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과 원전의 '헤어질 결심'…탈원전 딛고 기사회생 준비
두산과 원전의 '헤어질 결심'…탈원전 딛고 기사회생 준비
  • 최종원 기자
  • 승인 2022.12.27 16:53
  • 수정 2022.12.27 16:5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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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K-택소노미에 '원자력' 포함해 친환경 에너지로 인정
원전 주력으로 하는 두산에너빌리티에 호재 가능성 대두
신한울 3·4호기 재개, 이집트·폴란드 원전 수출 상황 봐야
영화 '헤어질 결심'에 등장한 실시간 데이터 시각화 솔루션 알테어 '판옵티콘'
영화 '헤어질 결심'에 등장한 실시간 데이터 시각화 솔루션 알테어 '판옵티콘'

"사실 원전 완전 안전하거든요."

올해 칸영화제에서 감독상을 받은 영화 <헤어질 결심>엔 이런 대사가 등장한다. '치정멜로'로도 불리는 로맨스 드라마 영화에서 뜬금 없이 원자력 발전소(원전)의 안전함을 홍보한다. 주인공이자 부산경찰서 강력계 형사인 해준의 아내인 정안은 원자력발전소 안전관리팀에서 일하고 있다. 영화 초반에 붙여둔 신문기사를 카메라가 스칠 때 "핵인싸, 엄마 원전 완전 안전"이라는 기사 제목이 나온다. 영화 <판도라>나 HBO 제작 드라마 <체르노빌>에서 원전이 대규모 재난·재앙을 불러 일으킨 것과는 상반된 이미지다.

단순한 영화 얘기가 아니다. 우리나라에서도 원전을 보는 시각이 긍정적으로 변화하고 있다. 전임 문재인 정부가 원전 비율을 축소하고 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와 화력발전 비중을 늘리는 탈원전 정책 하에서 원전은 부정적 이미지가 강했다. 하지만 올해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한국형 녹색분류체계(K-택소노미)' 초안에 원전이 포함되며 원전 역시 신재생에너지로 인정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K-택소노미엔 ▲온실가스 감축 ▲기후변화 적응 ▲물의 지속가능한 보전 ▲순환경제로의 전환 ▲오염 방지 및 관리 ▲생물다양성 보전 등 6대 환경목표 달성에 기여하는 '친환경 경제활동'의 원칙과 기준이 제시돼 있다. 지난해 12월엔 원전이 배제됐지만 지난 9월 원전을 포함하는 방향의 개정 초안이 공개됐다. '원자력 핵심기술 연구·개발·실증'은 녹색 부문에, '원전 신규건설’과 ‘원전 계속운전'은 전환부문에 포함됐다. 전임 정부의 탈원전 기조와는 반대로 흐르고 있는 것이다.

지난 6월 17일 '에너지 및 기후에 관한 주요국경제포럼(MEF) 화상 정상회의에 참석한 한덕수 국무총리. [출처=국무총리실]
지난 6월 17일 '에너지 및 기후에 관한 주요국경제포럼(MEF) 화상 정상회의에 참석한 한덕수 국무총리. [출처=국무총리실]

값비싼 신재생에너지 대신 원전을 통한 그린수소 전환도 주목을 받고 있다. 원전은 탄소를 배출하지도 않고 신재생에너지에 비해 생산단가가 매우 저렴하다. 2020년 기준 태양광과 풍력 등 신재생에너지를 이용한 전력 1㎾h 발전원가는 264.6원으로 원자력(54원)과 비교하면 5배 비싼 수준이다. 반면 원전은 유연탄(83.3원)ㆍ무연탄(118.3원)ㆍLNG(126원) 등에 비해서도 생산단가가 낮다.  

특히 국내에선 좁은 국토 면적과 높은 산지 비율 특성상 재생에너지 발전이 쉽지 않아 2050년까지 수소에너지 전체의 80% 이상을 그린수소로 전환하겠다는 목표를 달성하기 어렵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앞서 지난 6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주최한 에너지·기후 포럼에서도 원전을 에너지 안보와 탄소 중립 수단으로 적극 활용하겠다고 밝혔다. 원전 활용도를 높이겠다고 밝힌 만큼 수소산업과 연계해 생산·공급체계를 한층 빨리 가다듬겠다는 구상이다.

