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봉 3800만원' 항우연에 누가 가나…등 돌리는 젊은 연구원들
'초봉 3800만원' 항우연에 누가 가나…등 돌리는 젊은 연구원들
  • 최종원 기자
  • 승인 2023.02.21 14:11
  • 수정 2023.02.21 1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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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청하는 우주항공청, 전문가 영입 위해 연봉 상한선 해제 검토
한국항공우주연구원 내 젊은 연구원들, 처우 개선 목소리 커져
"초봉에 평균 연봉까지 하위…책임급 많고 고흥 근무도 불만"
지난 6월 21일 2차 발사에 성공한 누리호 발사 장면. [출처=한국항공우주연구원]
지난해 6월 21일 2차 발사에 성공한 누리호 발사 장면. [출처=한국항공우주연구원]

국가 항공우주 전문연구기관 한국항공우주연구원(KARI, 이하 항우연)에서 처우 개선에 대한 불만이 제기되는 가운데 정부가 연내 설립을 공식화한 '우주항공청'이 연봉 상한선을 없애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낮은 연봉과 경직된 연구문화 등에 싫증을 느낀 항우연의 젊은 연구원들의 이직 러시가 이어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21일 업계에 따르면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내 우주항공청 설립추진단은 최근 '우주항공청 설립에 관한 특별법' 초안을 마련했다. 초안에 따르면 우주항공청 조직 구조는 청장과 차장 산하 총 2실 8국 32과가 유력하다. 청장은 대통령이 임명하는 차관급 직위로 외국인도 가능한 것으로 알려졌다. 1실은 발사 실무, 2실은 연구개발을 맡고 1·2실에 각각 4개 국을 배치한다는 계획이다. 우주 개발 및 탐사 임무에 맞게 조직 구성의 재량권을 청장에게 부여한다는 방침이다.

또 유능한 박사급 엔지니어를 전문 임기제 공무원으로 선발하기 위해 급여에 제한을 없앤다는 후문이다. 연봉 10억원 안팎의 업계 최고 전문가가 정부 부처에서 일할 길이 열리는 것이다. 연내 설립을 앞둔 한국 우주항공청(KOSA)의 목표는 10억원 안팎 몸값의 우주항공 분야 전문가들이 모인 조직으로 뭉뚱그려진다. 과학계에서 연봉 10억원은 최고 전문가 대우로, 서울대가 현재 10억원가량 연봉을 주고 해외 석학 10여 명을 초빙해 교수 등으로 운영하고 있다.

우주항공청은 미래 먹거리로 떠오른 우주 산업의 컨트롤타워가 필요하다는 목소리에서 시작됐다. 국가 주도의 컨트롤타워를 중심으로 우주 산업 진흥을 위해 현재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산하에 국가우주위원회를 두고 있긴 하지만 항공우주청으로 지위를 격상해야 한다는 것이다. 한국형 발사체 '누리호'(KSLV-II) 발사를 계기로 한화 등 민간 주도 '뉴 스페이스' 시대의 생태계가 가속화되자 이를 총괄할 컨트롤타워를 둬야 한다는 제언도 나왔다.

그런데 누리호 발사를 주도한 항우연에선 최근 볼멘소리가 높아졌다. 연구원 특성상 직원 대부분이 석·박사 학위를 보유한 고학력자이지만 그에 맞는 대우를 받지 못한다는 불만이다. '공공기관 경영정보 공개시스템'(알리오)에 따르면 2022년 항우연의 신입사원 평균 보수는 3832만원으로 연구기관들 중 최하위 수준이다. 정규직 평균 보수는 약 9579만원으로 정부출연연구기관(출연연) 중 하위권이다.

앞서 항우연 내에서도 젊은 연구원에 대한 처우 개선이 절실하다는 목소리가 높았지만 연봉은 제자리 수준이다. 작년 신입사원 평균 보수는 2021년(3825만원) 대비 달라지지 않았고, 정규직 평균 보수는 2021년(9595만원)에 비해 되려 줄었다. 초임 연봉이 이처럼 낮은 배경에는 정부가 연구원 업무를 일반 공공기관 사무직과 동일한 잣대로 평가하는 불합리한 구조가 자리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남 고흥군 나로우주센터 제2발사대에 기립된 누리호의 모습.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제공]
전남 고흥군 나로우주센터 제2발사대에 기립된 누리호의 모습. [출처=한국항공우주연구원]

우주 분야는 연구개발 위주 특성상 초과 근무가 많아도 포괄임금제와 근무 제한 등 연봉 상승에 한계가 있고, 공공기관으로 분류돼 특수연구기관으로도 인정받지 못했다. 다수의 연구직 직원들이 전남 고흥에서 근무하는 점도 이직 사유다. 전남 고흥에 나로호연구센터가 위치해 있어 관련 직원들이 근무하게 된다. 반면 우주항공청이 설립될 곳은 한국항공우주산업(KAI)가 자리한 경남 사천이다.  

