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CUS] 실타래처럼 꼬이는 한반도 비핵화 ‘4차방정식 해법’ ... 미국내 강경파들 “핵 포기 대신 시간벌기"
[FOCUS] 실타래처럼 꼬이는 한반도 비핵화 ‘4차방정식 해법’ ... 미국내 강경파들 “핵 포기 대신 시간벌기"
  • 강혜원 기자
  • 승인 2018.04.01 06:34
  • 수정 2018.04.01 06: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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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 트럼프 대통령, 문재인 대통령, 김정은 위원장 [사진= 연합뉴스]
‘북한의 단계적 비핵화는 또다른 시간끌기에 불과하다!’

북한 김정은이 밝힌 단계적 비핵화 입장은 새로운 게 아니라, 이미 조부 김일성, 부친 김정일 때부터 계속돼 온 ‘사기극’에 불과할 것이라는 비판의 목소리가 미국 내 북한 전문가들 사이에 높아지고 있다.

김정은은 이번 북-중 정상회담에서 '단계적, 동시적 비핵화 조치'를 언급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것은 한국과 미국이 북한에 대해 경제제재 해제, 한미연합사 해체, 주한미군 철수 등의 보상을 하면 북한이 단계적으로 핵동결과 포기 선언을 한다는 지난 1994년 제네바 합의, 2005년 9·19 공동성명 등 김정일이 내놓은 방식과 유사하다는 지적이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북한은 2003년 이른바 6자회담이 시작될 때부터 단계적, 동시적 해법을 주장해왔다.

이 단계적, 동시적 해법이 문서의 형태로 구체화된 것이 노무현정권의 최대 실패작으로 불리는 2005년 9·19 공동성명이다. 성명에는 "6자가 행동 대 행동 원칙에 입각해 단계적으로 합의 이행 조치를 취한다"는 문구가 삽입됐다.

단계적 해법을 명시한 9·19 공동성명은 파국으로 끝났다. 북한이 이듬해인 2006년 7월 대포동 2호를 발사한데 이어, 10월에는 핵실험마저 자행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와 미국은 9·19 공동성명의 핵폐기 불씨를 되살리기 위해 애를 썼다.

북한이 2008년 영변 핵시설 냉각탑을 폭파하자, 미국은 두 달 뒤에 북한을 테러지원국에서 해제했다.

이러한 단계적 해법 또한 이듬해인 2009년 북한이 2차 핵실험을 결행하면서 재차 파탄으로 귀결됐다.

지금까지의 경과로만 보면 북한이 주장하는 '단계적 비핵화'란 핵기술 고도화와 완성을 위한 시간만 벌고, 단계별로 보상만을 챙길 뿐 실제 비핵화 의도는 전혀 없는 기만전술이었던 셈이다.

이처럼 김정은이 중북정상회담을 통해 '단계적 조치'를 또 다시 거론함에 따라, 오는 5월로 예정된 미북정상회담의 앞날이 어두워졌다는 우려가 나온다.

미국은 더 이상 북한의 '단계적 비핵화 해법' 기만사기극에 속아넘어 갈 생각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 부부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부부가 지난 27일 중국 베이징 댜오위타이(釣魚臺) 양위안자이(養源齎)에서 함께 오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비핵화 해법 북미 충돌 우려…남북 정상회담이 돌파구 될까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의 방중을 계기로 비핵화 해법을 둘러싼 미국과 북한의 방법론은 ‘정면 충돌’을 향해 치닫고 있다.

이에 따라 4월 27일 예정된 남북 정상회담이 북ㆍ미 정상회담의 비핵화 의제 조율을 위한 돌파구가 될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중국에서 밝힌 김정은의 발언에 대한 진의를 직접 확인할 수 있는 자리가 되기 때문이다.

북한의 단계적 비핵화 방식은 과거 6자회담의 '행동 대 행동' 원칙을 연상시키고 있다. 북한은 1994년 제네바 합의 이후 25년간 북핵의 '동결ㆍ사찰ㆍ검증' 단계를 세분화시켜 협상에 임했다. 단계마다 필요한 지원을 챙기는 전략을 구사했다.

트럼프 행정부가 지속적으로 "과거의 실패를 되풀이하지 않겠다"고 강조한 점도 이를 염두에 둔 것이다. 북한이 보상만 챙겨온 이른바 '살라미 전술'을 더 이상 용납하지 않겠다는 의지다.

북한이 기존 6자회담의 틀을 벗어나지 않는 단계별 전략을 들고 나오면 미국은 이를 거절하겠다는 가이드 라인이 이미 제시된 셈이다.

비핵화 협상의 실패는 북한도 부담스럽다. 미국이 대북 군사옵션 카드를 사용할 빌미를 제공할 수 있다는 두려움이 큰 탓이다. 김정은의 단계적ㆍ동시적 행동에 대한 계산법은 그래서 복잡할 수 밖에 없다.

이 문제가 결과적으로 북ㆍ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최대 현안으로 떠오르고 있기 때문이다. 트럼프 행정부는 아직까지 김정은의 이같은 발언에 대해 공식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발언 진의에 대한 추가적인 정보를 분석하는 단계로 보인다.

▶북미정상회담 사전조율 성격 띌 4월말 남북정상회담


미국이 주장하고 있는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되돌릴 수 없는 핵 폐기(CVID) 수준의 기준을 놓고도 북ㆍ미의 충돌이 예상된다. 완벽한 CVID를 어떻게 검증할 것인가에 대한 논란이다. 견해 차이에 따라 비핵화 협상은 언제든지 깨질 가능성이 높다. 김정은의 계산법이 더 복잡해지는 이유다.

문재인 대통령이 구상하는 비핵화 해법 역시 김정은의 발언과 배치될 수 있다. 청와대는 비핵화 협상과 관련 조치들을 고리를 한 번에 끊는 '일괄타결' 방식을 염두에 두고 있다. 큰 틀에서 남북, 북ㆍ미 정상들이 먼저 합의를 하자는 '톱 다운' 구도다.

따라서 4월말 예정된 판문점에서의 남북 정상회담이 북ㆍ미 정상회담의 사전 조율 성격을 갖는 '운명의 회담'이 될 것으로 보인다.

김정은이 구상하는 구체적인 비핵화 로드맵을 직접 확인하는 자리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문 대통령은 김정은의 구상에 대해 미국의 입장을 전달하면서 접점을 찾는 중재자 역할에 주력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위키리크스한국= 강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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