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 프리즘] 중국에 대한 EU의 딜레마...최대 무역 파트너이면서 제도적 경쟁자 '큰 그림' 숙제
[월드 프리즘] 중국에 대한 EU의 딜레마...최대 무역 파트너이면서 제도적 경쟁자 '큰 그림' 숙제
  • 최석진 기자
  • 승인 2022.12.03 05:31
  • 수정 2022.12.03 08: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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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를 미셸 유럽연합(EU) 정상회의 상임의장과 시진핑 중국 주석이 1일 환담한 후 포즈를 취하고 있다. /신화통신=연합뉴스
샤를 미셸 유럽연합(EU) 정상회의 상임의장과 시진핑 중국 주석이 1일 환담한 후 포즈를 취하고 있다. /신화통신=연합뉴스

'중국과 협력은 해야 하는데, 유럽을 더욱 잠식해들어올 것이 두렵고...'

샤를 미셸 유럽연합(EU) 정상회의 상임의장이 1일(현지 시각) 중국을 방문했다. 미셸 의장은 이날 3시간 넘게 계속된 시 주석과의 회담에서 우크라이나 전쟁을 끝내기 위해 중국이 러시아에 영향력을 행사해줄 것을 촉구했으며, 회담에서는 이밖에도 인권, 대만, 무역 관계, 기후변화에 대해서도 논의했다.

미셸 의장은 "EU는 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으로서 유엔 헌장의 핵심 원칙을 존중하고 러시아의 잔혹한 파괴와 점령을 종식시키는 데 중국이 기여할 것을 기대한다"고 말했고 시 주석은 미셸 의장에게 우크라이나 분쟁의 정치적 해법을 찾기 위한 협상을 촉구했다고 중국 CCTV는 전했다.

CNN방송은 EU에게는 최대 무역 파트너 중 하나이면서도 군사적, 정치적, 지정학적 문제 때문에 선뜻 큰 그림을 그릴 수 없는 EU의 입장을 돌아보는 기사를 내보냈다.

유럽의 대(對) 중국 무역 의존도는 점점 심화하고 있으며, 상당수 유럽 일류 기업들은 중국의 강경 코로나19 정책에도 불구하고 세계 2위 경제국인 이 나라에 투자를 갈망하고 있다.

하지만 점점 앞날을 예측하기 힘들어지는 베이징 당국과의 껄끄러운 관계 및 그동안 자신들이 러시아와 가깝게 지낸 대가가 너무 혹독하다는 유럽의 뒤늦은 후회, 그리고 증가하는 지정학적 긴장 관계는 EU 관리들로 하여금 노출을 줄여야 하는 거 아니냐는 고민을 하게끔 하고 있다.

EU 정상회의 상임의장은 EU 27개 회원국 지도자들이 임명한 대표이다. EU 정상회의 상임의장이 4년 전 마지막으로 시진핑 주석을 직접 만나 회담을 한 뒤로 많은 것들이 변했다.

코로나19 팬데믹,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그리고 중국과 EU간의 제재 보복 악순환은 양측을 긴장 관계로 몰아넣고 있다. 여기에다 지난 10월 대(對) 중국 반도체 수출을 통제하려는 미국이 EU에게도 비슷한 행동을 요구한다는 보도들도 이어지고 있는 실정이다.

미셸 상임의장의 대변인 바렌드 레이츠는 지난주 발표된 성명에서 미셸 상임의장의 중국 방문은 유럽과 중국의 “상호 이익”과 관련된 문제들을 해결하는 데 “시의적절한 기회”를 제공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그는 구체적으로 어떤 문제들이 논의될지에 대해서는 밝히지 않았다.

이러는 가운데 유럽 내 일부에서는 중국과의 관계가 점점 가까워지는 데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유럽은 주요 에너지 공급원인 러시아에 대한 역사적 의존도 때문에 올해 심각하게 타격을 입고, 에너지 구입선 다각화라는 정치적 의제를 촉발하기도 했다.

