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ISSUE] “다질 일만 남았다?”…고개 든 ‘집값 바닥론’ 실체
[부동산 ISSUE] “다질 일만 남았다?”…고개 든 ‘집값 바닥론’ 실체
  • 김주경 기자
  • 승인 2023.03.13 10:09
  • 수정 2023.03.13 14: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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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아파트 ‘완판’…둔촌주공·영등포 자이·고덕3단지 ‘흥행몰이’
올해 1월, 서울 아파트 거래량 68.2%↑…3개월 연속 ‘증가세’
송파구 일대 집값 미묘한 분위기… 3개월 만에 3.6억 뛰었다
원희룡, ‘집값 바닥론 확산’ 시기상조…“아직 그렇게 보긴 일러”
전문가 공통 분모…“올해도 하락하지만 급락 흐름 주춤할 것”
집값바닥론 CG. [사진=연합뉴스]
집값바닥론 CG. [사진=연합뉴스]

최근 주택시장에서는 ‘집값 바닥론’이 형성되고 있다. 국내 집값이 본격적으로 하락세 조짐을 보인 건 지난해 하반기부터다. 최근 주택매매 및 전세가격은 지난해 하반기 이후 하락세를 지속하고 있다. 지난해 주택매매 거래량은 50만9000여건으로 2006년 조사를 시작한 이래 최저치를 기록하는 등 거래부진이 이어진 것이다. 그러나 올해에 접어들면서 집값이 떨어진 지 1년도 채 되지 않은 시점에 벌써부터 집값이 바닥을 다졌고, 올라갈 일만 남았다는 기대감 섞인 전망이 나오고 있다. 실제로 정부가 ‘1·3 부동산 대책’을 발한 이후 주택 거래량이 조금씩 늘어나고 있는 데다가 서울에서 분양한 단지들이 대부분 완판되는 현상을 보인 것이다. 실례로 송파 등 일부 지역에선 집값이 반등세를 보이고 있다.

13일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 아파트 거래량은 총 1408건(28일 기준)으로, 전월(837건)보다 68.2% 늘었다. 지난해 5월(1736건) 이후 8개월 만에 가장 많은 수치다. 서울 아파트 거래량은 지난해 10월 559건까지 내려앉은 뒤 3개월 연속 증가세다. 지난해 12월 말 22억~23억원대에 거래되던 송파구 잠실동 ‘잠실주공5단지’ 전용면적 82㎡는 이달 25억원 전후에 팔렸다.

서울 강동구 일대 모델하우스 내부에 마련된 올림픽파크 포레온(둔촌주공 재건축) 단지 모형도. [사진=연합뉴스]
서울 강동구 일대 모델하우스 내부에 마련된 올림픽파크 포레온(둔촌주공 재건축) 단지 모형도. [사진=연합뉴스]

주택시장의 달라진 분위기는 또 다른 지표에서도 감지된다. 이날 주택산업연구원이 집계한 서울의 3월 아파트 분양전망지수는 82.2를 기록했다. 지난 1월 43.9, 2월 61.9로 집계된 것과 비교하면 2개 만에 40%포인트 가까이 치솟은 것이다. 주택사업자들의 분양전망이 그만큼 개선되고 있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올해에 접어들면서 서울 분양단지들이 대다수 청약 완판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는 점도 집값 상승에 대한 기대감을 형성하는 요인이다. 둔촌주공(무순위청약)에 이어 강동헤리티지 자이와 영등포 엘리니티 자이 청약시장에서 수만명이 몰린 것이 대표적이다.

분양 토지임대부로 반값 공공주택이 들어서는 고덕강일3단지도 최근 흥행몰이 대열에 가세하면서 청약열기가 후끈 달아오른 점도 주요 요인으로 지목된다. 지난 6일 청약에 나선 고덕강일3단지 토지임대부 분양주택은 사전 예약 마감 결과 500가구 모집에 1만9966명이 접수해 평균 40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특별공급에서 청년 경쟁률이 118대 1을 기록한 것을 비롯해 1, 2순위 일반공급에서도 67대 1의 높은 경쟁률을 보였다.

