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 프리즘] 미국의 현 은행 위기는 코로나의 산물?...정부 살포 자금 은행으로, 은행은 국채 투자
[월드 프리즘] 미국의 현 은행 위기는 코로나의 산물?...정부 살포 자금 은행으로, 은행은 국채 투자
  • 최정미 기자
  • 승인 2023.03.26 06:52
  • 수정 2023.03.26 0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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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쇄된 실리콘밸리은행(SVB) 본부 밖에서 사람들이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폐쇄된 실리콘밸리은행(SVB) 본부 밖에서 사람들이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지난 1월 말 미 연준 회의의 주요 안건은 인플레이션을 진정시키기 위해 금리를 계속 공격적으로 올려야 하느냐였다. 이번 주 열린 회의에서는 전혀 새로운 문제들이 더해졌다.

추가 금리 인상으로 은행들이 불안정해지고, 실리콘밸리 은행 사태를 시작으로 한 연쇄적인 은행 위기 사태가 더 악화되느냐가 그 중 하나다. 결국 이러한 문제들 때문에 여전히 높은 인플레이션에도 불구하고, 연준은 금리를 0.25%만 올렸다.

올 초만해도 세계적인 은행의 재무상태에 대해 이야기하는 사람이 아무도 없었는데 지금은 모두의 관심이 여기에 쏠려 있다는 사실은 마치 이 위기가 느닷없이 발생한 것처럼 보여질 수 있다. 하지만 이 위기의 시초는 3년 전인 2020년 봄으로 거슬러 올라갈 수 있다고 매체 애틀랜틱(The Atlantic)은 지적하고 있다. 현재의 문제적인 은행 시스템은 팬데믹의 산물이라는 것이다.

코로나19가 발발하자 미국을 비롯 세계 곳곳의 은행의 예금액들은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정부들이 팬데믹 생계 지원 정책으로 현금을 뿌렸지만, 개인들의 소비는 감소했다. 동시에 기업들은 지출과 투자를 대폭 줄였다. 이 때문에 은행에 막대한 양의 돈이 흘러갔다. 

미 연방예금보호공사에 따르면 2020년만 해도 미국의 은행 예치금이 21.7% 상승했는데, 1940년대 이후 최대 상승률이라고 한다. 여기에 더해 이듬해인 2021년에는 예금이 10.7% 상승해, 2021년 말에는 미국의 은행 전체 예금액이 4조4천억 달러에 이르렀다. 

보통 사람들이 생각하기에 이는 은행에는 이득으로 보일 수 있지만, 문제는 은행이 이 많은 돈을 유용하게 쓸 수 있는 곳이 없다는 것이었다고 애틀랜틱은 말했다. 예금은 은행이 예금주들에게 돌려줘야 될 빚이다. 고객의 예금을 통해 수익을 보려면 은행은 이 돈을 재투자해야 한다. 

그러나 팬데믹으로 2020년 기업들의 대출 수요가 급감했고, 2021년 수요는 느리게 회복됐다. 주택담보대출 시장이 빨리 반등했으나, 대다수가 역대급으로 낮은 금리의 30년 모기지였다.

은행들이 예금을 더 이상 받지 않거나 마이너스 예금 금리를 도입할 수도 있었지만 그러지 않았고, 결국 금고에 엄청난 돈이 쌓이게 됐다.

애틀랜틱은 리스크가 낮으면서 가장 실용적인 전략은 대부분의 돈을 유동성이 높은 저이율-단기 투자, 예를 들어 단기 미 국채에 투자하는 것이었을 텐데, 이는 은행의 이자 수익을 감소시켰을 것이라고 애틀랜틱은 말했다. 대신 많은 은행들이 장기 채권 또는 안전한 주택저당증권(MBS, Mortgage Backed Securities)에 투자했다. 이는 다소 높은 수익을 주고 디폴트 위험이 없는 것이었다. 

그러나 이는 그나마 악조건 속에서 은행의 최선의 선택이었다. 은행들에게는 이익이 크게 나지 않는 정부의 부채를 사는 것 밖에 선택지가 없었다고 애틀랜틱은 시사했다. 

이 전략에는 한 가지 확실한 단점이 있었다. 은행들이 경제학자들이 ‘금리 리스크’라고 말하는 위험에 크게 노출된 것이다. 금리가 오르면, 낮은 이율의 채권과 MBS의 가치는 은행이 투자했을 때보다 크게 하락한다. 그러나 2020년과 2021년 초반까지, 연준을 포함한 모두가 이 결과를 생각하지 못한 것으로 보이고 있다고 애틀랜틱은 말했다.

오래 지속된 낮은 인플레이션과 거의 제로에 가까운 금리로 인한 잘못된 판단이 은행들을 안심시켰을 것으로 보여지고 있다. 따라서 지금에 와서는 어리석은 것으로 판명난 결정을 그 당시에 내린 것이다. 인플레이션이 치솟고 연준이 금리를 인상하자, 비로소 은행들은 자신들이 가치가 떨어진 채권을 깔고 앉아 있고 재무상태가 악화됐다는 것을 깨닫게 된 것이다.

그렇다고 은행 시스템 전체가 위기인 것은 아니라고 애틀랜틱은 짚었다. 2008년 은행들의 부실채권으로 야기된 금융위기 때와 달리 지금의 은행들이 디폴트의 위기에 처해 있지는 않다는 것이다. 만기 보유자들은 돈을 돌려받을 수 있으며, 또 전체 은행 시스템이 여전히 많은 자본과 현금을 보유하고 있다는 점도 말했다. 

그러나 파산한 실리콘밸리 은행과 시그니처 은행과 같은 은행들은, 고객들이 위험을 간파하고 맡긴 돈을 회수하려고 하면서 무너지게 된 것이다. 당국이 가장 걱정하는 것은 이러한 뱅크런이 증가해서 건전한 은행들까지 위험하게 만드는 것은 아닌가이다.

현 상황에 기관들이 대비하지 못한 것에 대해 많은 비판이 일고 있다. 연준이 인플레이션으로 인해 금리를 가파르게 올렸을 때 이러한 위험이 올 거라는 것을 인식하지 못했고, 한편 은행들은 금리 리스크를 인식하지 못하고 스스로 장기채권을 매수했다는 것이다. 

또한 이미 붕괴된 미국의 은행들은 특히 무모하게도 거품이 많이 낀 테크와 크립토 분야에 사업을 집중했다. 실리콘밸리 은행 같은 중간 규모급의 은행들이 노출된 위험에 대비하는 것을 강제하는 개입을 미 금융당국이 충분히 하지 않은 것이 연쇄 은행 파산 사태의 원인이라는 비판의 목소리가 크다.

여기서 얻을 수 있는 교훈은 팬데믹이 결국 낮은 인플레이션과 제로 수준의 금리의 시대의 막을 내렸다는 것이며, 명석한 금융 기관들조차 상황이 얼마나 변했는지 파악하는데 오래 걸린다는 것이라고 애틀랜틱은 시사했다. 코로나 바이러스는 전 세계 보건 시스템뿐 아니라 금융 시스템을 흔들어놨고, 그 여파가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위키리크스한국 = 최정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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