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 프리즘] G7의 외교적 성과와 부채 한도 디폴트 위기의 혼란을 맞바꾼 바이든
[월드 프리즘] G7의 외교적 성과와 부채 한도 디폴트 위기의 혼란을 맞바꾼 바이든
  • 최석진 기자
  • 승인 2023.05.23 05:59
  • 수정 2023.05.23 05: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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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요 7개국(G7) 정상회의가 열리고 있는 일본 히로시마에서 각국 정상들이 20일 기념촬영에 응하고 있다. [사진 = 연합뉴스]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가 열리고 있는 일본 히로시마에서 각국 정상들이 20일 기념촬영에 응하고 있다. [사진 = 연합뉴스]

CNN방송은 22일(현지 시각) 이번 G7 정상회담 결과를 분석하면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미국이 돌아왔다(America is back)’는 그의 캐치프레이즈에 걸맞는 성과를 거두었지만, 국내적으로는 부채 한도 디폴트 위기라는 혼란이 지속되면서 그 성과가 상쇄됐다고 보도했다.

G7(주요 7개국) 정상회담의 마지막 날 히로시마에서 시기적으로 매우 엄중할 때 열린 이번 회담의 상징성을 이해하는 데는 굳이 국제관계학의 학위 같은 것은 필요하지 않았다.

세계 최초로 원자폭탄 공격을 받고 쑥대밭이 되었던 바로 그 도시에서 세계 최고 산업 민주주의 국가 지도자들은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을 위한 테이블을 별도로 마련했다.

이번 정상회담은 몇 년 전까지만 해도 G7이 아니라 G8이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우크라이나의 크림반도를 합병한 뒤인 2014년 이 모임에서 축출되면서 8개국이 7개국으로 줄어든 것이다. 그런데 G8 당시에도 러시아는 유럽연합(EU) 대표 2명을 포함하면 실제로는 10번째 국가에 속했다.

지난 21일 사진 촬영을 위해 보도진 앞에 등장한 젤렌스키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전쟁을 상징하듯 군복 차림이었다. 미국의 바이든 대통령은 도열했던 정상들 무리에서 빠져나오면서 젤렌스키의 어깨에 팔을 두르며 친밀감을 표시했다.

러시아가 축출된 이후 10년 동안, 특히 지난 2년 동안 G7의 변화는 바이든의 최고 보좌관들이 “자유 세계의 운영위원회(steering committee of the free world)”라고 부르는 모습으로 탈바꿈했다. 새로운 목표 설정과 대(對) 중국 행보에 있어 공동 행보를 보이는 데 효과적으로 단결력을 과시한 기구는 G7 외에는 찾아보기 힘들다.

그러면서도 우크라이나의 대통령이 직접 모습을 나타낸 것은 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한 피로와 정치적 압력이 이 전쟁에 대한 서방의 지원을 약화시킬 것이라는 우려를 내포하고 있었다. 

이번 G7에서 특이한 점 중 하나는 참석한 정상들 중 해외에서의 성과가 국내의 인기로 이어지는 지도자는 한 명도 없다는 사실이다.

G7 정상들 마음 속에 드리운 트럼프의 그림자

이번 G7에 참석한 바이든과 동맹 지도자들은 이달 초 CNN 타운홀 미팅에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쏟아놓은 말을 적지 않은 경각심을 가지고 지켜봤을 것이 분명하다. 트럼프는 이 자리에서 우크라이나에 대한 바이든의 지원 방식에 의문을 제기하면서 자기가 대통령이 되면 하루 만에 우크라이나 위기를 해결하겠다고 호언장담을 늘어 놓았던 것이다.

외교관들을 포함한 정부 관리들은 트럼프의 백악관 복귀나 그와 비슷한 성격을 가진 공화당 후보의 백악관 입성은 우크라이나와 서방 지도자들 모두의 우려 사항이라고 말을 한다.

트럼프는 2019년 프랑스 비아리츠에서 열린 G7 정상회담 만찬 자리에서 러시아가 G7에 다시 합류할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었다. 당시 정상들이 대서양 연안이 내려다보이는 해안에서 바스크산 채소와 붉은 참치로 식사를 하는 동안 트럼프는 갑자기 끼어들어 세계에서 차지하는 규모와 역할을 고려할 때 러시아가 G7에 포함되어서는 안 되는 이유를 물었다.

