 9명이 부상을 입었는데, 화재 관련 동영상이 SNS를 타고 퍼지면서 봉쇄 조치 때문에 소방관들이 늦게 도착했다는 소문과 함께 최초 시위가 일어나게 되었다.

우루무치시는 현재 100일 이상 봉쇄 상태를 견디면서 주민들은 이동 금지 명령 때문에 집 안에만 갇혀 살아야 하는 처지에 있다.

지난주 공개된 해당 동영상들에는 정부 건물을 향해 행진하며 봉쇄 중단을 외치는 우루무치 시민들의 모습이 등장한다. 다음 날 우루무치 자치 당국은 봉쇄 조치를 단계적으로 철폐하겠다고 밝혔지만 이에 대한 분명한 일정이나 시위 사태에 대해서는 입을 다물었다.

당국의 미온적 태도는 시위를 잠재우지 못했고, 시위는 신장을 넘어 급격히 번져갔다. 중국 여러 도시들의 시민들과 대학들이 거리로 나선 것이다.

현 시위들이 벌어지고 있는 지역들은?

시위들은 중국 전역에서 보고되고 있다.

CNN은 현재까지 중국 전역에서 적어도 16개 지역에서 시위가 벌어지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러한 지역들에는 중국 최대의 도시인 수도 베이징과 경제 중심지 상하이가 포함되어 있다.

지난주 토요일 상하이에서는 수백 명의 시민들이 ‘우루무치 거리(Urumqi Road)’에 모여 촛불시위를 벌였다. ‘우루무치 거리’는 우루무치 화재 희생자들을 기리기 위해 시위대가 붙인 이름이다. 시위대는 검열에 항의하는 의미로 백지를 들고 “인권과 자유를 달라!”고 외쳤다.

일부 시위대는 시진핑의 “퇴진”을 외쳐면서 과거 한 세기 이상 동안 사회주의자들의 국가처럼 불리던 ‘인터내셔널 노래(Internationale)’를 불렀다. ‘인터내셔널 노래’는 1989년 잔혹한 진압으로 끝이 난 베이징 천안문 광장의 친 민주주의 시위에서도 불린 것으로 유명하다.

중국의 제로코로나 정책은 특히 상하이시에 극심한 고통을 가하고 있다.

금년 초 상하이에 두 달간이나 이어진 봉쇄 명령이 떨어졌을 때는 상당수 상하이 시민들은 음식과 의료품을 포함한 기타 생필품 부족으로 고통에 시달리면서 대중적 분노가 극에 달하기도 했다.

일요일 밤이 되자 시위 사태는 베이징, 청두, 광저우, 그리고 우한까지 퍼져나갔다. 이 지역들의 거리로 나선 수천의 시위대는 코로나 제한 조치 해제뿐만 아니라 정치적 자유를 요구하면서 더욱 눈길을 끌고 있다. 봉쇄 지역의 일부 시민들은 바리케이드를 무너뜨리고 거리로 나서고 있다.

시위는 대학 캠퍼스에서도 일어나고 있다. 베이징 소재 북경대학 및 칭화대학과 난징의 중국전매대학에까지 시위 사태가 번지고 있는 것이다.

시위 사태는 최근 며칠 사이 중국 본토 시위대들끼리의 야간 시위로 이어지며 연대 의식을 강화하는 수준을 넘어 런던과 시드니 등 해외로까지 퍼지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2020년 중국 당국이 제정한 국가보안법이 반체제운동을 옥죄고 있는 홍콩에서는 월요일 밤 십여 명의 시민이 시내 중심가에 모여 촛불시위를 벌였다. 시민들 중 일부는 백지를 들고 있었고, 다른 사람들은 우루무치 화재 사망자를 기리기 위해 꽃을 바치거나 노래를 불렀다.

지난 27일 중국 베이징에서 백지를 든 시위대가 당국의 방역 정책에 항의하는 모습 [사진 = 연합뉴스]
지난 27일 중국 베이징에서 백지를 든 시위대가 당국의 방역 정책에 항의하는 모습 [사진 = 연합뉴스]

이번 시위 사태를 주목해야 하는 이유는?

공산당이 사회 전반을 철저히 통제하고 있는 중국에서 대중적 시위는 쉽게 볼 수 있는 모습이 아니다. 중국은 반체제운동에 대한 전면적 탄압과 시민 사회 운동의 일소, 그리고 하이 테크놀로지를 동원한 감시가 일상화되어 있는 나라에 속한다.

이 같은 대대적 감시 활동은 신장 지역에서 더욱 위세를 떨치고 있다. 중국 당국은 신장 지역에서 위구르 자치족을 포함해서 소수민족 2백만 명을 집단수용소에서 수감하고 있다는 비난을 받고 있다. 이 집단수용소 생활을 경험한 사람들은 자신들이 육체적 학대와 성적 학대를 당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지난 9월 미국에서 발간된, 신장 위구르 문제를 지적하는 한 보고서는 수십만 명의 생체 데이터베이스를 소지한 경찰의 공격적 감시 활동에 대해 지적한 바가 있다. 이 지역 경찰은 안면 인식이나 안구 인식 같은 수많은 사람들의 데이터베이스를 감시 활동에 활용하고 있다.

