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 정상회담] BBC "쿠데타적 결단, 가시밭 길에 새로운 이정표...은원(恩怨) 당사자의 극적 만남"
[한일 정상회담] BBC "쿠데타적 결단, 가시밭 길에 새로운 이정표...은원(恩怨) 당사자의 극적 만남"
  • 최석진 기자
  • 승인 2023.03.18 06:54
  • 수정 2023.03.18 0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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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16일 오후 일본 도쿄 긴자의 오므라이스 노포에서 친교의 시간을 함께하며 생맥주로 건배하고 있다. [사진 =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16일 오후 일본 도쿄 긴자의 오므라이스 노포에서 친교의 시간을 함께하며 생맥주로 건배하고 있다. [사진 = 연합뉴스]

BBC는 17일(현지 시각) 서울 특파원 보도를 통해 현재 진행 중인 한일 정상회담에 대해 보도했다. 이 보도를 통해 이번 한일회담을 바라보는 서방의 시각을 짐작할 수 있다.

이 매체는 이번 한일 정상회담이 미래 지향적 관점에서 돌파구를 마련하려는 한국 정부에게도 도움이 되겠지만 무엇보다 올 5월 히로시마에서 열리는 G7 정상회담을 통해 북한의 핵위협과 중국의 패권 확장에 대처하기 위해 한미일 공조를 공고히 하려는 미국과 일본에 긍정적 결과를 가져다줄 것으로 예측했다. 다음은 이 보도의 전문이다.

한일 정상이 도쿄에서 회담을 갖고 가시밭길 관계에 또 하나의 이정표를 세웠다. 이번 정상회담은 특히 북한이 최근 일주일 사이에만 4발의 미사일을 발사하는 와중에 이루어져 양국 정부가 과거에 얽매인 갈등보다 안보를 우선시하려는 의지를 드러낸 것으로 읽힌다.

양국 정상은 정기적인 방문 재개를 약속하고, 지루하게 이어져 오던 무역분쟁에 종지부를 찍었다. 일본은 반도체 소재 수출규제 해제에 합의했고, 한국은 세계무역기구(WTO) 제소를 철회한 것이다.

BBC는 서울특파원의 시각을 통해 2011년 이후 처음으로 이루어진 이번 한일 정상회담을 살펴보았다.

박2일간의 일정으로 일본을 방문한 윤석열 대통령이 17일 도쿄 게이단렌(일본경제단체연합회) 회관에서 열린 한일 비즈니스라운드 테이블에 참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1박2일간의 일정으로 일본을 방문한 윤석열 대통령이 17일 도쿄 게이단렌(일본경제단체연합회) 회관에서 열린 한일 비즈니스라운드 테이블에 참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먼저 손을 내민 한국...하지만 얻을 것은 충분히 얻어내겠다

윤석열 한국 대통령은 이번 정상회담을 성사시키기 위해 쿠데타에 가까운 결단을 내렸다.

양국 정상회담을 위해 한국 대통령이 일본을 방문한 것은 12년 만에 처음 있는 일이다.

인접국인 한일 관계는 과거 역사적 사건들로 인해 수십 년 동안 가시밭길을 걸어왔다. 한국은 1910년부터 2차 세계대전이 끝날 때까지 일본의 식민 지배를 받았다. 일본 군대는 수십만 명의 한국인을 광산과 공장에서 일하도록 강제 동원했고, 여성들은 성노예로 끌려갔다.

이러한 역사적 상처는 해묵은 주제이기는 해도 적어도 한국 사람들은 정서상 아직도 이를 잊거나 용서하지도 않는다.

하지만 지난주 한국의 윤석열 대통령은 일본이 강제 동원 피해자들에게 배상해야 한다는 요구를 철회했다. 그는 이 돈을 한국이 대신 조성하는 데 동의했다. 그렇게 함으로써 그는 동북아의 안보를 위해 과거를 넘어서려 한 것이다.

이에 반해 야당 지도자는 이 합의를 “우리 역사상 가장 큰 굴욕”이라고 규정했다. 그러나 윤석열 대통령은 마침내 도쿄행을 이루어냈다. 한국 외교가가 소리 죽여 놀라움을 표시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그들은 특히 이번 정상회담을 외교 경험이 전무하고 정치 초심자인 윤 대통령의 과감하고 기민한 결단으로 받아들인다. 한국 대통령은 지난해까지는 검찰이었다.