당시 트럼프는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와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 등으로부터 날카로운 반대에 부딪혔는데, 메르켈이나 존슨 총리 모두 지금은 권좌에 있지 않다. 당시 격렬한 논쟁으로 이어진 러시아에 대한 의견 교환이 얼마나 떠들썩했는지 관계자들이 충격을 받았을 정도였다고 한다.

그런데 적어도 현재 G7을 구성하고 있는 지도자들과 보좌관들 사이에서는 그런 식으로 회담이 흘러갈 정열은 거의 없어 보였다. 그리고 트럼프가 백악관에 재입성할 경우 G7 정상회담에 계속 참석할지 여부도 미지수이다. 현직에 있을 때 그는 참모들에게 저런 정상회담에 왜 참석해야 하는지 끊임없이 의문을 제기했었다.

정상들이 돈독한 우의(友誼)를 드러내는 것처럼 보였던 지난주 히로시마에서는 2019년 회담 때의 혼란은 찾아볼 수 없었다. 속내는 복잡할 수 있는 바이든과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조차 일련의 ‘가족사진’ 중 하나에서 팔짱을 끼고 있었다.

21일 일본 히로시마 G7 정상회의장에 깜짝 출현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오른쪽)이 G7 정상들과 기념촬영을 하며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운데)와 대화하고 있다. 왼쪽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사진 = 연합뉴스]
21일 일본 히로시마 G7 정상회의장에 깜짝 출현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오른쪽)이 G7 정상들과 기념촬영을 하며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운데)와 대화하고 있다. 왼쪽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사진 = 연합뉴스]

‘미국이 돌아왔다(America is back)’

미국의 제45대 대통령과 46대 대통령 사이의 대조는 분명한 차이를 드러냈는데, 바이든은 이 차이점을 미국 외교 정책의 초석인 동맹 강화에 활용하려고 적극 노력했다.

바이든은 이 같은 차이점을 배경으로 이번 히로시마 회담을 통해 2021년 그가 참석한 첫 번째 G7에서 열망했던 ‘미국이 돌아왔다(America is back)’ 선언이 가시적이고 미국 주도의 결과로 바뀌는 결실을 맺었다.

우크라이나에 대한 서방 동맹의 단호한 지지 표시가 회담 분위기를 선도했지만, 중국에 대한 태도와 행동 모두에서 날을 세운 G7 정상들의 의지의 진화 또한 또렷이 드러났다.

또, 이번에 특이하게 눈에 띄는 점 중 하나는 미국 국가안보보좌관 제이크 설리반이 이번 정상회담을 통해 한국과 일본 사이의 관계가 꾸준히 돈독해지도록 하는 데 가장 역점을 두었다는 사실이다.

다음으로, 바이든의 호주 공식 방문은 취소되었지만, 그는 히로시마에서 앤서니 앨버니지 호주 총리와 만나서 미국 지역 전략의 초석으로 간주되는 긴밀한 관계를 꾸준히 강화할 것을 약속했다.

그러나 바이든의 핵심 보좌관들이 동아시아에서 이룩한 성과라고 자부하는 것을 주최국 일본보다 더 구현한 정상은 없었다.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는 매 단계마다 미국의 명시적인 지원을 받아 일본의 국방 태세와 능력에 극적인 변화를 이끌어갔다.

이와 관련 바이든이 미일 관계의 강점을 입에 침이 마르게 칭찬한 뒤 한 미국 관리는 이렇게 말했다. “절대 과장이 아닙니다.”

조 바이든 대통령과 공화당 소속 케빈 매카시 하원의장 [사진 = 연합뉴스]
조 바이든 대통령과 공화당 소속 케빈 매카시 하원의장 [사진 = 연합뉴스]

국내에 떨어진 발등의 불

그럼에도 불구하고 G7 정상들의 몇몇 참모들은 바이든 집권 첫 2년의 성과를 무산시킬 수 있는 미국 내의 현실이 정상들의 마음에서 떠나지 않았다고 솔직하게 인정했다.

