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프리즘] 중요 국가기록물들 '고의적 파기' 의혹
[이슈 프리즘] 중요 국가기록물들 '고의적 파기' 의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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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종수정 2018.01.10 05: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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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지현 기자= 이명박·박근혜 정부 시절 중앙부처와 공공기관들이 대규모 국책사업 관련 회의를 하면서 회의록을 작성하지 않거나, 주요 기록물을 누락하는 등 기록관리를 엉망으로 해온 사실이 확인됐다. 심지어 주요 기록물을 무단으로 파기하기도 했다.

행정안전부 국가기록원은 국가적 보존가치가 높은 주요 정책이나 대규모 국책사업 관련 기록물에 대한 실태점검 결과를 9일 국무회의에 보고했다. 이번 실태점검은 4대강 사업과 자원외교 등 대규모 예산이 투입된 국책사업이나 세월호 참사 등 국민 관심이 높은 기록물 현황에 대해 지난해 6월부터 8월까지 총 12개 기관을 대상으로 실시됐다.

점검 결과를 보면, 4대강 사업과 해외자원 개발 관련 투자심의 등 주요 정책 결정 시 회의록을 만들지 않거나 심의 안건을 기록물로 관리하지 않고 개인 컴퓨터에 저장하는 사례가 확인됐다.

부산지방국토관리청은 2009년 6월 낙동강 유역 종합치수계획 변경을 위한 ‘하천관리위원회’를 개최하고도 회의록을 작성하지 않았다. 또 한국가스공사는 해외자원 개발 사업 관련 리스크관리위원회를 개최하고도 제1회~14회, 18회~21회 회의록을 생산하지 않았다. 한국석유공사는 캐나다 하베스트 인수 관련 내용을 리스크관리위원회에 상정했으나 부의 안건을 기록물로 관리하지 않았다.

기록물을 등록·관리하지 않다보니 원본기록물을 분실하거나 무단으로 파기하고, 기록물을 제멋대로 방치하기도 했다. 한국수자원공사 해외사업본부는 2016년 12월 과천에서 대전으로 이전하면서 종이서류 등을 폐지업체를 통해 처리했는데 당시 폐기 목록을 남기지 않아 기록물 무단파기 의혹을 받고 있다. 한국광물자원공사는 2006년부터 2013년까지 총 69회에 걸쳐 리스크관리위원회를 개최했으나 이 중 15회의 회의록 원본을 분실했다. 국토교통부는 2013년 4월 ‘4대강 살리기 추진본부’ 조직을 폐지할 때 도면류, 비밀기록물 등 6박스 분량의 종이기록물을 목록 작성도 하지 않은 채 하천계획과로 인계하고, 부서 내 창고에 방치했다.

주요 국책사업 등에 대한 연구용역 결과물의 관리도 부실했다. 국토연구원이 2010년 ‘4대강 살리기의 통합적 실천방안’ 용역을 수행하면서 연구자문위원회나 연구운영위원회 개최 계획 및 결과 보고를 작성하지 않은 게 대표적 사례다.

이 밖에도 보존기간을 ‘영구’로 책정·관리해야 하는 4대강 사업 등 국책사업 관련 기록물을 3~10년으로 보존기간을 줄여 주요 기록물이 조기 멸실될 우려가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한국수자원공사 지방권역본부(낙동강·한강) 등에서는 4대강 사업과 4대강보 연계 수력발전 사업 등의 기록물철 보존기간을 3~10년으로 하향 책정했다. 한국농어촌공사에서는 4대강 사업 관련 기록물인 ‘4대강 사업 추진점검회의(부진지구 마무리 대책)’의 보존기간을 5년으로 낮췄고, ‘농업분야 4대강 사업 추진계획(안)’과 ‘최종보고서’ 보존기간을 10년을 하향 책정했다.

세월호 참사 관련 기록물도 마찬가지였다. 국무조정실 세월호추모지원단은 고유업무인 ‘세월호 피해자 지원’과 관련된 과제를 신설하지 않고 ‘국회업무’(3년), ‘서무업무’(3년) 등 관련이 없어보이는 과제로 묶고, 보존기간도 3~5년으로 하향 책정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번 점검 결과와 관련해 국가기록원은 해당 기관에 시정을 요청하고, 감독기관에 감사를 요청할 방침이다. 이소연 국가기록원장은 “1999년 기록물관리법이 제정된 이후 상당 시일이 지났지만 각급 기관의 기록관리 전반에 대한 인식은 여전히 미흡하다”며 “올 상반기 중 사회·문화·외교·안보·치안 분야 등에 대한 기록관리 실태점검을 추가로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kbs1345@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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