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 PICK] 한국타이어 공장 화재 등 대형 사고에도 손보사 부담 적은 이유
[보험 PICK] 한국타이어 공장 화재 등 대형 사고에도 손보사 부담 적은 이유
  • 김수영 기자
  • 승인 2023.03.16 14:50
  • 수정 2023.03.16 14:5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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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고 시 수천억~수조원 재산피해에도 손보사들 부담은 낮은 편
재보험, 재재보험, XoL, 리스크 XoL 통한 이중·삼중 위험 분산 덕
12일 오후 대전 대덕구 한국타이어 공장에서 난 화재로 발생한 연기와 화염이 하늘로 치솟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12일 오후 대전 대덕구 한국타이어 공장에서 난 화재로 발생한 연기와 화염이 하늘로 치솟고 있다. [출처=연합뉴스]

보험은 리스크를 확률과 통계로 환산하는 작업이다. 보험사는 장차 발생할 수 있는 사고를 가능성으로 계산해 상품을 내놓고 소비자는 미래의 위험에 대비해 본인에게 적합한 상품을 선택하고 보장받는다.

보험사는 상품별로 보험금의 규모를 확률과 통계로 예측해 이를 토대로 보험료를 결정한다. 물론 보험료는 가입기간 동안 유지될 사업비와 위험률 등이 모두 감안돼 실제 계리되는 수치보다는 소폭 높은 수준에서 결정된다. 회사 입장에선 가능한 보험금이 지급되지 않는 편이 유리하다. 보험사 이익의 대부분은 보험영업이 아닌 투자부문에서 나오는 만큼 가능한 큰 자금을 오랫동안 굴릴 수 있기 때문이다.

여기까지는 익히 알려진 보험에 대한 일반적인 인식이다. 하지만 개인 뿐 아니라 기업들도 보험을 가입한다. 사고가 발생할 경우 보험사는 천문학적인 부담을 떠안아야 할 수도 있다. 그럼에도 보험금 지급 부담으로 보험사가 휘청거린다는 소식은 좀처럼 들리지 않는다.

◇ 위험에 대한 구원투수, 재보험

여기서 등장하는 것이 기업보험과 재보험이다. 기업보험은 주로 손보사의 영역이다. 손보사 3대 보험영역인 장기·일반·자동차보험 중 일반보험으로 분류된다. 이 중 특히 규모가 큰 것은 재산보험이다.

생산설비를 갖춘 기업들은 수천억에서 조단위의 금액을 보장받는다. 국내 손보사 중 독보적인 덩치를 자랑하는 삼성화재의 자산규모가 약 88조원(작년 말 기준), 평균 분기 순익이 약 2500억~2800억원인 점을 감안했을 때 기업보험으로 지급되는 보험금은 보험사에게 큰 타격이다.

이 때문에 보험사들은 재보험(再保險·Reinsurance) 계약을 맺는다. 재보험은 보험사가 스스로 감당하기 버거운 위험계약에 대비해 보험사가 드는 보험이다. 국내 재보험사로는 코리안리가 대표적인데 이때 재보험사(코리안리)와 보험계약을 맺는 보험사(삼성화재 등)를 원수사 또는 출재사, 재보험사는 수재사라 한다. 즉 재보험은 원수사(출재사)가 체결한 계약을 매개로 만들어진 일종의 파생 계약이다.

하지만 재보험사 입장에서도 수천억원에서 수조원에 달하는 계약이 부담되기는 마찬가지다. 이 때문에 재보험사들은 해외 재보험사들과도 연계해 재보험 계약을 매개로 다시 보험계약을 체결하는 재재보험으로 리스크를 또 한 차례 줄인다. 출재사 입장에서는 기업 재산보험으로 발생할 부담이 이중, 삼중으로 경감되는 효과가 있고 재보험사 또한 위험을 수차례 낮출 수 있다.

재보험의 존재는 보험사는 물론 일반 계약자(소비자)에게도 긍정적이다. 언제 어떻게 발생할지 모르는 자연재해에 대비할 필요성이 있지만 확률이 낮다고 해도 보험사로선 한 번의 사고가 회사에 치명적인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 재보험이 있으면 보험사는 재보험사를 통해 위험을 전가함으로써 소비자에게 상품을 공급할 수 있다. 물론 재보험사 또한 재재보험, 재재재보험 등을 통해 위험을 분산시킨다.

17일 경기도 이천시 마장면 쿠팡 덕평물류센터 화재 현장에서 소방관들이 진화작업을 하고 있다. [출처=연합뉴스]
지난 2021년 6월 경기도 이천시 마장면 쿠팡 덕평물류센터 화재 현장에서 소방관들이 진화작업을 하고 있다. [출처=연합뉴스]

◇ 위험전가 넘어 보상 한도도 존재

손보사들은 재보험과 함께 보상 최저·최대한도를 정해둠으로써 다시 한 번 위험을 경감시킨다.

출재사가 재보험으로 위험을 전가하는 방식은 ▲비례재보험과 ▲비(非)비례재보험으로 구분되는데, 이 중 비례재보험은 출재사와 재보험사가 일정 비율에 따라 책임을 지고 보험료 또한 이 비율에 따라 배분되는 방식으로, 주로 생보사들이 채택하는 방식이다.

반면 손보사들은 이른바 XoL(eXcess of Loss)이라 불리는 초과손해분만 보상하는 비비례재보험방식을 활용한다. 가령 한 설비공장에서 일어난 화재 사고로 500억원의 재산피해가 발생했지만 XoL이 700억원으로 설정돼 있다면 보험사는 보상책임을 지지 않는 식이다. 즉 XoL은 출재사가 피해를 보상하기 위한 최저한도인 셈이다.

이 보상에도 최대한도가 존재할 수 있다. 리스크 XoL이 그것으로, 가령 출재사와 재보험사 간 XoL이 300억원초과 200억원의 리스크 XoL이라면 500억원의 피해에도 보험사의 보상책임은 500억원이 아닌 200억원이 된다.

실제 지난 2021년 이천 쿠팡 물류센터 화재 사례를 보면 DB손해보험은 당시 사고로 약 4000억원의 재산보험 중 약 40%(약 2160억원)를 떠안게 됐다. 하지만 재보험으로 위험을 분산해둔 덕분에 DB손보가 지급한 금액은 70억원에 그쳤다. 나머지 금액은 재보험사에서 지급됐다.

지난 12일 발생한 한국타이어 대전공장 화재도 사정은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란 게 중론이다. 한국타이어 측이 대전공장 전체를 대상으로 가입한 재산보험의 보장금액은 약 1조7000억원으로 간사사인 KB손해보험이 40%, 삼성화재·현대해상·DB손보는 각각 20%씩을 떠안았지만 한국타이어 측의 자기부담비율과 재보험(XoL) 규모 등에 따라 실제 손보사들의 보상금액은 크게 줄어들 전망이다.

손보업계 한 관계자는 “고객들이 보험을 통해 질병·사고로부터 보험사로 위험을 나누는 것처럼 보험사도 재보험사를 통해, 재보험사는 또 다른 재보험사를 통해 위험을 분산시켜 부담을 최소화한다”라며 “기업보험으로 발생하는 피해를 그대로 보상하면 사고 한 번에 보험사 하나가 파산할 수도 있다”라고 말했다.

[위키리크스한국=김수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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