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 FOCUS] “UAE 투자로 ‘원전 사업’ 기지개”…건설사, 630조 규모 ‘SMR 사업’ 탄력
[건설 FOCUS] “UAE 투자로 ‘원전 사업’ 기지개”…건설사, 630조 규모 ‘SMR 사업’ 탄력
  • 김민석 기자
  • 승인 2023.01.16 16:57
  • 수정 2023.01.16 16: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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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AE, 37조 규모 ‘통 큰 투자’에 건설사 반색…주요건설사, 이번에도 힘 합칠까?
건설사, 주택사업 불황에 ‘SMR 사업’으로 만회…‘생산 효율성·비용 절감’ 강점
삼성물산, 세계 1위 ‘뉴스케일파워‘ 협업…2년 간 7000만달러 규모 지분 투자
DL이앤씨, ‘IMSR’ 주력 모델로 표방 …‘테레스트리얼‘ 협력 2031년 상업 운전
현대건설, 우리 기술로 만든 ‘소형모듈원전’ 미국 진출···SMR 첫 상용화
현대ENG, SMR사업 탄력…KEPIC·ASME 등 원자력 ‘품질 인증’ 동시 획득
원자력발전소 한울 3호기의 모습. [사진=한국수력원자력]
원자력발전소 한울 3호기의 모습. [사진=한국수력원자력]

아랍에미리트(UAE)가 한국에 300억 달러(약 37조원)에 달하는 ‘통 큰 투자’를 결정하면서 건설사들이 그동안 현지에서 독보적인 존재감을 보였던 기술력이 덩달아 주목받고 있다. 그동안 쌓아왔던 인프라 네트워크를 포함해 사업적으로 다져왔던 신뢰 등이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는 평가다. 특히 친환경(탄소중립)·원전 등에서 일찌감치 기술력을 선점한 기업들은 향후에도 꾸준히 주목받을 것으로 관측된다.

16일 대통령실에 따르면 중동의 주요 산유국 가운데 하나인 아랍에미리트(이하 UAE)가 한국에 300억 달러 규모의 투자를 결정했다고 전했다. 이번 투자가 성사된 것은 UAE를 국빈 방문 중인 윤석열 대통령과 무함마드 빈 자예드 알 나흐얀 UAE 대통령의 정상회담을 통해서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어떤 상황에서도 약속을 지키는 대한민국에 대한 신뢰로 300억 달러 투자를 결정했다”고 윤 대통령에게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UAE가 이번에 투자에 나설 주요 산업군은 SMR(소형모듈원자로) 등 차세대 원전 개발을 포함한 수소 관련 기술, 풍력·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 방위산업 등이다. 이번에 과감한 투자에 나선 UAE 행보가 주목받는 것은 과거 우리나라가 약속받았던 투자 금액에 비해 압도적으로 규모가 크다는 점에서다. UAE가 영국에 투자하기로 협약한 금액은 100억 파운드(약 15조원 규모)에 그치며, 중국은 50억 달러(약 6조2000억원), 프랑스 15억 유로(약 2조원) 투자에 그친다.

한국이 첫 수출한 원자력발전소인 아랍에미리트(UAE) 바라카 원전 1호기. [사진=연합뉴스]
한국이 첫 수출한 원자력발전소인 아랍에미리트(UAE) 바라카 원전 1호기. [사진=연합뉴스]

특히 UAE가 과감하게 투자에 나서게 된 결정적인 계기는 우리나라 건설사가 컨소시엄을 꾸려 UAE에 지은 ‘바라카 원전’이 공로역할을 했다는 것이 지배적이다.

바라카 원전 프로젝트는 UAE 수도인 아부다비에서 270km 떨어진 바라카 지역에 한국형 차세대 원전 APR1400 4기(총발전용량 5600㎿)를 짓는 사업이다. 해당 사업은 설계부터 시공·건설까지 모든 공사를 우리 기업들이 도맡아서 진행했한국전력을 포함해 삼성물산·두산에너빌리티· 현대건설 등 우리 기업이 원팀을 이뤄 ‘K-건설’의 저력을 전세계에 보여준 계기가 된 것으로 평가받는다. 지난 2020년 바라카 원전 1호기가 UAE 송전망으로 계통 연결에 성공한 이후 본격적인 운영에 들어갔으며, 현재는 3·4호기를 짓고 있다. 1~4호기에 이르는 바라카 원전이 모두 가동되면 UAE 전체 전력의 25%를 생산하게 되는 것이다.

이처럼 건설업계가 차세대 신성장동력으로 ‘소형모듈원전’(SMR)을 내세운 것은 냉각기에 접어든 국내 부동산 경기와도 무관치 않다. 대형 건설사들은 원자잿값 상승과 공사지연 등으로 작년 실적 부진을 겪은 나머지 올해 매출원가율이 올 90% 중반에 이를 정도로 부담이 큰 상황이다. 이는 원자재 가격이 정점을 찍고 하향곡선을 보이고 있음에도 건설사가 사들인 원자재값이 좀처럼 하락세를 보이지 않고 있어서다.

