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 투데이] 비행기 대신 기차를 타자는 유럽의 야심찬 계획...목표에는 공감하지만, 현실은 '첩첩산중'
[월드 투데이] 비행기 대신 기차를 타자는 유럽의 야심찬 계획...목표에는 공감하지만, 현실은 '첩첩산중'
  • 최석진 기자
  • 승인 2023.05.30 05:41
  • 수정 2023.05.30 05: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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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던의 유로스타 열차를 기다리는 한 승객 모습 [사진 = 연합뉴스]
런던의 유로스타 열차를 기다리는 한 승객 모습 [사진 = 연합뉴스]

‘플라이트 쉐임(flight shame)’은 비행기 타는 것을 부끄러워하자는 의미로, 다른 교통 수단보다 온실가스를 많이 배출하는 비행기 탑승을 줄이자는 운동에서 탄생한 용어이다.

바로 이 ‘플라이트 쉐임’이라는 용어가 암시하듯 유럽 여행객들이 비행기 대신 보다 친환경적인 교통 수단으로, 유럽 대륙에 광범위하게 깔려있는 철도를 고려하고 있지만, 아직은 비현실적인 소망에 그치고 있다고, 28일(현지 시각) CNN방송이 보도했다.

진전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네덜란드의 KLM 등 일부 항공사는 특정 노선에서 철도와 파트너십을 체결했으며, 오스트리아와 프랑스 같은 국가들은 철도 노선과 겹치는 국내선 항공 노선을 제한하려 하고 있다. 그러나 2023년 5월 프랑스가 입법화한 비슷한 조치는 실효성이 희석되고 있다.

유럽은 현재 철도에서 변혁이 일어나고 있다. 새로운 고속 노선이 등장하고, 철도 회사가 온라인에 등장하고, 그동안 축소되던 야간 침대칸 서비스가 되살아나고, 새로운 터널이 뚫려 여행 시간이 단축되고, 신뢰와 효율성을 향상한 새로운 기관차가 등장하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 스페인, 독일, 오스트리아에서는 저렴한 열차 티켓 판매도 철도의 인기에 한몫을 하고 있다.

이처럼 철도에 대규모 투자가 이루어지면서 유럽 항공망을 열차로 대체하는 작업이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는 듯하다. 확실히, 유럽대륙 여행을 거의 전적으로 철도에 의존하면서 유럽의 하늘이 더 맑고 푸르러지는 것은 시간 문제인 것처럼 보이는 듯도 하다.

그러나 현실을 들여다보면 유럽 항공의 철도화는 아직은 먼 꿈으로 남아 있다. 왜 그럴까?

여기에는 환경운동만큼이나 좋은 소식과 나쁜 소식이 뒤섞여 있다. 개혁이 이루어지고는 있지만, 무엇 하나 기대만큼 빠르게 진행되지 않고 있다. 결국 유럽의 공항은 조만간 파리만 날릴 것이라는 전망은 당분간은 무망한 상태라 할 수 밖에 없다.

상징적 조치일 뿐

올해는 프랑스가 지구 온난화 수준을 줄이기 위해 여러 국내 노선에서 단거리 비행을 금지하는 새로운 법 제정으로 힘차게 출발했다. 그러나 EU(유럽연합) 승인하에 프랑스가 2023년 5월에 제정한 이 법률은 그 효력이 희석되고 있다.

EU는 이 법안에 단서를 달고 프랑스가 국내선 비행 노선을 폐지하기 위해서는 해당 노선을 대체할 수 있는 철도 노선이 두 도시 사이를 2시간 30분 이내에 여행할 수 있는 고속철도 노선으로 구비되어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EU는 나아가 여행자가 목적지에서 최소 8시간을 보내고 원래 출발지로 돌아갈 수 있도록 새벽부터 운행하는 조기 열차와 밤늦게 운행하는 야간열차도 충분히 갖추어져 있어야 한다고 못 박았다.

이는 파리 오를리 공항과 보르도, 낭트, 리옹을 연결하는 세 개의 노선만이 EU의 단서 조항에 부합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 뿐만 아니라 철도 혁명을 기대하는 사람들을 더 좌절에 빠뜨린 것은 공교롭게도 해당 노선은 2020년에 이미 폐지되었다는 사실이다. 그러니까 이 법률은 해당 항공 노선의 부활을 금지하는 역할에 그치고 만 것이다.

여기에 유럽연합 집행위원회의 결정이 아니었다면 프랑스가 제정한 법률에 따라 파리 샤를 드골 공항에서 보르도, 낭트, 리옹, 렌으로 가는 노선과 리옹에서 마르세유로 가는 노선 등 5개 노선이 추가로 폐지될 수 있었는데, 그렇지 못하게 되었다.

