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언스 줌인] 윤리적 기준 높아진 동물 실험에도 '곤충'은 예외...곤충들은 정말로 통증을 느끼지 못할까
[사이언스 줌인] 윤리적 기준 높아진 동물 실험에도 '곤충'은 예외...곤충들은 정말로 통증을 느끼지 못할까
  • 유 진 기자
  • 승인 2023.01.15 07:02
  • 수정 2023.01.15 0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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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업, 동물실험, 먹이로 매년 수조마리씩 희생되는 곤충들의 생명적 가치
[사진=더 컨버세이션]
윤리학적 기준이 높아진 동물 실험에도 곤충만큼은 예외로 취급되고 있는 가운데 마틸다 기번스 교수가 이끄는 연구팀은 곤충도 고통을 느낀다는 의견을 제시하고 있다. [사진=더 컨버세이션]

“과연 곤충 ‘무통증설’은 입증된 사실일까?”

그동안 발표된 수많은 연구 결과들은 대부분 곤충들이 충격을 받아도 고통을 느끼지 않는 다는 것이었다. 곤충이 육체적 통증을 느끼지 않을 것이라는 사실이 입증되지 않은 탓에 윤리학적 기준이 높아진 동물 실험에도 곤충만큼은 예외로 취급돼왔다.

매년 약 790억 마리의 포유류와 조류 가축이 도살되는 가운데, 곤충은 해마다 적어도 1조 마리 이상이 동물 실험과 먹이로 쓰이면서 죽임을 당하고 있다.

일반적인 도살 방법에서 곤충들은 극심한 더위와 추위를 겪고, 굶주림이 강요되고 있다. 학자들은 많은 동물이 고통을 경험한다는 것을 인식했지만, 곤충은 늘 예외였다.

이와 관련 퀸메리대학 생물학 마틸다 기번스 교수가 이끄는 연구팀은 미세한 자극을 통한 꿀벌의 반응을 통해 꿀벌이 자극에 반응하는 것은 인간과 다른 동물들이 느끼는 통증과 유사한 것을 발견했다.

연구팀은 300개 이상의 연구를 조사한 결과, 적어도 일부 곤충들이 고통을 느낄 것이라고 호주 매체 ‘더 컨버세이션(The Conversation)’을 통해 가능성을 제기했다.

농업에 사용되는 살충제는 매년 수 조 마리 이상의 야생 곤충을 죽이고 있다. 사망의 원인은 마비, 질식 혹은 장기가 녹아서 부패하는 것이다.

곤충들이 고통을 느낀다고 가정한다면, 곤충 사육과 해충 방제는 곤충들의 큰 고통을 야기할 것이라고 연구팀은 지적했다.

곤충들이 고통을 느낀다는 증거는 계속 축적되고 있지만, 동물 복지 논쟁과 법은 보편적으로 곤충을 무시하는 경향이 있다. 한 가지 이유는 역사적으로 곤충들은 단순하고 수명이 짧다고 여겨졌기 때문이다.

곤충들이 고통을 느끼는지에 대한 질문을 정확하게 답하는 것은 어렵다. 고통은 문제가 있는 사람이 말을 할 수 없을 때 통증을 진단하기 어려운 것처럼 고통은 본질적으로 ‘사적인 경험’에서 답이 정해지는 것이다.

1980년대까지 대부분의 외과의사들은 아기들이 고통을 느낄 수 없다고 믿었다. 비명과 몸부림과 같은 명백한 반응이 ‘그냥 반사적’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마취제를 거의 사용하지 않았던 것이다.

비록 아기들이 고통을 느낀다는 증거를 갖고 있지 않지만, 대부분 사람은 아기들이 확실하게 고통을 느낀다는 것을 받아들였다.

기번스 교수는 “자신의 고통을 직접적으로 말하거나 전달할 수 없는 존재라면, 상식과 확률에 의존할 필요가 있다”며 “통증과 관련된 규제 지표가 더 많이 발견될수록 그 확률을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곤충과 통증의 관계에 대한 연구들이 진행되고 있다. 연합뉴스
곤충과 통증의 관계에 대한 연구들이 진행되고 있다. 연합뉴스

뇌의 통증 

일반적으로 곤충이 통증을 느끼지 않을 것이라는 이유는 다치더라도 그 통증을 뇌가 처리하는 것이 아니라는 생각 때문이다.

