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IKI 비밀문서] MB, 400억달러 사업 수주 '왕세자 사로잡은 협상가' 언론들 용비어천가 / UAE 원전 수주의 진실(상)
[WIKI 비밀문서] MB, 400억달러 사업 수주 '왕세자 사로잡은 협상가' 언론들 용비어천가 / UAE 원전 수주의 진실(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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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8.01.08 05:33
  • 수정 2019.07.20 06: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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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전 대통령이 지난 2012년 11월 UAE 원전 건설현장에서 방문해 모하메드 왕세자와 주변을 돌아보며 대화를 나누던 모습. 사진=이명박 전 대통령 페이스북.
이명박 전 대통령이 지난 2012년 11월 UAE 원전 건설현장에서 방문해 모하메드 왕세자와 주변을 돌아보며 대화를 나누던 모습. 사진=이명박 전 대통령 페이스북.

[특별취재팀] 이명박 전 대통령의 재임시절 프로젝트들을 둘러싸고 숱하게 논란이 있었지만, 아직도 명확하게 진실이 밝혀지지 않은 것들 중 하나가 아랍에미리트(UAE) 원전 수주 건이다.

2009년 12월 27일 저녁 9시께. 한 해의 마지막 일요일 저녁 온 가족이 오순도순 거실에 모여 TV를 시청하던 시간 전 방송매체에 '뉴스특보'가 떴다.

아랍에미리트(UAE)를 방문 중이던 이명박 대통령(MB)이 아부다비 시내 힐튼호텔에서 400억달러(47조원) 규모의 원전사업을 수주했다는 내용이었다. 승용차 200만대 수출 효과와 맞먹는 초대형 프로젝트였다.

각 매체마다 한국이 원전사업을 수주했다는 스트레이트 기사와 함께 다양한 해설기사도 쏟아졌다.

MB가 이번 사업 수주를 위해 잠도 제대로 못잔 채 매달려 성공했다며 ‘UAE 수주, 입술 터진 보람 있네’ 기사를 비롯, ‘MB협상의 기술, 왕세자 사로잡아’ ‘MB 원전수주 막전막후’ 등 화제기사가 잇따랐다.

다음은 UAE 원전 수주와 관련된 12월 27일자, 28일자 기사 사례다.

◇ MB '프랑스가 유리하다' 정보 보고받고 비상령

2009년 11월 초 비공식 라인을 통해 “프랑스가 유리하다”는 정보가 입수됐다. UAE와 전통적인 우방국인 프랑스는 니콜라 사르코지 대통령이 입찰이 시작된 지난 5월 UAE를 방문해 정상회담을 하고 원전기술 협력을 맺는 등 총력전을 펼쳤다.

이 대통령은 원전 계약 결정권을 가진 것으로 알려진 모하메드 빈 자이드 알 나흐얀 아부다비 왕세자에게 전화해 “시간을 달라”고 요청했고, 곧바로 11월 중순 한승수 전 총리를 대표로 하는 특사단을 긴급 파견했다.

이 대통령은 모두 여섯 차례에 걸쳐 모하메드 왕세자와 통화하며 설득했다. 모하메드 왕세자는 칼리프 국왕의 동생으로 차기 UAE 대통령에 가장 근접한 것으로 평가되는 실력자이다. 이 대통령은 ‘경험을 나누자’는 전략으로 모하메드 왕세자를 설득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 대통령은 변화된 세계 원전 시장 판도도 십분 활용했다. 우리나라에 원전을 지어준 미국 웨스팅하우스사는 이번 입찰에 단독으로 참여했다가, 1차에서 탈락한 이후 한전 컨소시엄에 하청업체로 참여했다. 그야말로 상전벽해인 셈이다.

이 대통령은 모하메드 왕세자에게 이러한 변화를 설명하고 “계약이 체결되면, 한국과 UAE는 이러한 경험을 공유할 수 있다. UAE도 석유 이후의 시대를 준비해야 하는 것 아니냐. 원전만이 아니라 IT 교육 등 여러 가지 분야에서 전면적인 협력이 가능하다”는 논리로 설득했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앞서 이 대통령은 외교채널을 통해 한국·UAE 간 정부 차원의 협력을 제안하는 친서를 전달하기도 했다... (K일보 2009년 12월 27일자)

이명박 대통령이 아부다비 왕세자와 포옹하고 있다. 사진제공-청와대
이명박 대통령이 아부다비 왕세자와 포옹하고 있다. 사진제공-청와대

◇ MB ‘비즈니스의 핵심, 사람에 있다는 것 꿰뚫어’

청와대 참모들은 우선 이 대통령이 최고경영자(CEO) 시절 쌓았던 중동 국가들과의 '협상기술'을 꼽는다. 이 대통령은 모하메드 왕세자와 여섯 차례 전화 통화에서 가격,공기,기술력과 같은 '하드웨어적' 측면에서 우리의 우수성을 알리는 것과 함께 인간적 신뢰, 우정 등을 '코드'로 한 감성적 접근법을 구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동관 청와대 홍보수석은 "이 대통령이 비즈니스 핵심은 사람에게 있다는 것을 꿰뚫어 봤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11월 6일 '패색이 짙다'는 보고를 받은 후 모하메드 왕세자와의 첫 통화에서 "30년, 50년 긴 장래를 보고 형제 국가로 진심으로 협력할 준비가 돼 있다. 시간을 달라"고 했다. 모하메드 왕세자의 첫 반응은 "다른 하실 말씀이 있는지요…"였다.

이미 프랑스로 결정했다는 것을 통보했기 때문에 할 말이 없다는 뜻이었다. 이 대통령은 포기하지 않았다. 두 번째 통화에서 이 대통령은 "진정성을 갖고 함께 하고자 하는 열성은 다른 어떤 나라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갖고 있다. 형제국과 같은 관계를 유지해 나가자"고 설득했다.

