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CUS] 복잡해진 한반도 해법 ‘고차방정식’... 트럼프 협박 김정은-무역전쟁 수세 시진핑 공동전선?
[FOCUS] 복잡해진 한반도 해법 ‘고차방정식’... 트럼프 협박 김정은-무역전쟁 수세 시진핑 공동전선?
  • 강혜원 기자
  • 승인 2018.03.28 06:24
  • 수정 2018.03.28 06:2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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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김정은 위원장이 탑승한 것으로 추정되는 차량이 베이징에서 중국 공안의 호위를 받으며 지나가고 있다. [웨이보 캡처=연합뉴스]



최근 중국을 방문한 북한의 최고위 인사는 김정은 위원장이 확실시되고 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와 명보는 27일 김정은 위원장이 베이징(北京)을 방문해 중국 국가지도자와 3시간가량 회담했다고 보도했다.

SCMP는 사안의 민감성을 감안해 익명을 요구한 두 명의 소식통을 인용해 중국을 방문한 북한의 최고위급 인사가 김정은 위원장인 것으로 확인됐다고 보도했다.

SCMP는 “중국이 유엔 대북 제재에 동참하면서 북한이 중국에 고위급 사절 파견을 중단하는 등 양국 관계가 냉각됐지만, 중국은 북한 체제를 유지할 수 있도록 하는 핵심 지원국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고 방중 배경을 설명했다.

홍콩 명보도 단둥과 수도 베이징의 긴박했던 상황과 경비태세 등에 비춰볼 때 이번에 방중한 인물은 김정은 위원장일 가능성이 크다고 추정했다.

명보에 따르면 수일 전부터 단둥 압록강 대교에서 북한 측이 경계를 대폭 강화했는데, 그 경계 태세가 이전에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중국을 방문할 때와 유사했다. 전날 오후 단둥 기차역과 압록강 대교가 아예 봉쇄됐다.

오후 3시 북한 대표단을 실은 전용열차가 베이징역에 도착했으며, 이를 영접한 것은 국빈호위대였다. 명보는 국빈호위대의 진용이나 경계 등급을 살펴볼 때 국가원수를 맞이하는 호위 진용이었다고 전했다.

량윈샹(梁雲祥) 베이징대 국제관계학원 교수는 “김정은 위원장이 비밀리에 중국을 방문한 것이 사실이라면, 이는 중국이 여전히 한반도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음을 대외적으로 입증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김정은 위원장이 중·미 관계 악화를 기회로 삼아 중국 방문에서 최대한의 이익을 거두려고 할 것으로 보인다”며 “중국의 대북제재 조치를 완화하고 원조 확대를 요구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밝혔다.

이어 “중국은 북한의 ‘핵 포기’를 전제로 북한의 안전을 보장하겠다는 약속을 했을 가능성이 있지만, 북한의 핵 포기는 쉽지 않은 일”이라며 “김정은 위원장의 방중은 대북제재 협조에도 불구하고 통상 갈등이나 남중국해 문제 등에서 미국의 압박을 받는 중국 측 초청으로 이뤄졌을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 김정은이 중국을 찾은 이유는?


김정은이 중국을 찾았다면 이유는 뭘까. 국내 언론에서 가장 많이 제기하는 김정은의 방중 목적은 “美-北 회담에 앞서 중국 공산당 측에 재가를 받고 지원을 요청하기 위해서”라는 것이다.

2016년 1월 이후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를 비롯해 수많은 대북제재 조치가 이뤄진 뒤 중국은 여러 가지 조치를 통해 김정은 정권이 숨을 쉴 수 있도록 도왔다.

미국 등 서방 국가들이 대북석유수출금지, 북한 석탄 및 광물 수출금지 등의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주장할 때 중국은 “전면적인 대북금수조치는 북한 주민들의 생활을 황폐하게 만들 것”이라며 “김정은 정권이 아닌 민간용 품목은 수출을 허용해야 한다”고 반박했다. 그 결과 지금까지 나온 대북제재는 모두 ‘민간용 품목’은 예외로 했고, 석유나 석탄 수출입 금지 또한 연간 상한선을 정하는 식으로 약화됐다.

미국 등 서방 진영은 중국 측이 공식적으로는 대북제재에 동참하며 유엔 안보리 결의를 이행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북한 선박과의 공해상 불법 환적, 압록강과 두만강을 통한 밀수, 북한 정권의 외화벌이 조직 영업 허용 등을 통해 김정은 정권에게 숨통을 틔어주고 있다고 의심하고 있다.

이런 보이지 않는 관계 때문에 김정은이 미국, 한국과의 정상회담을 앞두고 시진핑 中국가주석을 찾아가 사실상 ‘재가’를 받는 것이 아니냐는 추측이다.

다른 한편에서는 김정은이 미국, 한국과의 정상회담을 앞세워 중국에게 돈을 얻으러 간 것일 수 있다고 지적한다. 김정일 집권 말기부터 북한에서는 반중감정이 매우 커졌고, 장성택을 시작으로 친중세력이 거의 제거당한 현실에서 김정은이 시진핑의 ‘재가’를 받는다는 것은 현실성이 적다는 지적이 이 같은 주장의 근간이다.

