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드] 브렉시트 후폭풍인가...런던증권거래소를 떠나 월스트리트 행을 선택하는 기업들 줄잇는 이유
[인사이드] 브렉시트 후폭풍인가...런던증권거래소를 떠나 월스트리트 행을 선택하는 기업들 줄잇는 이유
  • 최석진 기자
  • 승인 2023.03.13 05:11
  • 수정 2023.03.13 11:1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런던 증권거래소 모습 [사진 = 연합뉴스]
런던 증권거래소 모습 [사진 = 연합뉴스]

'주주가치 증대를 위해 월스트리트로!'

일본 소프트뱅크는 2016년 영국의 반도체 설계 기업 암(ARM)의 상장 주식 14억 1200만 주를 주당 17파운드(약 21.79달러), 총 320억 달러(약 38조원)를 들여 인수한 바가 있다.

그런데 일본 소프트뱅크가 영국 정부의 요청을 거절하고 암(ARM)을 올해 미국 증시에서만 기업공개(IPO)를 추진하기로 해 업계와 영국 정부를 놀라게 하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르네 하스 암(ARM) CEO는 성명을 통해 “올해 미국에서만 상장을 추진하는 게 회사와 주주들을 위해 최선의 길이라고 소프트뱅크와 암은 결정했다”고 밝혔다.

암(ARM)은 미국·영국 증시에 동시 상장할지를 놓고 몇 달간 금융감독청(FCA)을 비롯한 영국 정부와 협상해왔고, 리시 수낵 영국 총리도 이를 요청해왔다.

이와 관련 CNN방송은 비슷한 사례들을 언급하며, 세계 금융의 중심지라 불리던 런던을 떠나 미국 월스트리트 행을 선택하는 기업들이 늘어나면서 영국 당국이 바짝 긴장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그동안 런던은 세계 금융 시장에서 자신의 능력보다 뛰어난 성과를 올려왔다. 수년 동안 런던증권거래소(London Stock Exchange)는 상장 기업들의 국제적 위상에 맞게 영국 경제 규모에 비해 비교적 큰 규모의 투자자 자본을 유치하는 데 성공해온 것이다.

씨티그룹에 따르면 2000년 영국 상장 주식은 MSCI 세계 지수(MSCI World Index)에서 11%를 차지했다. 그러다가 23년이 지난 지금 영국의 점유율은 4%에 불과하게 됐다고, 씨티그룹의 수석 글로벌 주식 전략가는 파이낸셜타임즈에 밝혔다.

글로벌 투자자들은 런던증권거래소보다는 중국과 인도와 같이 빠르게 성장하는 시장과 월스트리트의 대형 기술 IPO(기업공개)에 끌리고 있다. 여기에 영국 연기금도 국채에 대한 보다 확실한 수익을 노리며 영국 국내 주식에 대한 투자를 축소했다.

그러는 와중에 브렉시트(BREXIT) 사태가 터졌고, 유럽 금융의 제왕으로 군림하던 런던의 위상을 약화시키고 투자자들이 영국에 등을 돌리게 한 정치적 혼란이 수년 동안 이어졌다.

이 같은 악재들은 영국을 대표하는 주가지수인 FTSE 100(UKX)에 큰 부담이 되었으며, 최근 글로벌 주식시장의 활황에도 불구하고 글로벌 금융 위기 이후 유럽연합(EU)과 미국의 지수들을 뒤따라가기에도 힘에 부쳤다.

지난주 영국 테크놀로지 섹터의 강자인 칩 제조업체 암(ARM)이 월스트리트에서 IPO를 실시할 것이라고 천명한데 이어, 세계 최대 건축 자재 공급업체인 CRH(CRH)가 기본 상장을 미국 시장으로 옮길것이라고 밝혔다.

런던 최대 상장 기업인 쉘(Shell)도 마찬가지로 이전을 고려 중인 것으로 알려지면서 영국 경제 미래에 대한 두려움이 표면으로 부상했다. 런던 주식시장의 건전성이야말로 영국 경제의 핵심 요소이므로 불안감이 증폭되고 있는 것이다.

