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 프리즘] 통제 불능으로 치닫고 있는 동아시아의 군비 경쟁
[월드 프리즘] 통제 불능으로 치닫고 있는 동아시아의 군비 경쟁
  • 최석진 기자
  • 승인 2023.01.22 07:01
  • 수정 2023.01.22 07:0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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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연합뉴스]
[사진 = 연합뉴스]

외신들은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최근 열린 미일 정상회담에서 자국의 대규모 군비 증강 계획에 대한 미국의 강력한 지지를 확보했다고 평가했다.

뉴욕타임스(NYT)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의 회담과 관련, “두 정상이 중국과의 균형을 맞추기 위해 일본이 군사 강국으로 탈바꿈하는 데 힘을 모으기로 했다”고 평가했다.

NYT는 중국 뿐 아니라 북한 미사일 도발 등에도 미·일이 변함없는 협력 의지를 드러냈다면서 “양국 동맹 강화는 아시아 안보 문제의 핵심축 역할을 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와 관련 CNN방송은 동아시아에서의 군사력 경쟁이 통제 불능으로 치닫고 있다고 보도했다. 다음은 이 기사의 전문이다.

바야흐로 아시아에서 역사상 유래가 없는 군비 경쟁이 벌어지고 있다. 세계의 주요 핵 강국 세 나라와 핵보유국으로 빠르게 변모하는 나라 하나, 그리고 세계 3대 경제국과 수십 년 된 동맹이 해당 지역의 일부 육지와 바다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해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는 것이다.

경쟁의 한쪽 편에는 미국과 그 동맹들인 한국과 일본이 있고, 다른 쪽에는 중국 러시아가 있으며, 북한 또한 질세라 도사리고 있다.

이들 당사자들은 군비 경쟁에서 잠재적 적국들보다 한발 앞서고자 하는 욕망에 사로잡혀 통제 불능의 악순환에 빠져들고 있다. 현재 동아시아의 군비 경쟁은 한 쪽에서는 억지력이라 주장하는 것이 다른 쪽에게는 공세적 군비 확장으로 인식되고 있는 형국이다.

“우리는 동아시아에서 뾰족한 억제 수단도 없고 군비 통제도 없는 이러한 역학관계가 소용돌이치는 것을 계속 보게 될 것이다.”

카네기 국제평화기금(Carnegie Endowment for International Peace)의 핵 정책 전문가 안킷 판다는 CNN과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주장했다.

일본 지도자들의 워싱턴 방문은 바로 이러한 상황을 단적으로 확인시켜주는 역할을 했다.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의 회담 직후 동중국해에서 중국의 군사 활동과 지난해 8월 대만 상공을 넘어 일본 인근 해역에 떨어진 중국의 탄도미사일 발사에 대해 우려를 표명했다.

이 자리에서 기시다 총리는 중국이 “국제 질서를 무너뜨리려는 시도”를 중단할 것을 경고하고, 중국에 대항해 일본, 미국, 유럽이 일사분란하게 움직이는 것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의 이 같은 발언은 미국과 일본의 주무 장관들이 “중국의 지속적이고 빠른 핵능력 확대”에 대해 불길한 전망을 내놓은 지 불과 며칠 만에 나온 것이어서 더욱 눈길을 끌고 있다.

하지만 북한과 중국에 따르면 공세적인 침략자는 거꾸로 일본이다. 그들은 최근 일본이 중국과 북한 영토 내 목표물을 타격할 수 있는 무기를 구입하면서 방위비 지출을 두 배로 늘리겠다고 공언한 점에 주목한다. 그리고 그들의 우려는, 불과 며칠 전에 나온, 중국의 선제공격을 저지하기 위한 새로운 이동식 대함 미사일을 포함해 일본 남부 섬에 새로운 미 해병 병력을 배치한다는 계획이 발표되면서 더욱 커질 듯하다.