정부의 달라진 방침이 한때 원전과 '헤어질 결심'을 했던 두산그룹엔 호재가 되고 있다. 두산그룹 전체 매출에서 원전이 차지하는 비중은 정확히 알려지지 않았지만 과거엔 두산중공업(현 두산에너빌리티)의 매출의 20% 이상을 책임지는 알짜 사업으로 평가 받았다. 국내에서 건설되는 원자력발전소에 원자로를 공급했고, 국내 유일 원전 주기기 제작 기업으로서 지난 40년간 전세계에서 가장 많은 원자력 주기기를 공급했다.

경북 울진 신한울 원자력발전소 1호기와 2호기의 모습. [출처=한국수력원자력]
경북 울진 신한울 원자력발전소 1호기와 2호기의 모습. [출처=한국수력원자력]

하지만 탈원전 정책 이후 경북 울진에 착공이 예정된 신한울 3, 4호기 공사가 중단되며 수익성이 악화되는 위기에 놓였다. 두산그룹의 위기엔 두산인프라코어와 두산건설로 대표되는 유동성 부족이 한 몫 했지만 탈원전 등 복합적인 요인이 작용했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두산 관계자는 "어느 한 곳의 문제라고 보긴 어렵고, 탈원전도 위기에 영향을 끼쳤다"고 설명했다. 

두산중공업은 지난 3월 정기주주총희 의결을 통해 두산에너빌리티로 사명을 변경했다. 에너빌리티는 에너지(Energy)와 지속가능성(Sustainability)을 결합한 단어다. 두산에너빌리티는 7월 '2022 통합보고서'를 발간해 SMR(소형모듈원전)를 포함한 차세대 원전을 4대 성장사업을 소개했다. 앞으로 기존 사업에 대한 매출 비중은 줄이면서 신재생에너지와 SMR 등 신사업을 중심으로 매출을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두산그룹은 원전을 통한 안정적인 수익 창출원이 절실한 상황이다. 두산그룹의 3분기 연결 기준(계열사 모두 포함) 부채비율은 152.5%로 300%대를 웃돌던 과거에 비해 크게 나아졌지만 안심할 수는 없는 수치다. 같은 기간 두산그룹의 별도 기준(지주사) 부채비율은 65.3%를 기록했는데 지주사의 평균 부채비율(2022년 기준 32.7%)보다 2배 이상 높다. 두산은 자본 건전성을 위해 아픈 손가락인 두산인프라코어와 두산건설도 매각한 바 있다.

박정원 두산그룹 회장이 지난달 15일 경남 창원 두산에너빌리티 원자력 공장 내 원자로 헤드 앞에서 원전 모형을 보며 사업 현황을 점검하고 있다. [출처=두산]
박정원 두산그룹 회장이 지난달 15일 경남 창원 두산에너빌리티 원자력 공장 내 원자로 헤드 앞에서 원전 모형을 보며 사업 현황을 점검하고 있다. [출처=두산]

윤석열 대통령은 역대 대통령 중 최초로 지난 6월 경남 창원시에 위치한 두산에너빌리티 공장을 방문해 “우리 정부의 고위 관계자들도 원전 세일즈를 위해 백방으로 뛸 것"이라며 적극적인 지원을 약속했다. 정부가 올해 이집트 원전 엘다바 프로젝트와 폴란드 원전 건설 사업 협력 추진으로 2009년 아랍에미리트(UAE)에 바라카 원전 수출 이후 약 13년 만에 '한국형 원전' 수출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두산에너빌리티에도 호재로 작용할 수 있다. 두산에너빌리티는 이집트 엘다바 원전 관련 수주액을 6000억원으로 추정하고 있다. 폴란드 수주가 확정되면 주기기까지 공급하기 때문에 전체 수주액에서 두산에너빌리티 등 원전업계가 차지하는 비중도 커지게 될 것으로 관측된다.

두산에너빌리티 측은 다만 신한울 3·4호기 원자력발전소 건설이 재개되지 않은 데다 폴란드 원전 사업 또한 MOU(업무협약) 체결 수준이라 확정된 게 없어 당장 매출에는 큰 영향이 없을 것이란 입장이다. 두산에너빌리티 관계자는 "신한울 3·4호기 원자력발전소는 아직 건설 재개를 기다리고 있고 이집트 엘다바 원전도 아직 착공에 들어가지 않았다"며 "아직은 상황을 지켜봐야 한다"고 밝혔다.

[위키리크스한국=최종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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