이 같은 우려는 지난달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가 독일 최고 기업가들을 대동하고 중국으로 날아가 시진핑 주석을 만났을 때에도 불거져 나왔었다. 중국은 독일에게 있어 미국에 이어 2위의 수출 대상국이다.

독일과 같은 유럽 개별 국가들의 문제는 EU 전체의 문제로 확대될 수 있다.

“EU와 중국 사이의 정치적, 전략적 문제는 곧바로 경제적 문제로 비화되는 특성을 보입니다.”

‘유럽 정책 센터’의 리카르도 보르헤스 드 카스트로 부국장은 이렇게 분석했다.

샤를 미셸 EU 정상회의 상임의장 [사진 = 연합뉴스]
샤를 미셸 EU 정상회의 상임의장 [사진 = 연합뉴스]

“대마불사”

EU와 중국 양측은 파트너십 구축에 많은 투자를 해왔다. 지난해 중국과 유럽 간 상품 교역 총액은 7320억 달러로 2019년보다 거의 4분의 1이 증가했다 .

EU 통계청(Eurostat) 자료에 따르면 중국은 EU 상품이 세 번째로 많이 수출되는 나라로, EU 총수출량의 10%를 차지했다. 그리고 중국은 유럽 최대 수입국으로 2021년 기준 22%를 차지했다.

“중국 수출품의 종착지로서 유럽 시장의 중요성은 유럽 내 중국 시장의 두 배 정도에 해당한다.”

중국에 있는 EU 상공회의소(ECCC) 회장 요르그 우트케는 9월 보고서를 통해 이렇게 밝혔다.

보르헤스 드 카스트로 부국장은 EU와 중국과의 관계는 “너무 거대해서 망가질 수 없는, 대마불사와 같다”고 말했다. 그는 유럽은 수익성 좋은 중국 시장과 탈동조화(decoupling) 현상을 보이고 싶어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나는 EU의 전략을 탈동조화 전략으로 보지 않습니다. 그보다는 현재로서는 ‘다각화 전략’에 가깝다고 봅니다. 유럽이 러시아에서 얻은 교훈은 단일 공급자에 만족해서는 안 된다는 사실입니다.”

그는 이렇게 주장했다.

EU 통계청에 따르면 기계, 자동차, 화학 제품 및 기타 제조품이 양측간에 대량으로 거래되는 핵심 상품들이다.

“유럽 기업들은 중국에서 매우 잘 해왔으며 전반적인 장기 전망은 매우 긍정적입니다.”

ECCC의 아담 더넷 사무총장은 CNN 비즈니스와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그는 향후 10년 동안 중국에서 유럽 기업의 수익이 계속 증가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반대로 유럽이 중국에 의존하고 있는 분야, 즉 하이브리드 자동차 및 전기 자동차와 풍력 터빈을 만드는 데 필요한 희토류 금속 공급이 있다. 유럽의 태양광 패널도 대부분 중국에서 제조된다.

하지만 이러한 의존도는 과장되어서는 안 된다고 더넷 사무총장은 말했다.

“가구, 소비재 등 중국이 EU에 수출하는 보다 확대된 품목을 보면 다른 곳에서 얻을 수 있는 것들도 많습니다.”

그는 이렇게 분석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국은 유럽이 중국과 멀어지도록 더 많은 압력을 가할 수 있다고, 보르헤스 드 카스트로 부국장은 지적했다. 10월 초 워싱턴 당국은 중국 기업이 허가 없이 고급 반도체 칩과 반도체 제조 장비를 구매하는 것을 금지했다.