서울 강동구 고덕강일3단지. [사진=SH공사]
서울 강동구 고덕강일3단지. [사진=SH공사]

흥행몰이를 이끈 주된 동력은 규제완화 효과와 인근 시세 대비 저렴한 분양가격이다. 실제로 해당단지 분양가는 주변 단지의 실거래가보다 최고 6억원 이상 저렴한 것으로 파악됐다.

지난 8일 무순위 청약을 진행한 서울 강동구 둔촌주공 재건축단지인 ‘올림픽파크 포레온’ 역시 경쟁이 거셌던 것으로 나타났다. 일반분양에서 미계약된 899가구에 4만1540명이 신청해 경쟁률이 46.2대 1을 기록한 것이다. 인근 시세와 비교해 분양가가 상대적으로 저렴하다는 분위기가 만들어지면서 청약 수요가 몰린 것으로 해석된다.

실제로 올림픽파크 포레온의 분양가는 39㎡ 7억1500만원, 49㎡ 8억8100만원으로 인근 경쟁단지보다 최소 2억원 이상 낮다. 지난 2015년 11월 분양한 송파구 일대 헬리오시티 실거래가는 올해 2월에 39㎡ 기준은 9억9800만원, 49㎡는 12억7500만원에 거래됐다.

영등포자이 엘리니티의 평당 분양가는 평균 3411만원이다. 전용면적으로 환산하면 59㎡ 8억6000만원, 84㎡ 11억7000만원선이다. 이 역시 인근 단지보다 최대 2억원 이상 저렴한 셈이다. 실제 영등포자이 바로 인근에 위치한 영등포중흥S클래스는 지난해 3월 84㎡가 13억원에 팔렸고, 59㎡는 지난 2021년6월 11억원에 팔렸다.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이 지난해 12월 정부세종청사 국토교통부 브리핑실에서 화물연대 파업, 부동산 등 현안 관련 기자간담회에 참석해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이 지난해 12월 정부세종청사 국토교통부 브리핑실에서 화물연대 파업, 부동산 등 현안 관련 기자간담회에 참석해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다만 정부 당국은 집값 바닥 여론에 신중을 기하는 모양새다. 자집값 상승에 따른 기대 심리가 커지면, 수요가 몰리면서 집값이 폭등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원희룡 국토부 장관은 최근 고개를 들고 있는 ‘집값 바닥론’에 대해 “아직 이르다”며 확대해석에 선을 그었다.

원 장관은 28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집값 수요가 바닥을 찍었다든지 거래가 활기를 띄고 있다고 보기엔 시기상조다. 지금은 누구도 집값 수요를 정확하게 예측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어 “미국 물가와 금리가 거의 정점을 찍었으나 주택시장은 이를 보여주는 선행지표가 아니다. 주식시장이 반등하다 다시 떨어지는 것을 보면 주택시장은 뒤따라가는 지표가 될 것으로 본다. 전체적으로 상황이 좋아지면 국지적으로 시장이 달아오를 수 있다. 그럴 여지가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두고 미세 조정과정에서 실책이 없도록 하겠다.”고 설명했다.

전문가의 의견도 양갈래로 나뉜다. 배세호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최근 ‘2월 부동산 지표 점검, 바닥 통과 중’이라는 제목의 보고서를내놨다. 보고서에 따르면 주요 단지 아파트 가격이 바닥을 찍었고, 상승 기조를 나타내고 있다는 내용이 핵심이다. 반대로 원희룡 장관의 말처럼 아직은 집값 바닥론으로 해석하기엔 아직은 이르다는 지적도 나온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최근 완판된 올림픽파크포레온(둔촌주공 재건축) 단지는 분양가 상한제가 적용되되기 이전에 분양가가 시세보다 낮게 책정됐다. 정부 대출 기조 역시 12억원으로 완화되면서, 중도금 무이자 등으로 금리 부담이 낮아지면서 가격 경쟁력 측면에서 우위를 확보한 것이다. 다만, 정부 당국을 중심으로 분양가 상한제 검토 등 부동산 정책 완화 기류가 형성되고 있는 만큼 향후에 분양가 상한제가 폐지돼 분양가격을 높이고 금리까지 더 오르면 부동산 시장이 다시 경색될 수 있는 여지가 얼마든지 존재한다."고 말했다.

