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Z세대 첫 금융 접점은 창구 아닌 디지털…시장 니즈 우선 파악해야
'3고(고물가·고금리·고환율) 현상'이 이어지면서 내년에도 카드업권의 고전이 예상되는 가운데 이를 극복하기 위한 방안으로 "디지털 플랫폼에 적응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13일 오후 서울 은행연합회관에서 진행된 ‘3고 경제시대 여전업 전망과 대응방향’ 포럼에서 유창우 비자코리아 상무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로 변하지 못하는 금융기관은 도태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게 됐다”라며 이같이 말했다.
코로나19 이후 풀린 막대한 유동성과 이후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한 금리인상 기조로 이른바 ‘3고 현상’이 빚어지면서 현재 카드사들의 수익성·성장성·건전성에는 빨간 불이 들어오는 상황이다.
수신기능이 없는 만큼 카드사들은 외부 차입을 통해 비용을 조달하는데 금리가 오르면서 조달비용이 늘어 성장성에 제동이 걸렸다. 은행권 한도에 막힌 차주들의 카드론 이용이 늘면서 수익성은 예상 밖의 결과를 거뒀지만 취약 차주들의 상환 부담이 늘며 건전성 문제가 불거지는 중이다.
여기에 대형 핀테크사들이 금융시장 진출을 서두르면서 시장경쟁력 또한 위협을 받는 처지다. 카드사들의 변화가 촉구되는 것은 이 지점이다. 기존 방식의 신규고객 확보나 영업방식으로는 성장에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유 상무는 “디지털 생태계에서 카드사가 가진 비교우위 역량이 어떤 것인지 고민해야 한다”라며 “시작이 다르고 시장을 바라보는 시각도 다르고 역량도 달라 공룡 IT기업들과 경쟁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해외 전문가들은 지난 10년 간 많은 기업들이 자체 플랫폼을 만들기 위해 투자해왔다면 앞으로 10년은 다양한 디지털 플랫폼에서 본연사업을 어떻게 추진할 것인가를 얘기하고 있다”라고 전했다.
디지털 플랫폼이라는 새 환경에 적응하기 위한 방안으로는 크게 세 가지가 제시됐다. ▲자체적으로 플랫폼을 구성하거나 ▲핀테크 등 다른 기업들이 구성한 플랫폼에 참여하거나 ▲이를 지원하면서 협업하는 방식이다.
MZ세대의 특징을 이해해야 한다는 조언도 덧붙였다. 과거에는 카드사가 결제시장을 만들고 원하는 방향으로 시장을 유도했지만 디지털 중심으로 시장이 옮겨가면서 MZ세대를 중심으로 첫 금융경험이 카드나 은행이 아닌 빅테크를 통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는 것이다.
유 상무는 “현재 금융시장은 변곡점에 있고 기존 금융사는 최대한 시간을 늦추면서 기존 상태를 유지하고 싶어하는 상황”이라면서도 “현실은 그렇지 않다. 고객과의 접점이 과거에는 은행이었다면 최근에는 MZ세대를 중심으로 디지털 채널에서 금융상품과 서비스를 접하는 경우가 많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유 상무는 “이제 우리 산업에 대한 정의보다 시장이 원하는 것이 뭔지를 먼저 정의해야 한다”라며 “금융산업은 디지털 생태계에 대한 이해를 제대로 해야 한다”라고 덧붙였다.
[위키리크스한국=김수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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