게다가 아파트 미분양 물량이 점점 쌓이고 있는 데다가 정부가 주도하는 사회간접자본(SOC) 발주량이 감소했다는 점도 건설사 실적 반등에 방해요소가 될 것으로 우려하는 모습이다.

이처럼 건설사들은 국내외 사업에서 기대한 만큼 수익을 내지 못하자 이를 만회하고자 차세대 원전인 SMR(소형모듈원전) 사업에 뛰어들었다. SMR 산업은 오는 2035년 원전 시장 규모가 최대 630조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되면서 삼성물산, DL이앤씨 등 대형 건설사들은 SMR을 미래의 사업 아이템으로 설정하고 사업 추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SMR은 1000~1400MW급이던 기존 대형 원전 발전 용량을 300MW급 이하로 대폭 줄여 발전소가 건설되기 어려운 도서산간지역 등에 전력 공급을 원활히 할 수 있는 형태의 원자로다. SMR은 공장에서 제작·조립까지 가능해 여러 장치로 분리돼 있던 기존 원전과 달리 건설 비용을 많이 줄일 수 있다는 것이 최대 강점이다.

이 뿐만 아니다. 그동안 가동된 원전은 냉각수가 필수적이라 반드시 해안에 건설해야 했지만, 수조 안에서 원자로가 작동하는 SMR은 어디든 건설이 가능해 부지 확보 면에서도 높은 효율을 자랑한다.

이러한 장점 덕에 SMR은 미국, 일본, 프랑스, 중국 등에서도 개발 중이고, 우리 정부도 최근 i-SMR 기술개발사업 추진에 나섰다. i-SMR은 정부가 2030년대 세계 원전 시장에 진출하기 위해 차세대 SMR을 개발하는 사업으로, 한국수력원자력, 한국원자력연구원 등의 기관이 참여한다. 정부는 올해부터 6년간 총 3992억원을 투입해 핵심기술 개발 등을 진행할 방침이다. 또한, i-SMR 기술개발사업단을 주도해 나갈 초대 단장에 원전 분야 전문가인 김한곤 한국수력원자력 중앙연구원장을 선정해, 해당 사업이 속도낼 것으로 기대하는 분위기다.

미국 뉴스케일파워의 SMR 조감도. [사진=삼성물산]
미국 뉴스케일파워의 SMR 조감도. [사진=삼성물산]

정부의 지원에 힘입어 국내 건설사들도 일제히 SMR 사업에 시동거는 분위기다. SMR사업을 본궤도에 올려놓고자 일찌감치 선제대응에 나선 곳은 삼성물산이다. 

삼성물산은 SMR 시장 진출을 위해 세계 1위 SMR 기업인 뉴스케일파워사와 전략적 파트너십을 공고히 다지고 있다. 지난 2년에 걸쳐 7000만달러 규모의 지분 투자에 나선 데 이어 지난해 5월에는 미국 오레곤 주 뉴스케일파워 본사에서 오세철 삼성물산 대표와 존 홉킨스 뉴스케일파워 대표 등이 참석한 가운데 진행한 경영진 면담에서 글로벌 SMR 사업 공동진출과 시장확대를 주제로 협력방안을 논의한 것이 대표적이다.

뉴스케일파워는 1기당 77MW의 원자로 모듈을 최대 12개까지 설치해 총 924MW의 전력을 공급할 수 있는 자연냉각 SMR 기술을 보유 중이다. 미국 에너지부의 지원을 받는 뉴스케일파워의 SMR은 전 세계 70여개 SMR 모델 중 유일하게 미국 원자력안전위원회의 설계인증을 획득하며, 독보적인 기술력을 확보하고 있다.

양사는 미국 발전사업자 UAMPS가 2029년 상업운전을 목표로 미국 아이다호 주에서 추진하고 있는 SMR 프로젝트와 관련해 상호간 노하우와 기술을 공유하며 협력을 모색에 나설 방침이다. 게다가 루마니아 정부와 뉴스케일파워가 공동으로 추진하는 프로젝트와 함께 동유럽 등지에서 전략적 파트너로 참여해, 전력생산과 신기술 연구 등에 매진한다는 각오다.

