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 투데이] 새로운 내각 구성이 알려주는 튀르키예의 행보...정통 경제 정책으로 복귀의사 암시
[월드 투데이] 새로운 내각 구성이 알려주는 튀르키예의 행보...정통 경제 정책으로 복귀의사 암시
  • 최석진 기자
  • 승인 2023.06.10 07:06
  • 수정 2023.06.10 0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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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지자들에 인사하는 에르도안 튀르키예 대통령 : 레젭 타이프 에르도안 튀르키예 대통령이 지난달 28일 대선 결선투표에서 승리해 재선에 성공한 뒤 지지자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사진 = 연합뉴스]
지지자들에 인사하는 에르도안 튀르키예 대통령 : 레젭 타입 에르도안 튀르키예 대통령이 지난달 28일 대선 결선투표에서 승리해 재선에 성공한 뒤 지지자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사진 = 연합뉴스]

"재선에 성공한 튀르키예의 레젭 타입 에르도안 대통령이 새로운 내각 인선을 끝냄에 따라 새로 임명된 장관들의 면면을 통해 튀르키예의 향후 행보를 짐작할 수 있다."(CNN)

1차 세계대전에서 패한 오스만 제국이 붕괴된 두 1923년 10월 29일 아타튀르크는 ‘터키 공화국’을 선포했다. 따라서 올해는 튀르키예 공화국이 출범 2세기를 맞는 해이다.

재선에 어렵게 성공한 에르도안 튀르키예 대통령은 지난 주말 새 내각 임명으로 튀르키예 공화국 2세기의 문을 열면서 "영광의 새 시대'이자 8,500만 인구의 지도자로서 권력을 공고히 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이번 내각 임명은 에르도안 대통령이 집권 30년 차를 맞이하면서 외교 정책 기조를 유지하는 한편으로 정통 경제 정책으로의 복귀할 의사가 있음을 암시한다.

경제적 측면에서는, 에르도안 행정부에서 부총리를 맡기 전인 2009년부터 2015년까지 재무장관을 역임했던 메흐메트 심섹이 다시 재무장관으로 복귀했는데, 이는 튀르키예 재계 뿐만 아니라 외국 파트너들도 간절히 바라는 인사에 속한다.

심섹의 전임자 누레딘 네바티가 공식적으로 자신의 역할을 심섹 장관에서 넘기는 순간 마이크에서는 안도의 한숨 소리가 흘러나왔다. 터키 경제 상황을 고려할 때 이는 전혀 놀라운 해프닝이 아니다. 지난 몇 년 동안 에르도안의 변칙적인 경제 정책은 물가고와 리라화 급락으로 이어졌기 때문이다.

그 결과 타격을 입은 통화를 방어하기 위해 튀르키예 중앙은행의 지급준비금이 사상 최저 수준으로 떨어지기까지 했다. 튀르키예의 리라화는 지난 수요일에 7% 급락하면서 미국 달러 대비 22.98리라를 기록했다고, 로이터가 보도했다. 신임 심섹 재무장관은 바로 이 문제부터 시급히 해결해야 한다.

“투명성, 일관성, 예측 가능성 및 국제 규범 준수는 향후 우리의 목표 달성을 위한 기본 원칙이 될 것입니다.”

심섹 장관은 첫 일성(一聲)을 이렇게 터뜨렸다.

“터키는 합리적 기반으로 돌아갈 수밖에 없습니다. 규칙에 기반한, 예측 가능한 튀르키예 경제야말로 국가 번영 달성의 열쇠가 될 것입니다.”

그는 이런 메시지를 앞세워 외국 투자자들을 설득하고 G20 경제권인 튀르키예의 경제를 지속 발전시키겠다는 충분한 희망을 심어주려는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심섹 장관의 진정한 적은 에르도안 대통령 자신일지도 모른다. 그는 새로운 경제 정책의 수장이 될 가능성이 높지만, 친정부 매체인 ‘데일리 사바(Daily Sabah)’ 편집 코디네이터인 메흐멧 셀릭에 따르면 대통령의 다른 장관 인선은 대통령이 재무장관과는 다른 경제 정책을 지렛대로 활용할 수도 있음을 시사하는 것이라고 한다. 

세스뎃 일마즈 부통령은 직업 관료이자 경제학자이며 무역부 장관 오메르 볼랏은 기업가 출신이다. 셀릭은 CNN과의 인터뷰에서 “내각 인선은 전략적 차원에서 이루어졌기 때문에 또 다른 균형이 있을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국제 무대에서 튀르키예는 강경노선을 유지해왔다. 튀르키예 정보부는 지역에서 활동 영역을 확장하고 NATO 회원국을 위한 독립적인 노선을 추구했으며, 외무부 및 국방부 또한 국가의 강력한 대외 노선을 뒷받침해왔다. 이런 차원에서 본다면 정책의 연속성은 충분히 짐작할만하다.

레젭 타입 에르도안 튀르키예 대통령이 28일 이스탄불의 거처 앞에 모인 지지자들 앞에서 대선 승리를 선언하는 연설을 하고 있다. [사진 = 연합뉴스]
레젭 타입 에르도안 튀르키예 대통령이 28일 이스탄불의 거처 앞에 모인 지지자들 앞에서 대선 승리를 선언하는 연설을 하고 있다. [사진 = 연합뉴스]

그림자 외교관

신임 외무장관은 튀르키예 국민 뿐만 아니라 최근 터키와 협상을 벌인 국제 관계자들에게 잘 알려진 인물이다.

