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 프리즘] 코로나 치료제 품귀에도 뾰족한 대책이 없는 중국
[월드 프리즘] 코로나 치료제 품귀에도 뾰족한 대책이 없는 중국
  • 최석진 기자
  • 승인 2023.01.23 06:43
  • 수정 2023.01.23 06:4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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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2월 9일 중국 베이징의 한 병원 열병진료소 앞에 환자들이 줄을 선 가운데 방역복을 입은 의료진이 지나가고 있다. [사진 = 연합뉴스]
지난해 12월 9일 중국 베이징의 한 병원 열병진료소 앞에 환자들이 줄을 선 가운데 방역복을 입은 의료진이 지나가고 있다. [사진 = 연합뉴스]

중국 내 코로나19 감염자가 10억 명에 이른다는 보도가 나오는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중국에서 서방의 코로나 치료제들이 품귀 현상이 지속되고 있다. 

베이징에서 이벤트 기획 일을 하는 조 왕은 지난달 말 가족 사이에 코로나19가 번지자 나이 든 할아버지를 위해 무조건 코로나 치료제를 구하는 일에만 몰두했다.

조 왕은 3일 동안 전자상거래 플랫폼에서 화이자의 팍스로비드(Paxlovid) 한 상자를 구매하려 했지만 실패했다. 이후 그녀는 운이 좋아 지난 4일에 공식 채널을 통해 코로나 치료제를 구매 신청한 뒤 6일에 우편으로 받을 수 있었다. 그러나 할아버지가 코로나에 걸리기도 전에 규정을 어기고 미리 처방전을 구해 치료제를 확보한 자신의 행위 때문에 죄책감에 시달려야 했다.

“그땐 정말 정신이 없었어요. …… 이 약을 구하는 데 며칠이 걸릴지 전혀 알 수 없었거든요. 코로나에 걸린 가족들이 얼마나 버틸 수 있을지도 알 수 없었고요.”

그녀는 92세의 할아버지가 코로나에 걸린 다음에 치료제를 구하다 보면 때를 놓칠 것이 두려웠다며 이렇게 털어놓았다. 코로나 치료제는 발병 초기에 복용해야 제대로 효과를 볼 수가 있다.

“매우 절박한 상황이었습니다.”

이처럼 서방에서 생산된 코로나 치료제 확보에 혈안이 된 사람은 조 왕뿐이 아니다. 코로나19가 파고가 중국을 휩쓰는 가운데 특히 백신을 접종하지 않은 수많은 노령층 사이에서 치료제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몇 주 동안 중국인들은 코로나 치료제를 구하기 위해 보따리상들에 눈을 돌리고 있다. 이들 보따리상들은 불법으로 수입된 인도산 화이자 팍스로비드와 머크의 몰루피라비르(molnupiravir)에서부터 정품에 이르기까지 코로나 치료제를 시장 가격의 거의 8배까지 받고 판매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일요일 중국 정부가 팍스로비드를 국가 보험에 포함시키는 문제를 놓고 가격 문제 때문에 화이자와 합의 도출에 실패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며면서 중국 사람들 사이에서 치료제 부족에 대한 불만이 팽배하고 있다. 합의 불발 소식은 오는 3월 31일 이후에는 제 가격을 다 지불하는 사람들만 치료제를 구입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 코로나를 한 번 치료하는 데 소요되는 중국 내 팍스로비드 가격은 약 1,900위안(미화 280달러) 정도 한다.

팍스로비드는 증상이 시작된 직후 사용하면 고위험 환자의 사망 및 입원 가능성을 줄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중국 당국은, 경구용 알약 형태로 선진국에서 널리 사용되는 코로나 치료제 팍스로비드를 지난해 2월 처음으로 사용 승인하였다.

이와 함께 당국은 최근 중국 전통 약제인 청폐 배독(Qingfei Paidu)과 자체 개발한 항바이러스제 아쯔푸(Azvudine)를 코로나 치료에 도입하기로 결정했다. 그러나 아쯔푸가 중증 코로나 환자에 얼마나 효과가 있는지는 미지수이다.

