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파일] KT 대표이사 잔혹사, '관치' 우려에 무거워진 왕관
[취재파일] KT 대표이사 잔혹사, '관치' 우려에 무거워진 왕관
  • 최종원 기자
  • 승인 2023.02.27 10:27
  • 수정 2023.02.28 05: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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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부 출신' 구현모 대표, 차기 CEO 후보에서 결국 사퇴
'KT 최대주주' 국민연금, 구 대표 연임 반대의사 표명
디지코 전환 가속화…최대 매출·합종연횡·주주친화 정책
KT 구현모 대표가 2023년 KT그룹 신년식에서 신년사를 하는 모습. [출처=KT]
KT 구현모 대표가 2023년 KT그룹 신년식에서 신년사를 하는 모습. [출처=KT]

KT의 차기 대표이사 선출 절차가 그야말로 '진퇴양난'의 상황에 처했다. 연임이 유력하던 구현모 KT 대표이사가 차기 대표이사 후보자군에서 사퇴했기 때문이다. 구 대표는 지난 23일 KT 이사회에 이같은 의사를 전했다. 이사회는 이를 수용해 차기 대표이사 사내 후보자군에서 구 대표를 제외했다.

KT 이사회는 현재 진행중인 차기 대표이사 선임 절차는 계속 이어간다는 방침이다. 다만 오는 3월 정기 주주총회까지 일정이 촉박한 만큼 검증 시간이 부족할 수 밖에 없고, 현 KT 대표이사라는 검증된 카드를 쓸 수 없기 때문이다. 차기 대표이사 후보로서도 주주총회와 사업전략 준비를 완벽히 하기엔 빠듯한 시간이다. 

KT는 당초 작년 12월 구 대표를 차기 주주총회에 추천할 최종 후보로 내정했다. KT 지배구조위원회는 14명의 사외 인사와 13명의 사내 후보자에 대한 대표이사 적격 여부를 검토해 심사 대상자들을 선정했다. 대표이사후보심사위원회는 총 7차례의 심사 과정을 거쳐 구 대표를 차기 대표이사 최종 후보자로 확정했다.

다만 일각에서 소유분산기업의 지배구조에 대한 우려를 제기하며 KT이사회는 최종 후보 선정을 복수 후보 심사 방식으로 전환하기로 결정했다. 구 대표도 이사회로부터 연임 적합 판정을 받아 단독 후보가 될 수 있음에도 복수의 후보와 경쟁하겠다는 뜻을 이사회에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KT의 최대주주는 국민연금(10.87%)이어서 특정 주주가 경영진 선임을 주도하기 어려운 지배구조다.   

국민연금은 당시 KT 대표이사 공모·경선 절차를 문제삼으며 구 대표의 연임에 대해 반대 뜻을 표명했다. 서원주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장(기금이사)은 당시 입장문에서 "케이티 대표이사 최종 후보 결정이 '투명하고 공정한 절차에 따라 이루어져야 한다' 경선 기본 원칙에 부합하지 못했다"며 "앞으로 의결권행사 등 수탁자책임활동 이행과정에서 이러한 사항을 충분히 고려하겠다"고 밝혔다. 사실상 올해 3월 주총에서 연임 반대표를 던진다는 것이다.

25일 오전 한때 KT의 '설정 오류에 따른 장애'로 유·무선 인터넷 서비스가 중단됐다. 네트워크 접속 장애는 1시간가량 만에 복구됐지만, 서비스 중단이 점심시간과 겹치면서 전국 곳곳에서 피해사례가 잇따랐다. 사진은 이날 오후 서울 종로구 KT 광화문 사옥 모습. [연합뉴스]
 서울 종로구 KT 광화문 사옥 모습. [연합뉴스]

구 대표가 이끈 KT는 작년 연결 기준 매출이 전년 대비 3.0% 증가한 25조6500억원, 영업이익은 1조6901억원으로 2년 연속 1조6000억원 이상 달성하며 호실적을 이어갔다. 호실적에 힘입어 KT는 별도기준 조정 당기순이익의 50%를 배당하는 정책을 유지했다. 배당수익률은 2020년 5.3%, 2021년에는 5.9%까지 올랐다. 주가도 취임 당시(2020년 3월) 19700원에서 이날 24일 종가 기준 30300원으로 상승했다. 