2010년부터 튀르키예 정보국(MIT)의 수장을 역임한 하칸 피단은 지난 몇 년 동안 튀르키예 외교 정책의 중추적인 역할을 한 모든 자리에 모습을 드러냈다. 그는 어디에나 있었지만 존재감을 드러내지 않았다. 그는 에르도안의 외교 전쟁에서 시리아, 리비아 및 그 너머의 거친 바다를 개척해나간 그림자 외교관이었던 것이다.

피단 장관은 전 수석대변인이자 사실상 국가안보보좌관인 이브라힘 칼린과 함께 외교 정책을 수립하고 수행하는 데 중심적인 역할을 맡아왔다. 이브라힘 칼린은 현재 정보부 수장을 맡고 있다.

“모든 외세의 영향으로부터 우리 국민의 주권과 국가의 독립을 지킨다는 원칙에 기반한 국가 외교 정책을 개선, 발전시켜나갈 것입니다.”

피단 장관은 취임식에서 이렇게 밝혔다.

튀르키예의 외교 정책은 지중해 동부에서 그리스와의 긴장 관계 및 시리아 북부에서 미국의 지원을 받는 쿠르드족의 위협을 포함한 만만치 않은 도전들과 맞서있다.

“터키는 서방과 우호적 관계를 유지할 의사가 충분합니다.”

피단 장관은 이렇게 강조했다.

“그러나 서방이 모든 것을 빼앗고 양보하지 않으려 한다면 튀르키예는 안주하지 않을 것입니다… 튀르키예는 부당한 압력에는 계속해서 싸울 것입니다.”

이러한 긴장된 관계는 하루아침에 고쳐지지 않을 수는 있지만, 피단 장관은 어려운 관계에서도 협상으로 돌파구를 찾는 데 탁월한 능력을 발휘한 바가 있다. 그는 ‘걸프 아랍 국가들(Gulf Arab states)’과 소원한 관계를 개선하기 위해 발 벗고 나섰고, 다마스쿠스와 앙카라 사이의 느린 화해를 이끈 주역이었다. 그동안 그림자 외교관 역할을 맡았던 그가 이제 튀르키예 해외 정책의 수장을 맡게 된 것이다.

피단 장관이 스웨덴의 NATO 가입 건을 어떻게 처리할지 세계가 지켜볼 것이다. 미국과 유럽 NATO 회원국이 스웨덴을 NATO 회원으로 받아들이기 위해 몸이 달아있지만, 튀르키예는 스웨덴이 ‘쿠르드 노동당(PKK : Kurdistan Workers’ Party)’을 옹호하는 데 불만이 많다.

PKK는 튀르키예에서 뿐만 아니라 EU와 미국도 불법단체로 규정하고 있다. 이와 관련 스웨덴은 PKK의 활동이 스웨덴 국내에서 “광범위하게” 이루어지고, “우리가 인식한 것보다 더 큰 문제거리”임을 인정했다.

부드러운 말투의 내무장관

내무부의 수장은 자칭 터프가이인 술레이만 소일루에서 직업 관료이자 전 이스탄불 주지사인 알리 예를리카야로 교체되었다. 튀르키예 내무부장관은 너무나도 중요한 자리이다.

예를리카야 장관의 핵심 임무는 튀르키예 남부에서 5만 명 이상의 사망자를 낸 지진에 대한 꾸준한 대응과 튀르키예 내에 머물고 있는 350만 명의 시리아 난민 및 PKK 공세에 대한 지속적인 대테러 활동으로 모아질 것이다.

언론인 셀릭에 따르면, 튀르키예의 정치적 스펙트럼 전반에 걸쳐 폭넓은 지지를 받고 있는 테러와의 전쟁은 그대로 유지되겠지만, 내무부의 기조는 바뀔 가능성이 높다고 한다.

예를리카야 장관은 2018년부터 이스탄불 주지사직을 묵묵히 운영해 온 부드러운 말투의 정치인으로 소일루 전임 장관의 스타일을 모방할 것 같지는 않다. 장관의 부드러운 말투는 몇 년 동안 튀르키예를 괴롭히고 있는 사회적 갈등 해소에 도움이 될 수 있다.

한편 퇴임하는 관료들은 완전한 은퇴와는 거리가 멀다. 소일루 전 내무장관, 훌루시 아카르 전 국방장관 및 메블뤼트 차우쇼을루 전 외무장관 등은 모두 에르도안의 집권 ‘정의 개발당(AK Party)’의 의원들이다. 그들은 국회의원으로 선출된 지 얼마 되지 않았고, 국회 내에서 엄청난 파워를 자랑하고 있다. 이들의 목소리는 국회에서 야당 의원들의 목소리를 압도할 공산이 크다.

전반적으로 새 내각은 2015년 쿠데타 불발 이후 튀르키예 정국을 반영했던 정치적 임명에서 벗어나 강력한 기술 관료 집단들을 포용할 가능성이 크다.

에르도안은 튀르키예 공화국 출범 2세기를 이끌면서 기본으로 돌아가는 접근 방식을 채택하려는 것처럼 보인다. 사상 최대의 사회적 양극화, 위기에 처한 경제 등 산적한 난관 속에서 내각은 외교 정책을 유지하면서 지난 몇 년 간의 경제적 실수를 되짚어볼 잠재력을 지니고는 있어 보인다. 그러나 튀르키예의 모든 것은 에르도안이 원하는 대로 결정될 공산이 크다.

[위키리크스한국 = 최석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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