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백악관 X파일(25) "전두환 제거할테니 미국이 밀어달라" 30여명의 장성들 역쿠데타 지원 요청하다
청와대-백악관 X파일(25) "전두환 제거할테니 미국이 밀어달라" 30여명의 장성들 역쿠데타 지원 요청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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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7.12.08 05:20
  • 수정 2018.09.22 0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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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 백악관 x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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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취재팀] 박정희 대통령이 타계한 이후 합동수사본부를 꾸리고 휘하에 중앙정보부, 검찰, 군검찰, 경찰, 헌병, 보안사 등 모든 정보기관을 배속시킨 전두환은 김재규 수사를 빌미로 권력을 장악해나갔다.

전두환은 하나회 회원과 공수특전단장 시절의 특전사 인맥을 집결시켰다. 그가 권력을 쟁취하기 위해 넘어야 할 첫 번째 산인 ‘정승화’ 계엄사령관을 넘어서기 위해서였다.

전두환은 대통령 시해사건에 연루된 자를 밝힌다는 명분을 쥐고 있었다. 청와대 비서실장 김계원을 체포한 전두환은 계엄사령관 정승화에게도 사람을 보내 조사 시키는등 수사망을 좁혀들어갔다.

정승화로서는 전두환의 이런 태도가 불쾌할 수 밖에 없었다. 그는 그러나 일생일대의 실언을 하고 말았다. 그것은 본인은 물론 대한민국의 앞날을 좌우할 결정적인 실수였다.

정승화는 노재현 국방장관과 골프를 치면서 “전두환을 동해방위사령관으로 보내야겠다”고 말했다.

전두환을 보안사령관에 추천했던 노재현 장관은 다음날 국방차관 김용휴, 내무장관 김종환과 만난 자리에서 이 말을 전했는데, 곧바로 전두환에게 흘러들어갔던 것이다. 제보자는 김용휴 차관으로 알려졌다. (김차관은 훗날 총무처장관에 올랐다.)

이에 전두환은 보안사와 하나회, 특전사 인맥을 동원해 정승화가 대통령 시해사건에 연루됐다는 소문을 퍼뜨렸다.

전두환은 이를 기화로 정승화 사령관을 수사한다는 명목으로 12․12사태를 일으켰던 것이다.

12일 밤 기습적으로 일을 당한 미국은 우군끼리의 전투나 북한이 기회로 삼을 큰 위험 때문에 진압병력을 동원할 수 없었다. 그 후 반란군들에 대해 군사적 · 경제적 제재로 위협할 수도 없었다. 그런 제재의 실제적 효과를 확신할 수 없었고 제재가 시행될 경우 반란국 뿐 아니라 한국 국민들이 피해를 보게 된다고 판단했기 때문이었다.

신군부는 빠른 속도로 그러나 아무런 말썽 없이 군의 요직에 자신들의 동조자들을 앉혔다. 미국은 서울과 전방의 많은 고위 장교들이 전두환에 대해 반감을 지니고 있다는 정보를 접하고 있었지만 구체적인 행동 조짐은 발견하지 못했다.

그러나 미국은 이듬해인 80년 1월의 마지막 주에 30여명의 장성급 장교들이 전두환 제거를 모의한다는 정보를 입수했다.

전두환이 최규하 대통령에게 ‘중장으로 진급시켜달라’고 요구했는데 시기상조라며 거절당했다는 소문이 돌았고, 이는 반대파들이 결심을 부채질을 했던 것이었다.

며칠 후 고위 전투 지휘관을 지낸 한 장성이 주한미국대사관에게 접근해 왔다.

그는 “박대통령 암살 몇 주 후 정승화 참모총장과 노재현 국방장관이 전두환을 포함한 13명의 장성들에 의한 정부 전복음모를 적발하고 12월 초 전두환과 동조자들을 조용히 군에서 축출하려 했지만 그것이 전두환에게 누설됐고 일당에 의한 12월 12일의 선제공격이 있었다”고 말했다.

그에 의하면 전두환의 당초 계획은 우선 군을 장악한 후 정권을 탈취하는 것이었으나 미국의 완강한 태도로 정권 탈취는 잠시 미루고 있었다.

그는 한국군 장교단의 반(反) 전두환 분위기를 전하면서 비육사 출신 장교들의 90%와 육사 출신 장교 50%가 전두환에 반대하고 있다고 했다.

전두환과 절친한 두 명의 동료조차 자신들의 잘못을 깨닫고 그에게 등을 돌릴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행동에 나설 경우 부지휘관이 신군부에 의해 임명된 사령관을 무력화시킨다는 것이었다.

그들은 미국의 지원을 끌어낼 심산으로 민간정부에 대한 전두환의 드러나지 않을 위협과 그의 지지세력 중 불만을 품은 인사들을 끌어들일 가능성이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글라이스틴 대사, 위컴 사령관, 브루스터 CIA지부장 세 사람은 미묘한 상황이라는 것을 인식했다.

