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 줌인] 우크라이나 내의 러시아 포로수용소를 찾아가 보니...
[우크라 줌인] 우크라이나 내의 러시아 포로수용소를 찾아가 보니...
  • 최석진 기자
  • 승인 2023.02.19 05:53
  • 수정 2023.02.19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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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BC 취재진, 우크라 서부에 위치한 러시아 포로수용소 현장 취재
우크라이나군에 사로잡힌 러시아군 포로들 [사진 = 연합뉴스]
우크라이나군에 사로잡힌 러시아군 포로들 [사진 = 연합뉴스]

“내가 포로교환 대상이 되어 다시 군대로 복귀하는 일이 없으면 좋겠습니다." (한 러시아 포로)

BBC는 17일(현지 시각) 우크라이나 내 러시아포로 수용소를 찾아, 러시아 포로들이 처한 환경과 러시아-우크라이나 사이에 이뤄지고 있는 포로교환 등에 대해 보도했다.

BBC 취재진이 우크라이나 서부에 위치한 한 러시아 포로수용소를 찾았을 때에도 러시아 미사일은 취재진을 비웃기라도 위협적으로 날아다녔다.

취재진이 찾은 삭막한 수용소는 러시아군과 용병 포로 수백 명이 갇혀 있는, 우크라이나의 50개 시설 중 한 곳이었다.

취재진이 수용소 지하로 안내되었을 때 멀리서 우크라이나 방공망이 가동되는 거친 소리가 들렸고, 수용된 수십 명의 포로들은 포격을 피해 숨을 곳을 찾아드는 중이었다.

포로교환은 이제 우크라이나 전쟁을 상징하는 한 모습이 되고 있으며, 우크라이나에게 포로교환은 무엇보다 중요하다. 우크라이나는 지금까지 총 1,762명의 남녀를 포로교환으로 구출했다고 밝혔다. 포로교환은 매우 민감한 작전으로 준비하는 데 종종 몇 달이 걸린다.

제네바 협약에 따르면 전쟁 포로는 군중들 앞에 노출되거나 행진을 강요받아서는 안 된다.

취재진은 취재 대상을 자유롭게 선택하고, 해당 포로들의 동의를 구할 수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취재진이 어디를 가든 간수들이 따라붙었으며, 포로들은 자유롭게 인터뷰에 응하는 것처럼 보이지도 않았다.

많은 포로들이 신분 노출을 꺼려 얼굴을 가렸다.

지난해 11월 유엔 인권보고서는 수감자들의 고문과 학대 사례 진술을 토대로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양측의 포로 학대 사실을 알렸었다.

취재진이 방문한 수용소의 간수들은 그들이 죄수들을 잘 대우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어하는 것처럼 보였다.

한 포로는 자신이 용병 출신이라고 말했다. 그는 지난달 러시아군에 의해 점령된, 우크라이나 동부 솔레다르 인근에서 포로로 잡혔고, 3일 전에 이 시설로 이송되었다고 말했다.

취재진이 인터뷰를 진행할 때 일부 포로 무리들은 취재진에 적대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취재진은 12월 29일 루한스크에서 포로가 됐다는 한 수감자의 말을 들었다.  그는 "다시 러시아군으로 돌아가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뜻대로 되지 않는다면?”이라는 취재진의 질문에, 그는 잠시 말을 멈췄다가 말했다.

“몇 가지 생각이 있습니다. 자발적으로 항복하면 집으로 되돌아갈 수 있을 겁니다.”

취재진은 수용소를 떠날 무렵 수감자들의 절반이 성한 몸이 아니라는 사실에 주목했다.

일부는 손이나 발에 붕대를 감고 있었고, 절뚝거리는 포로들도 있었다.

한 젊은 포로는 수류탄 폭발로 다리를 잃은 경위를 설명하면서 감정에 복받혔다.

빵과 옥수수 수프, 그리고 보리와 고기가 포함된 포로들의 점심 식사 [사진 = BBC]
빵과 옥수수 수프, 그리고 보리와 고기가 포함된 포로들의 점심 식사 [사진 = BBC]

포로들이 야외 가구 세트를 조립하며 노역에 종사하고 있는 소규모 생산 현장에서는 압축 드릴 소리가 크게 들렸다.

포로들은 취재진을 보고도 별 반응 없이 다시 머리를 숙이고 작업에 열중했다.

취재진은 현지 기업이 이 포로수용소와 근로 계약을 맺었다고 들었다. 수감자들은 노역의 대가를 받았고, 이 돈을 주로 담배와 간식 구매에 활용했다.

수용소 내의 모든 포로는 노역에 종사해야 하며, 일부 러시아 장교들에게만 거부할 권리가 주어졌다.

점심시간이 되자 포로들은 꼭대기 층에 있는 임시 식당으로 행진했다. 식당 창밖으로는 우크라이나 국기가 찬바람에 펄럭였다.

포로들은 음식 씹는 소리 외에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조용히 먹었다. 그런 다음 그들은 테이블마다 함께 서서 일사분란하게 우크라이나어로 “점심 감사합니다!”라고 외쳤다.

이 수용소의 포로들은 당국이 지정한 TV 프로그램들을 강제로 시청해야 했다. 우크라이나어로 방송되는 이 TV 다큐멘터리 프로그램은 우크라이나 역사와 몇 달 동안 계속된 러시아의 포위 공격으로 완전히 무너진 남부 도시 마리우폴을 소재로 하고 있었다.

마리우폴 방어 임무를 담당했던 우크라이나 군인 중 일부가 가장 최근의 포로교환을 통해 돌아왔다.

취재진은 한 포로에게 TV 프로그램의 내용을 이해하는지를 물었다.

“조금은...” 

그는 이렇게 대답했다. 

“교육적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는 속에 있는 말을 하는 것처럼 들리지는 않았다.

TV를 시청하는 러시아 포로들 중 일부는 보고 있는 프로그램을 이해하지 못했을 가능성이 크며, 시청을 강요당했을 가능성이 있다.

수용소 당국에 따르면 포로들은 2주에 한 번씩 전화 통화가 허용된다. 러시아에 있는 가족들은 이런 전화를 통해 해당자가 포로가 된 사실을 처음으로 접하는 경우가 많다.

“어디니? 여기저기 너의 소식을 수소문하느라 잠도 못 잤다.”

한 포로의 어머니가 전화로 이렇게 물었다.

“엄마, 잠깐만요. 저는 포로가 됐어요. 더 말할 수 없어요.”

그는 이렇게 대답했다.

“잔인한 우크라이나인들의 포로가 됐다고...?”

그녀는 이렇게 울부짖었다.

“그게 다예요, 엄마. 조용하세요. 가장 중요한 것은 제가 죽지 않고 살아있다는 사실입니다. 저는 건강합니다.”

일부 수감자들의 전화는 응답이 없었고, 그들은 다음 전화 기회와 포로교환에 뽑히기를 고대하였다.

[위키리크스한국 = 최석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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