또 항우연 내 직급은 임원, 책임급, 선임급, 원급, 기능직, 무기계약직으로 나뉘는데 현재 책임급(464명)이 선임급(379명)보다 많다. 과거에는 선임급이 가장 많았으나 처우에 불만을 느껴 이직하거나 일부 항공우주 전공 대학원생들 사이에서 항우연 지원을 꺼리는 분위기가 확산되면서 선임급이 줄어든 것으로 파악된다. 

항우연 내 일부 젊은 연구원들 사이에선 "연봉 상한선도 없고 사천에서 근무하는 우주항공청에 이직하자"는 후문도 들려온다. 직원 A 씨는 "평균 연봉이 1억에 가까우니 오래 다니면 연봉을 많이 받게 되는 것 아니냐는 지인의 질문이 있었는데 나로호 발사 이후 입사한 인원들은 연차가 높아져도 그만큼 받지 못하는 문제가 있다"며 "당시 호봉별 연봉을 삭감해 연봉테이블을 만들었는데 기존직원들은 이를 피하고 신규직원들만 이를 뒤집어쓰게 됐다"고 토로했다.

직원 B 씨는 "누리호 발사 성공이라는 성과에도 현재 항공우주 관련 석·박사 학위 보유자들이 항우연 지원을 꺼리는 분위기가 있다"며 "낮은 초봉에 책임급이 많아 그만큼 조직이 정체돼 있는 데다 지난해 말엔 누리호 발사를 총괄한 본부장 사퇴설까지 나와 조직 내 분위기가 뒤숭숭하다"고 밝혔다. 직원 C 씨는 "우주항공청 연봉 뉴스를 보고 박탈감을 느끼거나 이직을 준비하는 직원들도 적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실제로 누리호 발사 총책임자인 고정환 항우연 한국형발사체개발사업본부장은 지난해 말 정부의 일방적인 항우연 개편 움직임에 반발해 사퇴의사를 밝힌 바 있다. 고 본부장이 누리호 3차 발사를 위해 최근 복귀하긴 했지만 연구원 인력 122명을 한국형발사체 고도화사업단에 발령하는 인사 이동을 단행한 것에 대해서도 내부에서 강한 반발이 있었다.

이상률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원장이 지난달 10일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현안에 대해 발표하고 있다. [출처=한국항공우주연구원]
이상률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원장이 지난달 10일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현안에 대해 발표하고 있다. [출처=한국항공우주연구원]

이상률 한국항공우주연구원장은 지난달 10일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누리호, 다누리(달 탐사선) 성공 등 좋은 일이 많았음에도 염려하실 만한 일도 많았다"며 "누리호 성공을 거두고 더 큰 도약을 위해 조직을 개편했는데 이 과정에서 내부적으로 잡음이 있었고, 아직도 완전히 끝난 상황이 아니다"라며 조직 내홍 문제에 대한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이 원장은 이어 "동시다발적인 사업을 진행하기 위해 매트릭스 형태 말고는 선택지가 없다"며 "항공우주쪽은 국내외 조직 할 것 없이 다 매트릭스 형태이고, 이건 사실 결론이 난 얘기"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제 어느 정도 (조직개편안 수용을) 결정하는 시점이 있어야 될 거라고 본다"며 "우선적으로는 필요한 인원을 고도화 사업단에 배치를 해주고, 그 밑에 일할 수 있는 조직을 만들어줘서 누리호 3차 발사를 진행하겠다는 게 기본적인 생각"이라고 덧붙였다.

항우연 측은 24개의 정부 출연연(출연연구기관) 중 하나인 이상 정부의 임금 통제를 받을 수 밖에 없어 내부적으로 처우 개선이 쉽지 않다고 토로했다. 한국항공우주연구원 홍보실 관계자는 "연구원이 이익을 추구하는 회사가 아니고 비영리기관이다 보니 수익으로 성과금을 줄 수도 없고 다른 출연연과의 형평성을 따져야 해서 연봉을 올리기 힘든 구조"라며 "내부에서 처우 개선 목소리가 높은 걸 알고 있지만 자체적으로 할 수 있는 부분이 거의 없다"고 밝혔다.

다만 오태석 과학기술정보통신부 1차관은 이달 1일 기자간담회서 "정부출연연구기관에 따라 임금 수준이 다른 문제는 숙제로 남아있는 상황이며 호봉제가 아닌 연구과제중심제도(PBS)에서는 여러 이해관계가 얽혀 있는 복잡한 문제"라면서도 "새롭게 채용되는 신진연구자인데도 초봉 차이가 나는 문제에 대해서는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며 소극적인 태도를 보였다.

항우연 관계자는 이어 "자본력과 기술력이 중요한 항공우주산업 특성상 높은 연봉으로 인재들을 끌어모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있지만 쉽지 않다"며 "단순히 항공우주 뿐만이 아니라 과학기술 분야 전반으로 따져봐도 비슷한 문제들이 상존하고 있으니 이를 이해해주셨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위키리크스한국=최종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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