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 줌인] 독일의 레오파드2 탱크 우크라이나 지원과 세계 2차대전 '악몽' 트라우마
[우크라 줌인] 독일의 레오파드2 탱크 우크라이나 지원과 세계 2차대전 '악몽' 트라우마
  • 최석진 기자
  • 승인 2023.01.27 05:51
  • 수정 2023.01.27 07:5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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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제 레오파드2 탱크 [사진 = 연합뉴스]
독일제 레오파드2 탱크 [사진 = 연합뉴스]

독일 정부가 마침내 신중한 입장에서 선회해 우크라이나에 ‘레오파드2’ 탱크를 보내기로 했다. 아울러 독일은 동맹국들이 보유한 같은 기종 탱크를 우크라이나에 재수출하는 것도 승인키로 했다.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는 25일(현지 시각) 내각 회의에서 독일이 유럽을 비롯해 전 세계 가까운 협력국들과 긴밀한 협의 끝에 우크라이나에 대한 군사적 지원을 강화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앞서 독일은 우크라이나에 탱크를 지원하라는 미국의 요청에 대해 미국도 탱크를 보내야 한다는 전제조건을 달아 신경전을 벌이기도 했었다.

BBC는 26일(현지 시각) 그동안 독일이 우크라이나에 탱크를 보내는 데 선뜻 나서지 못한 이유를 분석하는 칼럼을 내보냈다. 다음은 이 칼럼의 전문이다.

우크라이나가 실전에 투입될 탱크를 원한다는 점은 두말할 나위가 없는 사실이다.

우크라이나는 탱크야말로 전쟁의 판을 바꿔놓을 무기라고 주장한다. 탱크는 우크라이나가 자국 영토에서 러시아를 몰아내고, 전쟁의 주도권을 잡는 데 결정적 역할을 할 수 있다.

독일은 유럽에 배치된 대부분의 현대식 중전차인 레오파드2(Leopard 2)를 생산하고, 그 중 약 2,000대가 유럽의 여러 동맹국들에 분산·배치되어 있다. 독일은 동맹국들이 가지고 있는 레오파드2에 대한 모든 재수출 허가권까지 보유하고 있다.

독일이 레오파드2의 재수출 허가권까지 보유하고 있다는 것은 독일이 우크라이나에 탱크 전달을 머뭇거리는 동안 하루라도 빨리 보내고 싶어하는 폴란드와 같은 나라들도 보낼 수 없음을 의미했다. 레오파드2를 보유 중인 폴란드 같은 나라들이 우크라이나에 이를 보내기 위해서는 베를린 당국의 재수출 허가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물론 우크라이나군은 레오파드2 사용법에 대한 훈련을 받아야 하며, 실전에 배치되기 위해 얼마나 많은 탱크가 얼마나 빨리 도착할지는 아직 불확실하다.

하지만 러시아에 의한 인권 유린이 반복해서 지질러지고 있는 상황에서도 독일이 장고(長考)에 돌입하자 러시아의 침략에 단호한 결속력을 보여주고자 하는 서방 동맹국들은 독일에 대한 압박의 강도를 높여왔다.

숄츠 총리의 머뭇거림은 그의 집권 연합 세력과 심지어 그가 속한 ‘사회민주당’을 포함해 독일 전체를 분열로 몰아갔다. 

“레오파드를 풀어줘!”

독일 하원에서 탱크를 보낼지 말지를 놓고 격렬한 논쟁이 벌어지는 동안 의회 밖에서는 이 같은 외침이 매일같이 들려왔다.

그렇다면 올라프 숄츠 총리는 어째서 선뜻 결정하지 못하고 머뭇거렸던 것인가?

오늘날 독일 지도자들이 느끼는 역사의 무게감은 상상 이상이다.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을 정도이다.

이번 주 금요일은 ‘홀로코스트 추모일(Holocaust Memorial Day)’이다. 이를 반영이라도 하듯이 “우리는 잊지 않을 것이다”라고 쓴 대형 표지판이 베를린의 독일 국회의사당에 내걸렸다.

두 차례에 걸친 세계 대전의 침략자로서 많은 독일인들은 독일이 우크라이나에 탱크를 보내는 데 앞장서기를 원하지 않는다.

하지만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직후 숄츠 총리는 독일이 “변곡점(Zeitenwende)”에 이르렀다고 선언함으로써 많은 것을 시사했다. 이는 독일 뿐만 아니라 유럽 전체도 마찬가지이다.

