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 프리즘] 지속되는 중국의 미국 '산업 스파이' 활동... 미-중 상호 사이버 해킹 방지협약 '무용지물'
[월드 프리즘] 지속되는 중국의 미국 '산업 스파이' 활동... 미-중 상호 사이버 해킹 방지협약 '무용지물'
  • 최석진 기자
  • 승인 2023.01.28 06:52
  • 수정 2023.01.28 19: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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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연합뉴스]
[사진 = 연합뉴스]

BBC는 미국과 중국이 상호 사이버 해킹을 방지하는 협약을 맺었음에도 불구하고 미국의 산업 기술을 빼내려는 중국의 산업 스파이 활동은 줄어들지 않고 있다고 보도했다. 다음은 이 보도의 전문이다.

에너지 대기업 제너럴 일렉트릭 파워(General Electric Power)의 전 직원이었던 징 차오칭의 몰락은 평범해 보이는 사진에서 시작되었다.

미 법무부의 기소장에 따르면, 미국 시민권 소유자 징 차오칭은 회사에서 빼돌린 기밀 파일을 일몰을 촬영한 디지털 사진의 바이너리 코드에 숨긴 뒤 이를 자기 자신에게 메일로 발송했다.

징은 이 과정에서 겉으로는 평범하게 보이는 데이터 파일의 코드 내에 기밀 데이터 파일을 숨기는 ‘스테가노그래피(steganography)’라는 기법을 활용했다. 그는 회사에서 민감한 파일을 빼내기 위해 여러 차례 이 기술을 이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GE는 냉장고에서 항공기 엔진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제품을 생산하는 의료, 에너지 및 항공 우주 부문의 다국적 기업이다.

징 차오칭이 탈취한 정보는 터빈 블레이드(turbine blades)와 터빈 밀봉(turbine seals)을 포함한 가스, 증기 터빈의 설계 및 제조와 관련이 있었다. 수백만 달러의 가치가 있는 것으로 알려진 이 정보는 중국 내 공범에게 보내졌다. 이 정보는 궁극적으로는 중국 정부와 중국 기업 및 대학에 도움이 될 터이다.

징 차오칭은 이달 초 징역 2년 형을 선고받았다. 징 사건은 미국 당국이 기소한 일련의 유사한 사례 중 가장 최근에 발생한 사건이다. 지난해 11월, 직업적인 스파이로 알려진 중국 국적의 주 양준은 GE를 비롯해 여러 미국 항공 및 우주항공 기업들의 영업 기밀을 훔치려 한 혐의로 20년형을 선고받은 바가 있다.

중국의 산업 스파이 논란은 중국이 경제에 집중하고 지정학적 신질서 구축을 위해 기술적 노하우를 필요로 하는 반면 미국은 이를 자국이 누리는 패권에 대한 심각한 도전으로 받아들이며 방지를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는, 보다 큰 싸움의 일부분으로 해석된다.

영업 비밀 탈취가 매력적인 이유는 “상대적으로 신속하게 글로벌 가치 사슬(global value chains)에 편입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시간과 비용 그리고 토착 기술에 전적으로 의존해야 한다는 측면에서 투입되는 비용 없이 뚜렷한 성과를 거둘 수 있는 이점이 크다는 말입니다.”

국제 정치·경제 분석 기관 ‘이코노미스트 인텔리전스 유닛(Economist Intelligence Unit)’의 닉 마로는 BBC와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설명했다.

지난해 7월 크리스토퍼 레이 미 FBI 국장은 런던에서 열린 비즈니스 리더 및 학계 모임에서 중국은 서방 기업의 지적 재산을 “약탈(ransack)”하여 자체 산업 발전을 가속화하고, 궁극적으로는 주요 산업을 지배한다는 목표를 지니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중국이 기술 선진국의 “대도시에서 소도시에 이르기까지, 포춘지 선정 100대 기업부터 신생 기업, 항공, AI, 제약에 이르기까지 전 산업 분야에 걸쳐 모든 기업들을 기웃거리고 있다.”고 경고했다.

하지만 당시 중국 외교부 대변인 자오 리젠은 레이 국장이 “중국을 욕보이고” 있으며 “냉전적 사고 방식”을 버리지 못하고 있다고 반발했다.

[사진 = 연합뉴스]
[사진 = 연합뉴스]

“중국이 우리의 지위를 무너뜨리려 한다.”

징 차오칭은에 대한 법무부 성명에서 FBI의 알란 콜러 주니어는 중국이 “미국의 창의력” 탈취를 목표로 삼고 있으며 글로벌 리더로서의 “우리의 지위를 무너뜨리려” 한다고 말했다.

징 차오칭은 터빈 밀봉 기술(turbine sealing technology) 전문 엔지니어였으며 증기 터빈 엔지니어링 분야에서 다양한 누출 방지 기술을 연구해왔다. 이러한 밀봉 기술은 “엔진의 출력이나 효율성을 높이거나 엔진의 수명을 연장하여” 터빈 성능을 최적화하는 데 활용된다고, 법무부는 밝혔다.

항공기에 동력을 공급하는 가스 터빈은 중국 항공 산업 발전의 중추 역할을 하고 있다.

여기에다 항공 및 우주항공 장비는 중국이 외국 기술 의존도를 줄이고 최종적으로는 이를 능가하기 위해 빠른 발전을 목표로 삼고 있는 10개 부문 중 하나이다.

그러나 중국의 산업 스파이 활동은 항공 및 우주항공 분야에만 국한하지 않는다.