즉 김정은이 미국과의 정상회담을 앞세워 중국의 요구사항을 대신 강력히 제기할 테니 경제적·군사적 지원을 해달라고 요청하기 위해 시진핑을 만나러 간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다. 美-北회담·남북정상회담에서 소외당한 중국의 조바심을 이용해 돈을 벌려고 할 수 있다는 것이다. 국제사회의 대북제재로 외화가 고갈된 김정은 입장에서는 무엇이든 돈으로 바꾸려 하지 않겠느냐는 추측이다.

소수이지만 다른 주장도 있다. 겉으로 보기와는 달리 북한과 중국은 핵실험과 탄도미사일 시험발사를 할 때부터 이미 ‘반미전선’을 구축해 협력하고 있었으며, 김정은의 이번 방중은 美-北 회담과 남북정상회담, 한일중 정상회담 등 앞으로 일어날 이벤트에 대한 역할을 서로 논의하기 위해서라는 주장이다.

김정은과 시진핑이 역할 분담을 하는 목적은 한국과 미국, 일본을 서로 떼어놓아 각개격파를 하고, 궁극적으로는 한반도를 북한 주도로 통일하고 주한미군을 철수시키기 위해 서로 협력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아니면 앞서 말한 세 가지 이유 모두가 해당될 수도 있다.

베이징을 방문하고 귀환한 북한 특별 열차. [웨이보 화면 캡처]



▶ 미 언론들 "김정은, 북미정상회담 앞두고 '보험'들고 싶어해"


미국 언론들은 방중 최고위 인사로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일 것으로 보면서 이번 방문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의 북미정상회담을 앞둔 북측의 여러 가지 노림수가 깔렸다는 분석을 내놨다.

북한의 가장 중요한 동맹이면서도 2011년 김 위원장 집권 이후 긴장이 고조돼온 중국과의 관계를 복원, 이를 지렛대로 대미 협상력을 높임으로써 판세를 유리한 국면으로 가져가는 동시에 제재완화 등을 얻어내고 협상 실패 시 미국이 꺼내 들 수 있는 군사옵션을 막는 등의 포석이 담겨 있다는 것이다.

최근 대(對)중국 관세조치 등 미국의 무역전쟁 선포로 미·중 간 긴장이 고조된 틈을 활용해 운신의 폭을 넓히려는 차원이라는 해석도 나왔다.

CNN방송은 '김정은은 왜 중국을 비밀방문했을까'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김 위원장의 중국 깜짝 방문은 다가오는 한국, 미국과의 정상회담을 앞두고 가장 가까운 동맹으로부터 지원을 받으려는 차원일 수 있다"고 보도했다.

영국 리즈 대학의 아이단 포스터 카터 선임연구원은 CNN에 "북·중 동맹 관계를 고려할 때 김정은으로선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을 만나지 않은 상태에서 문재인 대통령,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회담을 하는 걸 상상하기 힘들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자오퉁(趙通) 칭화대-카네기 세계정책센터 연구원은 "평양은 트럼프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앞두고 '보험'을 들고 싶어한다"며 "북미정상회담이 매우 중요하지만, 위험부담과 불확실성이 크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특히 "회담이 실패한다면 미국은 '외교가 실패했다'고 선언하면서 군사적 공격을 포함한 좀 더 강압적 접근법으로 옮겨갈 수 있을 것"이라며 "이런 상황에서 안정적이고 긍정적인 중국과의 관계가 미국의 군사옵션 개시를 막아줄 것"이라고 내다봤다.

역내 '피스 메이커'를 노리는 중국이 한반도 위기 해법으로 '쌍중단'(雙中斷·북한 핵·미사일 도발과 한미 연합군사훈련의 동시 중단)을 제안해온 상황에서 북한이 중국의 지원을 등에 업고 쌍중단 또는 그와 유사한 비핵화 로드맵을 제시할 경우 미국 입장에서는 '허가 찔린 격'이 될 수 있다고 CNN방송은 전문가들의 분석을 토대로 전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도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보좌관 임명 등을 거론, "미국이 비핵화 대화에 앞서 한층 더 강경한 노선 쪽으로 기울어지는 가운데 북한이 중국과의 관계 회복을 추구한다는 신호"라고 "북한으로선 제재에 따른 경제적 혼란 상태에서 벗어날 길을 찾기 위해 장애물을 제거하는 게 시급한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볼턴 내정자가 대북 선제공격까지 언급, 즉각적 핵무기 포기를 요구해온 가운데 핵 동결 및 무기 프로그램 해체를 시간을 두고 진행해가면서 그 대가로 체제 및 경제 보장을 얻어내려는 '장기 프로세스'를 염두에 둘 수 있는 김 위원장으로선 미국의 비핵화 속도전에 맞서 자신의 페이스대로 끌고 가려면 중국의 도움이 절실하다는 것이다.

특히 "무역전쟁으로 인해 미·중 두 열강 사이에 긴장이 고조된 상황이 오히려 김 위원장에게는 새로운 '외교적 기회'를 제시하는 측면이 있다"고 WSJ은 풀이했다. 이른바 미 중 간 틈 벌리기 전략을 통해 협상 공간을 넓히려는 전술이라는 분석이다.
[위키리크스한국= 최석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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