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가 新풍속도] 희망퇴직도 세대차…MZ엔 '기회', 장기근속자엔 '찍어내기'
[금융가 新풍속도] 희망퇴직도 세대차…MZ엔 '기회', 장기근속자엔 '찍어내기'
  • 김수영 기자
  • 승인 2022.12.15 17:48
  • 수정 2022.12.15 18: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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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세부터' '두둑한 사업자금도'...관행으로 굳어진 희망퇴직
희망퇴직 신청 반려에 아쉬움도…세대 간 극명한 인식차
금융권의 희망퇴직 적용연령이 내려오면서 이를 둘러싼 인식도 세대 간의 차이를 보이고 있다. [출처=픽사베이]

“그런 기회 또 없었죠. 한 3억쯤 땡길(당길) 수 있었거든요. 제 사업 할 수도 있고 2년치 급여 받고 이직할 수도 있었는데 반려되면서 망했죠 뭐.”

국내 한 금융사에 재직 중인 A씨는 이렇게 말했다. 40대 초반인 그는 올해 회사의 희망퇴직 신청 접수 공고를 보고 지원했지만 필수인력이라는 이유로 신청이 반려됐다고 한다. 이 회사는 당시 24개월치 급여 일시지급을 희망퇴직 조건으로 내걸었다.

보수적인 금융권에서도 희망퇴직을 바라보는 시선은 예전과 크게 달라졌다. 과거 회사가 퇴사 신청을 받는다는 것은 사실상 정리해고로 받아들여졌지만 노동권이 강화되면서 희망퇴직이나 명예퇴직이라는 형식으로 전환됐다.

15일 금융권에 따르면 이미 업계 내에서의 희망퇴직은 관행처럼 굳어진 상태다.

일방적으로 회사가 직원을 퇴출하는 정리해고는 경영상의 어려움이나 특정 직원으로 인한 손실을 입증해야 하는 등 요건이 까다롭지만 희망퇴직은 직원과 회사가 위로금이나 지원금 등의 협의절차를 거치는 만큼 상대적으로 진행이 수월하다. 물론 회사 입장에선 일시에 목돈이 빠지는 만큼 일회적인 손실은 불가피하다.

희망퇴직에 대한 시선이 변한 것은 구성원들의 인식 전환 및 세대 차이와도 관련이 있다. 이전에는 조직을 위해 살신성인하는 자세를 으뜸으로 여겼지만, MZ세대를 중심으로 개인주의적 성향이 뚜렷해지면서 회사와 직원의 관계는 철저한 업무관계로 설명된다는 것이다.

어느 정도 연차가 쌓인 몇몇 젊은 직원들은 희망퇴직 시기를 기다리기도 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위로금 명목으로 지급되는 2~3년치 급여로 목돈을 챙기고 이직이나 자기사업을 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최근 기자와 만난 자리에서 보험업권의 한 관계자는 사내 세대 차이에 대해 이렇게 말하기도 했다. 그는 현재 40대 후반으로 1990년대 중반부터 사회생활을 시작했다고 한다.

“저희가 입사했을 땐 어떻게 회사에서 잘리지 않고 다닐 수 있을까가 고민 중 하나였는데 요즘엔 인식이 확실히 다르다는 걸 느낀다. 처음엔 이기적이라 생각하고 혼도 많이 냈는데 지금은 세대 차이라는 걸 인정하고 있다. 완전히는 아니지만.”

반면 장기근속 직원들은 젊은 직원들과는 달리 상시퇴직이나 희망퇴직 같은 제도가 ‘있어선 안 될 것’이라며 반발하기도 한다. 이들이 특히 반대하는 것은 상시퇴직제도다. 회사에서 저성과자나 고연봉자들을 솎아내기 위한 수단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대부분 금융사들은 반기 혹은 매년 정기적으로 상시퇴직제도를 시행 중이지만 희망퇴직과 동일선상에 놓이는 점은 경계하고 있다. 직원들의 신청으로 진행된다는 점은 같지만 상시퇴직은 고연봉 장기근속자 일부가 대상인 반면 희망퇴직은 업황이 악화되는 등 경영상 어려움에 처한 경우에 대규모로 실시된다는 것이다. 상시퇴직의 확장판인 셈이다.

특히 금융사가 특정 직원들을 퇴직 대상으로 점찍고 상시퇴직을 신청하지 않으면 인사상 불이익으로 보복하는 경우까지 있다는 하소연도 나온다.

30년 가까이 재직했다는 한 생보사 관계자는 “상시퇴직이라는 건 고연봉 장기근속자를 선별해내기 위한 수단”이라며 “회사의 요구를 무시하고 버티면 연고지도 없는 먼 곳으로 인사 발령을 내는 못된 관행이 아직도 남아 있다”라고 말했다.

[위키리크스한국=김수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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