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IKI 진단] 러시아 18일 대통령선거... '빈곤과 저성장 사이' 불투명한 대국의 미래
[WIKI 진단] 러시아 18일 대통령선거... '빈곤과 저성장 사이' 불투명한 대국의 미래
  • 강혜원 기자
  • 승인 2018.03.16 05:50
  • 수정 2018.03.16 05:5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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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가 오는 18일 대선을 치른다. 언론들과 정치전문가들은 푸틴 대통령의 압승을 예고하고 있다. 그러나 러시아의 미래는 불투명 그 자체다.

나치의 히틀러는 독일의 부활을 ‘제3제국의 부활’이라 부르며 국민들을 선동했고, 1차 세계대전에 패해 전쟁배상금을 물며 치욕의 세월을 보내고 있던 독일 국민들은 이에 열렬이 호응했다. 독일의 제3제국은 신성로마제국(제1제국)과 비스마르크 시대(제2제국)를 이은 세 번째 국가의 부흥기를 일컬었다.

이처럼 몰락한 제국은 언제나 과거의 영화(榮華)를 꿈꾼다. 지금의 푸틴과 러시아 국민들도 마찬가지다. 러시아 사람들은 과거 표트르 대제나 스탈린 시대의 부활을 꿈꾸고 있는지도 모른다. 러시아가 미국 대선에 개입했다는 스캔들이나 최근 마하10의 속도를 자랑하는 미사일 개발에 성공했다고 서방에 큰소리를 친 푸틴에 대해서도 같은 맥락에서 봐야한다는 분석도 있다.

그렇다면 러시아는 푸틴과 함께 부활하고 있는가? 현실은 그렇게 녹녹치 않아 보인다.

최근 AFP통신은 현재 빈곤과 저성장 사이에 놓인 러시아의 미래를 분석하는 기사를 타전했다.

70살의 이리나 세묘노바는 연금만으로는 생활이 어려워 상트페테르부르크 역 앞에서 집에서 가꾼 채소로 만든 잼을 팔고 있다. 월 1만2천 루블의 연금에서 공과금과 약값을 제하면 그녀는 4천 루블 정도의 돈만을 손에 쥔다. “상트페테르부르크처럼 생활비가 많이 들어가는 도시에서 월 4천 루블만으로 살 수 있는 사람이 어디 있나요?” 세묘노바는 물었다.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은 3월 18일 치러지는 선거에서 승리해 사상최초로 네 번째의 임기를 맞을 것이 확실시된다. 푸틴은, 1990년대 경제 위기를 맞아 많은 러시아 국민들의 주머니가 가벼워지고 있을 때, 국민들의 소득을 늘려주는 경재성장기를 관장하며 그의 집권 2기(2000∼2008)를 보냈다.

그러나 푸틴이 총리를 역임한 후 2012년부터 시작한 그의 세 번째 대통령 임기 중에는 러시아 국민들의 삶의 질이 떨어지기 시작했다.

러시아는 2016년 원유 가격이 하락하고, 뒤이어 크림반도의 강제 합병에 대한 서방의 경제제재가 가해지자 경제가 타격을 입으면서 지난 4년 동안 소비자들의 구매력이 지속적으로 떨어져왔다.

2000년 29%에서 2012년 10.7%까지 떨어졌던 러시아의 빈곤율은 2016년에는 13.5%까지 다시 상승했다.

세계은행(World Bank)이 지난해 11월 내놓은 보고서에 따르면 러시아 인구의 절반에 못 미치는 46.3%만이 빈곤으로부터 자유로운데, 이는 2014년보다 10%나 낮은 수치이다.

러시아의 경제가 부진의 늪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다. 사진은 러시아의 산유 시설. [타스=연합뉴스]


러시아의 지방으로 가면 상황은 더 심각하다. 지방 주민들은 가혹한 저임금에 시달리며, 은퇴자들이 자신들의 얼마 안 되는 연금으로 젊은 세대들을 부양해야하는 경우가 속출하고 있다.

“물가가 미쳤어요.” 모스크바의 남서부 칼루가 지역에 있는 말로야로슬라베츠 시에 사는 전직 기계공인 비야체슬라브는 호소했다.

“뭐를 할 수 있는 여유가 아무 것도 없어요.”

일린스코예 근교 마을에 사는 47살의 타탸나 쿠즈네트소바는 어렸을 적부터 등골 빠지게 일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몇 년 후 은퇴했을 때 자신의 연금이 100유로가 안 될 것이라는 점을 이미 알고 있다고 말했다. 생선 가공 공장에서 일하는 그녀는 자신의 털털거리는 고물차를 바꿀만한 돈을 모으는 일은 꿈도 꿀 수 없다고 불평을 늘어놓았다.

크레딧스위스은행에 따르면 러시아는 10%의 부자들이 부(富)의 77%를 주무르고 있는데, 이는 불평등 지수에서 미국과 동등한 기록이다.

“2000년과 2013년 사이에는 정부는 경제에 대해 별 다른 걱정을 할 필요가 없었어요.”

매크로 자문회사(Macro Advisory)의 크리스 위퍼는 주장했다. 위퍼는, 해마다 오르는 원유 가격에다가 가처분소득의 탄탄한 증가, 그리고 언제나 가능한 신용대출 등으로 인해 경제는 정부의 개입 없이도 잘만 돌아갔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나 원유 채굴에 의존하는 경제는 막다른 길에 들어선 것 같다고 말했다.

비록 러시아 경제가 지난해에 흑자로 돌아서기는 했지만 중기적 성장 예측은 2000년대 초반의 성공이 무색할 정도로 1~2%를 넘어서지 못하고 있다.

위퍼는 “사람들의 라이프 스타일을 향상시키고, 교육, 건강 등의 분야에 더 많은 자금을 쏟아붓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지금의 러시아에서는 빈곤의 문제가 푸틴 대통령의 인기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는 것처럼 보이지만 그는 이번 달 초에 이루어진 연설에서 이 문제를 중요하게 거론했다. 그는 6년 이내에 ‘묵과할 수 없는’ 빈곤율을 절반으로 줄이고 경제성장률을 4%까지 끌어올리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인프라와 의료, 주택 분야에 투자를 약속했지만 푸틴은 돈을 어디서 마련할지에 대해서는 얼버무렸으며, 인구 감소와 같은 러시아의 구조적 문제를 어떻게 개혁할지에 대해서는 전혀 언급을 하지 않았다.

캐피탈 이코노믹(Capital Economics)의 이코노미스트인 네일 쉬어링은 “지난 10년 동안 우리는 개혁과 관련하여 그럴듯한 이야기를 들어왔지만 실제로는 아무것도 이뤄진 일은 없다”고 말했다.

알파뱅크의 이코노미스트인 나탈리아 오르로바는 "작년의 경제 실적은 시베리아 전력 파이프라인과 크림반도와 러시아를 잇는 다리 공사와 같은 막대한 인프라 프로젝트에 투입된 대규모의 투자 덕택"이라고 주장했다. 이런 거대 공사들은 주어진 일정을 소화하는 이상의 효과를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는 말이다.

오르로바는 “경제 제재가 다른 부분을 모두 가로막고 있기 때문에 최상의 전략은 예산의 안정을 꾀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러시아 정부는 지난 몇 년간 중앙은행을 통해 재정과 통화 정책을 엄격히 관리하면서 인플레율을 낮추는 데 주안점을 두어왔지만 일부 사람들은 이 정책이 경제 성장의 걸림돌이 되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위키리크스한국= 최석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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