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 FOCUS] ‘네옴시티’에 요동치는 건설업계…“제3중동붐 기대감 속 ’그린워싱’ 지적도”
[건설 FOCUS] ‘네옴시티’에 요동치는 건설업계…“제3중동붐 기대감 속 ’그린워싱’ 지적도”
  • 김주경 기자
  • 승인 2023.01.09 09:02
  • 수정 2023.01.09 11:5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주요건설사, 국내 주택시장 침체에 UAE·사우디 등 중동 국가 진출 눈독
오일머니 풍족 ‘중동 호재’도 일부 반영… 글로벌 건설업 호황 기대감↑
건축업계 일각 “네옴 프로젝트, 허구일 가능성…‘그린워싱’ 지적도 제기 ”
삼성물산·현대건설 ‘더라인’ 공사 진행…현엔·삼엔·대우·롯데 잇따라 진출
건설사 타격 감안해야…“공사 파이낸싱·발주처 갑질’ 오롯이 부담할 수도”
사우디아라비아 후계자인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가 구현할 미래도시 야심작인 ‘네옴시티 더 라인’ 조감도. [사진=AFP 연합뉴스]
사우디아라비아 후계자인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가 구현할 미래도시 야심작인 ‘네옴시티 더 라인’ 조감도. [사진=AFP 연합뉴스]

국내 건설사들이 해외 시장을 공략한 움직임이 본격화될 조짐이다. 국내 부동산 경기가 침체 국면에 접어든 가운데 글로벌 메가 프로젝트 발주가 줄줄이 예정되어 있어서다. 사우디아라비아가 추진 중인 초대형 건설 프로젝트 ‘네옴시티’로 급등락을 반복했던 중동 개발 관련주들이 연초부터 다시 요동치고 있다.

중동국가들은 오일머니가 풍족하다. 그 자금들이 일부 풀리면 한국 건설사들이 반사이익을 보는, 과거 ‘중동의 봄’이 재현에 대한 기대감이 형성된 것이다.

9일 해외건설협회에 따르면 글로벌 시장조사기업 IHS마킷은 올해 글로벌 건설시장 규모는 13조 9824억달러 규모가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는 지난해 대비 4.0% 성장한 것이다. 지역별로는 중동의 성장폭(14.4%)이 가장 크고, 아프리카(8.2%), 중남미(7.4%) △아시아(4.5%) 순으로 증가할 것으로 내다봤다. 특히 최근 중동 국가들은 탈석유화 등을 앞세워 대규모 경기부양에 나섰는데 이런 영향으로 글로벌 건설업이 호황을 맞을 것으로 예측된다.

‘네옴시티 프로젝트’는 사우디아라비아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가 2016년 4월 발표한 '비전 2030'의 핵심이다. 홍해와 인접한 사막과 산악지대에 서울의 44배 규모(2만6천500㎢)의 저탄소 스마트 도시를 짓겠다는 구상이다.
‘네옴시티 프로젝트’는 사우디아라비아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가 2016년 4월 발표한 '비전 2030'의 핵심이다. 홍해와 인접한 사막과 산악지대에 서울의 44배 규모(2만6천500㎢)의 저탄소 스마트 도시를 짓겠다는 구상이다. [사진=연합뉴스] 

이처럼 해외 대규모 프로젝트 발주를 줄줄이 앞둔 상황에서 특히 관심이 쏠리는 것은 사우디가 추진하는 네옴시티 초대형 사업이다.

‘네옴시티 프로젝트’는 홍해와 맞닿은 사막에 무려 서울의 44배 규모로 주거·사업용 스마트 신도시를 조성하는 초대형 프로젝트이며, 2017년부터 추진 중이다.

석유 중심의 경제 구조를 탈피하기 위해 발표한 초대형 신도시 사업이자 국가 장기 프로젝트이며, 사우디아라비아 후계자인 무함마드 빈살만이 구현할 야심작이다. ‘비전 2030’ 발표를 통해 그린수소와 태양광 등 친환경 에너지로만 작동하는 도시를 짓겠다는 각오다.

◇ 사우디 후계자 빈살만 야심작 ‘네옴시티’ 눈길…사업규모만 ‘1조 달러

사우디아라비아가 구현할 ‘네옴시티’는 사우디 반도와 이집트 사이 아카바만 동쪽 일대이며, 이집트·요르단과 접한 사우디 북서부 홍해 연안과 인접한 사막에 2만6500㎢ 규모로 조성된다. 도시 면적만 놓고 보면 쿠웨이트나 이스라엘보다도 넓다. 서울과 비교하면 무려 44배 크기다.