미국과 일본에게는 이러한 조치들은 억제력에 해당한다. 그러나 베이징은 당연히 이를 공세적 군사력 확장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북한은 지난 1일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8기 제6차 전원회의 결과를 보도하며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둘째 딸 김주애와 함께 중거리 탄도미사일(IRBM)인 '화성-12형'을 둘러보는 모습을 공개했다. [사진 = 연합뉴스(조선중앙TV 화면)]
북한은 지난 1일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8기 제6차 전원회의 결과를 보도하며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둘째 딸 김주애와 함께 중거리 탄도미사일(IRBM)인 '화성-12형'을 둘러보는 모습을 공개했다. [사진 = 연합뉴스(조선중앙TV 화면)]

과거 역사의 유산

중국이 내세우는 우려는 역사적 배경을 지니고 있다. 중국은 일본군이 아시아의 광활한 지역을 점령하고, 중국이 이에 정면으로 맞서 싸웠던 지난 제2차 세계대전 시대의 군사적 확장주의로의 회귀를 우려한다고 말한다. 중국은 1937년부터 1945년까지 일본과 8년간의 전쟁을 치르는 동안 약 1,400만 명의 중국인이 사망하고 최대 1억 명이 난민이 되었다고 주장한다.

중국은 일본이 중국 내 기지를 타격할 수 있는 토마호크 미사일과 같은 장거리 ‘공격’ 무기를 배치하는 등의 행보는 일본이 동아시아의 평화를 다시 한 번 위협하려는 의도를 드러낸 것이라고 간주한다.

그러나 비판론자들은 중국이 과거 역사적 상처를 들먹이는 데에는 자국의 군사력 증강을 호도하려는 부차적인 동기가 도사리고 있다고 의심한다.

중국의 주장을 회의적으로 바라보는 비판론자들은, 중국이 그들의 군사력 강화를 우려의 눈으로 바라보는 미국과 일본의 시각을 인정하지 않으면서 일본 인근 지역에서 해군과 공군력을 증강하고 있으며, 일본 관할하에 있는 동중국의 무인 열도인 센카쿠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에 ​​대한 영유권을 주장하고 있는 상황을 지적한다.

지난해 12월 말, 일본은 중국 국적 선박이 2022년 334일 동안 중국명 댜오위다오로 알려진 열도 주변 인접 구역에서 목격되었다고 밝혔었다. 지난해 12월 22일부터 25일까지 중국 국적 선박은 2012년 이후 가장 긴 시간인 73시간 연속 일본 영해에 모습을 나타냈었다.

한편, 미국과 일본의 공세에 대항해 중국도 러시아와의 군사적 협력 관계를 강화하면서 군비 경쟁의 열기를 높이고 있다. 미 국무부 관계자는 최근 CNN에 이러한 움직임 때문에 미·일이 군사적 협정에 박차를 가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놓고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더욱 가까워지면서 상황이 “더욱 꼬이고 있다(warp drive)”고 말했다.

여기에다 러시아 또한 지난해 12월 동중국해에서 자국 군함과 중국 해·공군과 1주일간의 실사격 훈련을 포함한 합동 훈련을 전개하며 태평양에서 군사력을 과시했다.

중국의 공세는 자신들이 한 번도 통할하지 못한, 2400만이 거주하는 자치섬 대만을 자신들의 영토라고 주장하면서 특히 두드러지고 있다.

시진핑 주석은 대만을 통할하기 위해 군사력 사용을 배제하지 않으며, 특히 지난해 8월 낸시 펠로시 당시 미국 하원의장의 대만 방문 이후 대만 주변에서 공세적인 군사 활동을 강화했었다. 펠로시의 대만 방문 이후 중국은 대만 주변에서 며칠 동안 전례 없는 군사 훈련을 실시하며 대만 근해에서 여러 발의 미사일을 발사하고 전투기를 날려 대만을 위협했었다.

최근 들어서는 중국은 지난주 J-10, J-11, J-16, Su-30 전투기, H-6 폭격기, 드론 3대, 조기경보 및 정찰기 등 28대의 전투기를 대만해협을 넘어 날리면서 위협을 가하기도 했다. 이번 훈련은 인민해방군이 대만해협을 넘어 47대의 전투기를 날려 보냈던 지난해 크리스마스 날과 비슷한 상황을 연출한 것이다.

이러한 긴장 중에도 미국의 결의는 굳건히 유지되고 있다. 워싱턴은 ‘대만 관계법(Taiwan Relations Act)’의 의무 조항에 따라 대만에 대한 무기 판매를 계속해서 승인하고 있다.