악재들이 겹치는 상황에서 기업들의 움직임이 마치 '영국 투자 환경에 대한 불신임 투표'처럼 느껴진다고, 주식 중개 기업 CMC마켓의 수석 애널리스트 마이클 휴손은 평가했다.

하지만 런던은 여전히 ​​국제 금융의 허브 자리를 지키고 있다.

일일 외환 거래의 경우 뉴욕, 싱가포르, 홍콩, 도쿄를 합친 것보다 많은 약 3조 8000억 달러가 이루어지고 있다. 그리고 런던증권거래소에 따르면 전 세계 2차 채권 시장 거래의 70%가 런던에서 발생한다.

미국과 중국을 제외하고 2021년 IPO와 후속 거래를 통해 가장 많은 자금을 조달한 곳은 런던 뿐이었다. 여기에 영국은 같은 해 세계 최고 금융 서비스 수출국의 입지를 다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런던이 미래에 안주할 수 없다는 많은 증거들이 드러나고 있다.

상장주식 가치를 기준으로 평가했을 때 프랑스는 현재 유럽 최대 주식시장의 본거지로 부상하고 있다. 프랑스의 CAC All-Share 지수는 3조 1천억 유로(3조 3천억 달러)로, 런던의 FTSE All-Share 지수의 2조 4천억 파운드(2조 9천억 달러)를 웃돌고 있다.

일본 소프트뱅크 소유의 암(ARM)은 본사와 운영진은 영국에 남을 것이며 '적절한 시기에' 영국 상장도 고려 중이라고 밝히기는 했다. 그러나 암(ARM)의 뉴욕 상장 결정은 분명히 현 추세의 일부를 반영하고 있다.

영국에 기반을 둔 배관 장비 공급업체인 Ferguson(FERGY)은 작년에 주요 상장을 런던에서 뉴욕으로 옮겼다. 그리고 소프트웨어 그룹 WANdisco와 FanDuel을 소유한 온라인 스포츠 베팅 기업 Flutter(PDYPF)도 런던 상장 외에 미국 상장을 탐색 중이다. Flutter(PDYPF)는 미국 상장이 “훨씬 더 견고한 자본 시장과 미국 국내 투자자에 새롭게 다가갈 기회”를 제공할 것으로 믿는다고 말했다.

두 시장 간의 격차는 극명하다.

영국 최대 상장 기업 80개가 소속된 MSCI 영국 지수(MSCI United Kingdom Index)는 현재 625개 종목으로 구성된 미국 MSCI 지수(US MSCI Index)에 비해 거의 40% 할인된 가격에 거래되고 있다고 씨티(Citi) 연구원들은 밝혔다.

금융 중심지로서의 런던의 위상이 꾸준히 침식되면서 영국 정부와 규제 당국은 영국 금융의 명성을 회복하기 위해 개혁 프로그램에 착수했다.

“에든버러 개혁(Edinburgh Reforms)”이라고 불리는 이 프로그램은 20년 이래 영국 금융 서비스 정책의 가장 중요한 개편에 해당하며 은행, 자산 관리, 보험 및 자본 시장 개혁이 포함되어 있다.

암(ARM)의 결정은 “영국이 규제 및 시장 개혁에서 빠른 진전을 이뤄야 할 필요성을 보여주었습니다.”

런던증권거래소 CEO 줄리아 호게트는 성명을 통해 이렇게 말했다.

“우리는 영국 자본 시장이 영국 및 글로벌 기업에 최상의 자금 조달 환경을 제공할 수 있도록 규제 당국, 정부 및 더 넓은 시장 참여자와 협력하고 있습니다.”

미국 월스트리트 증시, 뉴욕증권거래소(NYSE) [사진 = 연합뉴스]
미국 월스트리트 증시, 뉴욕증권거래소(NYSE) [사진 = 연합뉴스]

미래를 위한 싸움

런던 주식시장은 영국 경제에 매우 중요하다.

