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 프리즘] 미국의 전립선암 환자가 갑자기 아일랜드 억양을 쓰게 된 이유는?
[헬스 프리즘] 미국의 전립선암 환자가 갑자기 아일랜드 억양을 쓰게 된 이유는?
  • 최석진 기자
  • 승인 2023.02.12 07:11
  • 수정 2023.02.12 07:1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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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ATI]
[사진 = ATI]

사상 3번째로 입증된 ‘외국어 말투 증후군(Foreign Accent Syndrome)’ 환자

사람의 말투가 외국어를 하는 것처럼 부자연스럽게 변하는 특이한 의학적 상태를 가리켜 ‘외국어 말투 증후군(FAS : Foreign Accent Syndrome)’이라 한다. 이 질환은 뇌경색 등 뇌에 큰 손상을 입은 경우에 나타날 수 있으며 통상 며칠 후면 정상으로 돌아온다.

한 전립선암 환자가 갑자기 아일랜드어 말투를 사용하면서 주목을 받고 있다. 1월에 발표된 새로운 연구에 따르면 이 익명의 50대 미국 남성은 아일랜드에 가본 적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전립선암 진단을 받은 지 거의 2년 뒤 아일랜드 어투로 말하게 되었다.

‘외국어 말투 증후군(FAS : Foreign Accent Syndrome)’으로 알려진 이런 특이한 현상은 역사상 첫 사례는 아니지만 암과 관련되어서는 세 번째이고, 그 중 전립선암과 관련되어서는 최초의 사례로 알려지고 있다.

FAS에 시달리는 사람들은 자신의 본래 말투로 말하지 못하고 언어 패턴이 바뀌는 신경학적 기능장애를 겪는다. 그러나 듣는 사람에게는 환자가 마치 외국어를 말하는 것처럼 들리게 된다. 이번 환자의 경우에는 아일랜드어를 말하는 것처럼 들리고 있다.

전립선암. /출처: 캔서앤서
전립선암. /출처: 캔서앤서

이 남성의 사례는 지난달 ‘영국 의학저널(BMJ : British Medical Journal)’의 논문을 통해 발표되었다. 이 논문에 따르면 50세의 해당 환자는 한동안 ‘전이성 전립선암’을 앓다가 갑자기 “아일랜드에는 가본 적도 없음에도 불구하고 ‘아일랜드 말투’가 본인도 어쩌지 못할 정도로 터져 나왔다.”고 한다.

대부분의 FAS 사례는 뇌졸중이나 외상성 뇌손상의 결과로 발생하지만 이 경우는 달랐다.

“그는 FAS 증상이 시작될 때 신경학적 이상이나 정신 병력 또는 MRI상 뇌손상이 없었다.”

이 논문은 이렇게 주장했다.

“전립선 특이 항원 현상은 발견되지 않았지만 영상 진단 결과 환자의 전립선암이 확인되었다. 이후 생체검사를 통해 ‘소세포 신경내분비 전립선암(NEPC)’으로 변이가 확인되었다.”

NEPC는 치명적인 암 변종인 경우가 많다. 논문에 따르면 NEPC는 암 치료에도 불구하고 계속 번져나갔다. 의사들은 환자가 근본적인 ‘부신생물성 신경학적 장애(신체의 다른 곳에서 암에 반응하는 신체의 면역체계로 인한 뇌손상)’의 결과로 FAS 증상을 보이게 되었다고 믿고 있다.

기본적으로 암과 싸우려고 노력하는 과정에서 그의 면역 체계가 뇌에 손상을 입혔고, 그 결과 아일랜드어처럼 들리는 억양으로 말하게 된 것이다.

기술·과학 전문 웹사이트 ‘기즈모도(Gizmodo)’는 FAS 현상이 1907년 의학계에 처음 보고되었으며, 현재까지 학술지에 기록된 사례는 약 100건에 불과하다고 밝히고 있다.

학계에 보고된 또 다른 FAS 사례에서 환자의 말투는 뇌가 부상에서 회복 기미를 보일 때는 정도가 약해졌다. 하지만 불행하게도, 이 남성 환자는 증상이 뇌로 전이되면서 암으로 사망했다. 결국 그의 특이한 억양은 죽을 때까지 지속되었다.

