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프리즘] 뒤틀리는 북핵 방정식.. 한-미, 시진핑이 후원하는 김정은 ‘살라미 전술’ 말려들 우려
[이슈 프리즘] 뒤틀리는 북핵 방정식.. 한-미, 시진핑이 후원하는 김정은 ‘살라미 전술’ 말려들 우려
  • 강혜원 기자
  • 승인 2018.03.29 06:00
  • 수정 2018.03.29 06: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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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이 지난 25일부터 28일까지 중국을 비공식 방문했다고 발표했다.[사진=CCTV]photo@newsis.com
북한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이 지난 25일부터 28일까지 중국을 비공식 방문했다고 발표했다.
[사진=CCT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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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김정은과 중국 시진핑 주석이 만나 한반도 정책에 공조를 취하기로 한 것으로 확인되면서 한반도 외교지형에 대대적인 지각변동이 예고되고 있다.

한마디로 향후 외교 지형이 한미일-북중러 구도로 재편될 가능성이 높아진 셈이다. 이에따라 6자 회담에서 두차례의 실패를 지켜본 문재인 대통령의 고민도 깊어지게 됐다.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의 회담에서 한·미의 보상을 전제로 한 단계적 비핵화 의도를 드러낸 것으로 알려진다.

김 위원장이 남북, 미·북 정상회담을 앞두고 비핵화 방식에 대해 언급한 것은 이번이 처음지만, 미국은 단계적 보상 방식에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어 앞으로 의제 조율 과정에서 진통이 예상되고 있다.

중국 관영 신화(新華)통신 보도에 따르면 김 위원장은 시 주석과의 회담에서 “한·미가 선의로 우리의 노력에 응해 평화 안정의 분위기를 조성해 평화 실현을 위한 단계적인 조치를 한다면 한반도 비핵화 문제는 해결될 수 있다”고 밝혔다.

김정은이 남북, 미·북 정상회담을 앞두고 중국을 먼저 찾은 것도 이 같은 방식의 협상 전략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김정은 ‘평화실현 위한 단계적 조치’ 주장

중국은 그동안 한반도 문제 해결 방식으로 쌍중단(雙中斷)과 쌍궤병행(雙軌竝行)을 주장해 왔다.

북핵·미사일 실험 중단과 동시에 한·미 연합군사훈련 중단이 있어야 하고, 한반도 비핵화와 미·북 평화협정 체결이 동시에 진행돼야 한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앞으로 회담의 주도권을 잡기 위해 남북, 미국, 중국 간의 치열한 수싸움이 전개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북한은 당장 4월부터 시작되는 한·미 연합군사훈련이 예년 수준으로 진행되는 것은 이해한다는 입장을 보였지만 남북, 미·북 정상회담에서 향후 군사훈련 축소·중단을 의제로 삼으려 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를 한·미가 받아들이면 북한은 비핵화의 가역적 단계인 핵 신고와 초기 검증 등을 수용한다는 카드를 꺼내 들 수 있다. 그리고 이에 대한 보상으로 대북 경제제재 해제나 미·북 평화협정 등의 보상을 요구할 가능성이 크다.

과거 핵협상 전례에 따르면 북한은 불가역적 단계에 진입하면 기존의 보상만 챙긴 뒤 협상 파기를 선언했다. 다만 이번 협상의 경우 이미 핵무장 완성을 선언한 만큼 기존 핵무기를 유지하고 향후 핵개발 중단 및 핵시설 폐기를 히든카드로 제시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하지만 이러한 방식은 전형적인 ‘과거의 실패’ 사례로 미국이 극도로 꺼려하는 것이다.

단계적 조치에 보상을 얻는 북한의 ‘살라미 전술’에 말려들면서 핵·미사일 개발에 시간을 벌어줬다는 분석이 지배적이기 때문이다.

살라미 전술은 하나의 과제를 여러 단계별로 세분화해 하나씩 해결해 나가는 협상전술의 한 방법이다. 이탈리아 소시지인 ‘살라미’에서 따왔다. 협상 테이블에서 한번에 목표를 관철시키는 것이 아니라 문제를 부분별로 세분화해 쟁점화함으로써 차례로 각각에 대한 대가를 받아냄으로써 이익을 극대화하는 전술을 말한다.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내정자는 최근 언론 인터뷰에서 “북한은 시간을 벌려고 협상을 최대한 천천히 굴려 가려고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국도 모라토리엄 단계에서 보상은 곤란하다는 입장에 가깝다. 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되돌릴 수 없는 비핵화(CVID)를 북한으로부터 얻어내고 한반도 평화협정을 통해 북한의 체제를 보장하는 방식을 염두에 두고 있다.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 부부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부부가 지난 27일 중국 베이징 댜오위타이(釣魚臺) 양위안자이(養源齎)에서 함께 오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중국 끼어들면서 복잡해지는 북한 핵문제


시 주석은 중국과 북한 사이가 가까운 사이임을 강조했다. 시 주석은 "전통적인 중조 친선은 두 당, 두 나라 영도자들께서 친히 마련하시고 품을 들여 키우신 것"이라며 "전통적인 중조친선은 피로서 맺어진 친선으로 세상에 유일무이한 것이며 뿌리깊고 잎이 우거진 나무와 영원히 마르지 않는 샘줄기처럼 우리 두 당과 두 나라 인민에 행복을 마련해주고 있다"고 했다.

시 주석은 "국제 및 지역 정세가 어떻게 변하더라도 우리 쌍방은 세계 발전의 큰 흐름과 중조관계발전의 전반적 국면을 튼튼히 틀어쥐며 고위급왕래를 강화하고 전략적 의사소통을 심화시킬 것"이라고 했다.

이같은 변화는 향후 한반도를 둘러싼 외교 지형이 한미일-북중러로 굳어질 수 있어 문 대통령에게는 부담스러울 수 밖에 없다. 문 대통령은 평창 동계 올림픽을 계기로 북한과 대화의 속도를 내면서 미국·북한을 직접 마주치게 하는 방식을 택했다.

김대중·노무현 정부 때인 지난 2003년과 2007년 '6자회담'과는 다른 접근법을 사용하고 있다. 6자회담이 각국의 이해관계가 서로 엇갈리면서 시간만 끌다 파행으로 끝났기 때문이다.

문 대통령은 실제로 4월말 남북정상회담 - 5월말 미북정상회담을 밀어붙였다. 먼저 양국 간 일정을 정한 뒤 관련 내용을 설명하기 위해 정의용 국가안보실장-서훈 국정원장을 주변국에 특사 자격으로 파견하기도 했다. 그런데 중국이 본격적으로 한반도 문제에 끼어들기로 한 것이다.

핵협상 전례에 따르면 북한은 불가역적 단계에 진입하면 기존의 보상만 챙긴 뒤 협상 파기를 선언했다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내정자는 최근 언론 인터뷰에서 “북한은 시간을 벌려고 협상을 최대한 천천히 굴려 가려고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국도 모라토리엄 단계에서 보상은 곤란하다는 입장에 가깝다. 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되돌릴 수 없는 비핵화(CVID)를 북한으로부터 얻어내고 한반도 평화협정을 통해 북한의 체제를 보장하는 방식을 염두에 두고 있는 상황이다.

[위키리크스한국= 최석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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