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 투데이] 배우 리차드 드레이퓨즈가 오스카의 ‘다양성 원칙’에 분개한 이유
[월드 투데이] 배우 리차드 드레이퓨즈가 오스카의 ‘다양성 원칙’에 분개한 이유
  • 최석진 기자
  • 승인 2023.05.10 05:49
  • 수정 2023.05.10 05: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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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연합뉴스]
[사진 = 연합뉴스]

오스카로도 알려진 아카데미 시상식이 세계 영화 산업을 대표하는 행사로 자리 잡은 역사는 길고도 시끄러웠다. 아카데미 시상식은 영화 업계의 다양한 분야로 구성된, 9,000명 이상의 회원이 모인, 전문 명예 단체 ‘영화예술 과학아카데미(AMPAS)’에서 주관한다.

1927년 MGM(Metro Goldwyn Mayer)의 루이스 B. 메이어가 영화 산업의 신뢰와 대중성을 높이기 위해 처음 제정한 아카데미 시상식은 1929년 5월 16일 할리우드에서 처음 열렸다.

이후 아카데미 시상식은 해마다 전 세계 수백만의 영화팬들이 시상식과 레드카펫을 보기 위해 TV 앞에서 눈을 떼지 못하는 주요 문화 행사로 자리 잡았다.

하지만 아카데미 시상식은 오랫동안 논란과 비판의 대상이 되기도 했다. 1930~40년대 아카데미상은 스튜디오 정치와 편향성 문제 때문에 뭇매를 맞았고, 1950년대에는 연기 부문에서 다양성과 대표성이 부족하다는 비난을 받았다.

그러다가 2015년 터진 ‘#OscarsSoWhite’ 운동은 오스카의 편향성 문제를 지적하는 움직임에 기름을 부었고, 그 결과 아카데미 주최측은 다양성과 대표성을 높이기 위한 일련의 행동에 착수했다. 오스카 시상식을 주관하는 ‘영화예술 과학아카데미’가 스크린 안팎으로 다양성과 포용성을 중시하기 위해 다양성에 관한 기준 4가지를 신설한 것이다.

2025년 열리는 제96회 아카데미 시상식부터는 이 4가지 기준 중 2개를 충족시킨 영화만 작품상 후보에 오를 수 있게 됐다.

아카데미는 다양성에 대한 새로운 기준을 발표하며 “영화를 사랑하는 관객들의 다양성을 더 잘 반영하기 위해 스크린 안팎에서 평등하게 여러 목소리를 대변하고 장려하기 위함”이라고 설명했다.

기준에는 그간 주류 영화에서 소외됐던 여성, 소수인종 및 민족, 성소수자, 장애인 등이 영화에 비중 있게 참여해야 한다는 내용이 담겨있다.

다양성 기준은 다음에 열거한, 총 4개의 영화 제작 관련 분야에서 반영돼야 한다.

- 스크린 속 표현, 줄거리 및 등장인물
- 각 부서 책임자 및 제작 현장 인원
- 인턴십 등 교육과 기술 개발 분야
- 마케팅, 홍보 및 배급 분야

이번에 발표된 기준은 2024년 만들어지는 영화에 처음 적용돼 2025년 시상식부터 반영된다. 그전까지 작품상 후보작들은 아카데미 포용(다양성) 기준 보고서를 제출하는 것으로 대신한다.

그런데 미국의 유명 배우 리차드 드레이퓨즈(Richard Dreyfuss)가 바로 이 오스카 수상의 다양성 원칙에 불만을 표시했다고, 9일(현지 시각) CNN방송이 보도했다. 다음은 이 보도의 전문이다.

배우 리차드 드레이퓨즈는 아카데미상 주최 측이 새롭게 마련한 다양성 가이드라인에 불만이 많다.

지난 2020년, 아카데미 시상식 관계자들은 2024년부터 영화가 아카데미 ‘최우수 작품상’을 받기 위해서는 특정 표현 기준을 충족해야 한다고 발표한 바가 있다.

영화는 4가지 기준 중 2가지 이상을 충족해야 한다.

무엇보다도 주연 배우들이 소외된 그룹(underrepresented groups) 출신인지 또는 출연진과 제작진의 30% 이상이 소외된 그룹 출신으로 꾸려져 있는지가 관건이다.

리차드 드레이퓨즈 [사진 = ATI]
리차드 드레이퓨즈 [사진 = ATI]

드레이퓨즈는 지난 6일 미국 공영방송인 PBS에서 방영하는 시리즈물 ‘Firing Line’과의 인터뷰에서 사회자 마가렛 후버(Margaret Hoover)에게 오스카가 새로 도입한 규정은 “나를 토 나오게 한다(make me vomit)”고 말했다.

후버가 그에게 이유를 묻자 그는 “영화는 예술이기 때문(Because this is an art form)”이라고 답했다.

“영화는 또한 산업의 한 분야이며 돈벌이 수단입니다.”

드레이퓨즈는 이렇게 주장했다.

“그와 함께 영화는 예술이기도 합니다. 그리고 예술에 있어 도덕성을 강요하는, 가장 최근의 흐름과 생각에 굴복해야 한다고 누구도 내게 강요할 수는 없습니다.”

다양성(포용성) 기준은 2015년 촉발된 ‘#OscarsSoWhite 운동’의 영향으로 영화 산업 내의 불평등을 개선하기 위해 제정되었다.

“나는 이 나라에 이런 식으로 비위를 맞춰줘야 하는 소수 계층이나 다수 계층이 있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드레이퓨즈는 계속해서 주장을 펼쳐나갔다.

그는 로렌스 올리비에가 1965년 주연한 영화를 언급하면서 “(로렌스 올리비에)가 오델로를 연기한 마지막 백인 배우”라는 영화 역사의 한 부분을 언급했다. 오델로는 흑인이 주인공인 셰익스피어의 희곡이다.

그는 올리비에가 오델로 역할을 “훌륭하게” 연기했다고 칭찬했다.

“이제 앞으로는 내가 흑인 역을 연기할 기회가 없을 거라는 말을 듣고 있는 건가요?”

드레이퓨즈는 이렇게 반문했다. 

“유대인이 아니면 ‘베니스의 상인’ 역을 하면 안 된다는 건가요? 미친 거 아닌가요? 예술은 그저 예술일 뿐이라는 사실을 모른단 말입니까?”

그러자 사회자 후버는 “노예제도의 역사와 흑인 인종차별이라는 민감한 사안을 고려할 때 어떤 계층의 대표성과 그 계층을 누가 대표하느냐의 문제에는 어떤 차이가 있나요? 예를 들면 백인이 흑인 계층을 대표하는 건 타당한가요?”라고 받아쳤다.

이에 대해 드레이퓨즈는 “차이가 있어서는 안 됩니다.”라고 답했다.

“마치 응석을 받아주는 것 같은 느낌이 들기 때문에 그렇다는 말입니다.”

그는 이렇게 말했다. 

“그것은 꼭 ‘우리는 너무 연약한 사람들이라 감정을 상하게 해서는 안 됩니다.’라는 소리처럼 들립니다.”

CNN은 드레이퓨즈의 의견을 듣기 위해 그의 매니저에게 연락했지만, 아직 응답을 받지 못했다.

[위키리크스한국 = 최석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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