네옴시티는 그리스어와 아랍어가 합쳐진 것으로 ‘새로운 미래’라는 의미다. 특히 ‘무스타크발’의 첫 글자 ‘M’을 일부러 포함시켜 만든 것이다.

네옴시티의 핵심 프로젝트인 자급자족형 직선 도시 ‘더 라인’은  길이 170㎞에 달한다. 이곳에는 바다 위에 떠 있는 팔각형 첨단 산업 단지 ‘옥사곤’, 대규모 친환경 산악 관광 단지 ‘트로제나’ 등이 있다. 높이 500m에, 세계 최대 너비를 가진 쌍둥이 빌딩도 건립할 계획이다.

빈 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가 선보일 야심작 ‘네옴시티 프로젝트’ 조감도. [사진=NEOM 홈페이지 캡처]
빈 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가 선보일 야심작 ‘네옴시티 프로젝트’ 조감도. [사진=NEOM 홈페이지 캡처]

◇ 네옴시티, 홍해 사막에 2만6500㎢ 규모로 조성…사업 핵심 ‘더 라인’ 청사진 공개

특히 ‘더 라인’은 네옴 시티 프로젝트의 3개 사업 중에서도 핵심으로 불리는 초대형 사업이다.

최근 사우디아라비아와 빈 살만이 공개한 더 라인 조감도만 보면 공상과학 영화 중 하나인 ‘블랙팬서’에 나올 법한 장면이 펼쳐진다. 실제로 빈 살만은 미국 영화 <블랙팬서>의 팬을 자처하며, 극중에 등장하는 미래도시 '와칸다'에서 감명을 받았다고 공공연하게 밝혀왔다.

빈살만이 구현할 차세대 미래 도시 ‘더라인’을 한국에 비유해보면 건물 길이만 무려 170㎞에 달한다. 이는 서울에서 강릉에 이르는 거리이며, 구간 별로는 롯데타워와 비슷한 높이의 고층건물을 연이어 건설하겠다는 계획이 포함된 것이다. 이 도시에는 에어택시가 건물 주위를 날아다니고 로봇 도우미가 거리를 쏘다닌다. 고속철이 도시 끝에서 끝까지 20분 만에 주파한다. 100% 재생에너지를 사용해 탄소 배출은 없다.

이는 '사막의 기적으로 불리던 UAE의 두바이 건설 내지 막대한 자본을 쏟아부어 성사시킨 신도시 프로젝트인 ‘미국 라스베이거스’ 사례와는 차원이 다르다. 만약 더 라인 프로젝트가 성공적으로 성사되면 지구가 생성 이래 최대 도시 조성 사업 프로젝트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네옴시티는 2025년 인구 100만 명을 목표로 1차 공사를 마친다. 이 때까지 900만 명의 인구를 유입시키겠다는 것이 사우디아라비아 목표다. 최종 완공 시점은 2030년이다. 건설업계에서는 네옴 시티 프로젝트가 최종적으로 완성되기까진 1조달러(약 1420조원)의 사업비가 소요될 것으로 알려졌다.

빈 살만 왕세자는 “더라인은 34㎢에 최다 900만명을 수용할 수 있는 미래 도시라고 봐도 무방하다. 집과 직장, 학교, 공원 등을 폭 200m짜리 구조물에 다 모아 놓은 형태”라고 밝혔다. 

그는 최근 월스트리트저널과 가진 인터뷰에서도 “나는 나만의 피라미드를 짓고 싶다. 이 프로젝트는 2040년이 되면 우리는 세계무대에서 공평하게 경쟁하게 될 것”이라며 자신감을 드러냈다.

잘 알려진 바와 같이 사우디아라비아 추진하는 네옴시티 프로젝트는 이미 국내 건설사 중 다수가 참여 중이다.

삼성물산과 현대건설 등 삼성엔지니어링, 현대현대엔지니어링 등 전통적으로 해외 플랜트 사업에서 선전했던 건설사를 포함해 대우건설과 롯데건설 등 10년 넘게 국내 주택사업에 집중해 온 기업들도 잇따라 뛰어들면서 올해 해외실적을 끌어올릴 견인차 역할을 할 지 관심이 쏠린다.

삼성물산과 현대건설은 조인트벤처를 설립해 네옴 프로젝트 일부을 수주해 공사를 진행 중이다. 해당 건설사가 따낸 사업은 고속·화물 철도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차원에서 네옴시티 더 라인 지하에 터널을 뚫는 사업이며, 공사규모는 10억 달러 규모다. 삼성의 글로벌 네트워크와 현대의 해외건설 경험을 합쳐 추가 수주를 추진하는 등 시너지 확대에 나선 것이다.