윤석열 대통령은 취임 이후부터 균열된 한일 관계의 회복을 외교 목표로 삼았다. 그는, 핵으로 무장한 북한이 더욱 위협적으로 변함에 따라 일본과 정보를 공유하고 군사적 협력을 강화함으로써 이익을 얻을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은 나아가, 중국의 부상에 대항하기 위해 동맹 강화에 필사적인 최대 동맹국 미국과의 관계를 향상시키고자 한다. 이와 관련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윤 대통령의 일본 방문과 한일 정상회담을 “획기적인 새로운 장(a ground-breaking new chapter)”이라고 칭송했다. 다음날 그는 윤 대통령에게 초대장을 보내 백악관에 국빈 방문해줄 것을 요청했다.

이번 한일 정상회담은 또한 세계에서 한국을 새롭게 자리매김하는 신호탄에도 해당한다. 윤 대통령은 북한에 맞춰져 있는 한국의 시야를 넓히고자 한다. 대신 그는 인도-태평양 전역에서 한국이 할 수 있는 더 큰 역할에 초점을 맞추고자 한다. 이런 점에서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오는 5월 히로시마에서 열리는 G7 정상회의에 윤 대통령을 초청함으로써 양국 관계는 또 한 번의 이정표를 세울 것이다.

한국에게는 이번 정상회담을 통해 거둘 수 있는 경제적 보상도 있다. 한일 관계가 특히 안 좋았던 2019년 일본은 한국의 반도체 생산에 필수적인 화학 물질에 대한 수출 규제를 부과했다. 목요일 회담에 앞서 한국 정부의 한 고위 관리는 이 수출 규제 철폐가 최우선 과제라고 브리핑하기도 했다.

이번 정상회담은 수년간 무너진 신뢰 회복에 기회를 제공하겠지만, 지금까지 과정에서는 서울이 도쿄보다 더 양보한 것으로 보인다. 한국 한 고위 외교관의 지적처럼 한국은 불을 켜진 상태에서 모두가 지켜보는 가운데 일본에게 데이트 신청을 하기 위해 무도장을 가로질러 걸어갔다. 그리고 일본은 춤을 추기로 동의했다. 그러나 한국은 단순히 춤추는 것 이상을 기대하고 있다.

한일 정상회담에 맞춰 장거리 탄도미사일을 발사한 북한 :  북한은 14일 황해남도 장연군 일대에서 지상대지상(지대지) 전술탄도미사일 2발을 사격했다고 밝혔다. 조선중앙통신은 15일 "서부전선의 중요 작전 임무를 담당하고 있는 조선인민군 미사일부대에서 3월 14일 구분대 교육을 위한 미사일 시범 사격 훈련을 진행하였다"고 보도했다. 이어 "황해남도 장연군 일대에서 발사된 미사일은 611.4㎞ 떨어진 함경북도 청진시 청암구역 방진동 앞 목표섬 피도를 정밀타격하였다"고 밝혔다. [사진 = 연합뉴스]
한일 정상회담에 맞춰 장거리 탄도미사일을 발사한 북한 : 북한은 14일 황해남도 장연군 일대에서 지상대지상(지대지) 전술탄도미사일 2발을 사격했다고 밝혔다. 조선중앙통신은 15일 "서부전선의 중요 작전 임무를 담당하고 있는 조선인민군 미사일부대에서 3월 14일 구분대 교육을 위한 미사일 시범 사격 훈련을 진행하였다"고 보도했다. [사진 = 연합뉴스]

일본에게도 전략적 승리를 안겨준 정상회담

윤석열 대통령은 이번 정상회담 과정에서 여러 고위급 회담들도 주재(主宰)하고 있다. 그러나 현지 언론에 따르면 한국 대통령이 가장 좋아하는 음식 중 하나인 ‘오므라이스’(오믈렛을 얹은 볶음밥)를 시식하는 것도 빼놓을 수 없는 일정이라고 한다.

일본 요미우리신문은 기시다 후미오 총리가 정상회담 후 윤 대통령을 유명 레스토랑 ‘렌가테이’로 초대할 계획이라고 보도했다. 이를 두고 한국의 일부 언론은 회담이 “진일보”한 징표라고 표현했으며 소셜 미디어에서는 “오므라이스 외교”라는 평이 돌고 있다.

