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석진 기자= 지난해 지방의 한 검찰청에서 남성 검사 A 씨가 회식 자리에서 여검사들에게 “술을 따르라”고 하거나 욕설을 하며 성희롱 발언을 했다는 증언이 나왔다.

사건 직후 소식을 전해들은 해당 검찰청의 간부들은 여검사들을 불러 피해 상황을 파악하고 조치를 취하려 했다.

하지만 여검사들은 “2차 피해가 두렵다”며 A 검사에 대한 감찰이나 징계를 원하지 않았다고 한다. 이에 따라 해당 검찰청은 최근 인사에서 A 검사를 다른 B지검으로 발령하는 선에서 사후 조치를 했다. A 검사는 해당 검찰청에서 계속 근무하는 것을 희망했다고 한다.

하지만 서지현 창원지검 통영지청 검사(45·사법연수원 33기)가 지난달 29일 성추행 피해 경험을 폭로한 이후 이 성희롱 사건은 전국의 여검사들에게 빠르게 퍼졌고, 소문을 접한 B지검은 발칵 뒤집혔다.

가해 검사가 아무런 처벌을 받지 않고 전입해 온다는 것에 B지검의 여검사들 사이에 우려의 소리가 컸다는 것이다.

결국 A 검사는 최근 사표를 제출했다. 서 검사의 폭로를 계기로 검찰 내 성추행 의혹을 규명할 조사단이 구성되는 등 파문이 크게 확산되자 미리 거취를 정리한 것 아니냐는 이야기가 흘러나왔다

한편, 서지현 창원지검 통영지청 검사의 성추행 피해 폭로 이후 추가 폭로가 이어지면서 관련 당사자들 사이에 새로운 공방이 벌어지고 있다.

이 사건 진상조사단장을 맡은 조희진 서울동부지검장은 물론 진상 조사를 지시한 박상기 법무부장관까지 논란에 휩싸여 해명하는 일까지 벌어졌다.

박 장관은 지난해 서 검사에게 직접 성추행 및 인사불이익과 관련해 진상 조사 요구를 받고도 묵살했다는 논란에 휩싸였다. 서 검사의 법률 대리를 맡은 김재련 변호사가 1일 방송 인터뷰에서 "지난해 8월 서 검사가 박상기 장관 쪽에도 문제 제기를 했지만 아무 대답도 듣지 못했다"는 취지로 주장하면서 논란이 불거졌다.

그는 전날 방송 뉴스에도 나와 "장관 취임 후 서 검사가 피해 사실을 전달하고 공식적으로 면담 요청을 했었다"며 "작년 추석이 지나고 서 검사가 장관이 지정한 법무부 관계자를 만나 진상조사 요청도 한 것으로 아는데 그 후에 이뤄진 것은 아무것도 없다"고 했다.

이에 대해 법무부 측은 1일 오후 2시쯤까지 "서 검사의 진상조사 요구가 없었다"고 강하게 반박했다. 그러나 불과 2시간쯤 뒤 다시 공식 입장을 내고 "박 장관은 지난해 서 검사 관련 내용을 (지인에게) 전해 듣고 즉시 내용을 파악하라고 지시했다"며 "서 검사로부터 이메일로 면담 요청이 있어 법무부 담당자에게 면담을 지시한 사실을 서 검사에게 알려주며 입장을 충분히 개진할 수 있도록 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지난해 11월 법무부 담당자가 서 검사를 면담했고, 당시 서 검사는 전직 검찰 간부의 성추행 비위 이후 인사 관련 불이익을 호소했다"고 했다. 당초 해명과 달리 '서 검사의 진상 조사 요구가 있었다'는 취지로 말을 바꾼 것이다. 법무부는 "소속 검찰청에 서 검사에 대한 세심한 지도 및 배려를 요청했고 소속 검찰청 간부들과 수시로 상황을 공유했다"면서도 구체적인 조치 내용은 진상조사 중이라는 이유로 공개하지 않았다.

비슷한 의혹은 조희진 진상조사단장에게도 제기됐다. 이날 한 언론은 과거 조 단장이 안태근 전 법무부 검찰국장의 성추행 문제를 언급한 여검사에게 '그런 사람은 내가 못 건드린다'는 취지의 답을 했다는 내용의 기사를 보도했다.

안 전 국장은 8년 전 법무부 정책기획단장으로 있을 때 서 검사를 성추행한 것으로 지목된 사람이다. 조 단장은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전혀 그런 사실이 없다"며 "해당 기자에게 그렇게 아니라고 얘기했는데 보도하니 할 말이 없다"고 했다.

최교일 자유한국당 의원도 재차 의혹을 부인하고 나섰다. 최 의원은 성추행 사건 당시 법무부 검찰국장으로 재직하며 사건을 덮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최 의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서지현 검사의 상관인) 김모 부장검사는 서 검사에게 문제 제기를 할지 의사를 물었으나 서 검사는 고심 끝에 문제 제기를 하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한다"며 "법무부에서 서 검사에게 성추행 피해 여부를 물었으나 서 검사는 그런 사실이 없다고 했다. 그리고 감찰이 중단됐다"고 썼다.

그는 "도대체 누가 성추행 사실을 은폐했나요?"라고 반문하며 "이런 사실을 알면서 제가 성추행 사실을 은폐했다고 하는 것은 명백히 명예훼손죄에 해당한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한편 진상조사단은 2일부터 동부지검에 사무실을 차리고 본격적인 활동에 착수한다. 조사단에는 조 단장과 부단장인 박현주 부장검사, 장소영 검사 등을 포함해 총 6명의 검사(남 1명, 여 5명)가 참여한다. 조사단 위에는 외부 민간위원이 참여하는 조사위원회를 설치해 조사 과정에 대한 의견을 듣고 제도 개선을 논의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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