독일은 유럽의 무기 부족과 무기 현대화에 막대한 투자를 하고 유럽 방어에서 훨씬 더 적극적인 역할을 하겠다고 약속했다. 이는 2차 세계 대전 이후 취하고 있는 독일의 소극적 태도와 동맹국이 안보 문제를 주도하는 것을 선호하는 입장에서 분명하게 태도를 바꾼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이러한 변화는 특히 정치적 반대에 부딪혀 차질을 빚으면서 최종 결실을 보지 못하고는 있지만 분명히 진행 중이며 이는 독일에게는 어마어마한 변화에 해당한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독일은 서방 현안에서 주도권을 잡기를 꺼렸지만, 동맹국들은 유럽 최대 경제국인 독일이 좀 더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독일이 작년 12월 19일(현지시간) 슬로바키아 브라티슬라바에서 슬로바키아가 우크라이나에 전투 차량을 기증한 후, 거래의 일환으로 슬로바키아에 첫 레오파드 탱크를 납품하고 있다. [사진 = 연합뉴스]
독일이 작년 12월 19일(현지시간) 슬로바키아 브라티슬라바에서 슬로바키아가 우크라이나에 전투 차량을 기증한 후, 거래의 일환으로 슬로바키아에 첫 레오파드 탱크를 납품하고 있다. [사진 = 연합뉴스]

탱크를 보내는 데 따른 그밖의 문제점들

독일이 극복해야 할 민감한 문제 중 하나는 자신들이 보낸 레오파드2가 러시아 병사들에게 사용될 것이라는 점이다.

독일은 제1, 2차 세계대전 동안 수백만 명의 러시아인을 학살한 데 대해 책임을 통감하고 있다.

여기에다 겉보기에는 별개인 문제처럼 보이지만 사실을 그렇지 않은 구(舊) 동독 주민들의 정서도 한몫하고 있다. 과거 공산주의 국가였던 동독 출신 주민들은 아직도 자본주의 독일 사회와 서방 세계의 작동 방식에 불만을 품고 러시아에 대한 향수를 잊지 못하고 있다.

이와 관련 유럽에서 러시아의 허위 정보를 모니터링하는 NGO 단체들은 많은 독일인들이 오류의 늪에 빠질 수 있다고 경고한다.

즉, 압도적 다수의 독일인은 현재 곤경에 처한 우크라이나의 처지에 공감하지만, 크리스마스 직전의 조사에서 독일인의 40%는 우크라이나 침공에 대해 서방을 비난하는 러시아의 처지를 이해한다고 답했다. 나토(NATO)의 군사적 동진 정책에 대한 러시아의 반발을 이해한다는 말이다.

올라프 숄츠 총리는 자칭 친서방파이지만 그의 사회민주당은, 역사적인 맥락에서, 전적으로는 아니라도 최근에는 동쪽 모스크바를 바라보고 있는 경우가 많으며, 미국과 미국의 나토 지배력을 의심의 눈초리로 바라보는 당원들도 적지 않다.

이러한 이유들 때문에 숄츠 총리는 독일이 독자적으로 행동하는 것을 원하지 않았으며, 우크라이나에 탱크를 보내는 일에 중심 역할을 거부했던 것이다.

독일의 또 다른 우려는 영국, 폴란드, 네덜란드를 포함한 유럽 국가들은 우크라이나 전쟁 확전의 책임이 크렘린 당국에 있다고 주장하는 반면에 많은 독일인들은 우크라이나에 중화기를 제공하는 것이 블라디미르 푸틴을 압박할 수 있다고 우려하는 데에 있다. 그들은 푸틴을 극단으로 내몰면 그가 핵무기 사용도 배제하지 않을 것이라고 우려를 표명한다.

숄츠 총리가 미국도 우크라이나에 탱크를 보내야 한다고 강력히 주장한 이유 중 하나는 러시아에 맞서는 핵강국인 미국이 유럽과 함께 한다는 점을 유럽 동맹국들이 느끼게 하려는 데 있다.

전반적으로 숄츠 총리는 독일이 홀로 우크라이나에 탱크를 보내는 주요 공급자가 되는 것을 원하지 않았다. 그러나 그가 갑자기 태도를 바꾼 것은 그가 계속해서 머뭇거리다가는 서방 동맹 사이에서 고립될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일 수 있다.

마지막으로 명심해야 할 점은 무기를 제공하고 전달하는 과정에서 숄츠 총리가 선뜻 결정을 내리지 못하기는 했어도 독일은 대(對) 우크라이나 군사 원조에 있어 단일 국가 단위로 3번째 국가에 해당하며, 인도적 지원에서도 핵심 역할을 하는 나라라는 사실이다.

[위키리크스한국 = 최석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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