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드] “전세계 2억명의 소녀들이 '할례'의 고통에 신음하고 있다...나도 그 중 한 명이었다” CNN 칼럼
[인사이드] “전세계 2억명의 소녀들이 '할례'의 고통에 신음하고 있다...나도 그 중 한 명이었다” CNN 칼럼
  • 최석진 기자
  • 승인 2023.05.14 06:39
  • 수정 2023.05.14 06:1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사진 = ATI]
[사진 = ATI]

WHO 자료에 따르면 전 세계적으로 약 2억 명의 여성들이 할례 트라우마에 시달리고 있다고 한다. CNN방송은 13일(현지 시각) 여성 할례를 직접 당한 끔찍한 경험을 털어놓는 한 여성 심리치료사의 칼럼을 내보냈다.

칼럼의 필자 레일라 후세인(Leyla Hussein)은 성폭력 피해자를 전문으로 상담하는 심리치료사이다. 그녀는 여성 할례(FGM : Female Genital Mutilation) 생존자를 위한 영국 최초의 전문 치료 서비스 ‘달리아 프로젝트(The Dahlia Project)’의 창립자이자, 아프리카에서 할례를 종식시키기 위한 운동을 지원하는 ‘소녀 시대(The Girl Generation)’ 옹호이사이다.

다음은 이 칼럼의 전문이다.

일곱 살의 어느 아침 겪었던 끔찍한 경험으로 이야기를 시작하고 싶다. 폭력을 동반한 자극적 내용이 될 터이니 주의하시기 바란다.

소말리아 모가디슈에서 아름다운 아침을 맞이하는 활달하고 행복한 어린 소녀를 상상해보시라. 나는 우리 집에서 파티가 열린다는 것을 직감하면서도 공기 중에 이상한 기운이 스며있는 어색한 기분도 느꼈다. 그것은 불안한 기운이었다. 여자들만 자리하고 있었고, 내 눈에는 여러 이모들과 이웃들, 그리고 가정부들이 들어왔다.

순간 나는 “오늘은 나나 내 동생의 생일이 아닌데......”라고 혼자 중얼거렸다. 평소 엄마는 우리에게 호화로운 파티를 베풀어주곤 했는데, 그날의 파티는 별로 우아해 보이지 않았다.

그때 부엌 밖에 서 있는 나를 향해 이웃집에 사는 아홉 살짜리 언니가 다가왔다. 

“레일라, 오늘은 너에게 특별한 날이 될 거야.”

그녀가 이렇게 말했다. 

나는 머리가 혼란스러워서 그녀에게 “오늘은 내 생일이 아니야”라고 말했다. 그러자 그녀는 “아니, 오늘은 네가 여자가 되는 날, 너의 특별한 날이야”이라고 설명했다.

내가 그 말이 무슨 뜻이냐고 묻자 그녀는 “gudniin(할례를 뜻하는 소말리아어)”이 시행될 것이라고 들려주었다. 그러면서 그녀는 의사가 내 은밀한 부분을 자르고 꿰맬 텐데 울지 말고 잘 참아내라고 말했다.

이웃집 언니의 설명을 들으면서 나는 유체이탈하듯 현실감이 사라지는 느낌과 함께 그녀의 입술이 움직이는 것만 눈에 들어왔다. 나는 소말리아 소녀인 내가 이런 관습을 몰랐다는 사실에 스스로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그때 불현듯 엄마의 평소 귀띔이 떠올랐다. 엄마는 “아무도 네 은밀한 부분을 만져서는 안 된다. 그건 잘못된 행동이다”라는 말을 들려주곤 했었다. 

이런 생각을 이웃집 언니에게 말하려는 순간 건너편 공간에서 날카로운 비명이 울려 퍼졌다. 평생 나를 괴롭힐 소리였다.

그것은 동물이 십자가에 못 박히는 소리 같았지만, 이내 엄마를 찾는 다섯 살짜리 여동생의 울부짖음임을 깨달았다. 그러나 엄마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평소에 우리의 시야에서 한 번도 벗어난 적이 없던 엄마에게는 어울리지 않는 일이었다.

동생이 내 이름을 부르며 도움을 청했다. 그러나 겨우 일곱 살이었던 나는 엄마 없이는 할 수 있는 일이 아무것도 없다는 무력감을 느끼면서 동생을 돕지 못해 안절부절할 수밖에 없었다.

그때 누군가가 말했다. 

“이제 레일라를 데려오세요. 그 아이 차례입니다.” 

순간 두려움이 엄습했고, 나는 공포로 다리가 마비되는 느낌 속에서도 가능한 한 빨리 도망쳤다. 이모들이 나를 쫓아왔고, 겨우 일곱 살이었던 나는 멀리 갈 수 없었다.

