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키리크스 설립자 줄리안 어산지가 미 정부 기밀문서들을 공개해 미국 및 동맹국들의 범죄와 부패를 폭로한 후, 이를 둘러싸고 공익과 보안 사이에서 논란이 컸었다.
그런데 그의 행동에 대한 분노는 이제 많이 잦아들었고, 호주 국적의 어산지가 영국의 교도소에서 복역 중인 상태로 수 년 째 미국으로의 송환에 맞서고 있자 부당한 어산지의 감금을 이제 끝내야 한다는 지지가 커지고 있다고 시드니모닝헤럴드가 1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시드니 모닝 헤럴드의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79%가 미 조 바이든 행정부가 어산지를 추적하는 것을 그만둬야 한다고 대답했고, 13%만이 이에 반대했으며, 8%는 잘 모르겠다는 반응이었다고 한다.
호주 정치인들의 어산지 지지 또한 커지고 있는 것으로 보이고 있다.
호주 총리 앤서니 앨버니지는 자신이 외교적 해결을 찾지 못한 것을 인정했고, 어산지의 정신 건강에 대한 우려를 나타내며, “내 위치에 대해 확실히 하고 미 행정부가 호주 정부의 위치를 확실히 인식하게 하는 것 외에 할 수 있는 것이 없다. 어산지의 지속적인 감금으로 얻을 수 있는 것은 없다”라고 말했다.
오랫동안 어산지를 비판해 온 호주 야당 대표 피터 더튼 역시 앨버니지의 말에 동의하며, “이 문제들은 다뤄져야 되는 것이며, 총리가 앞으로의 길을 계획하고 있다면, 이는 좋은 것이다”라고 말했다.
초당적으로 모인 호주 의원들이 미 대사 캐롤라인 케네디를 만나 바이든 행정부가 어산지 기소를 철회하도록 할 것을 촉구했다. 호주 의원들과 미 대사의 만남은 바이든 대통령이 쿼드 정상회담으로 호주를 방문하기로 예정된 날의 2주 전에 이뤄져 의미가 있다.
어산지는 2012년 런던 주재 에콰도르 대사관에서 망명생활을 시작한 이후 교도소에서 복역하고 있는 현재까지 사실상 11년 동안 외부와 단절된 삶을 살아왔다.
2010년 미 정부 기밀문서 폭로 뒤, 스웨덴 당국으로부터 성범죄 혐의로 조사를 받게 된 그는 혐의를 부인했으며, 이를 미국이 자신을 잡으려는 음모라 여기고 2012년 런던 주재 에콰도르 대사관에 들어가 망명을 추구했다.
2019년 그는 에콰도르 대사관에서의 망명 지위가 철회되고 강제로 건물 밖으로 끌려나와 영국 경찰에게 체포된 뒤, 악명높은 벨마시 교도소에 수감됐다. 그런데 어산지의 체포 직후 스웨덴은 증거 불충분으로 그에 대한 수사를 종료했다. 미국은 곧바로 그를 기소했고, 영국에 송환 요청을 했다.
사실 보도를 한 어산지는 11년 째 고립되어 있는 반면, 기밀문서를 빼낸 장본인인 미 국방부 내부자였던 첼시 매닝은 7년을 복역하고 가석방됐다.
과거 기밀 폭로에 부정적이던 어산지에 대한 시선들이 현재 많이 달라지게 됐다. 그가 한 행동에 대해 처벌을 받아야 한다고 생각했던 사람들도 이미 어산지가 큰 대가를 치렀고 이로 인해 육체적 정신적 건강이 크게 손상됐다고 생각하고 있다. 2021년에는 어산지가 뇌졸중까지 겪은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호주의 정권이 바뀌는 동안 어산지는 계속 건강만 악화되고 처지에는 변화가 없었다. 그러나 미 대통령의 방문이 호주 정부가 인도주의를 보이고 공감할 기회가 될 수 있다고 시드니모닝헤럴드는 시사했다.
[위키리크스한국 = 최정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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