다만 이속에서도 공통분모는 존재한다. 일단 올해까지는 집값이 하락할 여지가 존재하지만, 지난해 하반기에 보였던 집값 급락세의 흐름이 계속 반복되지는 않을 것이라는 점이다. 금리 인상 기조가 잦아들고 있고 정부의 규제 완화로 일부 수요가 살아난 영향이다. 이에 따라 올해는 완만한 하락세를 예상하는 목소리가 우세하다.

한국은행은 고금리 기조 속에서 올해 집값이 추가적으로 더 떨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고금리 기조가 계속 이어지자 가계의 자금조달 비용과 원리금 상환 부담이 커지면서 가계부채 부채 축소(이하 디레버리징)도 함께 나타날 조짐을 보이고 있다. 무엇보다 지속되는 주택 가격 인하 기대감이 더해졌다는 점도 영향이 가해진 것으로 본 것이다.

한국은행은 9일 발표한 ‘통화신용정책 보고서’에 따르면 높아진 금리수준과 주택가격 하락 기대, 주택경기 순환주기 등을 종합적으로 살펴보면 올해 주택가격이 추가 하락할 가능성이 크다. 쉽게 말해 지난해부터 본격화된 집값 하락 국면이 올해까지 이어진다는 얘기다.

실제로 전체적인 국내 집값 추이는 여전한 하락세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올해 1월 기준 전국 주택매매가격 지수는 전년 동기 대비 6.19% 내렸다. 지난해 10월(-0.5%), 11월(-2.47%), 12월(-4.68%)과 비교해 하락폭이 확대된 것이다.

앞서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도 “(코로나 이후) 2년간 집값이 40% 올랐다가 지난해 평균 19~20% 하락해 조정 국면에 들어섰다. 다만 주택가격 기대심리가 지속성이 높은 점을 고려할 때 올해도 집값이 하락할 것이란 기대 심리가 이어지면서 주택가격 하방 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했다.

KB금융지주연구소가 최근 공개한 ‘2023 KB부동산 보고서’에서도 전문가의 95%가 올해 집값이 하락할 것으로 전망했으나 올해 집값이 급락할 가능성은 크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당분간 주택시장의 조정은 이어지겠지만, 급락 가능성은 제한적이라는 얘기다. 실제로 전문가들의 70%가량이 5% 미만으로 하락률을 점쳤다.

미분양 아파트 물량 증가세 CG. [사진=연합뉴스]
미분양 아파트 물량 증가세 CG. [사진=연합뉴스]

미분양 추이도 주목해야 한다. 경기회복 흐름 역시, 재고 부담이 어느 정도 완화돼야 집값 상승 국면이 가시화되기 때문이다. 최근 재고 상태와 여건을 면밀하게 들여다봐야 하는 상황이다.

국토교통부가 28일 발표한 ‘1월 주택통계’를 보면, 올해 1월 전국 미분양 주택은 7만5359가구로 집계됐다. 전월(6만8148호)보다 10.6% 증가했으며, 최근 10년 평균인 4만5000가구를 웃돈 것이다. 미분양 주택 수는 2012년 11월(7만6319호) 이후 10년 2개월 만에 최대치다. 다만, 증가 폭은 다소 둔화해 지난해 11~12월에는 두 달간 1만호씩 증가했으나 올해 1월엔 7211호 늘었다. 완공 뒤에도 분양되지 못해 악성 미분양으로 분류되는 ‘준공 후 미분양’은 지난 1월 7546호로 전월보다 0.4%(28호) 증가했다.

앞으로 미분양주택은 최근 청약수요 부진과 건설 재고의 높은 지속성을 감안할 때 단기간 크게 개선되기도 어려울 것으로 내다봤다.

권역별로는 수도권 미분양이 1만2257호로 전월 대비 10.7%(10181호) 늘었고, 지방은 6만3102호로 10.6%(6030호) 증가했다. 규모별로는 85㎡ 초과 중대형 미분양이 전달보다 25.9% 증가한 8926호였고, 85㎡ 이하 미분양은 6만6433호로 전월 대비 8.8% 늘었다.

[위키리크스한국=김주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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