과거 학술지를 통해 보고된, 암과 관련된 FAS 현상은 두 가지 다른 사례만 언급되었었다.

2008년에는 “60세 전이성 유방암 환자에게 이차적으로 FAS가 나타난” 사례가 보고되었었다. 또, 2013년에도 50세 이탈리아 여성의 말투와 억양이 바뀐 특이한 현상이 보고되기도 했었다.

‘외국어 말투 증후군(FAS : Foreign Accent Syndrome)’을 보이는 환자의 뇌 영상 사진 [사진 = ATI]
‘외국어 말투 증후군(FAS : Foreign Accent Syndrome)’을 보이는 환자의 뇌 영상 사진 [사진 = ATI]

그러나 아마도 가장 유명한 FAS 현상은 제2차 세계대전 직후에 일어난 사건일 것이다.

미국 잡지 ‘디 애틀랜틱(The Atlantic)’에 따르면 이 사례는 공습 중 포탄 파편에 맞은 아스트리드라는 노르웨이 여성과 관련이 있다. 2년 후, 그녀는 신경과 전문의 게오르그 헤르만 몬라드-크론과 상담을 했는데, 그는 그녀가 전에 노르웨이어를 유창하게 구사했었음에도 불구하고 “그녀는 분명히 독일어나 프랑스어로 들릴 정도로 확실하게 외국어 억양을 사용하게 되었다”고 기록을 남겼다.

아스트리드에게는 너무 안타까운 일이었지만, 제2차 세계대전의 공포 때문에 사람들은 그녀를 독일인으로 착각하고 공동체에서 따돌림을 시키는 일까지 벌어졌다.

“그녀는 가게에 가면 언제나 독일인 취급을 받는다고 불평을 늘어놓았다. 가게 점원들도 그녀에게는 물건을 팔려고 하지를 않았던 것이다.”

몬라드-크론 박사는 이렇게 기록을 남겼다.

당시 몬라드-크론 박사는 아스트리드의 상태를 “억양 장애(dysprosody)”라는 이름으로 불렀다. “운율(prosody)”이라는 용어는 사람의 말에서 강세와 억양의 패턴을 지칭할 때 사용된다.

아스트리드는 소리의 특정 부분에 엑센트를 주어 다른 리듬으로 말할 수 있었지만, 이러한 말투는 노르웨이어 원어민과 크게 달랐다.

1982년이 되어서야 ‘외국어 말투 증후군(Foreign Accent Syndrome)’이라는 용어가 신경언어학자인 해리 위테이커에 의해 명명되었다.

“모음은 특히 민감하다. 어떤 모음을 발음하는지는 입안 혀의 위치에 따라 다르다.”

매쿼리대학 인지과학과 린지 니켈스 교수는 전문적 학문 연구를 주로 다루는 매체 ‘더컨버세이션(The Conversation)에 기고한 글에서 이렇게 설명했다. 

“언어마다 모음이 다르고, 한 언어 내에서 억양의 주요 차이점 중 하나는 모음에 있다.”

FAS 현상을 보이는 환자들의 공통점 중 하나는 모음을 생성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는 점이라고, 니켈스 교수는 말했다. FAS를 유발한 뇌손상은 본질적으로 혀의 움직임을 제어하는 ​​능력을 손상시켜 모음 소리를 낼 때 혀의 위치를 “오버슛(overshoot)” 또는 “언더슛(undershoot)”하게 만다. 바로 환자들의 모음이 다르게 들리기 때문에 종종 외국어 억양처럼 리는 것이다.

“외국 말투 증후군을 가진 사람들은 외국 억양의 모든 특징으로 말하지는 않지만 그들이 말하는 방식에는 마치 다른 억양처럼 들리도록 하는 충분한 특징을 지니고 있다.”

니켈스 교수는 이렇게 주장했다.

FAS 관련 연구자들은 이 희귀한 현상의 모든 사례를 완전히 이해하려면 더 많은 연구가 필요하다는 데 동의하고 있다.

[위키리크스한국 = 최석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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