실리콘 밸리에 기반을 둔 컨설팅 회사인 ‘컨스털레이션 리서지(Constellation Research)’의 설립자이자 CEO인 레이 왕에 따르면 중국은 제약 개발 및 나노기술 분야에도 산업 스파이의 손길을 뻗치고 있다고 한다. 나노기술은 의약품, 섬유, 직물 및 자동차와 같은 분야에서 사용하기 위한 나노 규모의 엔지니어링 기술이다. 나노미터는 10억분의 1미터를 가리킨다.

나도 기술에는 나아가 의약품, 생체공학(생체적합성 보철물의 개발 및 재생 조직 성장과 같은 생물학적 모방 기술)도 포함된다.

레이 왕은 포춘지가 선정한 100대 기업 중 하나의 전 R&D 책임자와 관련된 일화를 소개했는데, 그 책임자는 “자녀들도 함께 어울릴 정도로 자신이 가장 많이 믿었던 사람이 중국공산당으로부터 급여를 받은 사실이 드러났다.”고 들려주었다고 한다.

“그는 스파이는 어디에나 있다고, 묻지도 않은 말까지 덧붙였습니다.”

레이 왕은 이렇게 말했다.

과거에는 일본, 한국, 대만 및 싱가포르와 같은 국가의 산업 스파이 활동이 골칫거리였다고, 닉 마로는 말했다. 그러나 이러한 나라들도 토착 기업이 스스로 혁신적인 시장 리더로 부상하고 지적 재산을 보호받고자 하면 해당국 정부들은 이 문제를 더욱 심각하게 받아들이면서 관련 법안을 통과시키기 시작한다.

“지난 10년 동안 중국에서 혁신적 기업들이 늘어나면서 중국도 국내 지적재산권 보호가 눈에 띄게 강화되는 것이 목격되고 있습니다.”

닉 마로는 이렇게 주장했다.

중국은 또한 외국 기업이 중국 시장에 접근하는 대가로 맺는 합작투자 계약에 따라 관련 기술을 자국에 양도하도록 한 후 기술을 확보한다. 이러한 처사에 대한 불만이 늘어나고 있는데도 중국 정부는 강권은 없었다고 일관되게 혐의를 부인한다.

해킹 방지 협정은 “장난”에 불과하다

특히 미·중간에 해킹을 방지하려는 시도들이 눈에 띈 적이 있었다.

2015년 미국과 중국은 양측이 “상업적 이익을 위한 영업 비밀 또는 기타 기밀에 속하는 사업 정보를 포함한 지적 재산의 사이버 탈취”를 저지르지 않겠다고 약속하는 계약을 체결한 바가 있다.

하지만 이듬해 미 국가안보국은 정부와 기업 데이터를 해킹하려는 시도가 “극적으로” 줄었다는 점은 인정하면서도 중국이 협정을 위반했다고 비난했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이 협정은 별로 영향을 미치지 못하고 있다고 말한다. 레이 왕은 이를 두고 실행력이 부족한 “장난(joke)”에 불과하다고 평가했다. 미국 내 중국 사이버 스파이 활동은 “널리 퍼져있으며” 학술 연구 분야까지 침범하고 있다. 그는 BBC에 “서방 기업을 대상으로 전방위적으로 스파이들이 활약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싱가포르 국립 대학의 림 타이 웨이는 중국 스파이 활동의 범위에 대한 “논박할 수 없는 확실한 연구”가 수행된 적은 없다고 지적했다.

“일각에서는 미국에 대한 중국의 사이버 스파이 활동이 잠시 주춤했지만 이후 이전 수준을 회복했다고 주장하지만, 다른 이들은 미·중 관계의 전반적 악화로 인해 협정 이행이 안 되고 있을 뿐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는 이렇게 평가했다.

그러는 사이 미국은 이제 스마트폰에서 무기에 이르기까지 모든 제품에 필수적으로 필요한 핵심 반도체 산업에서 중국의 발전을 직접 저지하려 하고 있으며, 중국의 반도체 기술 접근이 미국 국가 안보에 위협이 된다고 주장하고 있다.

지난해 10월 워싱턴 당국은 가장 폭넓은 수출 통제를 발표하면서, 세계 어디에서 제조되었든 미국 장비나 소프트웨어를 사용하여 중국에 반도체칩을 수출하려는 회사는 미국의 허가를 얻어야 한다고 밝혔다. 미국의 이 같은 조치에는 미국 시민과 영주권 소지자가 중국의 특정한 반도체칩 기업에서 근무하는 것을 금지하는 내용도 포함되어 있다.

닉 마로는 이러한 조치들로 인해 중국의 기술 발전 속도가 늦어지기는 하겠지만, 기술 공급망에서 미국 및 기타 외국 제품을 제외하려는 중국의 노력 또한 가속화할 것이라고 예견했다.

“중국은 수년간 자국 산업의 기술 공급망에서 미국을 비롯한 외국 제품들을 추방하려 시도했지만 큰 성공을 거두지는 못했습니다. 그러나 최근 미국의 통제로 인해 이러한 정책 목표는 이제 보다 더 시급해졌습니다.”

그는 이렇게 분석했다.

결국 중국도 자국의 국가안보를 내세우면서 세계 양대 경제 대국 사이의 기술적 우위를 위한 쟁탈전은 더욱 심화될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레이 왕은 미국이 여전히 우위를 점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사이버 보안 분야에 정통한 내 친구들에 따르면 자신들이 중국 사이트를 해킹할 때 쓸만한 가치가 있는 기술들은 죄다 미국의 지적 재산임을 발견할 수 있다고 말합니다.”

그는 이렇게 말했다.

[위키리크스한국 = 최석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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