네덜란드 반도체 메이커인 ‘ASM 인터내셔널’의 벤자민 로 대표는 수요일 <파이낸셜 타임즈> 에 미국이 네덜란드 정부에게도 자신들과 유사하게 강경한 입장을 취하도록 “많은 압력을 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러한 압력은 이미 효력을 나타내고 있는지도 모른다. 독일은 지난달 보안 문제 때문에 반도체 공장 중 하나를 중국 테크놀로지 기업에 매각하는 것을 저지하기도 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사진 = 연합뉴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사진 = 연합뉴스]

“제도적 경쟁자”

브뤼셀과 베이징 간의 경제 관계는, 호혜의 원칙 하에 있기는 하지만, 최근 몇 년 사이 다른 문제들 때문에 약화되고 있다.

시장조사 기업 ‘로디움 그룹(Rhodium Group)’의 분석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의 EU에 대한 직접 투자는 2013년 이후 두 번째로 낮은 수준으로 떨어졌다. 2016년 이후 거의 78%나 하락한 것이다.

“유럽에 대한 중국의 투자 수준은 현재 10년 만에 최저 수준입니다.”

‘로디움 그룹’의 이사인 아가사 크라츠는 베이징의 엄격한 자본 통제와 EU 규제 당국의 혹독한 조사를 거론하며 이렇게 밝혔다.

중국에 대한 EU의 투자도 한쪽으로 더욱 쏠리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로디움 그룹’ 자료에 따르면 2018년에서 2021년 사이에 영국을 포함하여 중국에 대한 상위 10대 유럽 투자자가 중국 대륙 전체 투자의 거의 80%를 차지했다.

그리고 자동차 회사들인 폭스바겐, BMW, 다임러, 그리고 화학 대기업 BASF 등 4개의 독일 기업만이 4년 동안 유럽 전체 투자의 3분의 1 이상을 차지했다.

중국과 EU 간의 예정되었던 한 투자 거래는 지난해 유럽연합 의원들이 인권 유린 혐의로 중국 관리들에 대해 제재를 가하고, 이제 맞서 중국도 자체적인 제재로 보복하면서 서랍 안에서 잠자고 있다.

수년간의 회담 끝에 2020년에 원칙적으로 합의된 이 거래는 중국에서 활동하는 유럽 기업들이 오랫동안 불평해 온 중국 정부의 보조금 문제를 해결하는 차원에서 추진되었었다.

EU 외교관들은 지난 4월 중국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암묵적으로 인정하는 등 점점 더 많은 부정적 요소들이 관계를 악화시키고 있다고 말했다. 그들은 중국을 “협력과 협상의 파트너이자 경제적 경쟁자이자 제도적 경쟁자”라고 묘사했다.

코로나19 대처에 따른 혼란

ECCC의 아담 더넷 사무총장에 따르면 중국 내 유럽 기업의 가장 시급한 문제는 엄혹한 제로 코로나 정책이라고 한다.

“작년에는 코로나 롤러코스터였습니다.”라고 그는 말했습니다. 

“될 듯 될 듯할 때마다 무언가가 우리를 뒤로 잡아당겼습니다.”

그는 이렇게 덧붙였습니다.

중국에서는 지난 주말 동안 수천 명의 시위대가 전국에서 거리로 나와 가혹한 코로나19 통제에 반대하는 보기 드문 시위들을 벌였다. 이후 상하이와 다른 주요 도시에서는 일부 코로나 통제가 해제되기도 했다.

보안 연구 그룹인 ‘영국 왕립 연합 서비스 연구소(Royal United Services Institute)의 라파엘로 판투치 수석 연구원은 CNN에, 특히 소규모 기업들 사이에서 베이징 당국의 불타협 노선 때문에 중국에 대한 투자가 망설여진다는 불만이 나오고 있다고 들려주었다.

“중국의 일반적인 비즈니스 환경이 더 까다롭다고 인식되고 있으며, 규모와 잠재력 면에서 여전히 참여해야 한다고 느끼는 기업들이 있는 반면 점점 더 많은 중소기업들이 사업을 포기하고 있습니다.” (판투치 수석연구원)

[위키리크스한국 = 최석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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