비평가들은 그 결과 기후 문제에 대해 실제로 아무런 조치는 이루어지지 않은 채 그저 립서비스만 남발하는 결과가 빚어졌다고 말한다.

“프랑스의 비행 노선 축소는 상징적인 움직임에 불과하며, 배출량 감소에는 거의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입니다.”

환경 교통 단체인 ‘교통과 환경(T&E : Transport & Environment)의 항공 부문 책임자인 조 다르덴은 이 법이 발효되기 전 CNN과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주장했다.

T&E는 이번에 폐지된 3개 노선이 프랑스 본토에서 이륙하는 항공편에서 발생하는 배출량의 0.3%, 프랑스 국내선 배출량의 3%에 불과한 것으로 추정했다.

애초에 프랑스 당국이 폐지하고자 했던 5개 노선을 추가하면 그 수치는 각각 0.5%와 5%가 된다.

이 정도 수치는 그렇게 대단해 보이지 않는다. 항공 부문은 현재 전 세계 탄소 배출량의 약 2.5%를 차지하고 있지만, 항공기가 방출하는 다른 가스와 수증기 및 비행운으로 인해 기후 변화에 미치는 영향은 더 높을 것으로 추정된다.

더욱이 항공산업은 코로나19로 인한 일시 침체에도 불구하고 빠르게 성장하는 산업이며 미래에 가장 핵심적 탄소 배출 기여 산업 중 하나가 될 것이다. EU에 따르면 유럽 항공기의 탄소 배출량은 2013년에서 2019년 사이에 전년 대비 평균 5% 증가했다.

EU 항공사들은 다른 운송 수단과 달리 연료에 대한 세금이나 관세를 전혀 내지 않는다. 여기에 비행기 티켓도 부가가치세가 면제된다.

영국 히스로공항 [사진 = 연합뉴스]
영국 히스로공항 [사진 = 연합뉴스]

예상되는 추가 제재

긍정적인 측면은 제한적인 영향에도 불구하고 프랑스의 입법으로 일반 여론과 정치권의 감시가 점점 더 심해지면서 항공 업계가 무시할 수 없는 선례를 세웠다는 사실이다.

“프랑스 조치는 현재 수준에서는 너무 미미하여 탄소 배출량에 실질적인 영향을 미치기보다는 지속 가능성을 향한 상징적 조치로 볼 수 있습니다.” 

아일랜드에 본사를 둔 항공 컨설팅 기업 ’알트에어 자문(Altair Advisory)‘의 전무 이사인 패트릭 에드몬드는 이 법이 발효되기 전에 CNN에 이렇게 말했다.

“그러나 우리는 그것을 다른 시각으로도 볼 수 있습니다. 항공업계가 탈탄소화를 보다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는다면 항공업계에 대한 더 많은 제재가 가해질 수 있다는 사전 경고로 받아들여야 한다는 말입니다.”

한편, 탄소 배출을 줄이기 위해 초단거리 국내선 항공 노선을 폐지하려는 나라는 프랑스 뿐만이 아니다.

2020년 오스트리아 정부는 철도로 3시간 미만이 걸리는 모든 항공 노선을 폐지한다는 조건으로 국영 항공사인 오스트리아 항공(Austrian Airlines)에 구제금융을 베풀었다.

그 결과 실제로는 비엔나-잘츠부르크 비행 노선만 폐지되었고, 해당 열차 서비스는 증가했다. 그리고 비슷한 단거리 노선인 비엔나에서 린츠까지의 항공 노선은 2017년에 철도로 대체되었다.

또, 같은 해에 오스트리아 정부는 오스트리아 공항에서 출발하는 350km 미만의 모든 항공편 티켓에 30유로의 세금을 부과했다.

2020년 조사에 따르면 유럽 시민의 62%가 초단거리 비행편 폐지를 찬성하기 때문에 다른 유럽 국가들도 단거리 민간 항공편에 대한 제재를 고려하고 있다고 한다. 스페인도 2050년까지 열차로 2시간 30분 미만이면 갈 수 있는 항공 노선은 폐지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이러한 움직임은 당연히 항공업계에 경종을 울리고 있다.

유럽항공협회(ERA : European Regional Airlines Association)가 다른 항공우주 산업 기관들과 함께 의뢰해서 2022년 작성된 보고서에 따르면, 500km 미만의 모든 항공 노선이 다른 대중교통 수단으로 대체되면 EU 내 잠재적 탄소 배출량은 최대 5%까지 줄일 수 있다.