한편 일본 교도 통신은 양국 외교부와 국방부 관리들도 안보 회담을 재개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두 나라는 관계 증진을 통해 상호 이익을 얻을 것이 분명해 보인다. 그러나 이번 회담은 일본의 전략적이고 외교적인 승리에 해당한다. 세계 3위 경제대국인 일본은 오는 5월 히로시마에서 G7 정상회의를 개최할 준비를 하는 중이다.

북한과 중국의 위협은 이번 회담의 최우선 의제에 속할 것이다. 일본이 이러한 위협에 대처함에 있어 한국과의 긴밀한 안보 관계는 훨씬 더 견고한 입지를 제공할 것이다.

이번 회담은 나아가 미국에 중요한 메시지를 보내고 있다. 일본은 점점 더 불안정해지는 동북아에서 핵심 동맹국이자 막후 실세로서의 능력을 워싱턴에 보여주고자 한다.

외교적으로 이번 정상회담은 의미가 크다. 2019년 이후 일본의 한반도 식민통치 기간 동안의 강제 동원 문제로 도쿄와 서울의 관계가 급속히 틀어졌기 때문이다.

그해 G20에서 두 나라 정상이 잠깐 만났지만 양자회담이 없었기 때문에 그다지 실속 없는 인사치레에 불과했다.

여기에 일본 정부가 스마트폰 디스플레이, TV 화면, 반도체 제조에 사용되는 화학 물질과 같은 첨단 소재에 대한 수출 규제를 강행하면서 긴장은 더욱 고조되었다.

그랬기 때문에 이달 초 한국이 오랜 분쟁을 해결하기 위한 계획을 발표했을 때 적어도 외교관과 정치인들 사이에는 새로운 시작에 대한 기대감이 들끓었다.

기시다 총리는 이러한 움직임을 반겼고, 하야시 요시마사 외무상은 “관계를 건강한 상태로 되돌리기 위한” 노력을 환영했으며, 양측은 4년 전에 부과된 무역 규제 철회에 대한 논의가 이루어질 것이라고 발표했다.

이러한 화해 분위기는 가장 적절한 때에 맞춰 이루어졌다. 한일 두 이웃 국가뿐만 아니라 두 나라 모두의 전략적 동맹국인 미국에게도 시의적절하기는 마찬가지이다.

조 바이든 대통령은 성명을 통해 이번 정상회담을 두고 “미국의 가장 가까운 두 동맹국 간에 협력과 파트너십의 획기적인 새로운 장이 열린 셈”이라고 말했다.

“양국이 목표에 완전히 도달하게 되면 그들의 조치는 자유롭고 개방된 인도-태평양에 대한 우리의 공동 비전을 유지·발전시키는 데 도움이 될 것”

그는 이렇게 덧붙였다.

그러나 한일 관계는 두 지도자 모두에게 순조로운 항해만 보장하지는 않을 것이다. 양국의 강경파 정치인들 사이에는 여전히 역사적 긴장과 불신이 많이 남아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바로 지금, 한일 양국은 공통적이고 점진적으로 증가하는 위협에 직면해 있다. 북한은 더 강력하고 더 발전된 미사일을 개발하고 있으며, 또 다른 핵무기 실험을 앞두고 있다는 우려가 있다.

중국은 이 지역에서 공격적으로 패권을 확장하고 있으며, 솔로몬 제도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수상한 군사 기지 프로젝트(베이징은 이를 부인함)는 워싱턴과 아시아 태평양 동맹국들을 걱정하게 하고 있다.

지난달 미국이 중국 정찰 풍선을 격추한 후 일본 정부는 2019년 이후 일본 영토 상공에서 발견된 미확인 비행 물체 3개도 중국 정찰 풍선으로 의심된다고 밝혔다.

관련해서 일본 방위성은 앞으로 외국 풍선이 일본 영공을 침범할 경우 무력 사용에 관한 규정을 재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하마다 야스카즈 방위상은 일본 정부는 그러한 외국 풍선을 격추하는 것을 배제하지 않을 것이라는 점을 시사하기도 했다.

일본은 또한 대만에 대한 중국의 잠재적인 침략 가능성을 지속적으로 우려하고 있다. 이는 불가피하게 일본을 끌어들일 것이다. 이러한 우려는 계속되는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중국이 모스크바 쪽으로 기울어지는 현상을 심화하고 있다.

일본과 한국은 험난한 역사를 공유하고 있지만, 두 나라는 이제 지역 안보와 관련하여 점점 더 긴장이 고조되는 현재와 불확실한 미래에 직면해 있다.

[위키리크스한국 = 최석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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