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배구조 분석] 김준기號 DB하이텍, 최대 실적에도 웃지 못하는 이유
[지배구조 분석] 김준기號 DB하이텍, 최대 실적에도 웃지 못하는 이유
  • 최종원 기자
  • 승인 2023.02.13 15:55
  • 수정 2023.02.13 16:3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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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매출 1조2147억원, 영업이익 3991억원 전망
반도체 한파에도 전년比 각각 41%, 105% 상승
팹리스사업부 판교 이전 및 CEO 신규 선임

[편집자주] 작년 글로벌 경기 침체가 제조업 위주의 우리 산업계에 직격탄을 날리면서 기업들의 지배구조가 요동칠 기세다. 여기에 금리 인상에 따른 재무건전성·수익성 악화로 임원은 물론 기업을 실질적 소유·지배하는 총수 일가의 시름도 깊어질 전망이다. 올해 3월 정기 주주총회를 앞둔 기업들의 지배구조 변화 움직임을 살펴보고자 한다. 

[출처=DB하이텍]
[출처=DB하이텍]

DB하이텍이 반도체 불황에도 팹리스(반도체 설계) 근무지 판교 이전과 성과급 지원에 나서고 있다. 주력인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는 불황에도 선방한 가운데 김 전 회장 복귀와 DB그룹의 지주사 전환에 따른 지배구조 개선 과제가 남아 있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DB하이텍은 지난달 전직원을 대상으로 연봉의 50% 생산성향상 격려금(PI)를 지급했다. DB하이텍이 작년 생산성 향상 격려금 상한선을 기존 연봉의 33%에서 50%로 상향한 직후 최대치만큼 지급한 것으로, 창사 이래 최대 규모다. 해당 성과급은 신입 기준 약 2400만원 수준으로, 회사는 지난해 신입사원 초임을 4260만원에서 4800만원으로 12.68% 인상한 바 있다. 

DB하이텍은 지난해 사상 최고 실적을 거둔 성과에 대해 최대치를 적용한 것으로 보인다. 에프엔가이드에 따르면 DB하이텍의 지난해 실적 전망치는 매출 1조7183억원, 영업이익 8118억원이다. 이는 전년(매출 1조2147억원, 영업이익 3991억원) 대비 매출과 영업이익이 각각 41%, 105% 상승한 수치로 사상 최대 매출 및 영업이익이다.

반도체 불황에 재고가 크게 늘며 작년 4분기 삼성전자 DS(반도체) 부문의 영업이익은 97%, SK하이닉스는 영업손실 1조7012억원을 각각 기록했다. 충격 흡수를 위해 SK하이닉스는 내년까지 투자를 절반 가까이 줄인다고 밝혔다. 두 회사는 주력인 메모리 분야에서 타격이 컸던 것으로 분석된다. 반면 파운드리와 팹리스가 주력인 DB하이텍은 불황을 비켜간 것으로 보인다.

팹리스가 주력인 브랜드사업부는 최근 경기 성남시 소재 판교디지털센터로 이전을 단행했다. 브랜드사업부 임원진과 연구개발 인원이 새 사무소로 옮겼고 파운드리 사업부는 부천에 남기로 했다. 회사는 디스플레이구동칩(DDI) 설계 등에서 인재를 채용했다. 이후 이들의 근무지가 판교로 발표되면서 판교 이전 가능성이 제기됐다.

판교 사무소에선 DDI 등 자사 설계제품 연구개발(R&D) 및 판매에 돌입한다. 브랜드사업부는 회사 내 DDI를 개발하는 부서로, LCD(액정표시장치)·OLED(유기발광다이오드)용 및 모바일용 DDI를 주요 디스플레이 제조업체에 공급하고 있다. 특히 판교는 국내 주요 고객사 및 협력사들이 밀집된 최적의 입지를 자랑하는 만큼 협력도 강화할 수 있다.

김남호 DB그룹 회장. [출처=DB그룹]
김남호 DB그룹 회장. [출처=DB그룹]

또 성남시에 따르면 성남지역에는 전국 110개사의 팹리스 기업 중 40%인 44개사가 위치해 있다. 삼성전자에 이어 SK하이닉스도 키파운드리를 인수하며 파운드리 사업을 강화하는 가운데 생산 원천이 되는 팹리스 기업의 성장세는 계속될 방침이다. DB하이텍은 R&D 인력을 늘리고 있다. 이달 초부터 중순까지 DDI회로설계 및 응용기술 개발인력 등을 모집하고 있다.

DB하이텍은 앞서 작년 말 최창식 대표이사(부회장) 체제에서 조기석·황규철 각자 대표이사(사장) 체제로 전환하며 두 사업부인 8인치 파운드리와 브랜드사업을 사실상 분할했다. 신임 대표이사들은 올해 초 주총 거쳐 최종 선임될 예정이다. 회사는 지난해 브랜드사업부 물적분할을 검토했지만 소액주주의 거센 비판에 분할을 보류한 바 있다. 

DB하이텍의 실질적 총수인 김준기 전 회장은 2017년 9월 불미스런 사건으로 기소돼 경영에서 물러났다. 김 전 회장은 2021년 1월 항소심에서 1심과 같은 징역 2년6개월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받았다. 같은해 4월 미등기 임원으로 회사 경영에 복귀했다.

시간이 지나면서 김 전 회장을 향한 비판은 잦아들었지만 지배구조 개선은 여전히 과제다. 김 전 회장의 오너일가가 지분을 가지고 있는 DB Inc는 현재 DB하이텍의 지분 12.42%를 보유하고 있다. DB Inc는 김남호 DB 회장이 최대 주주(16.83%)인 DB그룹의 실질적 지주회사로, 김 전 회장은 작년 말 DB Inc 지분 4.3%을 추가 매입해 15.91%에 달하는 지분을 갖게 됐다. 김 전 회장의 장녀인 김주원 DB 부회장도 9.87%의 지분을 갖고 있다.

김 전 회장은 DB하이텍 지분 3.61%을 갖고 있지만, DB Inc 지분과 합쳐도 16% 수준이라 자회사 요건인 지분 30%에 미치지 못해 대주주임에도 제한이 많다. 올해 DB그룹은 지주사 전환을 완료해야 하는데 지주사는 자회사가 상장사일 경우 지분율을 30% 이상 확보해야 한다. DB가 DB하이텍 지분을 30%까지 보유해야 자회사로 인정받을 수 있는 것이다. 현재 상황에선 지분 매입이 어려워 매각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위키리크스한국=최종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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