대우건설은 사우디 현지 종합건설사 알파나르와 업무협약(이하 MOU)를 체결해 사우디 석유화학 프로젝트가 원활하게 추진될 수 있도록 힘을 모으기로 했다. 대우건설은 이번 협약 체결을 계기로 현지 ‘오일 앤 가스’ 프로젝트에 참여할 기회를 넓히게 됐다. 이와 함께 네옴시티 사업 관련 토목·건축 등 각각의 프로젝트에 대한 검토도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미글로벌이 수주한 사우디아라비아 ‘디리야 사우스 앤 가든’ 주거 복합단지 조감도. [사진=연합뉴스]
사우디아라비아 ‘디리야 사우스 앤 가든’ 주거 복합단지 조감도. [사진=연합뉴스]

한미글로벌은 지난해부터 올해까지 네옴시티 관련 6개 사업 수주한 것으로 나타났다. 우선 한미글로벌은 지난해 국내 기업 중 최초로 네옴시티 건설 프로젝트의 특별 총괄프로그램관리(e-PMO) 용역을 수주를 시작으로 올해 네옴시티의 ‘글로벌 자문 서비스’ 용역 공급 계약을 추가로 체결이 대표적이. 이는 네옴시티 건설 사업 추진을 위한 총 13개 자문 분야(총 6억6700만 달러 규모) 중 3개의 전문 분야에 대한 자문 용역으로, 한미글로벌은 오는 2024년 8월까지 일반 사업 관리 및 교통을 포함해 환경 및 지속가능성 분야 등에 대한 자문 서비스를 제공한다. 또 최근 한미글로벌은 사우디아라비아 네옴시티 사업 참여 근로자용 주거시설 건설을 위한 프로젝트 모니터링 서비스 용역 낙찰통보서(LOI)를 받았으며, 본 계약을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외 GS건설과 포스코건설, 희림 등 다수의 건설사들도 해당 프로젝트 참여를 검토 중이거나 소기의 수주 성과를 올린 것으로 알려졌다. GS건설은 자회사인 GS이니마를 통해 중동에서 다수의 해수담수화 사업을 성공시킨 경험이 있으며, 설계와 건설사업관리(PM)에 강점이 있는 희림도 건축설계 과정에서 네옴시티의 수혜를 많이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 대형 프로젝트 ‘네옴시티’ 우려의 시선…1990년 대 ‘중동 신화’ 기대 금물

이에 힘입어  2010년대 글로벌 수주 2위로 거듭날 수 있었던 제2 중동 붐에 이어 '네옴시티' 등 대규모 프로젝트 수주를 통해 '제3의 중동 붐'을 노리고 있다.

하지만 기대는 금물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최근 제3중동 붐에 대한 기대가 형성되자 정말로 우리가 중동 신화를 달성하는 것이 가능한지에 대한 회의적인 분위기가 형성되면서다.

1980~1990년 당시 우리가 외쳤던 것이 진짜 중동 붐이 맞냐는 의문이 생겨난 동시에 빈 살만이 꺼내든 네옴시티 프로젝트는 전형적인 마케팅 수법에 불과한 데다 ‘그린워싱’의 표본이라는 회의적인 반응도 존재한다.

일부 마케팅 전문가들은 ‘그린워싱’(환경친화적인 특징들을 제시해놓고 실제로는 변화가 없이 사업적인 이득만 취하는 것)을 외친 것이 전형적인 마케팅 수법이라고 비판했다. 프로젝트의 지속 가능성에 대한 구체적인 근거가 없다는 점에서다.

파브리지오 치카 뉴질랜드 도시설계공학 교수는 “네옴시티 프로젝트를 놓고 던져야 할 가장 중요한 질문은 ‘환경을 지키기 위해 필수적인가?’라고 했을 때, 답은 ‘필요없다’”고 일축했다 .

위기 분석 전문 기관인 메이플크로프트는 “전례 없는 규모와 사업 비용에 비춰볼 때 전체적으로 네옴의 실현 가능성은 여전히 불투명하다”고 지적했다.

건설업계 전문가들도 우려하는 모습이다.