마침내 그들은 우리 집의 어떤 방으로 나를 데리고 갔다. 평소에 우리가 공부를 하거나 개인교습을 받는 공간이었다.

그 방에는 남자 두 명과 내가 아는 몇 명의 여자가 있었다. 나는, 그들 중 “아이를 똑바로 잡으시오”라고 지시한 남성이 의사라는 사실을 나중에 알게 되었다.

나는 평소에는 내가 믿고 따르며 파티에서는 함께 춤도 추곤 했던 방 안의 여성들에게 도와달라고 간청했지만, 그들은 냉정한 태도와 묵묵부답일 뿐이었다. 그들 중 한 명은 도리어 “가만히 있어라. 곧 끝날 거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그들은 나의 치마를 들추고 속옷을 내리면서 수치심과 모욕감을 줬다. 나는 이 어른들이 왜 내 은밀한 부위를 들여다보고 상처를 입히려고 하는지 도무지 이해할 수 없어서 발길질을 하며 거칠게 반항했다.

마침내 의사는 큰소리를 지르면서 180cm 정도 키의 남성 조수에게 나를 붙잡고 있는 네 명의 여성들을 도우라고 명령했다. 건장한 남성이 가세하자 나는 발길질을 계속할 수 없었고, 나의 하반신은 더 이상 나의 것이 아니었다.

내가 할 수 있는 건 비명 뿐이었다.

그러자 여자들 중 한 명이 내 입에 천 조각을 물렸다. 생식기에 날카로운 물체가 닿는다고 느껴졌다. 온몸이 경직되었고, 땀이 비오듯 흘렀으며, 심장은 빠르게 뛰었다. 나는 천으로 재갈이 물린 상태에서 비명을 질렀다. 의사가 말했다.

“마취를 했으니까 아프지는 않을 거다.”

눈물이 하염없이 내 얼굴을 타고 흘러내렸다.

나는 성인 다섯 명의 무게를 포함해 내 몸에 가해진 모든 것을 체감했다. 내 소음순에 가해진 바느질도 느낄 수 있었다. 의사가 일을 끝내자 사람들은 나를 풀어주었고, 의사는 “네가 제일 심술궂고 제일 힘들었다. 앞으로는 착한 소녀로 얌전히 살아가기 바란다”라고 말했다.

착한 소녀? 나는 항상 부모님이 사랑하는 착한 소녀라고 생각하며 살았는데.... 내가 왜 이런 대접을 받아야하는가?

[사진 = 연합뉴스]
[사진 = 연합뉴스]

2억 명 소녀들의 비극

여성 할례, 즉 여성 생식기 절단(FGM)을 직접 경험한 나는 그로 인해 평생 치유해야 할 신체적, 정서적 상처에 시달리고 있다.

여성 할례라는 폭력은 일반적으로 아프리카의 문화적 관습으로 치부된다. 그러나 아프리카 소녀들은 그 관습의 폐해로 고통받고 있다.

그리고 할례는 아프리카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라 전 세계적인 문제이며 중동과 아시아 일부 국가에서도 행해지고 있다는 사실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전 세계적으로 2억 명 이상의 소녀와 여성들이 할례로 인한 상처 때문에 괴로움 속에 살고 있다. 또 매년 300만 명의 소녀들이 할례를 당할 위협에 놓여있다.

하지만 본 칼럼에서는 아프리카 소녀들에게만 한정해 이야기를 진행할 것이다. 아프리카 대륙에서는 약 9,200만 명의 10세 이상의 소녀들이 할례를 받았다.

아프리카에서는 약 10초마다 소녀 한 명의 성기 일부가 절단되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를 근거로 당신이 이 칼럼을 다 읽을 때까지 얼마나 많은 소녀들이 할례를 당하는지 상상해보시라.

아프리카 소녀들은 왜 이런 폭력을 견뎌야 할까?

어떤 이들은 문화, 종교, 위생, 여성으로의 통과의례 등을 이유로 꼽는다. 나는 7살 때 이 의식을 치르고 지역 사회에서 여성으로 받아들여졌다.

나는, 이제 이 칼럼을 통해 나의 경험을 추체험한 당신들은 생각이 더욱 복잡해졌을 것이라고 확신한다.

수억 명의 아프리카 소녀들이 할례를 참아내야 하는 주된 이유는 여성의 성적 정체성을 통제하려는 뿌리 깊은 가부장적 남성 권위 의식 때문이다.

그리고 세계의 주류 언론들이 여성 할례에 대해 거론하지 않는 이유 중 하나는 그 희생자들이 아프리카 소녀들에 국한되기 때문이다. 서글프게도 아프리카 소녀들은 인종 때문에 세상으로부터 무시당한다는 말이다.