지난해 10월 6일 동해에서 펼쳐진 한미일 미사일방어 훈련 [사진 = 미국 국방부]
지난해 10월 6일 동해에서 펼쳐진 한미일 미사일방어 훈련 [사진 = 미국 국방부]

북한의 핵위협 고조

그러는 사이 대만에서 북쪽으로 수천 마일 떨어진 한반도에서는 긴장 완화 조짐은 점점 그 빛을 잃어가고 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2023년부터 핵무기를 ‘기하급수적으로 늘리겠다’고 천명하며 남한의 어느 지점이든 핵으로 타격할 수 있는 ‘초대형’ 이동식 로켓 발사대를 건설하고 있다.

이와 관련 ‘한국국방연구원(KIDA)’은 지난주 목요일 보고서를 통해 김정은의 야심이 수년 안에 300개의 핵탄두로 입증될 수도 있다고 밝혔다.

이는 ‘스톡홀름 국제평화연구소(SIPRI)’가 2022년 북한이 핵탄두 20기를 확보하고 있으며 55기를 추가로 제작할 수 있는 핵물질을 보유하고 있다고 추정했던 상황에서 크게 발전한 것이다.

북한은 300개의 핵탄두를 보유할 경우, SIPRI의 핵 비축 순위에서, 오랜 핵 보유국인 프랑스와 영국을 제치고, 러시아, 미국, 중국 다음으로 많은 핵무기 보유국이 될 것이다.

이러한 전망은 윤석열 한국 대통령이 한국의 군사력 증강 필요성을 역설하도록 하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은 “공격을 받으면 100배, 1000배 더 갚아줄 수 있는 군사력을 확고히 구축하는 것이 공격을 저지하는 최선의 방책”이라고 말했다.

그는 한국도 “전술 핵무기를 배치하거나 자체 핵을 보유”할 수 있다고 시사하며 한국이 자체 핵무기를 생산할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았다.

한반도가 핵무기 각축장이 되는 것은 미국 지도자들이 매우 경계하는 상황이다. 비록 그 핵무기가 미국의 동맹국의 것일지라도.

한국의 핵무기 개발 가능성 언급은 북한이 거듭 위반하고 있는 1992년의 ‘한반도 비핵화 공동선언’을 지금까지 고수해 온 한국에게는 도덕적 우월성을 상실하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미국은 동맹국 보호 의지를 확고히 하기 위해 한국에 대한 미국의 지원은 “철벽” 같으며 미국의 모든 군사 자산이 한국을 보호하기 위해 테이블 ​​위에 있음을 분명히 하고 있다.

“미국은 핵을 포함해 재래식 무기와 미사일 방어에 이르기까지 모든 범위의 미국 방어 능력을 사용함으로써 한국에 확장 억제력을 제공한다는 공약을 이행하는 데 머뭇거리지 않을 것이다.”

마이크 길데이 미 해군참모총장은 최근 ‘한미문제 연구소(ICAS)’의 가상 포럼에서 이 같이 밝혔다.

길데이는 지난해 미국 항공모함의 한국 부산항 방문을 미국의 한국 지원 의지를 피력한 사례로 꼽았다. 그러나 평양측은 이러한 움직임을 자신들의 뒷마당에서 워싱턴의 가장 강력한 해군력이 무력시위를 펼친 것으로 밖에는 간주하지 않는다.

이렇듯 동아시아에서의 군사력 경쟁의 통제 불능 상태는 멈출줄 모르고 계속되고 있다.

하지만 동아시아의 군비 경쟁이 가속화되면서 한 가지 분명한 사실은 미국, 일본, 한국이 개별 주체로 행동하지 않고 하나의 집단으로 활동하게 될 것이라는 점이다.

지난주 워싱턴 회담에 기시다와 다른 일본 지도자들이 함께 참석한 것은 이를 입증하기에 충분한 시각적 증거를 제공했다.

길데이 제독은 ‘한미문제 연구소(ICAS)’ 연설에서 한미일 3자 협력에 대해 “함께 할수록 더 강해진다”고 강조했다. 

“한미일이 협력함으로써 잠재적 적들이 섣불리 행동해서는 안 된다고 확신하게 되기를 바란다.”

그는 적들의 끊임없는 위협에도 불구하고 인내는 필요하다고 덧붙이며 이렇게 말했다.

“우리를 막을 자는 없으며, 우리는 단합함에 있어 담대함을 잃어서는 안 된다.”

[위키리크스한국 = 최석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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