팍스로비드 사용이 승인되고 거의 1년 뒤 찾아든 가격 문제와 품귀 현상은 중국 정부가 지난달 말 제로코로나 정책을 갑자기 포기한 뒤 14억 인구의 코로나 치료 문제를 놓고 씨름 중인 모습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치료제 품귀 현상

중국 관영 언론들에 따르면 현재 화이자에서 수입되는 팍스로비드는 베이징, 상하이, 톈진, 광저우 등 일부 도시의 병원에서 구할 수 있고, 몇몇 전자상거래 플랫폼에서도 판매되며, 공급 제한이 완화되고 있다는 소식들이 현지에서 보고되고 있다.

그러나 이 치료제가 중국 전역에 얼마나 광범위하게 유통될 것인지, 그리고 이를 처방할 수 있는 충분한 의료 자원이 있는지에 대한 의문은 코로나가 큰 도시들에서 지방 도시들과 시골로 번지고 있는 상황에서 긴급히 해결해야 할 숙제가 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치료제 조달이 중앙에서 관리되지 못하는 것으로 보고 있는데, 자원이 충분한 주요 도시의 병원에서는 치료제를 더 쉽게 구할 수 있는가 하면 다른 곳에서는 그러하지 못하다.

앞서 로이터통신은 화이자의 CEO 알버트 불라가, 지난 2주 동안 수백만 회분의 팍스로비드를 중국에 보냈고, 중국 내 파트너인 저장 화하이(Zhejiang Huahai)와 협력해 올해 상반기에는 중국에서 팍스로비드를 생산할 수 있도록 준비 중이라는 보도를 내보낸 바가 있다.

그러나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회담에서 불라 CEO는 중국 제약회사가 중국 내에서 판매할 팍스로비드 제네릭 버전(복제약)을 생산하는 합의에 도달했다는 긍정적 전망을 묵살했다. 그는 합의가 이루어졌다는 지난 6일의 로이터 보도를 부인했다.

한편, MSD라는 이름으로도 불리며 미국에 본사를 둔 머크(Merck)사는 수요일 위챗 계정을 통해 승인되지 않은 코로나 치료제를 공급하는 일부 제조업체에 대해 법적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와 함께 머크사는 중국 기업인 시노팜(Sinopharm)과 협력해 라게브리오(Lagevrio)라는 브랜드로 판매되는 치료제를 중국에 공급할 것이라고 말했다. WHO 관련 자료에 따르면 서방의 두 제약업체 모두 현재까지는 중국에서 코로나 치료제에 대한 특허를 보유하고 있지 않은 상태이며, 현재 특허를 출원 중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의약품 접근 현황 조사 전문가에 따르면, 세계에서 가장 큰 제네릭 의약품 생산 국가 중 하나인 중국에서 당장 코로나 치료제 부족과 가격 문제가 발생하면서 지적재산권과 관련된 국제분쟁 소지 또한 커지고 있다고 한다.

WHO 산하 ‘의약품 특허 풀(MPP)’에 따르면 팍스로비드의 제네릭 버전을 제조할 예정인 두 개의 중국 기업이 이미 세계보건기구(WHO)의 평가를 위해 제품을 제출했다. 이는 그들이 의약품 생산을 시작할 준비가 되어있음을 의미한다. ‘의약품 특허 풀(MPP)’은 개발도상국에 의약품을 저렴하게 공급하기 위해 구성된 UN 산하 기구이다.

저장 화하이와 아펠로아 제약(Apeloa Pharmaceutical)은 중국 내 다른 두 기업과 함께 2022년 화이자와 MPP 간에 맺은 이전 계약에 따라 제네릭 알약 생산을 위한 2차 라이선스를 부여받았었다. 다만, 이 계약은 가난한 나라 사람들이 치료제에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중국을 제외한 95개 중·저소득 시장에 치료제를 공급한다는 단서를 달고 있다.

“중국발 보건 위기의 규모를 고려했을 때 가장 합리적인 다음 단계는 지방의 다른 생산자를 포함해 중국의 국내 생산·공급을 허용하도록 이러한 라이센스를 확대하는 것입니다.”

MPP의 전무이사이자 현재 의약품 법률 및 정책 프로젝트팀을 이끌고 있는 엘런 호엔은 이렇게 말했다.