바이든 대통령이 G7 정상회담을 위해 출국하기 전부터 말썽이던 미국 연방 부채 한도 인상과 관련한 여야의 교착 상태는 그의 일정을 서둘러 변경해가면서까지 워싱턴으로 일찍 돌아갈 수밖에 없도록 했다.

바이든은 이러한 상황에 대해 사과했고, 만남이나 방문이 예정되어있던 상대국 정상들은 대부분 이해하는 것 같았다.

시드니에서 바이든을 맞이하기로 되어있던 앨버니지 호주 총리는 “나도 똑같이 행동했을 것”이라고 하면서 “당신과 내가 이해하듯이 모든 정치는 지역적입니다.”라고 말했다.

이번 주 정상들과의 회의석상에서 바이든은 미국의 부채 한도 대치 정국에 대해 질문을 받았는데, 설리반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이를 두고 정상들 사이의 가벼운 “관심사”에 불과했다고 설명하면서 기자들에게 “이 문제 때문에 회의석상에 긴장이 감돌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그러나 한 유럽 관리는 계산 착오에서 오는 위험을 지적하기도 했다.

10년 이상 워싱턴의 특징을 규정하고 있는 부채 한도와 정부 셧다운 위기에 대해 이 관리는 “(미국을) 불쾌하게 할 생각은 없지만, 솔직히 우리는 이런 종류의 일에 꽤 익숙해 있다.”고 말했다.

지금까지의 부채 한도 대치 상황은 막바지까지 끌다 해결되곤 했기 때문에 이제는 이런 대치는 기본이라는 생각까지 형성돼 있다. 그러나 이 관리는 이번에는 다를지 모른다는 조용한 소곤거림이 정상들 사이에 있었다고 인정했다.

“글쎄요.” 그는 약간의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 “그렇지 않습니까?”

미국 관리들은 사석에서는 보다 솔직한 느낌을 피력했다. 그들은 이번 정상회담 동안 시간이 갈수록 점점 더 불안을 드러냈다.

한 행정부 고위 관계자는 “워싱턴 DC에서 공화당이 밀어붙이는 부채 한도 벼랑 끝 전술은 미국의 리더십을 약화시키고 미국의 신뢰도를 떨어뜨린다”고 말했다.

바이든은 워싱턴으로 돌아가기 직전 일요일 기자회견에서 당면한 심각한 위험들에 대해 가장 충격적인 암시를 했다.

“그들이 터무니없는 일을 저지름으로써 디폴트를 일으키지 않을 것이라고 보장할 수 없습니다.”

바이든은 하원 공화당 의원들에게 메시지를 전달이라도 하려는 듯이 이렇게 주장했다.

“절대 보장할 수 없습니다.”

이러한 언급은 미국의 파괴력을 일깨워 주는 상처로 얼룩진 도시인 히로시마에 모인 지도자들을 불안하게 했다.

세계 정상들이 1945년 원폭의 생존자들을 만나고 피폭 박물관을 둘러보는 모습과 워싱턴이 자초한 정부 기능 장애는 어색한 분할 화면을 연출했다. 피폭 박물관에는 해진 옷들과 불에 그슬린 장난감 등이 전시되어 있었다. 그들은 함께 휘어진 기념비에 화환을 바쳤다. 비문은 “이 악을 반복하지 말자”고 세상에 호소하고 있었다.

할머니로부터 원폭 이야기를 들으며 자란 기시다가 정상회담 장소로 히로시마를 선택한 것은 옳은 선택이었다.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핵 위협이 증가하고 있으며, 바이든 대통령은 쿠바 미사일 위기 이후 “핵 아마겟돈”의 위험이 가장 높은 수준에 이르렀다고 경고한 바도 있다. 이를 방지할 방법을 찾는 것이 새로 진용을 갖춘 G7의 임무가 될 것이다.

하지만 에어 포스 원이 일요일 히로시마를 떠났기 때문에 당장 바이든이 막아야 하는 것은 다른 위기이며, 세계 안정에 가장 시급한 위협은 평양이나 테헤란이 아님이 드러났다.

그곳은 이제 경제 대참사를 막을 수 있는 시간이 2주도 채 남지 않은 워싱턴이었다.

[위키리크스한국 = 최석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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