유현준 홍익대학교 교수 역시 자신의 유튜브 채널을 통해 “네옴시티가 예상치 못한 ‘디스토피아’ 분위기를 형성할 수 있다. 구상 자체가 비현실적인 것은 아니다지만 초고층 빌딩 높이의 벽을 직선으로 이어서 도시를 만든다는 아이디어가 현실적으로는 많은 문제점을 야기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손태홍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10년 이상 소요되는 중·장기 프로젝트 하나 만으로 국내 기업이 가시적인 성과를 낼 것이라고 판단하는 것은 성급한 측면이 존재한다. 중장기 프로젝트는 시간이 오래 걸리는 만큼 구체적인 사업 윤곽이 드러나기까지 신중해야 한다. 사업 단계 별로 우선순위 선정해야 할 뿐만 아니라 사업 타당성 평가 등도 공 들여서 진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무엇보다 “전세계가 중동 시장을 예의주시하는 것은 시장 잠재성이 크다는 점도 존재하지만, 세계 경제 환경 시시때때로 급변하는 만큼 추진 계획에 있어서 차질을 빚을 수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두고, 캐시 플로우 계획을 잘 설정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지난해 11월 17일 방한한 무함마드 빈살만 사우디 왕세자 CG. [사진=연합뉴스]
지난해 11월 17일 방한한 무함마드 빈살만 사우디 왕세자 CG. [사진=연합뉴스]

건설사 입장에서는 파이낸싱의 역할을 오롯이 감내해야 한다는 점도 부담이다. 최근 중동국가들의 건설 추이를 보면 국내건설사가 해외사업 중에서도 특히 중동사업 입찰에 참여하려면 파이낸싱 계획이 필수적이다.

쉽게 말해 발주처가 5000억원 규모 공사를 진행한다면 우선 건설사들이 자체적으로 조달한 자금으로 먼저 공사를 진행하고 나중에 공사비를 지급하는 방식이라는 얘기다. 발주처 입장에서는 사업 초기에는 자금을 아낄 수 있다는 점에서 자금을 융통할 기회가 늘어나게 되는 것이다. 쉽게 말해 파이낸싱 방식이 발주처 입장에서는 훨씬 유리하다.

무엇보다 현지 감리 회사들의 과도한 공사요구에 건설사들의 캐시플로우(현금관리) 리스크가 늘어난다는 점이 위험요소다. 주요 건설업계 전언에 따르면 2000년 대 초에 중동 건설현장에 진출했던 건설사들 상당 수가 공사 댓가로 받은 돈을 감리로 다 뱉어내야 했을 정도로 부담이 컸다고 토로한다. 공사 과정에서 마감재 보충은 허다하고 심지어 재공사하라는 과도한 요구에 포스코건설이나 GS건설, SK에코플랜트 등 중동건설사들의 피해가 막심했다는 전언이다. 

대형건설사 한 관계자는 “중동사업에 진출하는 건설사 입장에서는 사업을 발주받아 공사를 진행하면 ‘을 of 을’로 불릴 정도로 사업적으로 불리한 구조일 수밖에 없다. 발주처가 갑인 상황에서 시공사들이 직접 공사비 들고가서 공사를 하는 등 ‘파이낸싱’을 하라고 하면 초기 부담이 높아지는 것은 당연지사다. 만약 공사할 수 있는 돈을 우선적으로 확보하지 못하면 입찰 단계조차 참여하지 못하는 구조가 만들어지다 보니, 건설사 입장에서는 울며 겨자먹기로 우선 공사부터 따내고 보자는 절박한 마음으로 어쩔 수 없이 뛰어드는 경우도 다반사.”라고 토로했다.  

[위키리크스한국=김주경 기자] 

ksy055@wikileaks-kr.org


  • 서울특별시 마포구 마포대로 127, 1001호 (공덕동, 풍림빌딩)
  • 대표전화 : 02-702-2677
  • 팩스 : 02-702-1677
  • 청소년보호책임자 : 소정원
  • 법인명 : 위키리크스한국 주식회사
  • 제호 : 위키리크스한국
  • 등록번호 : 서울 아 04701
  • 등록일 : 2013-07-18
  • 발행일 : 2013-07-18
  • 발행인 : 박정규
  • 편집인 : 박찬흥
  • 위키리크스한국은 자체 기사윤리 심의 전문위원제를 운영합니다.
  • 기사윤리 심의 : 박지훈 변호사
  • 위키리크스한국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위키리크스한국. All rights reserved.
  • [위키리크스한국 보도원칙] 본 매체는 독자와 취재원 등 뉴스 이용자의 권리 보장을 위해 반론이나 정정보도, 추후보도를 요청할 수 있는 창구를 열어두고 있음을 알립니다.
    고충처리 : 02-702-2677 | 메일 : laputa813@wikileaks-kr.org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