테레스트리얼 에너지가 개발 중인 IMSR조감도. [사진=DL이앤씨]
테레스트리얼 에너지가 개발 중인 IMSR조감도. [사진=DL이앤씨]

한편, DL이앤씨는 지난해 7월 캐나다 테레스트리얼 에너지와 소형모듈원전 개발 및 설계·기자재 조달·시공 사업과 관련한 업무협약을 체결해 차세대 SMR인 IMSR을 주력 모델로 개발 중이다. IMSR은 액체연료 원자로로 불리며, 핵연료가 냉각재에 녹아 있는 형태의 용융염을 연료로 활용하게 된다. 4세대 원자로를 개발하는 테레스트리얼 에너지는 정부와 민간에서 자금을 조달받아 인·허가 단계를 신속히 거치게 되며, 건설업계 최음으로 IMSR을 상용화를 이뤄내겠다는 각오다. 오는 2031년 상업운전 돌입을 목표로 사업에 속도내고 있다.

DL이앤씨는 향후 SMR 사업을 그린수소나 암모니아 생산까지 연결해 탄소중립에 한 발자국 더 다가갈 계획이다. IMSR은 전력을 생산할 때 발생하는 고온의 증기를 그린 수소와 암모니아 생산에 이용할 수 있다.

유재호 DL이앤씨 플랜트사업본부장은 “SMR 분야 선두주자인 테레스트리얼 에너지와의 파트너십을 통해 북미를 포함한 글로벌 소형모듈원전 시장 진출을 기대 중”이라며 “나아가 수소, 암모니아 밸류 체인과 연계해 탈탄소 에너지원 개발에 속도낼 것”이라고 전했다.

현대건설이 국내 건설사 최초로 소형모듈원전 상용화 모델 설계에 참여하며 미국에서 원전 사업을 본격화한다. 미국 원전해체부지인 오이스터 크릭에 적용할 것으로 알려진 ‘SMR-160’ 모델 조감도. [사진=현대건설]
현대건설이 국내 건설사 최초로 소형모듈원전 상용화 모델 설계에 참여하며 미국에서 원전 사업을 본격화한다. 미국 원전해체부지인 오이스터 크릭에 적용할 것으로 알려진 ‘SMR-160’ 모델 조감도. [사진=현대건설]

현대건설 역시 SMR 사업에 고삐를 조이고 있다. 지난해 10월 국내 건설사 최초로 SMR 상세설계에 참여했으며, 최근에는 미국 홀텍 인터네셔널사와 협력해 ‘SMR-160’에 대한 첫 상용화를 위한 표준모델 상세설계 및 사업화 착수식을 진행한 바 있다. 이번 세부 설계에 참여한 것은 기후·온도·습도 등 현지 자연환경과 특성을 반영했다는 것이 회사 측의 설명이다. 설계가 완료된 SMR-160의 표준모델은 이후 홀텍사가 소유한 ‘오이스터 크릭’ 원전 해체 부지에 배치될 것으로 보인다.

윤영준 현대건설 대표는 "지난 1년 실적 중 가장 주목할 것은 SMR 등 차세대 원전 기술 및 해외 신시장 개척 스토리"라며 "이미 확보한 SMR 최초 호기 모델은 글로벌 선진사와의 협업을 통해 상세설계에 이어 실제 배치를 눈앞에 두고 있다"고 말했다.

현대엔지니어링이 지난해 취득한 ‘KEPIC‘ 인증서. [사진=현대엔지니어링]
현대엔지니어링이 지난해 취득한 ‘KEPIC‘ 인증서. [사진=현대엔지니어링]

현대엔지니어링도 원전 EPC 사업을 본격적으로 추진하고자 몸풀기에 나서는 모습이다. 나서면서 지난해 3월 미국 ASME(미국기계학회)로부터 원자력 부문 설치 및 공장 조립, 부품 및 배관 하위 조립품 등 제작, 지지물 제작 등에 대한 인증을 획득했다. ASME 원자력 인증은 통과가 까다로운 인증제도로 해외 원자력 프로젝트를 추진할 시 반드시 필요한 인증제도다.

또한, 지난해 11월에는 KEPIC(전력산업기술기준) 인증도 획득했는데, 해당 인증은 원전 전력설비의 안전 확보를 위해 만들어진 자격제도로, 인증을 통과한 업체들이 KEPIC에서 정한 업무를 수행하도록 대한전기협회가 자격을 관리한다. 현대엔지니어링은 KEPIC 인증을 통해 원자력 기계 설치·제조 등에 대한 자격을 갖췄다.

이에 따라 현대엔지니어링은 원전 사업에서 요구되는 국내 및 해외의 관련 인증을 모두 획득하며 원자력 기계에 대한 설치·제조뿐 아니라 원자력 구조 시공·구성품의 제작, 공조기기 및 관련 품목 설치 등 여러 원전 분야에서 사업을 영위할 수 있게 됐다.

현대엔지니어링 관계자는 “지난 한 해 ASME부터 KEPIC까지 국내외에서 원자력 품질보증 인증을 모두 획득했다”며 “신사업으로 추진 중인 MMR(초소형모듈원자로) 사업 및 SMR 사업 등이 더욱 탄력을 받게 될 전망이다”고 전했다.

[위키리크스한국=김민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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