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 프리즘] 거의 100년만에 캘리포니아 도서관에 반납된 1927년 대출 도서
[월드 프리즘] 거의 100년만에 캘리포니아 도서관에 반납된 1927년 대출 도서
  • 최석진 기자
  • 승인 2023.05.29 07:21
  • 수정 2023.05.29 0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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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00달러가 넘는 연체료를 물리지 않기로 한 도서관
1927년에 대출되었다가 거의 100년 만에 반납된 책 『어떤 미국 가정의 역사(A Family History of the United States)』 [사진 = 세인트 헬레나 도서관]
1927년에 대출되었다가 거의 100년 만에 반납된 책 『어떤 미국 가정의 역사(A Family History of the United States)』 [사진 = 세인트 헬레나 도서관]

벤슨 로싱의 『어떤 미국 가정의 역사(A Family History of the United States)』라는 책이 대출된 지 거의 100년 만에 ‘세인트 헬레나 도서관’에 반납되었으며, 도서관 측은 1700달러가 넘는 반납 지연 연체료를 물리지 않기로 했다고, 28일(현지 시각) <워싱턴포스트>와 <가디언>이 보도했다.

거의 100년이 다 돼서 나파밸리의 ‘세인트 헬레나 공립도서관’에 반납된 도서 벤슨 로싱의 『어떤 미국 가정의 역사』의 원래 반납 예정일은 1927년 2월 21일이었다.

<가디언>지에 따르면 짐 페리는 사망한 아내 산드라 런드 페리의 책 보관 상자를 뒤지다 이 책을 발견했다. 그는 이 책이 원래 세인트 헬레나 초기 개척민의 후손이었던, 아내의 외할아버지 존 매코믹이 도서관에서 빌린 것이라고 생각했다.

2023년 5월 10일, 페리는 거의 100년 만에 이 책을 반납하면서 자신의 이름은 남기지 않고 ‘세인트 헬레나 공립도서관’ 접수대에 그냥 놓아둔 채 가버렸다.

“이 책은 우리 가족에서 5대째 전해오던 책입니다.” 

그는 <워싱턴포스트>와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밝혔다.

다행스럽게도 도서관 측은 2019년에 이 책에 대한 연체료 징수를 중단하기로 결정한 상태였다. 그렇지 않았다면 이론적으로 연체료는 약 1,756달러에 달했을 것이다.

“이것은 내 기억으로 가장 늦게 반납된 책입니다.”

도서관장 크리스 크라이덴은 이렇게 말했다.

“2~3년, 아주 늦을 때는 5년이 지나 반납된 책은 봤지만, 이렇게 긴 기간 만에 돌아온 책은 처음입니다.”

100년 만에 돌아온 『어떤 미국 가정의 역사』의 빛바랜 모습 [사진 = 세인트 헬레나 도서관]
100년 만에 돌아온 『어떤 미국 가정의 역사』의 빛바랜 모습 [사진 = 세인트 헬레나 도서관]

크라이덴과 도서관 직원들은 책이 이렇게 늦게 반납된 저간의 사정이 너무 궁금했다. 그 동안 이 책에는 무슨 일이 벌어졌던 걸까? 그리고 책을 그냥 떨어뜨려 놓고 사라져버린 사람은 누구란 말인가?

이 기막힌 사연이 뉴스를 타고 전해진 뒤 도서관 측은 마침내 페리와 연락이 닿았고, 페리는 이 책에 얽힌 사연을 들려주었다.

페리의 설명에 따르면, 그는 몇 년 동안 손도 대지 않고 있던 집 안의 오래된 상자와 잡동사니들을 정리하기로 마음 먹었다고 한다.

“저는 75세이지만 매우 건강합니다.”

그는 이렇게 말했다. 

“하지만 아이들에게는 옛날 물건들을 남겨두고 싶지 않았습니다.”

페리와 아내 산드라는 세인트 헬레나에서 30년 이상 함께 살았지만, 그의 처가의 가족 역사는 적어도 1840년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는 아내 산드라가 2015년에 세상을 떠나고 2년 뒤 짐을 정리해 남쪽 나파벨리로 이사하기로 결정했다. 이때 그는 아내 집안에서 대대로 전해져오던 낡은 책 상자도 함께 가지고 갔다.

낡은 책 대부분을 그의 집 선반에 보관하고 있던 페리는 그 중 한 권이 대출 반납일이 지난 것을 발견했고, 그것을 ‘세인트 헬레나 공립도서관’에 반납하기로 마음 먹었다.

페리는 자신이 매우 특별한 행동을 한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크라이덴 관장은 직원이 자신의 책상 위에 두고 간 책을 살펴보고 나서 그 책이 얼마나 오래되었는지 깨닫게 되었다. 페이지들이 떨어져 나갔고, 가죽 제본도 일부분이 떨어져 덜렁거렸다. 그래도 그녀는 책의 반납일이 1927년 2월 21일이라고 찍힌 빛바랜 검은 스탬프와 “대출 기간은 2주”라는 표식은 식별할 수 있었다.

크라이덴의 눈을 사로잡은 것은 또 있었다. 이 책에는 도서관이 처음 설립되었을 때 이 도서관의 책임을 식별하도록 두 개의 수납번호가 붙어있었던 것이다. 이는 이 책이 도서관 설립 시 입고되었던 장서의 일부였음을 의미한다. 그녀는 두 번째 수납번호는 세인트 헬레나시가 1892년에 이 도서관을 인수하고 도서 목록을 업데이트했을 때 책에 부착되었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추측했다.

『어떤 미국 가정의 역사』는 현재 ‘세인트 헬레나 도서관’ 입구 진열장에 전시되어있다. [사진 = 세인트 헬레나 도서관]
『어떤 미국 가정의 역사』는 현재 ‘세인트 헬레나 도서관’ 입구 진열장에 전시되어있다. [사진 = 세인트 헬레나 도서관]

도서를 반납하고 일주일 뒤 페리는 결혼식 참석 차 미네소타에 갔다가 호텔 방에서 자신이 반납한 책 이야기가 뉴스로 흘러나오자 집으로 돌아와 자세한 내용을 알아보았다. 그는 아이패드로 뉴스를 검색하다가 언론에서 그가 반납한 책을 뉴스로 다루고 있는 사실에 깜짝 놀랐다.

그는 가족들에게 도서관에서 연체료를 징수한다면 큰일이라고 농담을 하면서도 도서관에 전화를 걸어 책에 대해 더 알아보기로 했다.

그는 크라이덴 관장에게서 책의 역사에 대해서 들을 수 있었다. 이 책은 원래 이 도서관 최초 장서의 일부였고, 한때는 1908년에 지어진 카네기 빌딩 도서관에 있기도 했다.

“매우 보람있는 일을 했다고 생각합니다.”

페리는 이렇게 말했다.

“나는 내가 이렇게 가치 있는 일을 했다고 기대조차 하지 않았습니다.”

이 책은 현재 반환 날짜 스탬프가 보이도록 펼쳐져서 도서관 입구의 유리 진열장에 전시되어 있다. 크라이덴 관장은 이 책이 최종적으로는 수장고로 옮겨지거나 지역 역사학회에 기증해 길이 보관되도록 할 것이라고 밝혔다.

“도서관에서 대출한 책의 반납은 아무리 늦어도 늦은 것이 아닙니다.”

그녀는 이번 사건에서 배울 교훈을 이렇게 한마디로 정리했다.

[위키리크스한국 = 최석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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