조심스럽게 처리하지 않으면 엄청난 결과가 초래될 가능성이 높았다. 3인은 정보가 누출되지 않도록 극도로 조심하면서 거사계획의 상세한 내용 파악에 나서는 한편 대책마련에 부심했다.

글라이스틴 대사는 보안을 위해 위컴 사령관의 차 속에서 장시간 이야기를 나누기도 했다.

전두환의 행동을 부당한 것으로 여기면서 그의 야심을 봉쇄하기 위해 부심하던 미국측으로서는 그를 제거하려는 일부 장성들의 모의에 도덕적 거부감은 없었다.

그러나 현실적인 고려로 많은 제약이 따랐다. 모의 참가자들의 신분과 동기도 정확히 몰랐고, 대사관에 SOS를 보냈던 인물들이 미국의 입장에 동조한다는 점을 명확히 밝히기는 했지만 그들이 자신들의 영달을 위해 미국의 영향력을 이용하려는 불만세력이 아니라는 확신도 없었다.

 

 

 

 

 

 

12.12 사태로 정승화 계엄사령관이 체포돼 연행되고 있다. [연합]

 

무엇보다 미국측은 그들이 동원할 수 있는 병력이 얼마나 되는지도 몰랐다. 그들의 성공 가능성은 적은데다 자칫 군지도부의 갈등만 영속화시킬 위험이 높아 보였다.

80년 2월 1일 글라이스틴은 워싱턴에 반란 장성들에 대한 대응 지시를 요청하면서 ‘거사계획과 지원요청을 통보받은 마당에 적절히 대응하지 못하면 12 · 12 사태보다 더욱 심각한 사태가 초래될 수 있다’는 메시지를 보냈다.

모든 당사자들에게 미국의 입장을 분명히 밝히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미국은 군부의 반란그룹이 12·12 사태를 되돌리려 한다거나 전두환 지지세력이 군부에 의한 정권 탈취를 기도하는 등 자신들의 영향력 확대를 기도한다면 한국으로서는 파멸적이라는 점을 명확히 하자는 것이었다.

위컴은 글라이스틴의 동의를 거쳐 그 점을 국방장관과 우병현 장군(당시 그의 보직은 합참의장이었다)에게 전달한 후였고 브루스터에게도 같은 메시지를 전두환에게 전달하게 했다.

워싱턴에서는 예상 외로 단안을 주저했다. 이유 중 하나는 미국의 주도로 전두환을 제거할 방법이 없는지 고민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워싱턴은 또 글라이스틴의 건의사항 중 동일한 메시지를 양쪽에 보내자는 문제로 고심하고 있었다. 전두환에게 민간정부에 손대지 말 것을 경고하는 동시에 그의 제거를 노리는 사람들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알리자는 것이었다.

글라이스틴은 위컴, 브루스터와 함께 무력충돌의 위험을 없애기 위해서는 양측과의 접촉을 피할 수 없다고 생각했다.

국무부의 홀브룩 차관보 및 다른 여러 사람들과의 전화통화를 통해 대체적인 의견 일치를 본 후 전화로 논의됐던 사항들을 다음 네가지로 요약해 전문으로 보냈다.

(1) 우리에게는 거사 가담자들을 평가할 만한 충분한 정보가 없으며 있을지도 모르는 전두환 정권 탈취를 막겠다는 생각에서 그들을 이끌거나 조정할 충분할 힘도 없다.

(2) 전두환의 군부 내 지지세력으로 인해 그의 제거 자체가 힘들 뿐 아니라 그렇게 된다 해도 누가 그를 대신할 강자가 될 것인지도 문제다.

(3) 한국인들은 미국이 자국의 이익에 손상을 주면서까지 한반도에서 철수하지 않을 것이라 생각하는 만큼 전두환을 다루는데 있어 막다른 골목에 물리지 않도록 신중해야 한다.

(4) 12·12 그룹에 대한 불만세력들의 기도를 단념시키려면 전두환을 보호한다는 인상을 피할 수는 없다. 그러나 그들에 대한 동일한 경고가 전두환에게 갔다는 것을 납득시킨다면 우리에 대한 비난을 어느 정도는 잠재울 수 있다.

미국이 극도로 신중한 태도를 취하기 시작하면서 신군부에 대한 역쿠데타 동력은 힘을 잃어가기 시작했다.

[특별취재팀= 최정미, 최석진 기자]

 

 

 

 

 



<참조 문서>
https://wikileaks.org/plusd/cables/1979SEOUL19408_e.html

https://wikileaks.org/plusd/cables/1979SEOUL19204_e.html

https://wikileaks.org/plusd/cables/1979STATE281946_e.html

https://wikileaks.org/plusd/cables/1979SEOUL19088_e.html

http//wikileaks.org/plusd/cables/1979STATE320837_e.html

▷Massive Entanglement, Marginal Influence / William Gleyste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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