런던에 본부를 둔 다국적 회계컨설팅 기업 PwC에 따르면, 런던 주식시장은 영국 GDP의 8% 이상을 차지하고, 세입의 약 10%를 감당하면서 영국 금융 서비스 부문에 필수적 위치를 차지한다.

여기에 100만 명이 넘는 사람들이 이 업계에서 일하고 있으며 추가로 120만 명이 주식시장에 대한 법률, 감사 및 홍보와 같은 관련 전문 서비스직에 고용되어 있다.

주식시장이 창출하는 일자리와 세금 외에도 주식시장은 기업의 미래 성장을 위한 자금 조달을 돕는다.

2016년 소프트뱅크가 인수하기 전에는 FTSE 100에 소속되었던 암(ARM)의 월스트리트 이전은 런던 주식시장이 더 활기차지 않으면 영국이 자국 최고의 기업 중 하나를 미국에 잃을 수 있음을 시사한다. 더 큰 우려는 기업이 IPO를 하는 나라로 투자와 일자리도 몰릴 수밖에 없다는 사실이다.

즉, 영국 경제의 미래를 위해서라도 런던은 주식시장에 활력을 불어넣어야 한다는 말이다.

런던증권거래소와 CBOE(시카고 옵션거래소)의 신생 경쟁자인 ‘애커스 거래소(Aquis Exchange)’의 CEO 알라스데어 헤인즈는 기업은 IPO 대상지를 기업 성장과 자본 조달처로 여긴다고 설명했다.

IPO(기업공개)에 앞서 중소기업이 상장하고 대중이 여기에 원활히 투자할 수 있도록 규제를 혁신하는 게 관건이다. “기준을 낮추라는 말이 아닙니다. 규제가 비즈니스 규모에 비례해 적절히 적용되어야 한다는 말입니다.”라고 헤인즈는 강조했다.

런던은 충분한 잠재력을 지니고 있다. ‘City of London Corporation’에 따르면 이곳에는 100개의 기술 ‘유니콘(unicorn)’ 기업들이 존재한다. ‘유니콘’은 기업가치 10억 달러 이상의 스타트업을 가리키는 신조어이다. 이는 유럽의 나머지 지역을 합친 것보다 많은 숫자이다. 또한 런던은 세계에서 세 번째로 큰 핀테크(fintech) 허브이기도 하다.

헤인즈는 이러한 ‘유니콘’들이 “사모펀드를 통해 성장하고 나스닥에 매각되는 것보다” 초기 단계에서부터 런던 주식시장에 상장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런던은 보다 젊어지고, 헝그리 정신을 가지고 더 적극적으로 달려들 필요가 있습니다.”

런던증권거래소의 CEO 줄리아 호게트는 이렇게 강조했다.

[위키리크스한국 = 최석진 기자]

dtpchoi@wikileaks-kr.org


  • 서울특별시 마포구 마포대로 127, 1001호 (공덕동, 풍림빌딩)
  • 대표전화 : 02-702-2677
  • 팩스 : 02-702-1677
  • 청소년보호책임자 : 소정원
  • 법인명 : 위키리크스한국 주식회사
  • 제호 : 위키리크스한국
  • 등록번호 : 서울 아 04701
  • 등록일 : 2013-07-18
  • 발행일 : 2013-07-18
  • 발행인 : 박정규
  • 편집인 : 박찬흥
  • 위키리크스한국은 자체 기사윤리 심의 전문위원제를 운영합니다.
  • 기사윤리 심의 : 박지훈 변호사
  • 위키리크스한국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위키리크스한국. All rights reserved.
  • [위키리크스한국 보도원칙] 본 매체는 독자와 취재원 등 뉴스 이용자의 권리 보장을 위해 반론이나 정정보도, 추후보도를 요청할 수 있는 창구를 열어두고 있음을 알립니다.
    고충처리 : 02-702-2677 | 메일 : laputa813@wikileaks-kr.org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