또 다른 이유는 여성 할례라는 주제를 다룰 때 여전히 올바른 언어가 사용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여성 할례는 언론 보도나 공개 토론에서 종종 문화적, 전통적 또는 종교적 관행으로 묘사된다. 그러나 이런 식의 표현은 그에 대한 의문이나 항의를 제기하는 데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

이런 식의 접근법은 생존자가 경험한 절박함을 무위로 만든다. 우리가 당한 것은 강도 높은 성폭행이나 마찬가지이며, 무엇보다 이 사실을 인정하는 것이 중요하다.

많은 사람들이 이 문제에 대해 이의를 제기하면 인종차별주의자로 낙인찍히는 것을 두려워할지 모르지만, 나는 침묵을 지키고 아프리카 소녀들에게 가해지는 잔혹한 처사에 대해 목소리를 내지 않는 것이 인종차별적 행위라고 생각한다.

그렇다면 우리는 그러한 폭력 문제에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무엇보다 젠더와 인종 문제가 불가분으로 엮여있음을 인정해야 한다. 그들 중 가장 취약한 계층은 교육 및 의료 서비스 같은 기본적 권리를 거부당하는 일이 잦은 아프리카 여아들이다.

난제들이 너무 많아 소녀들이 직면한 폭력에 대해 목소리를 높이는 것을 더 어렵게 만든다. 그리고 사회가 그들의 고통을 외면할 때, 그들은 스스로 가치가 없고 무시당한다고 느끼게 된다.

생존자에서 치료사로

여성 할례를 직접 겪은 피해 당사자로서 나는 그 트라우마에 대해 잘 알고 있다. 그러나 치유가 가능하다는 것도 알고 있다.

나는 지금은 심리치료사로서 같은 경험을 한 다른 사람들을 돕고 있다. 이는 어려운 여정이지만, 여성 할례라는 소리 없는 팬데믹을 완전히 끝장내는 데 필요한 여정이다.

내가 지난 몇 년 동안 깨달은 중요한 교훈은 아동의 생식기를 만지는 것이 성폭행이라는 사실을 인식해야 한다는 점이다. 그리고 그러한 행위에 칼이나 가위를 사용한다면 더욱 심각한 성폭력이 된다.

우리는, 정당한 언어를 사용하여, 생존자들이 목소리를 높이고 나와 같은 2억 명의 다른 피해자들이 겪은 일이 문화적 전통이 아니라 폭력이라는 것을 세상이 이해하도록 힘을 실어줘야 한다.

이것이 아프리카에서 여성 할례를 종식시키는 운동을 벌이는 단체 ‘소녀 시대(The Girl Generation)’의 역점 사업이다.

‘소녀 시대’는 경험자가 주도하는 교육을 통해 여성이 할례의 정신적 피해를 인식하고, 자기 관리의 필요성을 깨닫고, 필요한 자원에 접근하고, 무엇보다 자신의 경험을 알리는 데 올바른 언어를 사용하는 방법을 돕는다.

이런 활동은 엄마와 딸이 자신이 겪은 폭력을 인정하고, 치유와 용서의 과정을 시작할 수 있는 안전한 공간으로 이어지고 있다. 이는 폭력의 악순환을 끝내고, 아프리카 여성과 소녀들을 위한 더 나은 미래를 만드는 중요한 단계이다.

마침내 어린 시절의 고통을 이겨낼 용기를 찾은 불굴의 생존자들과 연대하는 것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는다.

사회의 책임은 이러한 극악무도한 범죄를 인식하고 규탄하며 아프리카 소녀들에게 정의가 구현되도록 하는 것이다.

생존자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야 하고, 그들의 트라우마에 주목해야 한다.

[위키리크스한국 = 최석진 기자]

dtpchoi@wikileaks-kr.org


  • 서울특별시 마포구 마포대로 127, 1001호 (공덕동, 풍림빌딩)
  • 대표전화 : 02-702-2677
  • 팩스 : 02-702-1677
  • 청소년보호책임자 : 소정원
  • 법인명 : 위키리크스한국 주식회사
  • 제호 : 위키리크스한국
  • 등록번호 : 서울 아 04701
  • 등록일 : 2013-07-18
  • 발행일 : 2013-07-18
  • 발행인 : 박정규
  • 편집인 : 박찬흥
  • 위키리크스한국은 자체 기사윤리 심의 전문위원제를 운영합니다.
  • 기사윤리 심의 : 박지훈 변호사
  • 위키리크스한국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위키리크스한국. All rights reserved.
  • [위키리크스한국 보도원칙] 본 매체는 독자와 취재원 등 뉴스 이용자의 권리 보장을 위해 반론이나 정정보도, 추후보도를 요청할 수 있는 창구를 열어두고 있음을 알립니다.
    고충처리 : 02-702-2677 | 메일 : laputa813@wikileaks-kr.org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