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필현의 시선] 뒤숭숭한 의정부 을지대병원
[조필현의 시선] 뒤숭숭한 의정부 을지대병원
  • 조필현 기자
  • 승인 2023.01.13 12:02
  • 수정 2023.01.13 1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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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제약산업 부장
의료·제약산업 부장

의정부 을지대병원은 2021년 4월 고 범석 박영하 설립자의 뜻을 받들어 경기도 북부 의정부에 개원했다. 의료 소외지였던 지역주민의 보건의료 향상을 위해 문을 연 것이다. 이 병원은 최근 지역 응급의료센터로 지정돼 응급·중증 의료의 중추적인 임무를 담당하고 있다. 두 개의 헬리포트와 하이브리드 수술실 등 체계적인 시스템을 갖췄다. 그런데 개원 후 7개월여 만에 위기가 닥쳤다. ‘태움’으로 신입 A 간호가 극단적 선택을 한 것이다. 태움은 영혼이 재가 될 때까지 태운다는 의미로 주로 선배 간호사가 후배 간호사를 괴롭히는 악습을 일컫는 은어다. 실제로 경찰 조사결과 선배 간호사가 A 간호사 상대로 경멸적 표현과 멱살을 잡는 등 온갖 갑질을 한 것으로 드러났다. 법원 역시 경찰 조사결과를 대부분 수용하면서 실형이라는 중형을 내렸다. 의료계에서 자행되는 속칭 태움이라고 하는 악·폐습을 뿌리 뽑아야 한다는 메시지를 냈다. 의정부지방법원은 지난 10일 가해자 간호사에게 폭행과 모욕 혐의로 징역 6개월 실형을 선고했다. 법원은 수사 과정에서 드러난 경멸적 표현과 멱살을 잡는 행위 등 폭행 정도는 가볍지 않고 고의가 있었던 것으로 판단된다고 판시했다. 

다만 가해자 간호사가 유족들에게 용서를 구하며 피해 보상을 위해 법원에 공탁한 점 등을 고려해 법정 구속은 하지 않았다. 태움 간호사 사건으로 초대 윤병우 병원장은 불명예 퇴진했다. 당시 윤병우 병원장은 “유가족분들과 직원들에게 심려를 끼쳐 드린 데 대해 머리 숙여 사과한다”라며 “직원의 불편과 어려움 등을 주의 깊게 살피지 못한 점에 대해 깊이 반성한다”라고 사죄했다. 그러나 윤 병원장의 부적절한 인사가 논란을 빚었다. 불명예 퇴진을 선택한 윤 병원장이 나중에 알고 보니 오히려 보직서열을 더 높여 영전한 사실이 확인됐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의정부 을지대병원은 진정성 없는 ‘인사 쇼’라는 비난을 받았다. 초대병원장 윤병우·2대 병원장 김병식 이어 최근 3대 병원장 이승훈 석좌교수가 취임했다. 임기는 1년이다. 이승훈 병원장은 서울대학교 의과대학을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석·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원자력병원 신경외과 과장과 연구부장, 국립암센터 병원장, 대외협력실장, 연구소장 등을 거쳤다.

국내 뇌척수종양과 뇌전이 암 권위자로 알려졌다. 의정부 을지대병원은 태움 간호사 6개월 실형과 관련, 직원 근무 환경을 더 개선하겠다는 입장을 내놨다. 이 병원 관계자는 “직원 근무 환경과 처우 개선이 1순위 과제다. 경력 간호사의 경우 상시 모집으로 매주 면접을 볼 정도로 인력 충원에 집중하고 있다”라며 “병동순회 당직제도 및 서면 인수인계, 인수인계 교육, 행동지침 매뉴얼 등을 지원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인력 충원과 처우 개선은 여전히 미흡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보건의료노조 경기지역본부는 “병원 주장만큼 인력 확충이 원활치 않은 것으로 안다. 개원 초부터 1,000병상 이상 중 300여 병상만을 운영해온 건 인력이 받쳐주지 않기 때문”이라며 “직장 내 괴롭힘의 근원은 만성적인 인력 부족에서 기인한 살인적인 노동 강도인 만큼 인력 충원을 비롯한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하다”라고 지적했다. 3대 병원장 이승훈 석좌교수의 병원 경영이 본격 시작됐다. 이 병원장이 이러한 뒤숭숭한 분위기를 어떻게 극복해 나갈지 좀 더 지켜봐야겠다. 

[위키리크스한국=조필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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