ERA의 몬세라트 바리가 사무총장은 CNN과의 인터뷰에서 “많은 정책 결정자들에게 단거리 비행을 금지하고 철도 산업에 지원을 늘리는 것은 특히 유럽에서 여론의 지지를 얻기 쉬운 수단”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바리가 총장과 다른 사람들은 유럽과 외부를 연결하는 노선에는 제재를 가하지 않으면서 유럽 내 단거리 비행만을 제한하고 유럽 노선의 탄소 허용량을 단계적으로 폐지하는 것은 이중의 기준(double standard)이라고 지적한다.

장거리 비행은 전 세계적으로 가장 많은 탄소를 배출한다. 교통지리학(Journal of Transport Geography)에 게재된 최근 학술 논문에 따르면 EU에서 출발하는 항공편의 27.9%는 500km 미만의 비행으로 연료 연소 비율의 5.9%를 차지한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EU에서 출발하는 항공편의 6.2%는 4,000km 이상의 비행으로 47%의 연료를 소모한다.

“각국 정부들은 항공기 탄소 배출의 가장 큰 배출원에는 눈을 감고 있습니다. 즉, 결정적 유발원인 장거리 비행에는 금융적 징벌이나 규제를 가하지 않고 있다는 말입니다.”

T&E의 다르덴은 이렇게 주장했다.

“비행 노선 폐지를 정작 중대한 문제에서 눈을 돌리게 하는 용도로 활용해서는 안 됩니다.”

에어프랑스 B787 [사진 = 에어프랑스 제공]
에어프랑스 B787 [사진 = 에어프랑스 제공]

철도로 전환하는 데 걸림돌

그리고 철도 혁신이 이탈리아의 국영 항공사인 알리탈리아(Alitalia)를 붕괴로 이끌 정도로 현재 새로운 길을 모색하고 있지만, 철도 업계는 현재보다 훨씬 더 많은 일을 할 수 있다고, NGO 단체인 ’유럽을 위한 열차(Trains for Europe)‘의 설립자 존 워스는 말했다.

그는 특히 파리에서 암스테르담, 프랑크푸르트, 바르셀로나로 가는 전략 노선에서 더 많은 사람들이 비행기에서 열차로 갈아타도록 만들기에는 높은 열차 운임과 저조한 운행 횟수가 장애물로 남아 있다고 말했다.

“철도는 현재보다 훨씬 높은 복합 운송 수단 지위를 획득할 수 있습니다. 그동안 철도 업계는 운송 수단의 시장점유율보다 이익 극대화에 집중해왔습니다. 시장점유율은 철도를 공공 서비스로 운영하거나 더 많은 경쟁을 도입해야만 달성할 수 있습니다.”

그는 이렇게 주장했다.

도시 간 철도와 공항 사이의 연결성이 향상되면 단거리 비행의 필요성도 줄어들 것이다. 워스는 연계 티켓 서비스를 도입하는 것이 필수적이라고 덧붙였다. 예를 들어 기차가 연착되어 연결편을 놓친 경우 여행자는 지금 항공업계에서 제공되는 서비스처럼 바로 항공편을 이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런 서비스는 독일, 오스트리아, 프랑스, ​​스위스 및 스페인 등 항공사와 철도업자의 협력이 원활히 이루어지는 국가들에서 잘 작동한다. 2023년 2월, 알리탈리아를 이어받은 이탈리아 항공사 ITA 항공(ITA Airways)은 이탈리아의 국영 철도 회사와 협력해 연결 노선을 신설하기로 합의했다.

그러나 이 부분은 아직 해결해야 할 요소가 많은 영역이다. 우선 위의 계획은 국내 항공사로 제한된다. 이와 관련 ‘복합운송 디지털 이동 서비스(Multimodal Digital Mobility Services)’라는 법안이 2023년 EU 집행위원회에서 채택되어 이러한 유형의 복합운송 여행을 보다 광범위하게 뒷받침할 것으로 기대된다.

다시 프랑스로 돌아가서, 기차 여행 시간이 단축되고 운행 횟수가 늘면 법으로 국내선 항공편을 폐지할 때 그 폭이 늘어날 수 있다. 이 법은 3년 동안만 유효하다. 그러나 환경에 기여하는 항공 기술의 발전은 결국 항공에 대한 관점도 바꿀 수 있다.

전기 에너지 비행기, 하이브리드 및 수소 동력 비행기 등의 테크놀로지 발달이 초단거리 소형 비행기에 집중되고 있기 때문에 항공 산업의 첫 번째 탈탄소화 목표는 그쪽으로 방향을 잡을 가능성이 크다.

항공기의 탄소 배출과 철도로의 대체 문제는 환경, 사회, 경제, 정치 및 기술 등의 변수가 계속 진화하고, 기후 위기가 계속됨에 따라 향후 몇 년 동안 토론이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위키리크스한국 = 최석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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