곤충들이 통증에 반응하는 행동을 보여도 이 반응이 뇌를 통한 것인지, 아니면 뇌를 통하지 않는 반사적 행동인지 잘 알려져 있지 않다는 것이 그 이유다.

통각(nociception)은 통각수용체로 위험을 감지하는 ‘감각’이고, 통증(Pain)은 신경이 뇌에서 몸에 내려보내는 ‘결과물’이다.

연구원들은 곤충들이 지각력을 보이는 것을 오래전부터 알고 있었다. 곤충들은 자극을 인지할 수 있는 ‘통각’이 있고, 지각할 수 있는 '통각'과 '통증' 모두 서로 독립적으로 일어날 수 있다. 

최근 연구팀은 꿀벌의 반응이 각자의 동기에 따라 다르다는 것을 발견했다.

꿀벌들이 가장 좋아하는 설탕물을 뜨겁고 차갑게 나눠서 실험한 결과, 꿀벌은 가열된 설탕물을 계속 피했지만 가열되지 않은 설탕물보다 더 달게 공급한 경우, 뜨거운 것을 선택하기도 했다.

하지만 모두 같은 농도의 설탕물일 경우, 꿀벌은 가열된 설탕물을 전부 피했다. 

꿀벌의 설탕에 대한 사랑은 뜨거움이 싫은 것보다 더 크다는 것이다. 꿀벌들의 단순한 반사 신경 그 이상이기 때문에 벌들은 고통을 느낀다는 것을 암시한다는 것이 연구진의 설명이다. 

벌들은 가열되고 가열되지 않은 꿀물을 기억했고, 서로 대립되는 요소를 구분하는 것에 대한 기억은 뇌를 통해 이루어졌고, 어떤 꿀물을 먹을지 결정하는 데 사용했다.

고통의 지표

영국은 무척추동물인 갑각류와 두족류의 고통을 인정하면서 동물복지법에 포함했다. 이에 따라 연구팀은 곤충도 고통을 느낀다는 것을 동물복지법의 기준을 통해 평가했다.

영국 동물복지법은 동물의 신경계가 고통을 유발하는지와 행동이 고통을 나타내는지를 평가하는 9가지 기준을 가지고 있다.

파리와 바퀴벌레는 9가지 기준에서 6가지 기준을 충족한다. 벌, 말벌, 개미는 4가지 기준을 충족하고 나비, 나방, 귀뚜라미, 메뚜기는 3가지 기준을 충족하다.

기번스 교수는 “이는 많은 곤충이 여전히 고통에 대한 ‘명백한 증거’를 보여주고 있다”며 “어떠한 곤충도 기준을 충족시키지 못한다는 증거를 발견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곤충의 고통에 대한 증거가 영국 법에 의해 이미 보호되고 있는 다른 동물의 고통에 대한 증거와 거의 동일하기 때문에 우리의 발견은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영국 정부는 문어와 게를 모두 동물복지법에 포함해 법적으로 고통을 느낀다고 인정했다. 영국은 고통을 느낀다는 증거가 법적 보호를 보장한다고 선례를 남겼다.

적어도 몇몇 곤충들이 동물복지법 기준에 부합하기 때문에 그들도 보호해야 할 것이라는 게 연구팀의 입장이다.

1986년 동물보호법은 동물에게 고통을 주거나 해를 끼칠 수 있는 실험을 규제하기 위해 만들어진 법이다.

기번스 교수는 “곤충을 보호하는 것은 곤충 연구를 규제하고, 실험하는 곤충 수를 줄이는 것”이라며 “동물보호법 기준에 의해 곤충들 또한 고통을 느낀다는 근거를 갖도록 보장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마지막으로 살충제는 야생 곤충들에게 큰 문제”라며 “곤충들의 고통을 최소화할 수 있는 살충제를 개발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위키리크스한국=유 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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