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인이 전쟁 때문에 마약에 빠지게 됐다면 개인-국가는 각각 어느 정도 책임을 지는게 적절할 것인가?
맨 정신으로는 버티기 힘든 살벌한 전쟁를 견디어내느라 마약과 알코올에 빠지게 된 한 참전용사가 미국에서 추방돼 논란을 낳고 있다.
28일 미국 관계당국에 따르면 이민세관집행국은 최근 미군으로 복무하며 아프가니스탄 전쟁에 두번이나 참전한 용사 미구엘 페레즈에게 추방 명령을 내렸다.
페레즈는 언론 인터뷰를 통해 "몸 상태는 양호하지만, 매우 혼란스럽다"라고 말했다. 페레즈는 미국-멕시코 국경을 건너 멕시코 관계자들에게 인계되었다고 한다.
그는 "내가 다리를 건넜을때 그들은 이미 모든게 끝이 났다고 했다" 라며 "나는 자유로워졌지만, 자유로워진데에 기쁨은 없다" 라고 전했다.
페레즈는 마약 소지 혐의로 인해 그의 군 복무 경력에도 불구하고 시민권 부여 자격이 박탈되면서 추방절차가 진행됐다.
시카고 링컨 유나이티드 감리교회 에마 로자노 목사는 "미구엘 페레즈에게 무슨 일이 생기면 모든 책임을 미국 이민세관집행국에게 물을 것" 이라며 이번 행정적 집행이 부당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일리노이주 태미 덕워쓰 상원의원도 "페레즈의 군복무기간은 그가 미국에서 살며 거주할 수 있는 권리를 얻게 해주는 시간이었다"며 페레즈의 추방을 부정적으로 받아들였다.
페레즈는 멕시코 태생으로 8살에 합법적으로 미국으로 건너와 영주권을 취득했었다.
그는 전쟁 통에서 보고 겪은 모든 것을 견뎌내는 과정에서 알코올과 마약에 중독되었고, 결국 마약 범죄에 빠지게 되었다고 전했다.
페레즈는 2010년 2파운드 가량의 코카인을 소지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져 징역 15년형을 선고받고 영주권을 박탈당했다.
형기의 절반을 살고 추방 절차가 진행되면서 그는 자유로워졌지만 멕시코에서 그의 참전경험 때문에 마약집단들이 그를 노리고 있을까봐 두렵다고 전했다.
마지막으로 페레즈는 "어차피 죽음과 비슷한 처우를 선고할 것이면 왜 내가 평생을 고향으로 생각해보지도 않은 이 타지에서 고통을 겪어야 하는가"라며 불만을 토로했다.
[위키리크스한국 = 임현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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