1964년생의 구 대표는 서울대 산업공학과 졸업 후 KAIST 경영과학 석·박사 과정을 수료한 뒤 1987년 KT에 입사했다. 이후 현재까지 KT에서만 근무하고 있고 전략, 기획, 자회사 관리 등 다다양한 분야에서 경영지원총괄, 비서실장, 경영기획부문장, 커스터머&미디어부문장을 역임했다. 구 대표가 연임하게 되면 2008년 남중수 전 KT 회장에 이어 내부 출신으론 2번째 연임 사례였지만 결국 물거품이 됐다. 남 전 회장도 연임한 지 1년이 채 되지 않아 중도 사임하게 되며 임기를 끝마치지 못했다.

남 전 회장 이후 이석채 전 회장은 행정고시에 합격한 관료 출신이고, 황창규 전 회장도 초대 국가기술전략단장을 맡은 반도체 전문가였다. 이 전 회장도 2연임에 성공했지만 임기 도중 중도 사임했고, 황 전 회장만 2017년 연임 이후 임기를 성공적으로 끝마쳤다. 구 대표의 사퇴가 정권교체기마다 대표이사가 중도하차한 흑역사를 연상케 한다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일각에선 정부가 지적하는 KT, 포스코 등 소유구조가 분산된 기업의 지배구조 개편 작업이 사실상 윤석열 대통령 인맥들의 줄대기가 아니냐는 비판도 나온다. 금융권에선 오는 3월 주요 금융지주 사외이사 약 70%가 임기가 만료됨에 따라 신임 사외이사 후보군에 대통령직 인수위와 캠프 출신 경제 전문가들이 거론되고 있는 것도 연관이 있어 보인다. 정부 측 인사들이 금융지주사 사외이사로 금융권 장악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이다.

'KT 부정채용 의혹' 김성태 전 자유한국당 의원·이석채 전 KT 회장. [출처=연합뉴스]
'KT 부정채용 의혹' 김성태 전 자유한국당 의원·이석채 전 KT 회장. [출처=연합뉴스]

관치금융 논란은 과거 정부에서도 있었다. 이명박(MB) 정부 때는 대통령과의 개인적 인연을 고리로 국책은행과 금융지주 수장 자리에 오른 이들이 위세를 과시했다. 관치 금융도 용납할 수 없는 국민 기망 행위지만, 관치 경영은 과거 KT 채용비리보다 파장이 클 수 있다. 김성태 전 국회의원의 딸이 2011년 파견계약직으로 KT스포츠단에 입사했다가 2012년 신입사원 하반기 공개채용에서 정규직이 된 걸 두고 사태가 벌어졌다.

김 전 의원은 지난 2012년 국정감사 기간에 이석채 전 KT 회장의 증인 채택 무마 대가로 딸의 정규직 채용 특혜를 받은 혐의를 받았다. 김 전 의원만 채용비리에 연루된 건 아니었다. 황교안 전 국무총리(전 자유한국당 대표), 홍문종 자유한국당 의원, 정갑윤 자유한국당 의원 등 유력 인사들의 친인척 채용비리 의혹을 받았다. 작년 5월 김은혜 대통령실 대변인이 경기지사 후보로 뛰었을 때에도 KT 채용 청탁에 관련됐다는 의혹이 나오면서 채용비리 사태가 다시금 주목을 받았다.

관치 논란을 피하기 위해 윤석열 대통령이 직접 측근들에게 "KT 회장 선임절차에는 절대 관여하지 말라"고 강조했으면 한다. 문재인 정부에서도 KT의 회장 선임절차가 요식행위에 불과했다는 지적이 나왔다. 전문성이 부족한 인사, 통신분야와 거리가 있는 정치적 인사가 내정될 우려가 있었지만 청와대는 이를 강하게 부인했고 KT는 구 대표를 CEO로 낙점했다. 이처럼 차기 CEO가 공정하고 투명한 절차를 거쳐 선임된다면 누구든 관계 없다는 게 대통령의 의중임을 밝히고 질책했으면 한다.

연매출 25조원, 영업이익 1조6000억원, 임직원 2만600여명, 연결 기준 종속회사 50여를 거느린 초대형 기업의 수장으로서 견뎌야 할 왕관의 무게는 무겁다. 왕관을 쓰려는 자는 그 무게를 견뎌야 한다. 

[위키리크스한국=최종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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