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계사 지위 인정 원수사 첫사례…노동자성 인정 타사 확산↑
복수노조로 구성돼 있던 삼성화재가 올해부터 단체협약 시 정규직과 보험설계사들의 교섭을 별개로 진행하기로 하면서 설계사들에 대한 노동자성 인정이 확산될 가능성이 엿보이고 있다.
그동안 정규직이 아닌 특수고용직으로 분류되는 설계사들은 교섭 테이블에서 제외돼 왔지만 대형 생·손보사들이 이들의 노동자성을 인정하고 교섭 대상에 포함시키면서 타 보험사들에도 영향을 미칠 공산이 커지게 됐다.
16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삼성화재노조는 최근 정규직을 제외한 보험설계사들(3889명)에 대한 교섭권을 별도로 확보했다. 이날까지 별도의 이의제기가 없을 경우 내일부터 사측과 교섭에 들어갈 수 있게 된다.
이번 결정의 배경은 교섭 테이블에 설계사를 포함시키는 것을 두고 노조 간 이견이 있던데 따른 것이다.
삼성화재는 대표노조인 리본노조(구 평사원협의회노조)와 삼성화재노조의 복수노조 체제다.
삼성화재노조가 설계사 숫자를 포함해 교섭을 시작할 것을 제안했지만 리본노조가 정규직만 따로 분리하자고 하면서 서울지방노동위원회(지노위)와 중앙노동위원회(중노위)에 이의를 제기했다. 이에 지노위와 중노위가 분리교섭을 결정하면서 리본노조는 정규직, 삼성화재노조는 설계사의 교섭권을 얻은 것이다.
원수사 가운데 설계사에 대한 교섭권이 인정된 것은 이번이 첫 사례다. 한화생명과 KB라이프생명의 판매 자회사인 한화생명금융서비스·KB라이프파트너스가 각각 설계사들의 교섭권을 인정한 바 있지만 이들은 원수사(한화생명·KB라이프생명)의 자회사로, 삼성화재의 경우와는 차이가 있다.
원수사 소속의 전속설계사들은 특수고용직으로 원수사 소속이지만 회사와 노동자로서 근로계약을 맺지 않는다. 특고직과 회사는 일종의 위촉계약관계다.
기본급이 없고 실적에 따른 인센티브가 설계사들의 급여다. 퇴직금도 없고, 오히려 퇴직 후 기존 고객이 일찍 계약을 해지할 경우 기지급된 수수료(환수금)를 일정 비율 돌려줘야 한다.
건강보험 또한 직장가입자가 아닌 지역가입자로 분류된다. 개인사업자처럼 사업자번호가 부여되는 것은 아니지만 구조 자체는 개인사업자와 큰 차이가 없다.
손보업계 1위인 삼성화재에서 설계사의 교섭권이 인정됨에 따라 다른 보험사들까지 파장이 미칠 가능성도 높아졌다. 제판분리를 진행한 몇몇 중대형 보험사들은 부담이 적지만 아직 판매조직을 두고 있는 곳들은 매 임금 및 단체협약 시 설계사들의 경우도 고려해야 하기 때문이다.
삼성화재노조 오상훈 위원장은 “삼성화재노조가 삼성화재 내에서 보험설계사를 보유하고 교섭할 유일노조로 회사가 인정했다”라며 “16일까지 이의제기 신청기간을 거쳐 17일부터 회사와 만나자고 일정을 잡을 수 있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위키리크스한국=김수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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