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필현의 시선] 200페이지 넘는 판결문 보니..
[조필현의 시선] 200페이지 넘는 판결문 보니..
  • 조필현 기자
  • 승인 2023.02.20 10:09
  • 수정 2023.02.20 1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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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제약산업부장
의료·제약산업부장

“몰지각한 주장을 배척하고 과학적 판단을 내렸다.”(메디톡스) 

“편향적·이중적·자의적 판단으로 가득 찬 오류 판단이다.”(대웅제약)

표현이 거칠다. 원색적이고, 맹비난 적이다. 이쯤 대면 말 그대로 막장(?)인가. 보툴리눔 균주 도용 논란과 관련해 서울중앙지방법원은 지난 10일 민사소송 1심 판결을 내렸다. 소송에 돌입한 지 5년 4개월여 만이다. 1심 결과는 ‘대웅제약(대웅)이 메디톡스의 자사 균주와 제조공정 영업비밀을 불법 취득했다’라고 메디톡스 측의 손을 들어줬다. 1심 판결문이 메디톡스와 대웅제약 측에 전달됐다. 판결문은 모두 200여 페이지에 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판결문에 따른 두 회사의 주장을 재구성해봤다. 먼저 메디톡스는 누구도 반박할 수 없는 과학적 증거가 뒷받침된 당연한 판결이라고 환영했다. 이번 재판은 수십 회에 달하는 변론기일이 속행됐고, 그 과정에서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가 2년 가까이 조사한 방대한 증거, 국내외 전문가 증언 및 의견서, 다양한 연구 기관들의 분석 결과가 제출됐다고 메디톡스 측은 설명했다. 재판부는 대웅이 메디톡스의 보툴리눔 균주를 용인의 토양에서 발견했다는 허위주장을 계속하고, 메디톡스도 훔친 것 아니냐는 적반하장의 태도를 보인 데 대해 논리적 판단을 거쳐 대웅의 몰지각한 주장을 배척하고 상식에 일치하는 명쾌한 판단을 했다고 회사 측은 강조했다. 메디톡스는 “지난해 공소시효 만료와 증거 불충분을 이유로 무혐의 결론을 내린 검찰의 판단에 대해서도 고등검찰청에 항고를 제기한 만큼 이번 민사 판결을 바탕으로 검찰의 철저한 수사가 진행될 것”이라고 밝혔다. 

반면, 대웅제약은 명백한 오판임이 확인됐고, 편향적·이중적·자의적 판단으로 가득 찬 오류라고 이번 판결 결과를 깎아내렸다. 재판부는 원고에게 증명책임이 있는 주요사실에 관해 객관적 증거 없이 합리성이 모자란 자료나 간접적인 정황 사실만으로 부당하게 사실인정을 하는 한편, 피고들이 제시하는 구체적인 반박과 의혹 제기는 무시하거나 자의적으로 부당하게 판단했다고 대웅제약은 반박했다. 특히 문제가 된 메디톡스의 균주는 미국 위스콘신대에서 귀국 시 이삿짐에 몰래 숨겨 왔다는 양규환의 진술뿐, 소유권은 물론 출처에 대한 증빙도 전혀 없어 신뢰할 수도 없고, 진술이 사실이더라도 훔쳐 온 균주라고 자인한 것일 뿐임에도 아무 근거 없이 ‘당시의 관행’이라는 이유만으로 해당 균주의 소유권을 인정해 버렸다고 회사 측은 목청을 높였다. 대웅제약은 이번 판결에 대해 서울중앙지방법원에 강제집행정지 신청을 완료했고, 최근 법원은 이를 수용했다.

이런 가운데 같은 사안을 놓고 형사소송과 민사소송 재판 결과가 달리 나오면서 법원의 판단 기준이 주목받고 있다. 대웅제약은 민사 1심에 앞서 형사 소송에서 검찰이 ‘무혐의’ 판결하면서 승소했다. 그러나 이번 민사에서 완전히 다른 판결이 나오면서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그 이유는 재판부 판결문을 보면 어느 정도 짐작이 간다. 두 판결을 종합해 보면, 형사 소송은 균주 도용 기술 유출 과정에 대한 해석이고, 민사소송은 균주 제조공정과 개발 과정에 대한 판시로 보인다. 형사에서 검찰은 확보한 자료와 관련 직원들의 진술 등을 종합한 결과 메디톡스 고유의 보툴리눔 균주나 제조공정 정보가 대웅제약으로 유출됐다는 점을 인정할 증거가 없다고 판단했다. 대웅제약과 메디톡스 두 회사 제품이 비슷한 원천 기술에 기반한 점은 인정되지만, 이것이 형사 처벌 대상이 되는 기술 유출로 인한 것인지는 불명확하다는 취지다. 그러나 민사에서는 해석 논리가 달랐다. 서울중앙지방법원은 “대웅제약(대웅)이 메디톡스의 자사 균주와 제조공정 영업비밀을 불법 취득했다”라고 판시했다. 대웅 ‘나보타’가 메디톡스의 보툴리눔 균주와 제조공정을 도용해 개발했다는 직접적인 선고다. 재판부는 대웅이 주장한 국내 토양에서 분리, 동정했다는 여러 증거는 믿기 어렵고, 독자 개발했다는 주장은 지나치게 짧은 개발 기간, 개발 기록 등을 근거로 믿기 어렵다고 봤다. 민사 2심 결과는 어떻게 나올까.

[위키리크스한국=조필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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