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CUS] 미투 '태풍의 핵' 대학가로 급속 확산... 졸업 후에도 영향력 행사 '사제'간 갑을 관계 고착화 심각
[FOCUS] 미투 '태풍의 핵' 대학가로 급속 확산... 졸업 후에도 영향력 행사 '사제'간 갑을 관계 고착화 심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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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종수정 2018.02.28 0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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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폭력 피해를 폭로하는 '미투'(# Me Too·나도 당했다)가 문화예술계를 넘어 대학가로 급속도로 번지고 있다.

학생들은 학점·논문심사 뿐 아니라 졸업 후 사회에 진출해서도 상당 부분 영향권을 행사할 수 있는 교수들의 눈치를 볼 수 밖에 없는 게 학내의 구조다. 굳어진 사제 간의 갑을(甲乙) 관계가 교수들의 '나쁜 손'을 부추겼다는 지적이 나온다.

각 대학 익명 게시판인 페이스북 '대나무숲'에는 교수들의 성폭행·추행 폭로 글이 잇따라 올라오고 있다. 특히 문화예술 전공 학생들의 피해 글이 다수 게시되고 있다.

한 예술대 대나무숲에는 지난해 1월 주연으로 참여하게 됐던 학과 공연에서 교수에게 누드를 강요받았다고 주장하는 졸업생 A씨의 글이 올라왔다.

A씨는 싫다는 뜻을 분명히 표현했으나 '배우'라는 명목으로 계속 알몸 출연을 강요받았다고 밝혔다. 이후 샤워가운을 입기로 바뀌었으나 촬영 당일 당사자와 의논도 없이 옷을 벗은 것처럼 보이게 하는 장치를 하도록 결정됐다는 소식을 듣고 작품에 빠지기로 했다.

A씨는 "그저 옷을 벗지 못하는 것이 아니다. 촬영 당일까지 나와 한마디 상의 없이 결정됐다. 작품적으로도 왜 그 장면이 필요한지 누구도 나를 설득하려고 하지 않았다"며 "'배우의 마인드가 안됐다' '한심하다'는 말들이 가슴 속 상처로 여전히 남아있다"고 적었다.

해당 글에는 "배우 마인드가 덜 된 게 아니다. 한심하지 않다"며 #위드유(With you) 해시태그를 단 댓글이 올라왔다.

다른 예술대 대나무숲에는 10년 전 이 학교 모 남자 교수에게 음악 개인 지도를 받다가 동성 간 성추행을 당했다는 글이 올라왔다. 교수가 힘으로 제압하더니 키스를 시도했다는 내용이다. 남성이라고 밝힌 해당 글의 작성자는 "오랜 시간이 지났지만 나같은 말도 안 되는 피해자가 일어나질 않길 바란다"고 남겼다.

동덕여대 한 단과대학 홈페이지 게시판에는 "졸업을 앞두고 힘들었던 시절 교수님 방에서 껴안고 뽀뽀하려 (해서) 겨우 빠져나와 떨면서 도서관으로 향했던, '여행 가자', '애인 하자'는 성추행하던 C 교수. 아직 교직에 몸담고 있다는 게 황당하다"는 글이 올라왔다.

그동안 교수들의 성범죄에 침묵했던 피해자들은 사회적인 성폭력 고발 움직임에 용기를 내 '미투' 운동에 동참하고 있다. 성범죄를 일으킨 교수들 사례를 취합하는가 하면 공동성명을 내는 등 집단적인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서울예대 사진전공학회는 이 학교 교수였던 배병우 사진작가에게 성적 피해를 본 학생들의 제보를 받아 사실관계를 조사 중이다. 2015년 정년퇴직한 배 작가는 '소나무 시리즈'로 잘 알려졌다.

학회는 "최근 불거진 배 전 교수의 부적절한 행적과 관련해 사실 조사 중이며 제보를 취합해 피해 사실을 학교 측에 전달할 예정"이라며 "이에 따른 대학본부의 공식적 입장을 예의주시하고 학생들 피해에 도움이 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탤런트 겸 교수인 조민기의 성추행 의혹 폭로가 잇따른 청주대 연극학과 11학번 재학생·졸업생 38명은 지난 24일 "피해 사실을 암묵적으로 묵인하고 등한시했던 지난 날의 우리들은 모두 피해자이자 가해자였다"며 "다시는 침묵하지 않겠다"는 내용의 공동성명을 냈다.

이화여대 학보사는 미투 운동 제보를 받아 지면에 실을 예정이다. 학보사는 "균열을 더 큰 변화로 끌어내고자 경험을 모으려 한다. 같은 피해자에겐 큰 용기와 위로가, 가해자에겐 엄중한 경고와 위협이 될 것"이라며 힘을 보태달라고 독려했다.

서울의 한 사립대 대나무숲에는 "요즘 여러 예술대학, 특히 연극 쪽처럼 단체생활이 중시되는 과에서 악습 같은 실상들이 드러나고 있는 것 같다. '교수가 왕이다' 라는 말이 예체능 대학에선 특히 적절해 보인다"며 과거 논란이 됐던 교수의 성추행 발언에 대해 명확한 해명을 요구하는 글이 올라왔다.

학생들은 대학 내내 성적과 논문심사 등 졸업의 열쇠를 쥔 교수들에게 성추행 피해를 보고도 쉽게 신고하지 못한다. 특히 사진작가, 탤런트 등 각 분야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경우 상황은 더 심각하다. 신고를 하고도 사법처리까지 이어지지 않고 학내 징계에서 마무리되는 악순환도 신고를 주저하게 만든다.

한 교수는 "학교 내 명목상으로 규정만 있고 실질적으로 성추행 피해 전문 상담원이 없는 등 피해자 구제제도가 잘 갖춰져 있지 않은 학교들도 문제"라며 "성희롱 예방교육과 성범죄와 관련된 적절한 제도가 갖춰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영주 기자

kbs1345@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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