하지만 중국 당국은 이 지역의 인권 탄압을 지속적으로 부인하고 있다.

조지아주립대에서 중국 정치와 미디어를 가르치고 있는 부교수 마리아 렙니코바에 따르면, 중국이라고 해서 시위가 전혀 없는 것은 아니지만 이번처럼 규모가 크거나 중앙 정부와 지도자를 직접 겨누는 일은 거의 없었다고 분석했다.

“이번 시위 사태는, 지역 관료들 및 특정 사회·경제적 요구에 초점을 맞추는 경향이 있던 지난 20년 동안의 지역적 시위와는 유형이 다릅니다.”

그녀는 이렇게 말했다. 그 대신 이번에는 '코로나19 정책에 대한 불만과 함께 정치적 불만이 날카롭게 확대되는 양상'을 띠고 있다는 것이다.

중국에서는 제로코로나 정책에 따른 경기 침체와 일상 파괴가 거의 3년 동안 이어지면서 최근 몇 달 사이 대중의 인내심이 한계에 다다랐다는 징후들이 여기저기에서 포착되고 있다.

시진핑이 3선을 확정짓기 불과 며칠 전에 베이징의 육교에서 벌어진 나홀로 시위의 현수막에서 영감을 받아 지난 10월에는 공중화장실 벽과 여러 도시에 제로코로나 정책을 반대하는 표어들이 등장하는 등 고립된 항의 표시들이 이어지고 있다.

또, 11월 초에는 광저우에서 주민들이 봉쇄 명령을 무시하고 바리케이드를 허물고 거리로 나서 구호를 외치는 대규모 시위가 벌어지기도 했다.

당국의 대응은?

지난주 중국 여러 지역에서 발발한 시위는 주말을 거치면서 대체로 평화롭게 해산된 것으로 보이지만 일부는 당국의 강력한 대응을 맞닥뜨려야 했다.

토요일의 상하이 시위는 시위대와 경찰 사이의 몸싸움으로 이어지면서 이른 아침부터 시위대가 체포되기도 했다. 그러나 시위 군중은 이에 굴하지 않고 일요일에 거리로 다시 나와 더 공격적인 반응을 보였다. 관련 동영상은 경찰이 시위대를 밀고 끌고 구타하는 소란스러운 장면을 보여준다.

해당 동영상들에는 수백 명의 경찰관이 주요 도로를 차단하기 위해 인간 바리케이드를 형성하고 확성기를 이용해 해산을 종용하는 장면이 등장하기도 한다.

이후 해당 동영상은 검열관에 의해 중국 인터넷에서 삭제되었다.

한편, 시위를 취재하던 BBC 기자 에드워드 로렌스가 일요일 밤 상하이에서 체포되는 일이 발생하기도 했다. BBC 대변인은 해당 기자가 시위를 취재하던 중 경찰에게 구타와 발길질을 당했다고 주장했다. 그 기자는 그 이후 석방되었다.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28일 로렌스 기자의 체포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해당 기자가 체포되기 전 언론인임을 밝히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외교부 대변인은 시위에 대한 질문을 회피하면서, 대중의 분노가 번져 중국이 코로나19  정책 종식을 고려하는 상황이 올 수도 있는지를 묻는 기자에게 “당신의 질문은 현실을 반영하지 않는다.”고 대답했다.

이 대변인은 나아가 신장 지역의 화재 사건과 코로나19 정책을 연결하는 소셜 미디어 게시물에는 “배후”가 있으며 당국이 “현장에서 벌어지고 있는 상황에 따라 대처 방법을 조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시진핑 주석의 퇴진을 촉구하는 시위에 대해 묻자 그는 “당신이 언급한 상황에 대해서는 잘 모르겠다”고 답했다.

한편, 신장 자치구 우루무치에서 시위가 발생한 다음 날, 해당 지역 당 고위 관리들은 회의를 소집하고 당국에 유언비어 유포, 선동, 코로나 통제 조치에 대한 폭력적인 저항을 '엄중히 대처할 것'을 촉구했다고 관영 언론이 보도했다.

베이징시 당국은 시위 사태에 대해서는 아무런 언급을 하지 않고 주말 주택단지들의 입구를 봉쇄하던 조치를 해제했다.

28일에는 상하이 당국이 시위가 벌어졌던 도로를 따라 높은 장벽을 설치하는 것이 목격되었다. 그리고 전날 밤 시위대가 모인 수도 베이징 중심부에서는 월요일 저녁 경찰 차량이 기괴하게 조용한 거리에서 줄지어 목격되는 등 경찰이 집중적으로 배치되었다.

국영 언론들은 이번 시위 사태를 직접 다루지 않았고, 한 관영 신문은 제로코로나 정책을 '가장 과학적으로 효과적인 접근법'이라고 부르며 보도를 강화했다.

[위키리크스한국 = 최석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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