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 포커스] 갈릴레이와 위키리크스 설립자 줄리안 어산지
[미디어 포커스] 갈릴레이와 위키리크스 설립자 줄리안 어산지
  • 위키리크스한국
  • 승인 2018.03.10 14:40
  • 수정 2018.03.10 1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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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가 태양을 돈다는 ‘지동설’을 제기했던 갈릴레이 갈릴레오는 1633년 2월 로마교황청의 종교재판에 회부된다.

70대의 고령이었던 갈릴레오는 4차례에 걸친 삼엄한 재판 분위기에서 자신의 지동설을 철회한다는 고백과 함께 사형 대신 가택연금형을 선고받았다. 생명의 위협 때문에 자신의 주장을 번복했던 그가 돌아오면서 “그래도 지구는 돈다”고 독백했다는 것은 널리 알려진 얘기다.

교황청의 위세가 하늘을 찌르던 세상이었지만, 진실을 바꿀 수는 없었다. 지동설을 주창자들을 모조리 잡아 처형한다고 해서 태양이 지구를 돌게 될 수는 없는 것이었다.

지동설은 당시 카톨릭교회의 교리에 어긋난 것이었을 뿐, 성경적으로도 틀린 주장이 아니었다. 성경에서 욥기는 ‘북쪽 하늘을 허공에 펼쳐 놓으시고, 이 땅덩이를 빈 곳에 매달아 놓으셨다.(26장 7절)’고 기록돼 있다. 지구가 우주의 바닥이 아니라, 우주 속에 떠있다는 것을 명시해놓고 있었던 것이다.

진실은 칼로도, 권력으로도 막을 수 없다. 동서양의 역사에서 숱한 권력자들이 진실을 증언하려 했던 사람들을 탄압했지만, 인류 역사가 오히려 고통받은 사람들을 더욱 위대한 인물로 기록한 사례는 갈릴레오 외에도 수백건에 달하고 있다.

역사는 때때로 승자에 의해 왜곡돼 쓰여지지만, 결국은 진실 편에 서 있던 자를 ‘최후의 승자’로 기록하기 때문이다.

줄리안 어산지. 연합뉴스


2006년 줄리안 어산지(Julian Paul Assange)가 설립한 위키리크스는 각국 정부 등의 비밀주의, 비윤리적 행위와 관련된 비밀 문서를 공개하는 인터넷사이트로 명성을 얻고 왔다.

위키리크스는 아프리카 연안에서의 유독물질 투기 관련 메모, 영국 극우파 정당(BNP) 당원 명부, 쿠바 관타나모 미국 해군기지 수용소의 운영 세칙, 스위스은행 관련 문건 등을 공개하고, 사이언톨로지의 실태와 케냐 정부의 부패 등을 고발해 큰 파문을 일으켰다.

위키리크스의 용기 있는 행동은 전세계 언론, 단체들의 지지를 받아왔다. 2008년 이코노미스트지의 뉴미디어상, 2009년 국제사면위원회의 인권부문 보도기관상은 물론 2010년 전직 CIA 요원들이 만든 샘앤더스협회의 샘앤더스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그러나 미국 정부와 정보기관이 꼭꼭 숨겨놓았던 비밀문서들을 잇따라 터뜨리면서, 그는 미국의 추적으로부터 도망다니는 신세가 됐다.

그를 세상으로부터 격리시킬 구실을 찾던 CIA는 ‘성범죄’ 굴레를 덮어씌웠다. 어산지는 스웨덴에서 성범죄 혐의로 국제 수배를 받자 2012년 6월 주 영국 에콰도르 대사관으로 피신해 정치적 망명을 신청했다.

이후 5년 6개월 이상을 런던 소재 에콰도르 대사관 내에서 사실상 갇혀 지내고 있다. 오랜 감금생활은 그의 건강을 최악의 상황으로 몰아가고 있다는 소식이다.

영국의 일간지 가디언은 최근 어산지의 육체적·정신적 건강이 모두 위험한 상태에 있다고 어산지를 최근 진료한 두 명의 임상의를 인용해 보도했다. 이 보도 이후 전세계 언론과 시민단체들은 어산지의 건강에 비상한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계속된 감금으로 인해 그의 육체나 정신이 모두 위험에 처해 있으며, 이는 의료적 측면에서 인권 침해에 해당한다는 것이 의사들의 소견이었다.

그동안 어산지는 어깨에 심각한 문제가 발견돼 자기공명영상(MRI) 검사가 필요했지만, 대사관 내부에서는 사실상 불가능해 방치돼왔다. 어샌지는 또 폐에도 문제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영국 정부는 의사들이 최소한의 진료 도구를 갖고 대사관을 방문하는 것만 허용할 뿐, 어산지가 병원에서 치료받을 수 있도록 안전을 보장하는 것을 거부해왔다.

대사관 내부에 갇혀 햇빛과 적절한 환기는 물론 바깥 활동도 제약되면서 어산지의 건강이 급속도로 나빠진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미국 정보기관은 어산지가 에콰도르 대사관 문 밖을 나올 때만을 기다리고 있다.

어산지는 2010년 위키리크스에서 미국이 수행한 이라크, 아프가니스탄 전쟁 등과 관련된 기밀문서 수십만 건을 폭로해 1급 수배대상에 올랐다.

위키리크스가 공개한 가장 중요한 문서 중 하나는 2010년 미 육군정보기관의 분석가, 브래들리 매닝으로부터 나온 것이다.

매닝은 25만건 이상의 외교 문서들을 유출했다. 여기에는 군사기록들이 포함돼 있고, 그 중에는 아파치 헬기팀이 미사일 발사대를 갖고 있다고 여기고 한 무리의 사람들을 총격해 죽이는 장면도 담겨있다. 결국 이 사람들은 TV 카메라를 들고 있던 로이터 통신의 기자들인 것으로 밝혀졌다.

당시 국무장관이었던 클린턴은 이 유출이 정부를 와해시켰다고 말했고, 이 정보를 훔친 이들에게 적극적으로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약속했다.

위키리크스는 또 미국의 전세계 대사관들이 펼쳐온 갖가지 비밀활동을 담은 방대한 양의 외교 전문들을 공개하기도 했다.

제프 세션스 미국 법무부 장관은 ‘어산지 체포가 미국의 최우선 사항’이라고 밝힌 바 있으며, 미 연방수사국(FBI)은 위키리크스에 대한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현재 에콰도르 대사관은 영국 정부와 어산지의 치료와 관련한 교착상태를 끝내기 위해 협상을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미국 정부가 어산지를 체포하겠다는 것은 미국의 현행 법에 따른 것이다. 소크라테스는 ‘악법도 법이다’고 했지만, 그 악법은 역사 속에서는 빛을 잃게 되기 마련이다.

미국 정부는 어샌지를 체포해 구금시킨다면 ‘진실의 입’에 재갈을 물릴 수 있을 것으로 믿고 있는 듯 하다. 하지만 진실을 증언하는 자는 어떤 권력으로도 막을 수 없다는 교훈을 미국 정부는 역사로부터 얻어야 한다.

‘진실’은 총이나 칼로 막을 수 없는 것이다.

[위키리크스한국=김병수 대표기자]

kbs1345@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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