그러나 화이자 CEO 불라가 월요일에 밝힌 것처럼 의약품 생산자가 그러한 조치를 꺼린다면 중국이 제네릭 생산 기업을 보호해주겠다고 공언하거나 다른 곳에서 제네릭을 수입하는 조치를 취할 수 있다. 세계무역기구(WTO)는 보건 비상사태일 경우에는 그런 조치가 가능하다는 규정을 마련해놓고 있다.

원 특허자의 허락 없이 제네릭을 생산함으로써 발생할 수 있는 후과(後果)에 대해서는 중국 내 공개 포럼에서까지 논의가 되고 있다. 포럼의 평론가들은 외국 제약회사들을 화나게 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다른 국가들에서는 엄격한 주의하에 이루어지고 있는 복제약 치료제 생산 유연성은 중국에서는 아직 활용된 사례가 없다고 주장한다.

중국 당국의 입장에서는 중국인들을 고용하고 있는 외국 제약회사를 섣불리 자극하면 지역 경제에 악영향을 미칠 우려가 있기 때문에 그러한 수단을 쉽게 사용하지 못하는 것처럼 보인다고, 뉴욕 외교협회(Council on Foreign Relations)의 글로벌 보건 선임 연구원 양종황은 분석했다.

중국 정부는 이번 달 관련 기관에 온라인 약품 판매에 대한 감독을 강화하고, 바가지요금 및 허위 광고, 지적 재산권 침해를 단속할 것을 촉구했다.

화이자의 경구용(먹는) 코로나19 치료제 '팍스로비드' [사진 = 연합뉴스]
화이자의 경구용(먹는) 코로나19 치료제 '팍스로비드' [사진 = 연합뉴스]

가격 문제 때문에 논의를 중단한 화이자

중국은 현재 항바이러스제 자체 개발을 가속화해 코로나 치료제 공백을 메울 수 있기를 희망하는 것처럼 보인다. 베이징 당국이 아직 외산 코로나 백신을 사용 승인하지 것도 팬데믹 기간 동안 바이러스에 맞서는 자체적인 수단들을 채택해온 행보와 궤를 같이 한다.

중국 보건 당국은 최근 대중에게 저렴한 치료법을 홍보하고 정부가 국가보험에 팍스로비드를 포함시키지 못했을 경우에도 큰 문제는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설득하는 데 노력하고 있다. 지난 수요일 한 고위 보건 당국자는 코로나 증상을 완화하기 위한 수백 종류의 약품이 이미 보험에 포함되어 있으며 새로운 바이러스 치료제가 가시권에 있다고 밝혔다.

민족주의 성향의 관영언론 환구시보는 월요일 국민보험에 팍스로비드를 포함시키기 위한 협상을 화이자와 성사시키지 못하고 있는 중국 당국의 현 상황이 “미국 자본” 때문이라고 비난하는 논평을 실었다.

“지난 며칠 동안 중국의 코로나 상황에 대해 날 선 경고를 보내고 있는 미국 정치인과 언론 매체가 증가하고 있다. 그들이 그렇게 신경이 쓰인다면 화이자가 이익 추구를 포기하고 협력하지 못할 이유가 어디에 있는가?”

이 논평은 이렇게 주장했다.

이와 관련 화이자 CEO 알버트 불라는 지난 월요일 화이자가 대부분의 중저소득 국가에 부과하는 것보다 중국이 더 낮은 가격을 요구한 뒤 회담이 결렬되었다고 밝혔다.

CNN에 보낸 별도의 성명에서 화이자는 제안된 가격에 대해서는 언급을 피하면서도 “팍스로비드의 중국 공급을 위해 중국 정부 및 관련 이해 당사자와 계속 협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베이징의 조 왕처럼 자신과 가족을 위해 당장 치료제가 필요한 사람들에게는 어쨌든 지금은 치료제 공급 시스템이 정상적으로 작동하지 않는다는 느낌을 주고 있다.

“너무 잔인합니다. ……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습니다.”

그녀는 이렇게 한탄했다.

“노력이나 희망으로 개선될 수 있는 상황이 아닙니다.”

[위키리크스한국 = 최석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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