11월 하순 세 번째 통화에서는 "양국이 건설적 관계를 유지하려면 마음이 함께 가야 한다"고 하자 모하메드 왕세자도 장기적 협력 필요성을 언급하며 마음의 문을 조금 열었다. 12월 초순 네 번째 통화 후 가시적인 성과를 기대할 수 있었고 지난 15일 모하메드 왕세자는 한국 수주를 잠정적으로 결정했다고 통보했다.

18일에는 덴마크 코펜하겐에 가 있던 이 대통령을 초청했다. 모하메드 왕세자는 통화 과정에서 "한국이 원전을 수주하게 된 것은 신의 뜻인 것 같다"고 말했다고 이 수석이 전했다. (H경제 2009년 12월 28일자)  

◇ MB 회고록 ‘대통령의 시간’에 언급된 'UAE 밀당'

이명박 대통령이 2015년 2월 출간한 회고록 '대통령의 시간'에는 원전 계약 성사 과정에서 UAE 셰이크 무함마드 빈 자이드 알 나하얀 왕세자(이하 무함마드 왕세자)와 MB 간의 ‘밀당’(밀고 당기기)이 상세히 소개돼 있다.

2009년 11월 초부터 12월 27일 계약이 결정되기까지 50여 일간의 상황이다. 이 전 대통령의 입장에서 정리된 회고록이지만 양국이 서로에게 무엇을 원했는지를 짐작케 하는 정황이 나온다.

이 전 대통령은 2009년 11월 초 “UAE는 ‘원전을 프랑스에 주기로 했다’는 입장을 공식적으로 통보했다”는 보고를 받았다. 참모들은 UAE 무함마드 왕세자에게 계속해서 통화를 시도하는 이 전 대통령을 말렸다. 자존심을 접고 사업가 기질을 발휘했다는 게 이 전 대통령의 회고다.

“기왕에 안 된 것, 전화한다고 해서 더 손해볼 것도 없지 않아요? 그리고 중동 왕족들이 좀 그런 면이 있어요.” (『대통령의 시간』516p)

2009년 11월 6일 이 전 대통령은 무함마드 왕세자와 통화했다. 사절단 파견과 ‘형제 국가’ 관계를 제안한 그에게 왕세자는 긍정적인 답변을 보냈다. 직후 이 전 대통령은 이런 지시를 했다.

“국방부 장관, 경제팀 등 여러 분야의 사람들을 포함해 대표단을 빨리 꾸려보세요. 종합적인 안을 만들어야 해요. 기업 그만두면서 세일즈는 이제 끝났나 했더니 또 하게 되네…”(『대통령의 시간』519p)

5일 뒤인 11월 11일 무함마드 왕세자는 “입찰을 연기했다”는 소식을 전화로 알렸다. 그는 “한국이 교육, 기술, 군사 등 여러 분야 전문가들을 보내주셨으면 합니다”라는 긍정적인 신호도 보냈다. 같은 달 20일엔 “양국 관계가 안보와 안정 그리고 우리 자손들까지 행복할 수 있는 미래를 보장하는 관계가 되기를 바란다” 고 말했다.

이후 이 전 대통령은 ‘경쟁국 프랑스가 대응할 시간을 갖지 못하게’ 발 빠르게 움직이라고 지시했다. 실무자들이 협의문을 갖고 UAE를 방문해 협의했다.

12월 10일엔 무함마드 왕세자가 “이 전 대통령께 직접 이야기를 듣고 결정하고 싶다”며 UAE 방문 날짜를 정하자는 요청을 했다.

이 전 대통령은 12월 26~27일 UAE를 방문했다. UAE 대통령(칼리파 빈 자이드 알 나하얀)은 정상회담에서 원전 건설을 한국에 맡기는 수주 결정을 발표한다. 이 전 대통령은 “한국과 UAE는 원전 이외에도 ‘군사ㆍ의료 분야에 대해 포괄적 협력 관계’를 맺게 됐다”고 회고록에 적었다. (MB 회고록 『대통령의 시간』에 기록된 UAE 원전 수주 ‘막전막후’ (524~525 페이지)

여기까지가 언론과 이명박 대통령 회고록에서 드러난 ‘UAE 원전 수주 비사’이다.

그러나 유명환 외무장관-스티븐슨 주한미국대사의 대화를 담은 ‘위키리크스’의 주한미국대사관 기밀문서, 주UAE대사관의 기밀문서들이 잇따라 공개되면서 MB의 ‘막판 뒤집기’ 전략은 의혹에 휩싸이게 된다.

[특별취재팀= 최정미, 최석진, 박정우 기자]


♣ 위키리크스 UAE 원전수주 관련 비밀문서

▶2009.8.19. UAE 원전 수주전 / UAE미국대사관-국무부
https://wikileaks.org/plusd/cables/09ABUDHABI827_a.html

▶2009.11.10. UAE 원전, 한국-프랑스 전쟁 / UAE미국대사관-국무부
https://wikileaks.org/plusd/cables/09ABUDHABI1062_a.html

▶2009.11.16. UAE 원전 참가국들에게 더 시간 주기로 / UAE미국대사관-국무부
https://wikileaks.org/plusd/cables/09ABUDHABI1085_a.html

▶2009.12.28. UAE 원전사업 한전으로 / UAE미국대사관-국무부
https://wikileaks.org/plusd/cables/09ABUDHABI1173_a.html
https://wikileaks.org/plusd/cables/09ABUDHABI1177_a.html

▶2010.1.4. 유명환 외무장관- 스티븐슨 대사 회동/ 주한미국대사관-국무부
https://wikileaks.org/plusd/cables/10SEOUL2_a.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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