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화 속 도시 하층민 삶 그린 '난쏘공' 조세희 작가 별세
산업화 속 도시 하층민 삶 그린 '난쏘공' 조세희 작가 별세
  • 한시형 객원기자
  • 승인 2022.12.26 05:47
  • 수정 2022.12.26 05:4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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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가 조세희2008년 열린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 출간 30주년 기념낭독회 및 '침묵과 사랑' 출판기념회 모습 [연합뉴스]
소설가 조세희2008년 열린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 출간 30주년 기념낭독회 및 '침묵과 사랑' 출판기념회 모습 [연합뉴스]

연작소설집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으로 대중에도 잘 알려진 소설가 조세희가 25일 지병으로 별세했다. 향년 80세.

조 작가 아들인 조중협 도서출판 이성과힘 대표는 "조세희 작가가 오늘 지병으로 강동경희대병원에서 타계했다"고 밝혔다.

또 다른 유족은 연합뉴스와 한 전화 통화에서 "오랜 기간 병석에 계셨는데 일주일 전부터는 상태가 안 좋으셔서 중환자실로 옮겼다"며 "올해 4월 코로나19를 앓고 요양병원에서 지내시면서 (마지막) 대화도 제대로 나누지 못했다"고 말했다.

1942년 경기도 가평에서 태어난 고인은 서라벌예대 문예창작과와 경희대 국문학과를 졸업했다.

이후 1965년 경향신문 신춘문예에서 단편 '돛대 없는 장선(葬船)'이 당선돼 등단했으나 10년 동안 소설 작품을 쓰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다 1975년 '칼날'을 발표하며 다시 작가의 길을 걷기 시작한 고인은 '뫼비우스의 띠', '내 그물로 오는 가시고기' 등 단편 12편을 묶은 소설집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을 1978년 문학과지성사에서 단행본으로 출간했다.

고인의 대표작인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은 난장이네 가족을 통해 산업화의 그늘에 신음하는 도시 하층민의 삶을 그렸다.

서울시 낙원구 행복동 무허가 주택에 사는 난장이 가족과 주변 인물들을 통해 1970년대 빈부 격차와 사회적 갈등을 사실적으로 그려냈다. 급격한 산업화 과정에서 재개발로 인해 행복동 판자촌에서 쫓겨나게 된 난장이 가족의 절망적인 현실은 우리 사회 불평등과 계급 갈등과 같은 병리적 세태를 환기했다.

고인은 2002년 이 작품에 대해 "재개발 지역의 세입자들과 식사를 하는 동안 철거반들이 대문과 시멘트 담을 부수고 들어오는 것을 보고 싸우다 돌아오면서 한동안 포기했던 소설을 다시 쓰기 시작했다"면서 "유신정권의 피 말리는 억압 독재가 없었다면 '난장이가 쏘아올린 공'은 태어나지 않았을 것"이라고 회고했다.

이 소설은 출간 이후 최인훈의 소설 '광장'과 함께 젊은층에도 널리 읽혔으며 2000년대에는 대학수학능력시험에 출제되기도 했다. 올해 7월까지 320쇄를 돌파한 이 책의 누적 발행 부수는 약 148만 부에 이른다.

고인은 2000년 '작가의 말'에서 "나의 이 '난장이 연작'은 발간 뒤 몇 번의 위기를 맞았었지만 내가 처음 다짐했던 대로 '죽지 않고' 살아 독자들에게 전해졌다"고 쓴 바 있다.

christmashan@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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