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만 위한 미팅 제도, 사실상 '무용지물' 지적도

국제 특송기업 페덱스코리아가 채은미 전 대표에서 박원빈 대표 체제로 전환한 지 3개월만에 ESG 경영 역행 논란에 휩싸였다. 휴가 사용, 휴게시간 보장 등 직원들이 보장받아야 할 자율성을 외면하고 있다는 것이 주된 이유다. 이 밖에도, 암암리에 이뤄지고 있는 직장 내 괴롭힘과 개선될 수 없는 내부 조직으로 인해 줄퇴사가 이어지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폭로를 결심한 한 직원은 "포춘지에 선정될 만큼 최고의 직장이 아니다"고 꼬집었다.
25일 한 직원 A씨는 "매체나 블로그, 회사 사이트에서 다니기 좋고 직원들을 위하는 회사라고 광고된 거 볼 때마다 한심하고 역겹다"고 강하게 규탄하며 폭로를 이어갔다. 그는 강압적인 사내 분위기와 최소한의 자율성이 보장돼야 할 휴가 및 휴게시간 부여 등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는 부분을 대표적인 이유로 꼽았다. A씨의 주장에 따르면, 직원들의 휴가 승인은 형평성에 어긋나는 주먹구구식 방식으로 이뤄지고 있다.
페덱스코리아는 휴가 사용과 관련해 '업무상의 이유로 회사가 요구하지 않는 한 모든 직원은 기왕에 발생한 휴가를 사용하는 것이 회사의 방침이다'고 취업규칙을 통해 정의하고 있다. 하지만 3개월 전에 휴가 사용을 신청해도 반려되는 경우가 허다하다고 한다. A씨는 "회사 사정에 따라 조율이 가능하지만 직원 의사에 따라야 한다"면서 "부장급들은 당일 반차, 당일 휴가도 마음대로 쓰면서 우리는 자기들이 정한 날짜에만 써야한다"고 지적했다.

A씨는 "첨언하자면, 한 달 전에 스케줄을 정하는데 미리 휴가쓰고 싶은 날짜를 제출하라고 하지만 같은 날짜에 경쟁률이 높다면 제비뽑기를 한다"며 "부장이나 팀 리더들 중에 랜점으로 숫자 정해서 가까운 순으로 당첨시키고, 중간에 모의하여 해주고 싶은 사람으로 몰아줄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그는 "여성을 위한 좋은 회사, 퇴사율 제로라고 홍보하고 있지만 실상은 거의 200%에 육박한다"고 설명했다.
여기에 근로자들이 법적으로 보장 받아야 할 휴게시간 역시 제대로 지켜지지 않고 있다는 후문이다. A씨는 "정해진 시간에 쉬지 않으면 1~2분 지나서라도 못 쉬게 압박한다"고 토로했다. 그는 "법적으로 근로자에게 부여된 것이지만, 회사가 바쁘니 쓰지 말고 일하라는 공지도 몇 번 왔다"며 "한 부장은 '회사를 위해 일해야지 휴게시간 가지고 그러느냐'라고 타박한 적도 있다"고 덧붙였다.
페덱스코리아 직원들의 불만은 직장 내 괴롭힘으로까지 이어지는 모양새다. A씨는 익명성 보장을 당부하며 가해자의 성별과 직급 등을 특정했다. 그는 "형식적이게 직장 내 괴롭힘을 금하는 문구 팜플렛이 주기적으로 내려오지만 전혀 개선되지 않고 있다"며 "이들은 신입 직원들이나 기존 직원들 중 마음에 안드는 사람들을 업무적으로나 뒷담화로 매도하는 등 다양한 방법으로 괴롭힌다"고 전했다. A씨는 "이사나 다른 부장들은 알면서도 방관하고 있다"고 말했다.
직원들의 이런 각종 불만 및 문제를 접수 및 개선하기 위해 페덱스코리아는 1대1 상담 형식의 '스킵 리벨 미팅'과 설문조사 형식의 'sfa 미팅' 등을 운영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사실상 '무용지물'이라는 것이 A씨의 시선이다. 그는 "직원들이 여러번 이사한테 투서를 날리고 퇴사했는데, 아무런 조치가 없어 무능한 사람이라고 생각한다"면서 "익명성이 지켜지지 않고, 좋은 점수를 적지 않으면 따로 불러서 '왜 그랬냐'는 상담까지 한다"고 한탄했다.
이번 논란과 관련해 페덱스코리아 측에 공식 입장을 요청하기 위해 수차례 접촉했으나, 현재까지 연락이 닿지 않았다.
[위키리크스한국=최문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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